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두려움과 무기력을 겪는 다른 난민들이 있다는 사실도 리트비노프에게는 위안이 되지 못했는데,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들 속에서 슬퍼하기를 원하는 사람과 홀로 슬퍼하기를 원하는 사람. 리트비노프는 혼자가 더 나았다. - P238

"무슨 글을 써요?" 리트비노프는 거짓말이란 일단 하고 나면 한 번이든 두 번이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별생각없이 말했다. "시를 써요." - P238

그는 진실을 견디며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법. 그것은 코끼리와 함께 사는 것과 같았다. 그의 방은 비좁아서 아침마다 욕실에 가려면 진실 주위를 비집고 돌아가야 했다. 속옷을 한 벌 꺼내러 옷장에 가려면 진실 아래로 기어가면서 그것이 바로 그 순간 얼굴 위에 주저앉지 않기를 기도해야 했다. 밤에 눈을 감으면 진실이 그의 위로 덮칠 듯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P239

이런 젠장, 그는 생각했다. 넌 도대체 머리라는 게 있는 거야? 그런 여자에게 네가 줄 수 있는 게 도대체 뭐가 있어, 바보같이 굴지 마, 넌 지금껏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고, 부서진 조각들도 모두 잃어버려서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어. 그걸 영원히 숨길 순 없을 거야, 머지않아 그녀가 진실을 알아차릴 테니까, 너는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널 톡톡 두드려보기만 해도 네 안이 텅 빈 것을 알게 될 거야. - P242

우리의 삶이 무심코 교차할 수도 있는 온갖 방식을 - 기차 안에서나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나란히 앉게 되는 상황을 - 헤아려보았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내게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앨마가 죽고 이 년 뒤 모디카이도 죽었을 때,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 P249

그러다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아버지가 된단는 건 그런 것일 테지-아이가 나 없이도 살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그렇다면, 나보다 더 훌륭한 아버지는 없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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