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다문화 수업 시리즈 중 전작인 있는 그대로 케냐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 출간된 있는 그대로 라오스 역시 큰 기대를 했다. 평소 해외여행을 좋아해 라오스 바로 곁에 위치한 베트남은 여러 번 자주 다녀왔지만 정작 라오스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저 동남아시아의 조용한 내륙국 정도로만 막연하게 짐작하고 있었을 뿐 그 땅 위에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은 현지에서 직접 학교를 짓고 사람들과 호흡해 온 저자의 경험 덕분에 라오스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책이었다.가장 신선하고 눈길을 사로잡았던 대목은 바로 라오스 특유의 상좌부 불교 문화와 동자승 제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국민 대다수가 불교를 삶의 단단한 뿌리로 삼고 살아가는 나라답게 라오스에서는 어린 남자아이들이 일정 기간 사찰에 들어가 승려로서 수련하는 단기 출가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주황색 가사를 두르고 사찰의 규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인성과 지혜를 닦는 동자승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기했었다. 단순히 종교적인 의식을 넘어 부모에게 효를 다하고 공동체의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배움의 과정이라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라오스의 치열한 역사와 사람들의 따뜻한 체온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란쌍 왕국의 번영부터 외세의 침략과 베트남 전쟁 당시 쏟아진 엄청난 폭탄의 상처를 극복해 온 역사적 부분은 참 안타까웠다. 땅속에 묻힌 불발탄의 비극 속에서도 마주치면 환한 미소를 건네고 손목에 하얀 실을 묶어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는 바시 의식의 따스함은 뭉클하게 만들었다. 메콩강의 물결과 루앙프라방의 고즈넉한 사찰들 그리고 방비엥의 푸른 자연이 사진으로도 보여줘서 라오스의 매력이 전해졌다.있는 그대로 라오스는 낯선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넘어 그 땅을 지탱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베트남을 자주 찾으면서도 이웃 나라의 깊은 매력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나에게 새로운 여행의 설렘을 심어주었다. 책장을 덮고 나니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로운 그들의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 동자승들의 맑은 눈망울과 사람들의 다정한 미소를 직접 마주하고 싶어졌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어 아내와 함께 라오스로 꼭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있는그대로라오스 #박성하 #초록비주니어 #서평단
오랜 시간 병원 현장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아픈 몸과 마음을 지닌 수많은 환자들을 마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치료실 너머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복지의 영역에 깊은 관심을 품게 되었다. 언젠가 지금의 임상 현장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다음 직업을 맞이할 때 사회복지사로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오랫동안 키워왔다. 문장문 저자의 사회복지실천론은 복지의 개념들을 전문성의 언어로 엮어내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의 본질을 밝혀준 책이었다. 학계의 깊은 이론과 기업 경영 및 시민운동 현장을 두루 거쳐온 저자의 내공 덕분에 첫 장부터 몰입감과 사회복지실천이 어떤것인가를 알게 되었다.이론만을 나열하는 딱딱한 수험서의 틀을 벗어나 현장의 모습을 담아냈다. 각 단원마다 실무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풍부한 실제 사례들과 깊이 있는 토론글들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가 능동적으로 고민하며 사유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단순히 글자를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라면 이러한 복합적인 갈등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고 클라이언트의 권리를 옹호할 것인가를 자문해 보게 만들었다. 각 장의 끝자락마다 배치된 학습 점검 퀴즈는 혼자서 공부를 이어가는 예비 사회복지사의 입장에서 배운 핵심 개념들을 기억하는데 유익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준다.특히 책에서 강조하는 비판과 권리 그리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실천 패러다임은 큰 인식의 전환을 안겨주었다. 과거의 복지가 개인의 부적응을 교정하거나 시혜적인 도움을 베푸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사회복지사는 구조적 불평등을 날카롭게 직시하고 한 인간의 온전한 권리를 세워주어 한다는 부분이 와닿았다. 더불어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실천이 화두가 되는 시대 속에서도 결코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의 온기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현실적인 과제들을 짚어준 대목은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 기준점을 제시해 주었다.결국 사회복지실천론은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미래를 준비하는 나 자신에게 흔들리지 않는 전문가의 윤리와 새로운 정보를 알려줬다. 치료사로서 체득했던 환자 중심의 공감 능력을 넘어 지역사회와 제도의 울타리를 연결해 내는 실천가의 모습을 꿈꿔본다. #사회복지실천론 #문장문 #메이킹북스 #사회복지학 #서평 @_makingbooks
