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든 행위에서 "좋음"을 추구한다. - P12
자신을 그르칠 만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는 조용히 뒤에 남는다. 와인 병 밑바닥의 침전물처럼. - P346
무력감이라는 건 인간을 한없이 갉아먹는다. - P351
"다양한 예술, 다양한 희구, 그리고 또한 다양한 행동과 탐색은 선을 지향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일이 지향하는 바를 통해 선이라는 것을 올바르게 규정할 수 있다." - P366
"어떤 일의 귀결은 즉 선이다. 선은 즉 다양한 귀결이다. 의심하는 건 내일로 미루자." - P367
많건 적건 인간은 망상 없이 살아갈 수 없어. - P373
이야기의 숲에서는 사물 간의 관련성이 제아무리 명백하게 묘사되어 있어도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는 일은 없다. 그것이 수학과의 차이다. 이야기의 역할을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하나의 문제를 다른 형태로 바꿔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동의 질이나 방향성을 통해, 해답의 방식을 이야기 형식으로 암시해준다. 덴고는 그 암시를 손에 들고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그 암시는 이해할 수 없는 주문이 적힌 종이쪽지 같은 것이다. 때로 그것은 모순을 지니고 있어서 곧바로 실제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언젠가 나는 이 주문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이그의 마음을,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덥혀준다. - P380
마치 지난주에 본 사람처럼, 너는 내게 아직도 생생해. 영원히 과거가 되지 않은 채 현재로 남아 있어. 그러니까, 너에게도 나라는 사람의 어떤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게 분명해. 뭐든 일방적인 것은 없으니까. 그때 네가 나에게 말했듯이 말이야. - P10
낡고 오래된 것들은 깎이고 버려지고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니까. 그게 세상의 이치니까. - P11
익명이기에 얻을 수 있는 한줌의 자유. - P20
(비밀은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조숙하게 만들어버리곤 한다). - P31
언제부터인가 나는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으로 나를 위장해왔는데, 그것은 피곤하지만 동시에 은밀한 즐거움을 주는 일이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검은 속내를 품은 채 다른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묘한 쾌감. 상대방의 감정을 내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모종의 자신감. 이런 연유로 나는 누구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개연성 있는 거짓말을 지어낸다거나 능숙하게 감정을 절제하는 등 또래답지 않은 능력을 갖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스스로가 보편의 무엇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아버린 사람이 갖게 되는, 일종의 강박이자 콤플렉스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 P40
당시 나에게 가족이라는 것은 나를 속박하는 굴레에 불과했으며, 내가 가진 모든 욕망은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했다.지금의 이 삶을 벗어나고 싶다. - P41
모두가 하나가 된 세상에 속하고 싶지 않다는 치기어린 반항심이 들면서도 단 한 순간만이라도 어딘가에 속해보고 싶다는 과장된 고독감이 나를 휘감았다. - P41
"만약 기억이 통조림이라면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 P42
‘평범한 존재‘로 여겨져야 한다는 강박과 나만의 고유한 취향을 가지고 싶다는 상반된 욕망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부딪쳤다. - P49
침묵과 비밀.그것은 모든 걸 안개 속에 밀어넣어버리고 인간을 외롭게 만든다. - P53
모든 처음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나는 우습게도 담배를 피우며 배웠다. - P68
단 한순간의 망설임이 치명적인 것이 된다. - P276
"이건 삶의 방식 자체의 문제예요. 항상 진지하게 자신의 몸을 지키려는 자세가 중요해요. 공격받는 걸 그저 감수하기만 해서는 어떻게도 해결이 안 되죠. 만성적인 무력감은 사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손상시킵니다." - P284
문화인류학의 목적 중 한 가지는 사람들이 품은 개별적인 이미지를 상대화하고, 거기서 인간에게 있어 보편적인 공통점을 찾아내어 다시 그것을 개인에 피드백하는 것이야.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자립적이면서도 어딘가에 속한다는 포지션을 획득할 수 있거든. - P318
그들의 교리는 너무도 편협하고 일방적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정말 어쩌다가 하나씩,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있다. 그것이 가령 어떤 이야기이건 대화할 사람을 원하는 이들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 P323
일요일에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며 수금을 하거나 무서운 세상의 종말을 선전하고 다니거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건 - 만일 그럴 필요가 있다면 그렇다는 것이지만 -어른들이 하면 된다. - P326
일요일에는 시간이 기묘하게 흐르고 풍경이 불가사의하게 뒤틀린다. - P329
말을 잃어버린 삶을, 앞을 못 보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의미없이 내뱉는 말의 홍수 속에, 아무 생각없이 지껄여대는 말들에, 또는 무심코 던져진 말의 폭력에 상처받는다. 그녀 역시 바늘처럼 맨몸을 찌르는 말로 인해 말을 잃었다. 말을 잃은 그녀와 앞을 볼 수 없는 그가 희랍어 시간에 만난다. 상실의 아픔을 지닌 그와 그녀의 만남.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줌으로써 그들의 상처는 치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힘겨운 삶에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