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른 사람과 말을 잘 하지 못하는데,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기 무척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 안에서는 많은 사람과 논의한다. 그때는 대화가 술술 풀리지만 실제 말을 해야 할 때는 사고 회로가 결정적으로 멈춘다.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 P30

모든 노동자는 딱하다. 늘 노동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 않는가. - P32

낯선 사람들 틈에서 혼자 다니니 참 재미있었다. 출근하는 스톡홀름 토박이같은 느낌이었다. 잠시 산책을 하다가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노동자들이 커피 한 잔으로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나는 구석 테이블에 앉아 그들과 함께 아침시간과 커피를 즐겼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나는 집에 있을 때 아침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침밥을 차린 다음 자전거를 타고 청소하러 가기 위해 서둘러 나가는 일이 얼마나 바쁘곤 했는지 생각했다. - P40

버트런드 러셀은 1917년에 다음과 같이 썼다.
가장 높은 계급부터 가장 낮은 계급까지 모든 인간은 경제적 투쟁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의 권리인 것을 얻거나 자신의 권리가 아닌 것을 유지하려는 투쟁이다. 현실 또는 우리의 바람에서는 물질적 소유물이 우리의 인생관을 지배하며 대개 모든 너그럽고 창조적인 충동은 제외한다. 소유하고 유지하려는 열렬한 욕망, 소유병은 전쟁의 극히 중요한 원인이자 모든 악의 근원이다. 정치세계를 괴롭히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버트런드 러셀을 읽어라. 그러면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 P49

나는 계속 일기를 쓴다. 내 삶이 다른 누군가의 관심을 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면 삶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 P54

이번 주에는 핀란드 청년 한 명이 부당 해고를 당했다. 경영진은 사소한 규정 위반을 해고 사유로 제시했다. 내 생각에 경영진은 노동자들에게 설명할 수 없는 척만 할 뿐이지 사실 경기가 나쁘다는 점을 노동자들과 대화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모든 악재의 원인이라도 되는 듯 간부들은 노동자들을 제지한다. - P56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역할이자 가장 어려운 직업은 엄마로 사는 일 같다. 일종의 책임이 생기고 날마다 무능력을 실감한다. 모성의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다. 적어도 몇 분 정도는 그럴 것이다. - P59

내 시간에 맞추어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직업의 장점이다. - P61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삶이 점점 버거워진다. 생각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이 가장무도회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일까?" 알기 어려울뿐더러 절대로 알아내지도 못할 것이다. 비겁하게 도망쳐서 나만의 세계에 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가게 두는 편이 가장 편안하다. 허송세월과 버거움, 슬픔. 나는 늘 피곤하다. 아이들이 생활의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할 준비가 좀더 되어 있었다면 나는 요양원에 갈 수 있었을 텐데. 농담이 아니다. 참 좋았을 것이다. - P62

취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 P79

공부했다는 이유로 좋은 자리를 꿰찬 ‘어리석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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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 간절히 쓰는 사람만큼은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한 명 한 명의 구원이 더해질 때 세상도 조금씩 움직인다는 사실을, - P5

청소노동자였으며 이혼 후 5남매를 혼자 양육한 여성인 작가의 사유의 깊이와 문장은 일상을 유지하는 ‘집안일‘로부터 면제된
‘남성‘ 작가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수월성을 보여준다. - P6

감히 누가 그의 글을 연민으로 읽을 수 있을까. 글에서 마이아 에켈뢰브는 묻는다. "어떻게 ‘여자들‘은 항상 더러워진 것을 바꿀 힘이 있을까. 끊임없이." 나는 읽으며 생각한다. ‘어떻게 그는 항상 따스하면서도 날카롭게 세계를 염려할 힘이 있을까. 끊임없이‘ - P7

이 세상은 지옥일 뿐이고 그 안에서 인간은 한편으로는 고통받는 영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악마다. -쇼펜하우어- - P9

출근할 때 나는 다섯 아이 모두 겨울옷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나는 한 손에 펜을 쥔 채 앉아 있지만 종이에는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있다. 마음은 한국에 가 있다. 한 철이 지나면 그곳에는 얼마나 많은 재킷이 필요할까? 마침내 나는 재빨리 "바지 한 벌과 재킷 한 벌"이라고 적는다.
나는 온통 한국 생각뿐이다. - P14

나는 한 가지를 아주 깊이 생각했다....... 인간의 인내를.
다른 종류의 ‘자극‘ 없이 인간은 매우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그러한데, 그 이유는 이웃들 사이에서 큰 불평이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웃들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등등....... 작은 집들에서 아내들은 작은 인형의 집에서처럼 살아간다. 저들 각자는 가장 좋은 커피잔들과 가장 흰 침대보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한 진짜 남편의 표정을 반드시 보여준다. 저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들 인형의 집에서 놀 수 있을 것인가? - P18

만일 사람마다 삶을 살아갈 힘이 있어야 한다면 자기를 위해 길을 밝혀줄 불빛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내 빛은 오랫동안 작가 하리 마틴손이었다. 마틴손은 굴욕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굴욕을 이겨낼 것이다…………. 마틴손은 저 밖에 서서 부자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그러므로 나 역시 밖에서 그 일을 해낼 것이다. 마틴손은 무기력해지지 않고 가장 비천한 일들을 해냈다. 따라서 나 역시 청소용 양동이에 익사하지 않고 내가 맡은 청소부 일을 해낼 것이다. - P18

