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았던 세계나 오지도 않을 세계의 꿈을 꿔서 네가 다시 행복해진다면 그건 네가 포기했다는 뜻이야. 이해하겠니? 하지만 넌 포기할 수 없어. 내가 그렇게 놔두지 않을거야. - P215

어쩌면 그들이 보고 있는지도 모르지. 남자가 말했다. 그들은 죽음조차도 파멸시킬 수 없는 것을 찾고 있어. 그것이 보이지 않으면 우리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 P239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무서워. 그런데 우리는 무서운 게 싫잖아. - P240

먹는 것은 별 문제 없었지만 해변은 아직도 멀었다. 남자는 자신이 아무런 근거 없이 희망을 걸고 있음을 알았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더 어두워지고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곳은 더 밝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 P242

남자는 거의 매일 밤 어둠 속에 누워 죽은 자들을 부러워했다. - P260

네가 모든 일을 걱정해야 하는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굴지 마. - P293

남자는 카트의 손잡이를 엇갈려 쥔 두 팔 위에 이마를 묻고 기침을 했다.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걸음을 멈추고 쉬는 횟수가 늘었다. 소년이 남자를 지켜보았다. 다른 세상이었다면 아이는 이미 남자를 자신의 삶에서 비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다른 삶이 없었다. 소년이 밤에 잠에서 깨어 남자가 숨을 쉬는지 귀를 기울이며 확인한다는 것을 남자도 알고 있었다. - P308

타서 재가 된 주검들은 아이만 한 크기로 줄어들어 좌석의 용수철 위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쭈그러든 심장 속에 매장된 수많은 꿈도. 그들은 계속 걸었다. 바퀴를 돌리는 쥐처럼 죽은 세계를 밟고 나아갔다. 죽음처럼 고요하고 더 깊은 죽음처럼 검은 밤. 몹시 추웠다. - P308

어쩌면 세상의 파괴에서 비로소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 P309

넌 계속 가야 돼. 나는 같이 못 가. 하지만 넌 계속 가야 돼. 길을 따라가다보면 뭐가 나올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 - P313

선(善)이 꼬마를 찾을 거야. 언제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거고. - P317

송어가 사는 깊은 골짜기에는 모든 것이 인간보다 오래되었으며, 그들은 콧노래로 신비를 흥얼거렸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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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서 과거의 지식과 단절된 새로운 혁신을 성취하기는 어렵다. - P24

공자도 이전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전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과거의 지식과 학문을 존중할 줄 아는 지식인은 자신의 생각을 보태어 창의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킨다. - P25

혁신이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기자는 혁신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기존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 P26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옛것을 믿고 좋아하는‘ 것이다. - P26

‘배움을 싫증 내지 않는 것‘과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은 끈기가 필요한 일이다. - P29

자기를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하지 않은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상대방을 평가하듯이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내 안의 선하지 않은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 P34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장소가 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연히 자신의 행동을 단속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람에게 가족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그저 편안한 상대다. 반대로 가족을 소통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자신의 행동을 단속하게 된다. 가족 모두 존중해 주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 P36

어질고 자애로운 사람은 가족을 타인처럼 공손하게 대한다. - P37

한 사람의 도덕적 수준과 됨됨이를 이해하려면 그가 사적인 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 P37

새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방법이 아니라 내면에 잠재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용기 뿐이다. - P47

"마음속 괴로움과 고통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니 나는 너희들을 성급하게 일깨워주지 않을 것이다.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져 스스로 문제를 깨닫게 할 수도 있다. 문제에 대한 답이 입가에 맴돌 정도로 고민한 흔적이 보일 때에서야 나는 너희에게 설명해 줄 것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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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린 채로 귀를 기울였다. 넌 할 수 있겠어? 때가 오면? 때가 오면 시간이 없을 거야. 지금이 그때야. 신을 저주하며 죽는거야. 총알이 안 나가면 어떡하지? 나가야 돼. 안 나가면 어떡하냐니까? 저 사랑하는 머리를 돌로 깰 수 있어? 네 속에 네가 전혀 모르는 그런 존재가 있을까? 있을 수 있을까? 아이를 품에 안아. 그렇게 영혼은 빨라. 너한테로 잡아당겨. 아이에게 입을 맞춰. 빨리. - P131

깨어 있는 세계에서는 견딜 수 있는 것도 밤에는견딜 수가 없었다. 남자는 다시 꿈이 찾아올까 두려워 잠을 자지 않고 앉아 있었다. - P149

그는 회색 빛 속으로 걸어나가 우뚝 서서 순간적으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보았다. 유언 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 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시커먼 우주. 그리고 쫓겨다니며 몸을 숨긴 여우들처럼 어딘가에서 떨고 있는 두 짐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 그리고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目). - P149

