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인간인 그가 종교적이 되고자 하면 그것은하나의 가식이다. - P305

그는 천재만이 다른 천재를 묘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천재를 이해했고 묘사하였다. 그가 예술가로서 예술가를 묘사한 작품들만이 성공적이다. - P305

순수한 이야기꾼과 사색가 사이의 한가운데 관찰자가 서있다. 그의 진짜 토대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발자크는 ‘자기 시대의 역사서술자‘가 된 소설들에서 완벽한 균형을 보여준다. - P306

세계는 계속 뒤섞이고, 악은 악하고, 선은 선하고, 비겁함, 간계, 비열함 등을 전혀 도덕적인 강조 없이 힘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밀도가 전부다. 그것을 내면에 지니고 그것을 인식할 줄 아는 사람이 곧 작가다. - P307

나는 그 어떤 상상적인 사건을 쓰려는 게 아니다. 어디서나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바로 나의 대상이다. - P309

그는 알고 있었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감히 그런 구상을 할 수 있고, 오직 단 한 사람만이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 P312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건의 내용은 더욱더 중요하게 된다. 파리에서는 주목도 받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신문들이 이곳 문명의 맨 끝 지역에서는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주의깊게 읽혔고 책도 마찬가지였다. 파리의 어떤 지면도 신간서적들에 대해서 이 곳 이 협소한 가족 멤버들보다 더 자세한 논평을 하는 곳은 없었다. - P322

이곳 멀리 떨어진 성에서 명성이란 단순한 숨결이 아니라 신적인 것의 반영이었고, 여기서 시인의 이름은 지나친 존경심을 가지고 불렸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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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오래 지속되는 과거다. - P51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말할 때의 어조는 일반적으로, 거의 예외 없이 두 사람 간에 이미 아주오래 전부터 정초된 적대적 거리(특히 아버지에 대해 어머니가 가진)를 표현했다. 그 거리는 그들의 관계적 일상, 그들의 생활양식이 되었다. 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머니는 평생 불행했노라고. - P52

이것이 바로 안셀름 스트라우스와 바니 글레이저가 상호 가식mu tual pretense의 ‘의례적 드라마‘라고 부른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코드화된 역할을 맡는 일종의 연극 속에서 ‘가장한다.‘ 상호작용은 이 ‘가장‘에 의해 형성된다. 이들은 각자 타인의 게임을 믿는 것처럼,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가장한다. 더욱이 이 상호
‘가장‘은 그런 상황에서 너무나 필요한 나머지, 우리는 각자 기어코 그것을 조금은 믿어보려 애쓰며, 혹은 적어도 이 환상들을 잠정적 진실로 간주하도록 -반은-스스로를 납득시킨다. 하지만 현실은 바깥에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완전히 모를 수 없다. - P58

요양원 입소는 거의 언제나 한 개인의 삶에서 근본적인 단절을 표상한다. - P59

그것은 단순한 이사나 주거지, 생활 장소, 환경의 변화 문제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로부터의 뿌리 뽑힘이자, 벗어나기도 어렵고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도 어려운 감정적 ‘쇼크‘를 야기하는 총체적 격변의 문제인 것이다. - P60

죽음은 확실하나 시간은 불확실하다. - P60

그녀는 자신이 알지도 못하면서 강제로 함께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과 갇힌 채 내버려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전에 어머니는 ‘내 집‘에 있을 때 그녀의 것이었던 세계와 단절되었고, 그것을 채 애도하지도 못했다. 비록 그 세계가 지난 몇 년 동안, 특히 지난 몇 달 동안 정말 소수의 것들 -또 소수의 관계와 만남들-로 축소되었을망정 말이다. - P71

요양원에 정착하는 일은 단지 아주 많이 나이 든 사람들, 대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쇠락하고 허약해진 사람들이 가득한 세계로의 입장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강제된 사회성, 여간해서는 스스로 빠져나갈 수 없는 사회성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 P71

노르베르트 엘리아스는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산업사회에서 개인들은 "나이 들고 허약해짐에 따라 사회로부터, 나아가 자신들의 가족과 친지로부터 더욱 격리되었다. 서로 모르는 노인들끼리 모여서 함께 사는 기관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높은 수준으로 개인화 과정이 진척되었는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퇴직 전까지 가족 범위를 넘어선 이러저러한 모임의 친구들, 친지들과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대개는 늙어가는 과정 자체가 가족 범위를 넘어선 이러한 관계들을 점차 약화시키는 과정을 동반한다." - P73