역사를 영화 속 극적인 장면으로만 접할 때는 늘 저 멀리 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했다. 서경덕 교수의 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은 흑백 사진 너머에 머물러 있던 선열들의 마지막 문장들을 직접 써서 역사의 숨결을 느끼게 만든 참으로 각별한 책이었다. 지난 4주 동안 정성껏 문장들을 필사해 내려가는 동안 만약 이분들의 처절한 희생과 결단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세계 속에서 당당히 번영을 누리는 대한민국이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는 깊은 숙연함이 밀려왔다.단순히 잘 알려진 영웅들의 업적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들이 목숨을 걸고 써 내려간 일기와 편지 그리고 격문이라는 1차 사료를 알려준다는 점에 있다. 서경덕 교수님의 친절하고 깊이 있는 역사적 해설 덕분에 교과서에서는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낯선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사연까지 폭넓게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거창한 신화 속 영웅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고독을 짊어졌던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읽어내려갈 때마다 그들이 품었던 비장한 결심과 결기가 전해졌다.수록된 수많은 기록들 중에서도 제암리 학살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했던 스코필드 박사의 외침을 필사가 기억에 남는다. 일제의 잔혹한 학살 만행 앞에서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이러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묻고 단지 만세를 불렀을 뿐이라며 울부짖던 푸른 눈의 이방인의 분노는 역사의 진실을 증명해 보였다.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어 억압받는 조선 민중의 편에 서서 진실을 세상에 폭로했던 그의 용기 있는 기록은 오늘날 자유를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가던 나 자신에게 시사점을 남겼다.대한독립을 향한 그분들의 의지를 되새기며 일상의 번아웃과 사소한 현실의 불안에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손으로 쓰는 독립의 역사 영웅은 무심코 지나쳐 온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내 삶의 뿌리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생각하게 해준 필사집이다. 앞으로도 현실의 파도에 부딪혀 휘청거릴 때마다 영웅들의 뜨거운 문장을 가슴속에 되새기며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갈 것이다.#손으로쓰는독립의역사영웅 #서경덕 #허들링북스 #독립운동가 #서평
책의 강렬한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충격과 긴장감이 밀려왔다. 사실 라스푸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전에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그가 과연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상을 품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행보는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거침이 없었고 세상을 향해 거대한 광기를 내뿜으며 살아간 인물임을 단숨에 느낄 수 있었다. 기존의 도덕이나 사회적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과 기세로 시대를 뒤흔들어 놓은 그의 행보는 숨이 막힐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가장 흥미롭고 느껴진 지점은 시베리아의 이름 없는 떠돌이 농부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제정 러시아 황제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자 최고 권력자로 군림할 수 있었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혈우병을 앓던 황태자를 신비로운 능력으로 치료한다는 명분을 쥐고 니콜라이 2세와 황후의 눈과 귀를 가린 채 국정을 마음대로 쥐고 흔든 과정은 과거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들었다. 겉으로는 거룩한 구원자나 영적인 조언자의 가면을 쓰고 배후에서 절대 권력자의 불안을 교묘하게 쥐어흔들며 국가의 시스템을 사유화했던 모습은 소름이 돋을 만큼 닮아 있었다. 상식과 이성이 무너진 자리에서 비선 실세의 손아귀에 제국 전체가 허망하게 농락당했던 비극은 권력의 맹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었다.책의 곳곳에 드러난 악마적 인물의 기행과 심리전은 독특하면서도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라스푸틴은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들지 않고 인간 내면 밑바닥에 도사린 불안과 결핍을 정확하게 포착해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기적이라는 달콤한 환상을 미끼로 던져 이성을 마비시키고 도덕이라는 족쇄를 과감히 던져버린 뻔뻔함과 광기로 판을 제압해 나간 그의 통치술은 삼국지의 책사 이유가 떠오르기도 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이 때로는 가장 잔인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그의 행태는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둡고 추악한 심연이 보였다. 