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막힌 담이 높을수록 담을 뚫고 나가려는 파도의 압력은 강해지는 법이다. - P110

수호천사처럼 모든 천재의 길을 함께 하는 신비스런 본능은 그로 하여금, 자기 내부에 들어 있는 힘이 안내와 지도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해와 사랑의 손길, 긴장을 풀어주고 느슨하게 만들어줄 손길, 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의 거친 내면을 섬세하게 만들어주고 매끄럽게 해줄 손길을 말이다. 그를 격려하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잘못을 지적해주는. 그러나 비판적 악의에 가득 찬 방법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면서 도와주는, 그의 생각을 함께 생각하려고 애쓰고 그의 과도한 꿈들을 어리석음이라고 비웃지 않는 그런 사람이어야 했다 - P114

그는 얼마나 새롭고 다른 분위기로 들어선 것인가! 그녀와의 교제는 자기 시대 다른 누구보다도 사람과 시대를 하나의 맥락으로 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던 이 젊은이에게 역사를 가장 생생한 현재로 느끼고 체험하도록 가르쳐주었다. - P116

발자크는 가족에게서 벗어난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고약한 어린 시절을 병처럼 극복해버렸다. 그가 치유된 것을, 자신의 힘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 P123

그러나 한 번 더 어머니는 겉보기에 고분고분하고 향락적인 성향을 가진 이 젊은이에게 있는 굽히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자기가 얼마나 얕잡아보았는지를 깨달아야 했다. 이 정열은 그를 ‘망치기‘는커녕 이 불안한 청년이 자기 자신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 P124

그녀는 내게 어머니, 여자친구, 가족, 동반자. 충고자였다. 그녀는 나를 작가로 만들었고, 젊은 나를 위로해주었으며, 내게 취향을 마련해주었고, 누이처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녀는 언제나 고통을 진정시켜주는 선량한 꿈처럼 나타났다…….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 P124

그녀는 거대한 폭풍 속에 들어 있는 나를 격려로써, 그리고 헌신적인 행동으로 붙잡아주었다. 그녀는 한 남자를 온갖 비천함에서 지켜주는 자부심을 내게 일깨워주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이 점에 대해서 그녀에게 감사한다. 그녀는 내게 있어 모든 것이었다. - P125

‘경험의 충고자‘를 통해서 발자크는 비로소 진정한 발자크가 되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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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여름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아이다호 팬핸들에서 스포케인 국제철도회사 상점의 물건을 훔치다가 잡힌. 그러니까 어쨌든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는 중국인 노동자를 죽이려는 사람들 무리에 가담했다. - P7

"그냥 재미로 시작한 건데. 재미로." 흙바닥에 앉은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동료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어이, 젤 투미스, 이제 그만하지." - P9

점점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집으로 걸어가던 그레이니어는 사방에 그 중국인이 있는 것 같았다. 길에 서 있는 중국인. 숲속의 중국인. 양팔을 밧줄처럼 늘어뜨린 채 천천히 걷고 있는 중국인. 개울에서 거미처럼 사사삭 기어나오는 중국인. - P11

어둠 속에서 딸이 궁지에 몰린 짐승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괜한 상상일 뿐이었지만,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레이니어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겼다.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그뒤로 평생 동안 이날 밤의 그 순간을 잊지 못했다. - P14

그레이니어가 맡은 일은 밧줄 담당이었다. 기차 도착점 쪽이 아니라 숲 쪽에서 숲에서 벌목꾼들이 둘씩 짝을 지어 톱으로 가문비나무를 쓰러뜨리면, 가지 담당이 도끼로 잔가지를 깨끗하게 쳐내고, 톱장이가 통나무를 18피트 길이로 잘랐다. 그다음에는 밧줄 담당이 통나무를 밧줄로 감아 말이 운반할 수 있게 준비했다. 그레이니어는 이 일이 좋았다. 불끈불끈 힘을 쓰고 나면 탈진해서 도취한 것 같은 상태가 되고, 그렇게 하루 일을 끝낸 뒤에는 푹 쉬었다. 숲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규모가 웅장한 것도, 멀고 외딴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이렇게 많은 나무들이 감시병처럼 서 있으니 어떤 위험도 자신을 찾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감각도 좋았다. - P18

나무가 우리를 친구로 대해주는 건 우리가 건드리지 않을 때뿐이야. 톱날이 파고들어간 다음부터는 전쟁이 벌어지는 거라고. - P19

안 피플스는 가만히 서 있는 나무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에게 죽음을 내려보낸 것은 바로 그런 나무였다. - P23

