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아직도 생생해. 영원히 과거가 되지 않은 채 현재로 남아 있어. 그러니까, 너에게도 나라는 사람의 어떤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 게 분명해. 뭐든 일방적인 것은 없으니까.

낡고 오래된 것들은 깎이고 버려지고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니까. 그게 세상의 이치니까.

익명이기에 얻을 수 있는 한줌의 자유.

비밀은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조숙하게 만들어 버리곤 한다.

보편의 무엇에 속할 수 없다는 것

만약 기억이 통조림이라면 영원히 유통기한이 없었으면 좋겠다.

모두와 잘 지내는 사람은 결국 아무와도 깊이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상대를 가엾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걸 다 잃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관계도 있는 법이니까.

진심이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어떤 형태가 실은 매우 연약하다는 진리를 배웠다.

사는건 때때로 초콜릿처럼 달콤하지만 대부분 쓰고 힘들다.

결핍은 인간을 쪼그라들게 했다. 특히나 생존과 직결된 문제는 사람을 더욱 방어적으로 만들기 마련이었다.

때때로 절대 과거가 되지 않는 기억들도 있다.

때때로 애정은 그 무엇보다도 폭력적이고 직설적인 감정으로 돌변하곤 한다.

떠나간 것은 떠나보내야 한다. 기억도 사람도 기억의 주인은 나다.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을 알게 되었을 때의 고독감.

어쩌면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일지도 몰랐다. 커다란 고민에 맞닥뜨렸을 때 충실히 고민하는 대신, 일상의 과업들로 도망쳐버리는 사람. 그렇게 함으로써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다잡고 기어이 모든 감정을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사람.

지금껏 내가 읽어온 책 속 고난과 불행들은 언제나 극복되기 위해 존재했다. 손오공과 해리 포터, 나나와 루피에게는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이 주어졌고, 그것은 곧 다가올 행복을 더욱 아름답게 빛나게 해주는 장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상의 불행은 결코 쉽게 극복되지 않으며, 아주 길게, 어쩌면 평생 동안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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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의 멍청한 성격 때문에 키르피첸코는 어떤 여자와 함께 있어도 항상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는 항상 전에 만나던 여자를 잊게 되고, 그리하여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곤 했다. 일단 정상으로 돌아가면 그것으로 끝이었던 것이다.

그는 책을 많이 읽었다. 그는 일찍이 이렇게 많은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그는 일찍이 이렇게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일찍이 이번처럼 울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일찍이 이번처럼 멋진 휴가를 즐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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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수필집을 읽으면 그 작가의 개인적인 면을 알게 되어 한층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그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의 생활 신조 등등
하루키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여행과 독서와 글쓰기를 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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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fuck the duck‘이 되면 ‘일하지 않고 적당히 게으름을 피운다‘는 다른 의미가 되는 모양이다. 말이라는 건 여러 가지로 어렵다. 고작 집오리한 마리를 ‘퍽‘ 하는데도 ‘한 마리의 그 부근에 있는 집오리 [a]‘와 ‘거기에 있는 특정한 집오리 [the]‘의 차이가 있어서 영어는두려운 것이다. 관사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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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를 비난하고 벌하는 건 물론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마도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비참한 사건이 며칠 안에 다시 일어날 것이다. 말하자면 절망적인 빈곤이 구조적으로 만들어내는 비인간적인 폭력 행위의 연쇄를 끝내는 것은, 새끼 고양이 사샤를 떠맡듯이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 동화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물론 모두 운 좋게 사샤처럼 행운을 만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언제나 컨디션이 좋을 순 없다. 오랫동안 뭔가를 계속하자면 산도 만나고 골짜기도 만나는 법이다. 컨디션이 나쁠때는 나쁜대로 자신의 페이스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 범위 안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리하지 않고, 고개를 치켜들고 꾸준히 참고 해나간다면, 다시 조금씩 컨디션이 되돌아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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