엘리아스는 계속해서 말한다. "해로하는 노부부를 제외하면, 요양원에 들어가는 것은 오랜 감정적 유대가 최종적으로 끊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그 개인이 어떤 긍정적·정서적 관계도 맺은 적 없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건강을 돌봐주는의사와 간호사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노인들은 정상적인 삶으로부터 격리되고 낯선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한다. 그것은 개인에게는 외로운 일이다.
내가 여기서 걱정하는 점은, 아주 고령이 될 때까지도 매우 활발하게 지속되는 성적 욕구의 문제뿐 아니라 함께 있는 것을 즐기고 같이 있으면서 정서적 만족을 느끼는 인지상정의 문제다.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런 종류의 인간관계 역시 줄어들고 거기에서는 대체물을 찾기 어렵다." - P74

"그래서 많은 요양원이 외로운 사막과 같은 것이다." - P74

사르트르가 『존재와 무』에서 그토록 유려하게 보여준 ‘시선‘의 드라마는 바로 상호성이다. 우리만이 유일하게 타인들을 응시하고 그로써 판단하고 구성하며 그들의 존재, 그들의 정체성을 규정할 힘을 지닌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응시하는 만큼이나 그들도 우리를 응시한다. 우리가 우리의 진실과 그들의 진실을 결정할 힘을 우리가 독점하길 바라는 만큼이나 그들도 우리의 진실을 결정할 힘을 가진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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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핌은 내게 하나의 이름에 지나지 않을 것이었다. 내정신적 공간 속에 있는 무상한 지역. 나는 거기 두 번밖에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 P13

신체적 자율성을 상실한 개인인 어머니를 수용해줄 곳, 수용해줄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적당한 곳, 어머니가 가겠다고 승낙할 곳,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인데, 경제적으로 [비용을] 감당할 만한 곳. 적지 않은 조건들이었다. - P18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절망에 사로잡힌 그녀는 흐느끼다가 간신히 말을 하고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난 가슴이 미어졌다. 우리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 P24

객관적 사정의 힘 앞에서 포기의 필요성을 그토록 간단히 발화하는 이 끔찍한 문장들이 오늘날까지도 나를 사로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다. - P26

세계의 질서- 이 경우엔 노화의 숙명성, 노동자라는 힘든 직업과 그에 뒤따르는 고된 생활 조건의 신체적 결과들, 동시대 가족 구조의 현실, 도시 주택과 주거지의 역사, 노령과 질병과 의존성의 역사 등, 한 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규정하는 모든 것이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는 이 치명적인 순간 속에 응축되어 있었다. 그건 우리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부과되어 그녀의 욕망과 욕구, 반항이라든지 행동의 모든 가능성을 가차 없이 일소해 버렸다.

스스로 소멸하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애주기의 정상적인 결말이다. - P29

"인생도 바퀴처럼 돌고 도는 거야." - P31

나는 가족 ‘관계‘가 얼마나 이상하고 지긋지긋할 수 있는지 경악하며 재발견하게 될 것이었다. 그와 나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마땅히 그래야만 하니까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거기 모였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 P32

내게 변하는 것은 어머니가 거주하는 코뮌의 이름뿐이리라. 그녀에게는 삶이 뒤바뀌는 일이지만. - P37

과거의 그 무엇도 남지 않고 모든 것이 망각 속에 사라졌다 해도, 예속화assujettissement의 지울 수 없는흔적들은 살아남는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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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있어서 낮이란 이 작고 둥근 촛불빛의 세계일 뿐이며, 자기가 만들어낸 사람들밖에는 아무도 없고, 자기가 씀으로써 만들어내는 운명들밖에 다른 운명은 없다. 자신의 우주 말고는 공간도 시간도 세계도 없다. - P242

일을 하면서 나는 고통을 잊어요. 일은 나의 구원입니다. - P256

노동, 끝없는 노동은 마지막 순간까지 발자크의 진짜 존재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노동을 사랑했다. 아니, 이런 노동을 하는 자신을 사랑했다. - P261

가장 똑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기가 어울리지 않게 처신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장 뒤늦게 알아채는 법이다. - P273

최고의 영감들은 내게는 언제나 가장 깊은 두려움과 곤궁의 순간에 나타나곤 합니다. - P282

삶에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되는 경우에만 그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 P282

상상력의 인간에게서 소원은 쉽사리 망상으로 변한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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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예‘를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사람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말했다. - P58

두려워한다는 것은 용기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위험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진정으로 용기 있는 행동이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할 줄 아는 진지함이 필요하다. - P62

어떤 일이든 그 일의 어려움을 알아야 책임감이 생기게 된다. - P63

아무리 작고 하찮은 일에도 다 순서가 있고 원리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덤비는 태도는 대단히 위험하다. 사유하고 고찰하고 깊이 사색해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설 때를 파악하는 것. 이것이 바로 공자의 눈에 안회가 특별해 보이는 이유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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