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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의 세 가지 빛깔 -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빌 에번스 그리고 잃어버린 쿨의 제국
제임스 캐플런 지음, 김재성 옮김, 이기준 감수 / 에포크 / 2025년 12월
평점 :
제임스 캐플런의 블루의 세 가지 빛깔은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으로 꼽히는 카인드 오브 블루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추적하는 책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 그리고 빌 에반스라는 전설적인 세 천재가 주인공이다.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이름들이 뭉쳐서 1959년의 그 기적같은 녹음을 만들어낸 과정을 한 편의 영화처럼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건 천재들의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지독한 중독과 고뇌였다. 마약에 빠져 인생의 밑바닥을 헤매면서도 악기만 잡으면 신이 내린 듯한 연주를 해내는 모습이 기이하면서도 대단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인종을 가진 세 사람이 만나서 음악 하나로 통했던 그 순간의 전율이 글자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천재들도 결국은 불안하고 외로운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최근에 봤던 재즈 애니메이션 블루 자이언트가 떠올랐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색소폰을 불던 주인공의 열정이 책 속의 마일스 데이비스나 존 콜트레인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애니메이션에서 소리가 시각적으로 폭발하는 장면들이 인상 깊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는 기분이었다.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실제 재즈 거장들도 치열하게 자신만의 소리를 찾기 위해 싸웠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평소 스윙 재즈에 맞춰 린디합과 블루스 댄스를 즐기는 입장에서 이 책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춤을 출 때 파트너와 텐션을 주고받으며 교감하는 것처럼 마일스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이 주고받는 연주의 합이 마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즉흥 춤처럼 느껴졌다. 린디합의 경쾌한 리듬과는 또 다른 블루의 차분하고 깊은 맛이 춤꾼의 본능을 자극했다. 음악을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춤선을 더 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비 오는 날 밤에 이 책을 읽으면서 카인드 오브 블루 앨범을 들어봤는데 그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재즈가 왜 고독과 우울을 대변하는 음악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음악 뒤에 숨겨진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1959년의 뉴욕 재즈 클럽 한구석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앨범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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