만일 인간이 이상해지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로 이상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권력욕으로 가득하여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다란 차이는 늘 존재할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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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개를 꼿꼿이 들고 거리를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그 모두가 어떻게 보이고 내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기억하려 했지만, 이후 내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잡을 것들은 지금 내가 빤히 바라보는 것들이 아닐 것임을 그때 이미 알았다. - P126

지금 난 내가 늘 원했던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가족에게서 떨어져,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 대부분 내 이름조차 모르는 곳에서의 삶, 그래서 얼마간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런 삶. 그런 상황이 되면 행복감, 희열, 소망이 성취되었다는 만족감 등이 찾아오리라 생각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그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 P126

친구 관계란 단순하지만 또 복잡하기도 하다. 우정은 표면적으로는 자연스럽고 다들 쉽게 당연시하지만, 그 아래쪽으로는 수많은 세상이 있었다. - P127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가 되었다. 그것만 해도 상당한 성취였다. 그걸 이루려 애만 쓰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그것까지 바라면 과하지 싶었다. - P129

그녀 자신에게도 그랬겠지만, 그녀가 소유한 물건에서는 하나같이 세상살이의 무게가 느껴졌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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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다음에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책을 많이 가지는 것이 언제나 나의 꿈이었다. - P115

교회에 가본 지가 일 년이 넘었다. 고향을 떠난 후로 가지 않았으니까. 난 여전히 신을 믿는 것 같다. 달리 뭘 어쩌겠는가?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신에게 묻는 일은 이제 하지 않는다. 나와는 맞지 않는 답이 나올 것이 분명하니까. 이제 난 내가 값을 지불할 수 있는 한은 내게 맞는 일을 할 수 있다. "값을 지불할 수 있는 한." 어느새 주객전도가 되어 그 구문이 내 삶을 좌우하게 되었다. 내가 그때 세상을 떴다면, 이 말이 내 비문이 되었으리라.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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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그는 자기 본심을 말하지 못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배워서 그렇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그 정도 자리에 있는 남자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언제나 정확히 알고 만사가 그에 맞춰 돌아가기 때문이다. - P96

어떤 실재를 찍은 사진이 종국에는 그 실재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 건 왜일까? 아직 그 답은 알 수 없었다. - P97

"자유를 향해 가는 길에서 누구는 재물을 얻고 누구는 죽음을 얻지." - P103

아들이 태어날 때마다 엄마 아빠는 사뭇 진지하게 이 아이가 영국의 대학에 입학해 의사나 변호사, 아니면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중요한 인물이 될 거라는 기대를 주고받았다. 아빠가 자기 아들에 대해서, 나는 쏙 빼놓고 같은 부류인 아들들에 대해서만 그런 말을 하는 건 상관없었다. 아빠는 나를 전혀 몰랐으니까. 아빠가 나를 보며 흥미진진하고 승승장구하는 삶을 상상하리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날 잘 알았다. 자기 자신을 아는 만큼이나 잘 알았다. 당시 나는 우리가 아주 똑 닮았다고 보았다. 그런 엄마가 아들이 앞으로 해낼 일이 얼마나 자랑스러울지 하는 생각에 빠져 눈에 눈물이 그렁해질 때마다 내 심장에는 칼이 꽂히는 심정이었다. 자신을 똑닮은 자식인 나와 관련해서는, 약간이라도 비슷한 상황을 예상하는 인생의 시나리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난 속으로 엄마를 ‘여자 유다‘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그때조차 완전한 절연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엄마와의 절연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 P104

머라이어는 내 상황을 완전히 잘못 해석했다. 펼쳐 읽으려면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해서 손이 아플 지경인 이 두꺼운 책으로는 내 삶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내 삶은 그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동시에 더 복잡했다. 내가 살아온 이십 년 세월 가운데 십 년을 살아온 인생의 반을 난 끝나버린 사랑을 애도하며 살았다. 아마 평생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참사랑을 - P106

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부분들이 변했고, 아직은 나도 잘 알지 못했다. 나 자신을 새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았는데, 과학자보다는 화가의 방식이었다. 정확도와 계산에 의지할 수가 없었다. 믿을 것은 직감뿐이었다. 딱히 마음속으로 계획한 바는 없었지만 그림이 완성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난 사회적 지위도 없고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도 없었다. 내겐 기억이 있고, 분노가 있고, 절망이 있었다. - P108

나 혼자만의 지옥에서 말없이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내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었고 내게 찾아든 감정이 있을 법한 감정이라는 것도 몰랐다. 그러다가 어느 날 홀연히 그런 삶에서 벗어났다. 내 과거를 이런 식으로 보게 되었던 것이다. 선이 있다. 그 선은 네 스스로 그릴 수도 있고 누군가 대신 그려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렇게 생긴 선이 너의 과거다. 지금까지 거쳐온 수많은 네 모습과 지금까지 해왔던 수많은 일들. 더이상은 네가 아닌 네 모습들, 이제는 빠져나온 상황들, 그것이 네 과거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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