<불평등의 경제학>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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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경제학
이정우 지음 / 후마니타스 / 2010년 3월
평점 :
이 책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저자는 참여 정부시절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대통령 정책 특별 보좌관을 역임하며 각종 경제 및 사회적 개혁 과제들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재계의 성장우선론에 맞서 분배와 성장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동반성장론'을 펼치며, 참여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도 꼽혀 왔습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추진하였던 정책들에 대한 이론적 배경들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2가지를 제시합니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았습니다만, 그가 지금까지 밝혀온 지향점은 '네덜란드식 노사 관계'와 '북유럽식 사회 보장'입니다. 네덜란드식 노사 관계라 함은 회사가 노조의 경영 참여를 인정하는 한편, 노조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여 회사의 사외 경제력은 유지하면서 노조의 취업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그리고, 북유럽식 사회 보장은 고율의 세금으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여 국민 모두가 고르게 향상된 복지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불평등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불평등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경제 주체들이 그네들이 소속된 공동체 내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데, 왜 이를 최대한 불평등하지 않게 분배가 되어야 하나요? 저자는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구성원들간의 건전한 연대와 그를 바탕으로 한 사회 통합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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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불평등을 방치한다면 계층 간 소득 격차는 점차 심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대다수 저소득층의 소외감을 가져옴은 물론 나아가서는 사회 구성원의 공동체적 연대 의식을 와해시킴으로써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 소득 불평등이 큰 나라일 수록 각종 범죄가 만연해 사회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불평등의 정도가 극심한 경우에는 사회 갈등으로 비화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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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자도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짚어 내지 못합니다. 불평등은 저자가 말한 요인들 외에도 개인이 소속된 사회적, 경제적 배경과 개인의 선택, 능력, 연령, 우연과 같은 요인들도 역시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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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소득 불평등 뿐만 아니라 정치적 민주화, 부의 불평등, 계급 갈등, 교육 기회의 불평등, 문화의 문제, 국가의 역할 등 서로 연결된 측면들을 함께 분석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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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전히 평등한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불평등한 나라인가요? 사람마다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겠습니다만, 지표상으로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가 그렇게 불평등하지는 않습니다. 저자는 불평등 정도가 객관적 수치로는 심각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수치가 심각하지 않은데, 불평등에 대한 심각성을 나타내는 것은 정서적, 감정적으로 심각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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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분배 상태에 대한 일부에서의 호의적인 평가나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통계 자료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잔반적 평가는 오히려 한국의 소득 분배가 상당히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더욱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중략) 이와 같이 발표된 통계와 상반된 국민적 인식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이것은 대단히 어렵고 미묘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필자의 견해로는 그런 국민적 인식은 통계 수치의 근거는 비록 없을 지 모르나, 반드시 그만한 현실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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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불평등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이 아닐까’'라는 문제 의식으로 접근한 연구의 결과가 막상 수치적으로는 예상과 달리 심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데 대해 저자는 객관적 수치보다는 국민적 인식을 거론하며 주관적, 감성적으로 접근합니다. 저서에서 수많은 도표와 그림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던 저자가 정작 가장 중요한 결론 부분에 이르러서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말로만 논리를 펼치는 모습은 당혹스럽습니다. 그 중 "우리는 자연히 동북 아시아 지역의 평등한 소득 분배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은 선정적이기까지 합니다.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접근 방식은 기회의 평등에 의해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접근 방식이 있는가 하면, 진정한 평등의 초점을 결과의 평등, 특히 소득의 평등에 맞추고 기회의 평등 그 자체는 극단적인 불평등으로 간주하는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저자는 후자의 입장입니다. 저자가 결과의 평등을 고려하지 않는 이들을 모조리 '보수파’인 양 단정짓고, 비판하는 대목은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독선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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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보수파들이 기회의 평등은 좋으나 결과의 평등은 결코 추구해서는 안 되는 잘못된 목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근거없는 편건에 불과하다. 모든 선진국에서 기회의 평등을 추구함과 더불어 어느 정도는 결과의 평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복지 국가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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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자는 '기회의 평등' 뿐만 아니라 '결과의 평등'까지 바라는 저자의 주장이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회의 평등’만을 주장한다고 그 역시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문제는 '평등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과 정의와 공정과 도덕을 실현했다고 하느냐'하는 점입니다.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평등까지 보장해야 한다면 자본주의 사회 발달의 원동력인 ‘동기 부여’는 그 힘을 잃게 될 것이고,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퇴보로 이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한국의 분배 정책에 대해 말합니다. 여기에는 저자가 모범 답안으로 주장하는 ‘네덜란드식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시나 첫 번째 언급되는 대목이 '노동 조합의 활성화와 경영 참여의 도입'입니다. 그리고, '임금 격차의 축소'도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입니다.
저자는 노동 조합이 임금 불평등을 증가 혹은 감소시키는 요인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어느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노동 조합의 활성화는 노동자들 간의 임금 격차를 벌릴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저자가 현실을 외면하려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네덜란드식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동 조합 활성화’와 ‘임금 격차 축소’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회사 측의 엄청난 양보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회사는 대기업이 아니라 안타깝게도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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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비조직 부문이 크고 조직 부문은 작은 경우에 비조직 부문에 비해 임금 수준은 높고 임금 분산도는 낮은 조직 부문에서의 임금 상승이 산업 내의 임금 불평등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만약 노동 시장 내에서 조합원들이 평균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다면 노동 조합이 조직 부문 내의 임금 불평등을 감소시키지만, 전체 경제의 임금 불평등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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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임금이 높고 규모는 작은 조직 부문과 임금이 낮고 규모는 큰 비조직 부문 간의 임금 불평등이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조직 부문과 조직 부문 간의 임금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 보입니다. 우리나라 노조의 도덕 불감증은 사측의 부도덕성을 나무랄 처지가 못 될 뿐만 아니라, 임금 불평등의 원인을 오로지 낮은 임금을 지불하는 회사의 일방적 책임 내지는 해당 기업 노조원들의 비전투성만 나무라겠지요.

그 외 정책들에는 경제학자인 저자가 노사 관계를 단순히 불평등 측면에서만 바라보려 하는 시각이 담겨있습니다만, 효율성을 따지는 경영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아 보입니다. 저자는 북유럽과 네덜란드의 귤을 한국 땅에 심고 싶어 합니다. 탱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