그의 기괴한 행적을 그저 지나간 옛이야기로 보기에는 그 안에 담긴 인간 조종의 메커니즘이 정밀하고 위험해 보였다.결국 이 책은 라스푸틴이라는 희대의 파괴자를 찬양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그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반면교사의 지침서다. 로마노프 왕조의 권력자들이 몰락한 진짜 까닭은 라스푸틴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극심한 혼란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주체적인 힘을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내면의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외부의 거짓 구원자에게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순간 인간은 누구나 가장 완벽하고 무기력한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는 진실을 깨달았다. 스스로 고뇌하고 사유하는 힘을 잃어버린 개인과 집단은 언제든 또 다른 라스푸틴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는 복잡하고 불안한 세상 속에서 내 삶의 온전한 주권을 지켜내는 힘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남이 만들어준 정답이나 달콤한 미혹에 맹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냉철한 이성의 축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스스로생각하기를포기한자는가장 완벽한노예가된다 #자기계발서 #라스푸틴 #책읽는쥬리 #모티브출판사
하루 평균 수십 명의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무거운 먹먹함이 생긴다. 숲시아 작가의 내일의 안녕을 위해는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려 위태롭게 흔들리는 사람들의 손을 조용히 맞잡아주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이토록 깊은 절망과 고립의 무게를 담담하게 위로해 낸 저자가 2009년에 태어난 십 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은 첫 장부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린 나이임에도 세상의 어두운 그늘을 외면하지 않고 타인의 상처에 깊이 공감하며 써 내려간 문장들은 온기를 전해주었다.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마치 한 편의 웰메이드 옴니버스 영화를 감상하듯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또렷하게 그려진다는 점에 있다. 당신의 내일의 안녕을 비는 사무소라는 독특한 공간을 중심으로 봄날의 외로움 속에 갇힌 할아버지와 차가운 방관에 상처 입은 여학생 그리고 사회적 실패로 무너진 성인 남성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아픔을 지닌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등장한다. 과거 극장에서 보았던 감동적인 옴니버스 영화들처럼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독립된 사연들이 하나의 공간과 온기로 교차해 들어가는 흐름을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독서의 몰입도와 재미가 컸다. 수록된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도 한 남자라는 챕터는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다. 사회생활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실패의 짐을 짊어지고 가장 소중했던 자존감마저 송두리째 잃어버린 성인 남성의 내면을 마주했을 때는 저자가 10대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였다. 아직 어른들의 냉혹한 밥벌이나 세상의 쓴맛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을 나이인데도 어떻게 한 가장이자 어른이 겪는 삶의 무게와 바닥을 치는 절망감을 이토록 정밀하고 처절하게 포착해 냈는지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하고 세상을 살아가며 때때로 작아지고 무너져 내리는 순간들을 겪어보았기에 소설 속 남자가 느끼는 막막함과 고독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중년으로서 공감갔다.작가가 소설 속에서 건네는 구원은 결코 거창한 성공이나 화려한 해결책에서 오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건네는 달콤한 초코우유 한 모금처럼 사소하고 소박한 관심 하나가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고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삭막한 현실 속에서 나 혼자만의 생존에 매몰되어 주변의 시린 이웃들을 무심코 지나쳐 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일의 안녕을 위해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지쳐 있는 모든 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건네주는 소설이다. 나 역시 앞으로의 일상 속에서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타인을 향해 작은 온기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야겠다.#내일의안녕을위해 #숲시아 #바른북스 #한국소설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