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이다가도 그 사람이 뭔가를 보여주면, 일종의 보상 행위로 그 사람을 보는 태도가 180도로 달라진다. - P23

나는 한번 의문나는 것이 있으면 그대로 덮어둘 수가 없었다. - P24

세상은 아무것도 이해하려 들지 않는 자만심 강한 멍청이들로 가득 차 있다. - P30

후식 중에는 냅킨을 깐 작은 접시에 나오는 아주 예쁜 모양의 커피 케이크가 있다. 그러나 보기 좋은 후식 뒤에는 준비실이 있다. 여기에서 후식을 준비하는 사람은 손가락이 광부처럼 두꺼웠는데, 깔개는 스탬프 공정으로 제조되어서 서로 달라붙어 있다. 그는 두꺼운 손가락으로 깔개들을 하나하나 떼내어 접시에 깔아야 했다. <얼마나 대조적인가? 식탁에 앉은 사람은 편안히 깔개를 깐 접시에 후식을 먹는데, 그 뒤 준비실에서 두꺼운 손가락으로 일하는 사람은 ‘빌어먹을 깔개!‘ 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 세계와 보이는 세계의 차이이다. - P31

"운형자의 곡선은 어떤 방향으로 돌려도 가장 아랫부분의 접선이 수평이 되게 만들어져 있어" 교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운형자를 들고 이리저리 돌리면서 한 손에는 연필을 들고 가장 낮은 점에 수평으로 대어 봐서 접선이 수평임을 확인했다. 미적분 시간에 모든 곡선이 최소점 (가장 낮은 점)에서의 도함수(접선)가 0(수평)이라는 것을<배워> 놓고도 모두들 이 <발견>에 흥분했다. 그들은 자기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 것이다. - P45

나는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이해함으로써 배우는 것 같지 않다. 그들은 그냥 기계적으로 배우는 것이다. 이런 지식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 P45

사람들은 내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나는 대개 정직하다. 단지 사람들이 믿으려 하지 않을 때 바른 말을 할 뿐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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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를 통해서 나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던가. 나는 데이비를 알았던 것이다. 그 내면의 핵심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 그의 식성과 취향을 좋아했고 그의 두려움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것들은 내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데이비가 어쩌다가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를 알았고 그의 옆에 있으면 내가 어쩌다가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얼마 동안 이렇게 껄끄러움 없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출신과 태생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오는 조용한 이해와 다정함이 우리 사이에 흘렀다. - P251

통찰의 순간과 행동에 옮겨야겠다는 충동 사이에는 언제나 타협해야 할 길고 긴 불안이 놓여 있기 마련이다. - P285

욕망은 다정함을 보장한다. 다정함은 위험을 저지한다. 위험에서빠져나오면 자유롭게 나 자신을 포기한, 비밀스러운 삶 속으로 기꺼이 들어갈 수가 있다. - P286

우리는 말없이 앉아 있다. 우리는 끈끈하게 얽힌 혈육이 아니다. 살면서 놓친 그 모든 것과 연기 같은 인생을 그저 바라보는 두 여자다. 엄마는 젊어 보이지도 늙어 보이지도 않고 그저 당신이 목도하고 있는 바, 그 혹독한 진실에 깊이 침윤되어 있다. 엄마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지는 나도 모른다. - P301

내 생각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에게 무엇을 원하는 지에만 골몰하는 대신 더도 덜도 말고 딱 1분이라도 그저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됐을 정도로 그 긴긴 세월을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우리 두 사람 다 감격하는 듯하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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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상상이라는 세계는 언제나 문제투성이였다. 어린 시절에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느낌이 극단적일 정도로 깊숙이 다가왔다. 너무 깊고 좁고 강했다. 이 거리의 껄끄러운 현실들, 공기마저 하얗게 느껴지는 약국, 도서관 원목 바닥의 입자들, 식료품점 냉장고의 치즈 조각들을 내 세계의 전부라 여겼다. 이 모든 현실의 조각을 너무 진지하게,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다. 상상력이라고는 없었다. 이 모든 사물과 외관과 감회에 바보처럼 열중했고 그것이 세계의 전형적인 얼굴이라고 여기며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 거리가 세상의 다른 모든 거리였고 이 건물이 세상의 모든 건물이었으며 이 여자 남자들이 세상의 모둔 여자 남자 들이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것 외에는 상상하지 못했다. - P198

결혼은 집과의 이별이자 새 출발을 알리는 소란스런 서약식이었다. - P199

우리는 예술에 대한 사랑이라는 공통 관심사 때문에 서로에게 끌렸으나 그는 시각이 중요한 화가였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문학이 키운 것이었다. 그는 말이 없었고 나는 말밖에 없었다. 억압된 감정은 그에게 내면의 어두운 힘이었고 나에게 그것은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 P199