성경책도 보이지 않았다. 주님이 자신의 말씀이 기록된 책조차 지키지 못했다면, 그레이니어가 보기에 그것은 이곳을 찾아온 불길이 하느님보다 더 강했다는 증거였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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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있어 모든 것은 자기 의지의 탁월한 형성능력에 종속되었다. 특징적인 일이지만 자신의 삶의 에피소드들을 이렇게 멋대로 변형시키는 능력은 시민적 존재의 - 보통은 변화되지 않는-기본사항,즉 그의 이름에서 드러난다. - P19

후세의 온갖 보고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여전히 역사보다 위에 있다. - P21

아버지 발자크가 이토록 인기가 있었던 것은 모든 면에서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성공과, 온 세상에 대해서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명랑하고 실질적이고 쾌활한사내였다. 그의 언어는 귀족적인 억양을 가지지 않았고, 그 - P26

열두 살짜리, 열세 살짜리가 살았던 이 다른 세계는 바로 책들이었다. - P40

그 책들은 발자크에게 하나의 구원이었으며, 그 책들은 학창 시절의 모든 고통과 굴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었다. - P40

스무 살짜리는 자기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이 되려는지 아직 분명한 생각이 없었다. 철학자인지. 시인인지, 소설가인지, 극작가인지, 아니면 학자인지. 어디를 향할지 모른 채 다만 힘만을 느끼고 있었다. - P64

나는 내 안에 표현할 생각. 지어올려야 할 체계, 표명해야 할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느꼈다. - P64

근사한 공식적 직함보다 시민계급 사람들이 더 존경하는 것은 없다. 국가가 교수로 임명한 사람이고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강의하는 사람이라면 잘못을 저지를 리가 없다. - P78

쳇바퀴 도는 것, 영원히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그런 것을 가리켜 사람들은 삶이라고 부른다. - P79

삶에서 수백 번이나 실망한 다음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굽히지 않고 가족의 질곡에서 ‘독립‘ 하겠다고 전보다 오히려 더욱 굳게 결심하고서 그는 자발적으로 선택한 레디기예르 거리의 감방으로 돌아갔다. - P80

자신 안에서 힘을 느끼는 사람은 강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법이다. - P81

동화에서는 언제나 출구 없이 절망적인 순간에 유혹자가 절망한 사람에게 다가와서 그의 영혼을 사려고 한다. - P85

아무도 그의 재능에 주목하지 않았으며, 그 자신이 자기의 재능을 가장 많이 무시하였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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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이 대답했다. "구분을 하셨어야지요. 이제 저를 의심하지 마세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저도 나이를 먹었고요. 예전에 설득에 넘어간 것이 저의 실수였다 해도, 그분의 설득은 위험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것이었음을 기억해주세요. 제가 설득에 넘어갔을 때는 그것이 응당 따라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떤 의무도 저에게 도움이 될 수 없어요. 오히려 저에게 무심한 남자와 결혼한다면 온갖 위험이 초래될 것이고, 결국 모든 의무에도 어긋나는 일이 될 거예요." - P367

그 후의 일을 누가 의심할 수 있을까? 두 젊은이가 결혼하기로 일단 마음을 먹으면, 가난하든, 무모하든, 서로에게 결국 정말로 위안이 될 가망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불굴의 의지로 어떠한 저항이라도 이겨내는 법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면 도덕상으로는 나쁠지 몰라도, 이것이 진실이라 생각한다. - P371

어떤 이들에게는 다른 이들이 아무리 경험을 쌓아도 따라올 수 없는 민첩한 인식, 사람됨을 세세히 파악하는 능력, 타고난 통찰이 있다. 레이디 러셀은 자신의 젊은 친구보다는 이런 이해력이 부족했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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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변함없는 애정이 있다면, 오래지 않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야. 우리는 순간의 실수에 잘못 이끌려 사소한 일에 성내고 함부로 자신의 행복으로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가 아니야.‘ - P331

앤도 웃으며 대답했다. "네. 우리는 결코 당신들이 우리를 잊는 것만큼 빨리 잊지 않아요. 어쩌면 그건 우리의 장점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운명인지도 모르지요.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답니다. 우리는 집에서 조용히 갇혀서 살지요. 우리의 감정들이 우리를 괴롭혀요. 남자들은 억지로라도 일을 해야 하지요. 항상 해야 할 일이 있고, 소일거리가 있고, 이런저런 할 일이 있어서 곧 세상으로 돌아갈 수가 있지요. 끊임없는 일과 외부 환경의 변화에 감정은 곧 희미해지고 말아요." - P348

외부 환경에서 변화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안에서라도 반드시 일어나는 법이죠. - P348

제가 여자들을 위해 주장하는 모든 특권은(그다지 부러워할 만한 것은 아니지요. 대령님은 탐내실 필요가 없어요)더 이상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희망이 없어져도 끝까지 오래 사랑하는 것뿐이지요.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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