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에겐 아빠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그다지 생생한 존재는 아니었다. 언제나 모호하고 알 수 없는그림자 같은 사람, 유순하고 늘 웃는 사람, 아내의 결혼 예찬과 지극한 사랑 뒤에 필요한 배경처럼 서 있는사람이었다. 그러다 이제는 엄마의 영원한 절망에 꼭필요한 도구 같은 느낌으로 존재했다. 마치 아빠와 같이 산 이유가 오직 이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던 것처럼. 정신적 고뇌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어 이렇게 된 게 예정된 운명인 듯 보일 지경이었다. 이 일은 나에게도 세상을 완전히 달리 보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 P119

이튿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데이비를 깔아뭉개기 직전 ‘말도 안 돼‘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도러시는 그 말을 들었다는 걸. 그의 속에 있던 엄마가 내 안의 엄마를 들었다. - P134

나는 1번 애비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사랑했고 이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창가에 앉아서 온종일 이웃들을 바라보곤 했다. 매장 직원들은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누가 동네 사람이고 누가 외지인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이곳의 등식은 간단하다. 익명성을 잃는 대신 보호를 받는다. - P136

거리는 인간들의 상호 교환이 이루어지는 곳, 사람들의 지혜가 있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도 있었다. - P143

자전거 타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즐거움 그 자체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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