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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평점 :
정명섭, 최하나, 김아직, 콜린 마샬 네 명의 작가가 쓴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는 화려한 마천루 뒤에 숨겨진 서울의 서늘한 모습들을 들추어내는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대한민국의 심장이라 불리는 서울은 누군가에게는 꿈의 도시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비정한 생존의 정글이기도 하다. 개봉동과 연희동 그리고 혜화와 신촌이라는 익숙한 지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가지 사건을 통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도시의 모습을 흥미있게 보여준다.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도시가 전혀 낯선 공간처럼 느낌이다. 개봉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서 40년 전 사라진 소년의 이름으로 도착한 협박 편지는 과거의 비극이 결코 묻히지 않고 현재의 우리를 괴롭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실미도 사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끌어와 개인의 실종과 시대의 아픔을 엮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했다. 재개발 광풍에 휩쓸려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연희동의 풍경이나 연극 무대처럼 기이하게 연출된 죽음을 다룬 혜화동의 이야기는 화려한 도시의 불빛 아래 얼마나 깊은 어둠이 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사라진 여인의 행적을 쫓는 신촌의 이야기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배타성과 고독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수많은 사람이 어깨를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우리의 단절된 관계가 느껴졌다.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 소설의 재미를 넘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집어삼키고 바꾸는지 보여주는 사회학적 보고서처럼 읽히기도 했다.
익숙하다고 믿었던 골목길이 범죄의 현장이 되고 매일 지나치던 이웃이 용의자가 되는 순간 우리는 안온했던 일상이 얼마나 살얼음판 위에 있는지 깨닫게 된다. 서울에 살고 있거나 서울을 동경하는 사람이라면 보여주는 도시의 그림자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포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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