늘 조심한다는 건 늘 무서워한다는 거 아닌가요? - P172

사람들은 늘 내일을 준비했지. 하지만 난 그런 건 안 믿었소. 내일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어.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 - P192

살아 있을 때는 늘 죽음을 뒤따라가게 되지. - P192

자신이 죽으면 다른 모두가 죽는 것과 똑같은데. - P193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신도 살 수가 없소. - P196

그렇고말고. 마침내 우리가 모두 사라지면 여기에는 죽음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고 죽음도 얼마 가지는 못할 거요. 죽음이 길에 나서도 할 일이 없겠지. 어떻게 해볼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죽음은 이럴 거요. 다들 어디로 갔지? 그렇게 될 거요. 그게 뭐가 문제요?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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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소명이라는 것이 있다. 그 어떤 항거할 수 없는 힘이 나를 앞으로 몰아갔다. 명성과 힘을 향해서 - P179

발자크는 사실상 어떤 형식을 택했어도 천재성이 드러났을 위대한 천재에 속하는 인물이다. - P180

그의 진정한 천재성은 그 의지력에 있었다 - P181

절도가 없다는 것이 그의 절도이며, 한계가 없다는 것이 그의 한계가 될 것이었다. - P184

쟁기질하는 농부, 길거리의 물 나르는 짐꾼, 세관원, 마르세유 사창가의 선원, 그 어디서라도 발자크는 그 본질과 얼굴 그대로 아주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다. - P194

그의 예술작품도 그렇듯이 그의 강점(點)은 인위적인 곳에 있지 않았다. - P194

그는 오직 민중인 곳에서만 강했다. 그의 생명력, 격렬함. 그의 힘에만 그의 신체의 천재성도 들어 있었다. - P195

언뜻 보거나 표면적으로만 훑어보아서는 발자크에게서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다. - P195

갑작스러운 개인적인 성공은 예술가에게는 언제나 위험한 일이다. - P223

작품에는 그토록 천재성이 넘쳤지만 발자크는 사교계의 인물 노릇을 할 재능과 특성은 거의 없었다. 인간의 두뇌란 그토록 특이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정신적인 인식이 완벽하고 가장 풍부한 경험을 지니고 있더라도 타고난 약점을 극복할 수가 없는 법이다. - P224

인식이란 극복이 아니고, 따라서 우리는 가장 현명한 사람들도 다른 사람의 비웃음을 살 만한 작은 어리석음에 대해서 대책이 없는 것을 보게 된다. - P224

한 영역에서 대가인 사람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영역에서는 서툰 얼간이가 된다는 법칙이었다. - P226

가진 자에게 더 많이 주어지는 법. 겉모습만이 효력을 가지는 세계에서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많이 가진 것 같은 인상을 일깨워야 한다. - P227

그러나 이 얼마나 실망스런 일인가! 발자크가 자신의 등장을 통해서 파리 사교계에서 얻으려고 했던 ‘명성‘은 그의 진짜 명성에 대해서는 불행한 일이 되었다. - P227

한가로운 사람, 외면적인 것을 추구하는 천성만이 언제나 우아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시간과 끈기를 가지는 법이다. - P228

발자크는 젊은 명성의 첫 도취에 뒤이어 몇 가지 쓰라린 체험을 더 겪고 나서 겨우 깨어났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인간은 동시에 두 가지 영역에서 대가가 될 수 없고, 단 한 곳에서만 대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의 법칙이 맞는다는 것, 그리고 허망하고 잊혀지기 쉬운 대세계에서 뽐내는 것이 아니라, 묘사와 형상화를 통해서 이 세계의 온갖 높이와 깊이를 영원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기 운명의 의미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P233

발자크는 오직 이 척도로만 측정될 수 있다. 오직 그의 작품에서만 그의 진짜 삶을 인식할 수 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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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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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어려서 고모와 고모부와 사촌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다가 아내 글래디스를 만나 결혼하고 딸 케이트를 낳는다. 산 속에 오두막집을 짓고. 돈을 벌기 위해 아내와 떨어져 철도 회사에 다니고 또 벌목꾼으로도 일해서 돈을 모아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산불이 나서 그들이 살던 오두막은 모두 불타고 아내와 딸을 잃게 된다. 꿈 속에서 글래디스가 나타나 자신은 죽음 때문에 미래를 잃었고 산 자들에게 아이룰 잃었다고 말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소녀가 있다는 말을 듣고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그 아이가 케이트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그레이니어는 그들이 살던 곳에 다시 오두막집을 다시 짓고 평생 아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다 80이 넘어 잠을 자다 숨을 거둔다. 등산객들에 의해 그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레이니어는 그가 살던 오두막 마당에 잠들게 된다.
누구에게나 사는 동안 감당해야 할 자기 몫의 슬픔과 고독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평생 아내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다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 그레이니어가 감당해야 하는 슬픔과 고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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