직접 불행을 살아내야만 서로를 원하지 않았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 P207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하게 부끄럽지 않고 두렵지 않은 고백이었다. 이 약점을 서로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우리는 공통으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좀더 우월한 종류의 무능력으로 끌어올렸고 서로에게 절대 당하고 싶지 않은 판단으로부터 벗어날수 있었다. 일이라는 미명 아래 괴로워하는 건 서로에게마음을 열지 않고도 다가갈 수 있는 절대적인 방패가되었다. - P235

행동하기 위해, 살기 위해, 존재하기 위해 이해해야 할 모든 것을 이해한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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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보이는 벽에 에밀 놀데의 커다란 수채화 두 점이 걸려 있었다. 그 유명한 꽃그림이었다. 나는 놀데의 꽃 그림을 전에도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이건 난생 처음 보는 그림들 같았다. 발산하듯 넓은 붓질로 두껍게 칠한 강렬한 색채의 꽃에 어떤 의도가 있음을 그제야 느닷없이 깨달았다. - P157

놀데의 의도는 꽃이 선사한 타오르는 열정을 진지한 인내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 안에는 자신의 주제에 명확하고 완고하게 천착하는 예술가가 있었다. 그림의 의미가 그제야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작품에 힘을 주는 건 집중력이구나. 내 안의 공간이 넓어진다. 내 안의 직사각형 공간 속으로 빛과 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사고가 명장해지고 언어가 풍부해지고 지성이 작동을 개시한다. 외로움, 불안, 자기연민으로 가득했던 내면의 공간이 놀데의 꽃을 보며 점점 확장된다. - P158

그 공간이란 뭘까. 내 이마 한복판에서 시작돼 가랑이에서 끝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은 내 몸만큼 넓기도 하고 화살 구멍만큼 좁아지기도한다. 생각이 자유롭게 흐르는 날이면, 그리고 더 깊이 생각할수록 명확해지는 날이면 감사하게도 이 공간은 무한히, 아름다운 날씨처럼 확장된다. 그러나 불안과 자기연민이 치고 들어오는 날이면 쪼그라든다. 얼마나 삽시간에 쪼그라드는지! 이 공간이 넓어져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나는 그 안의 공기를 맛보고 또 느낀다. 나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호흡한다. 마음은 평화롭고 기대감에 차서 사는게 즐겁고 어떤 영향력이나 위협에서도 놓여난다. 그 어떤 것도 나를 건드릴 수 없을지니. 나는 안전하다. 나는 자유롭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과의 전쟁에서 지면 경계선은 좁아지고 공기는 오염되고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사방이 수증기와 안개뿐이다.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 P159

우리는 속으로 숨기는 생각과 겉으로 표현하는 생각의 차이를 처음 소개받았고 하나씩 익혀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각자의 집안에서 불순분자가 되어갔다. - P162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엄마를 분노로 떨게 하고 우리 사이를 갈라놓은 건 내가 생각하는사람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엄마는 학교에 간다는 게 곧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는 뜻이라는 것, 조리 있고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게 된다는 뜻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 P166

눈앞에 있는 경험에만 집중하게끔 생겨먹은 나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미래의 가능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따져보자. 우리 중에 그렇게 미래를 내다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따라가는 존재이지 어느 누구도 유예된 만족과 희열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 P176

우리는 모두 생긴 대로, 자기 욕구에 따라 살 뿐이다. - P176

삶에 대한 확신이 약하면 약할수록 자기 방식이 옳다고 독단을 부리게 된다. 우리 각자는 자기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더 숭고한 목적에 헌신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서로를 분리시키면서 연민도 함께 거둔다. - P177

나는 사랑의 경험이란 이전과 비슷하지만 점점 더 실망스러워지는것, 그러면서도 동일한 열병과 환멸과 걱정과 부정으로가득하다는 것을 배워야만 하는 저주를 받은 현대여성이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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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에겐 아빠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그다지 생생한 존재는 아니었다. 언제나 모호하고 알 수 없는그림자 같은 사람, 유순하고 늘 웃는 사람, 아내의 결혼 예찬과 지극한 사랑 뒤에 필요한 배경처럼 서 있는사람이었다. 그러다 이제는 엄마의 영원한 절망에 꼭필요한 도구 같은 느낌으로 존재했다. 마치 아빠와 같이 산 이유가 오직 이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던 것처럼. 정신적 고뇌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이렇게 된 게 예정된 운명인 듯 보일 지경이었다. 이 일은 나에게도 세상을 완전히 달리 보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 P119

이튿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데이비를 깔아뭉개기 직전 ‘말도 안 돼‘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도러시는 그 말을 들었다는 걸. 그의 속에 있던 엄마가 내 안의 엄마를 들었다. - P134

나는 1번 애비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사랑했고 이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창가에 앉아서 온종일 이웃들을 바라보곤 했다. 매장 직원들은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누가 동네 사람이고 누가 외지인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곳의 등식은 간단하다. 익명성을 잃는 대신 보호를 받는다. - P136

거리는 인간들의 상호 교환이 이루어지는 곳, 사람들의 지혜가 있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도 있었다. - P143

자전거 타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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