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신이 쓰던 물건뿐이다. 아마도 그래서 나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세상의 온갖 것들을 모으는 것 같다. 죽고 나면 내 물건들의 총합이 나를 실제보다 더 큰 인생을 산 사람으로 보여주기를 바라면서. - P254

내가 살려고 지어낸 것이 진실이다. - P256

엄마를 다시 행복하게 해줄 사람을 찾는 일은 그로써 끝이 났다.
내가 무슨 일을 하건, 혹은 어떤 사람을 찾아내건, 나는-그는-
우리 중 누구도- 엄마가 간직한 아빠의 기억을 이겨낼 수 없다는것을 마침내 이해했다. 엄마를 슬프게 하면서도 위안을 주는 그 기억으로 엄마는 세상을 만들어냈고, 다른 사람은 불가능해도 엄마는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았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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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두려움과 무기력을 겪는 다른 난민들이 있다는 사실도 리트비노프에게는 위안이 되지 못했는데,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들 속에서 슬퍼하기를 원하는 사람과 홀로 슬퍼하기를 원하는 사람. 리트비노프는 혼자가 더 나았다. - P238

"무슨 글을 써요?" 리트비노프는 거짓말이란 일단 하고 나면 한 번이든 두 번이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별생각없이 말했다. "시를 써요." - P238

그는 진실을 견디며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법. 그것은 코끼리와 함께 사는 것과 같았다. 그의 방은 비좁아서 아침마다 욕실에 가려면 진실 주위를 비집고 돌아가야 했다. 속옷을 한 벌 꺼내러 옷장에 가려면 진실 아래로 기어가면서 그것이 바로 그 순간 얼굴 위에 주저앉지 않기를 기도해야 했다. 밤에 눈을 감으면 진실이 그의 위로 덮칠 듯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P239

이런 젠장, 그는 생각했다. 넌 도대체 머리라는 게 있는 거야? 그런 여자에게 네가 줄 수 있는 게 도대체 뭐가 있어, 바보같이 굴지 마, 넌 지금껏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고, 부서진 조각들도 모두 잃어버려서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어. 그걸 영원히 숨길 순 없을 거야, 머지않아 그녀가 진실을 알아차릴 테니까, 너는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널 톡톡 두드려보기만 해도 네 안이 텅 빈 것을 알게 될 거야. - P242

우리의 삶이 무심코 교차할 수도 있는 온갖 방식을 - 기차 안에서나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되는 상황을 - 헤아려보았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내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앨마가 죽고 이 년 뒤 모디카이도 죽었을 때,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 P249

그러다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아버지가 된단는 건 그런 것일 테지-아이가 나 없이도 살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그렇다면, 나보다 더 훌륭한 아버지는 없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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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있어서 고통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 그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 P404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 P406

혼자 벽돌을 굽는 동안 그녀는 점점 더 고독해졌으며 고독해질수록 벽돌은 더욱 훌륭해졌다. 공장 뒤편의 너른 벌판은 점점 더 많은 벽돌들로 채워져갔다. - P407

난 세상이 둥근지 미처 몰랐어.
바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모두가 둥글어.
벽돌은 네모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걸로 둥근 집을 지으면 결국은 둥근 거지. 네모난 집을 지을 수도 있잖아.
그래. 하지만 네모난 집이 모이면 둥근 마을이 되잖아.
그렇군.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 아주 먼데. - P420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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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들은 한밤중에 항상 깨어 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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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 들어간 춘희는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무질서와 부조리로 가득찬 낯선 세계였으며 끔찍한 증오와 광포함이 넘치는 야만의 세계였다. 사람이 과연 세상으로부터 완전하게 고립되어 산다는 게 가능한 걸까? 춘희는 자신의 남은 생을 통해 그 한 예를 보여주었다. - P357

처음에 춘희는 벽돌이 찍혀나오는 것이 신기해 놀이 삼아 끼어들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점차 그 행위에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文은 언제나 말하곤 했다.
춘희야, 둥글다고 다 시루가 아니듯 네모나다고 해서 다 벽돌은 아니란다. - P359

진흙을 다시 만지는 순간, 춘희는 처음 그것을 만졌을 때 느꼈던 운명적인 일체감을 단숨에 회복했다. - P361

그녀에게 벽돌은 떠나간 사람들을 향한 비밀스런 신호이자 잃어버린 과거를 불러오는 영험한 주술이었던 것이다. - P362

춘희는 이전보다 더욱 열심히 벽돌을 만들었다. 벽돌을 만드는 중에 그녀는 문득문득 공장으로 들어오는 진입로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녀는 자신이 기다리는 것이 공장을 떠나간 일꾼들이 아니라 바로 그 트럭 운전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동안 세상에 대해 굳게 문을 걸어잠갔던 춘희로서는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쌍둥이자매나 文을 그리워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감정이었다. 굳게 닫아걸었던 문에 일단 틈이 벌어지자 거대한 파도처럼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 P379

아이를 내려다보던 그녀에게 문득 해일처럼 거대한 슬픔이 밀려왔다. 그것은 한꺼번에 목울대를 밀고 터져나왔다. 춘희는 울었다.
절망적으로 슬프게, 숨이 막힐 만큼 필사적으로 울었다. 태양은 점점 더 높이 솟아올랐다. 하얀 눈밭에 춘희는 하나의 점으로 남아 울었다. - P391

그간의 기나긴 외로움과 고통을 모두 담아내 울었다. 온몸을 떨며 격렬하게 울었다. 가슴이 터질 만큼 우렁차게, 목이 찢어질 만큼 처절하게...... 울었다. - P392

자연스럽되 거칠지 않고 아름답되 요란스럽지 않으며 실용적이되천박하지 않고 조화롭되 인공적이지 않은 건물을 짓는 것이 바로 그의 건축학의 모토였다. 그것은 매우 엄격한 통제력과 뛰어난 예술적 영감이 필요한 일이었다.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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