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 편지 - 수리산 자락에서 배운 삶과 공동체의 이야기
이형진 지음 / 세우미 / 2026년 9월
평점 :
효율과 성과 그리고 눈앞의 속도만을 재촉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정작 가장 소중한 사람의 가치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남들보다 더 빨리 달려가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서 진정한 배려와 연대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고 과연 그런 가치를 소수만 따르는 것이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신학을 공부하며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본질을 깨닫고 밀알 사역을 거쳐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14년 동안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저자의 행보는 첫 장부터 깊은 신뢰와 감동을 준다. 장애인복지관이라는 치열한 삶의 터전에서 매달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 속에는 화려한 이론 대신 사람을 향한 깊은 존중과 헌신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책은 2020년 감염병 사태로 온 세상이 단절되었던 시기부터 2026년에 이르기까지 7년 동안 복지관 공동체가 함께 울고 웃었던 귀중한 발자취를 시간 순으로 펼쳐 보인다. 사방이 꽉 막혀 막막했던 어둠 속에서도 위를 바라보며 침묵 속에 피어나는 서로의 향기를 확인하는 대목에서는 가슴 먹먹한 감동이 전해졌다. 낮은 곳을 차분하게 채우는 빗물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고 돕고 채워서 진정한 연대를 이루는 현장의 모습은 큰 깨우침을 주었다. 특히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가 결코 나약함이나 부끄러움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가장 아름다운 연결이라는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보다 누군가를 빛나게 하는 배경이 되어주는 삶의 태도가 기억에 남았다. 수리산 자락의 사계절이 가르쳐주듯 잎을 비워 햇빛에게 길을 열어주고 타인이 쉴 수 있는 넉넉한 그늘이 되어주는 섬김의 손길은 이기적인 욕망에 갇혀 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복지는 단순히 불쌍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돕는 시혜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온전히 긍정하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동행임을 깨달았다. 제각기 다른 모양과 빛깔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사회가 만들어진다. 사람을 온전히 믿고 먼저 다가가는 용기야말로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는 힘이었다.
마음편지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삶의 참된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일깨워준다. 매일 눈앞의 성과나 효율에 쫓기기보다 내 곁에 선 사람들의 눈빛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말 한마디를 건넬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심이 섰다. 이제는 남들 위에 서서 나를 뽐내기보다 누군가의 지친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위로자로 살아가고 싶다.
#마음편지 #이형진 #세우미 #사회복지 #장애인복지 #수리장애인종합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