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닮은 목소리 - 소프라노 고민지의 융합보컬 에세이
고민지 지음 / 담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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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지 작가의 마음을 닮은 목소리는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나만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보컬 에세이다. 저자는 현역 소프라노이자 성악가로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목소리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 몸을 빌려 쓴 편지라는 문장이 이 책이 지향하는 따뜻한 방향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 좋은 목소리란 그저 겉보기에 매끄럽게 만들어진 소리가 아니라 각자의 고단한 삶을 견디고 이해하며 마침내 편안하게 내어놓는 진실한 울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이토록 다정한 문장을 쓰는 작가의 실제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책을 읽던 도중에 잠시 스마트폰을 켜고 노래하는 마음교육자 고민지라는 작가의 유튜브 채널을 직접 검색해서 들어가 보았다. 영상 속에서 작가가 부르는 노래와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는데 활자로 먼저 느꼈던 그 따뜻한 진심이 음성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와서 감동을 받았다. 화려한 기교로 귀를 사로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 주는 듯한 맑고 깊은 울림이 있어서 한참 동안 영상을 재생하며 빠져들었다. 작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고 나서 다시 책을 읽으니 문장 하나하나에 현실감이 더욱 와닿았다.

이 책을 채우고 있는 에세이 부분은 일상에 지친 마음을 고요하게 다독여주는 치유제 같았다. 숨 쉬고 계신가요 혹은 애쓰지 않을 자유 같은 제목들만 보아도 현대인들이 매일 얼마나 숨 가쁘고 긴장된 상태로 살아가는지 부드럽게 짚어준다. 나는 평소에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목에 잔뜩 힘을 주고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작가는 완벽하게 꾸며낸 소리를 내려는 강박을 버리고 가장 나다운 본연의 속도와 호흡을 찾으라고 권유한다. 내 삶의 궤적이 묻어나는 자연스러운 떨림조차 나의 소중한 일부라는 것을 배우며 억지로 긴장했던 어깨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철학적인 에세이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면 책의 부록으로 실린 융합보컬 다이어리는 무척 실용적이고 친절한 가이드북 역할을 해준다. 막연하게 좋은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방법을 몰랐는데 이 부록을 통해 올바른 발성과 호흡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호흡과 허밍부터 시작해서 입술을 푸는 립 앤 텅트릴 그리고 모음의 연결과 자음의 위치까지 일반인들도 혼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목소리 훈련법을 단계별로 자세히 알려줘서 큰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배운 방법대로 직접 소리를 내어보고 나의 호흡을 기록하며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책의 활용도가 훨씬 높았다.

나의 목소리는 곧 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속의 응어리진 감정들을 풀어내고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을 배웠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렵거나 잃어버린 나만의 편안한 목소리와 호흡을 되찾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마음을닮은목소리 #고민지소프라노 #담다출판사 #서평단 #보컬에세이 #책추천 #보컬 #노래하는마음교육자고민지 @damda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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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
김효원 지음 / 이은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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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 작가의 ‘놀고 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는 팍팍하고 숨 가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하는 힐링을 선물하는 농사 에세이다.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먼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32년 동안 치열한 언론 현장에서 문화 담당 기자로 일하며 글을 써온 작가가 퇴직 후 서울과 강원도 영월을 오가며 서툰 솜씨로 100평의 텃밭을 일구는 초보 농사꾼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릴 적 꿈이었던 시인과 만화가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고 틈틈이 그림을 그려온 작가가 펜 대신 호미를 들고 땅과 씨름하며 겪는 좌충우돌 시골 적응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유쾌한 성장 드라마처럼 읽혔다.

나는 평생을 복잡한 빌딩 숲과 시끄러운 아스팔트 위에서만 살아온 철저한 도시인이다. 시골의 삶이나 농사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문외한이라서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는 행위가 얼마나 고되고 신비로운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한 농촌의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었다. 봄이면 이름 모를 잡초들과 전쟁을 치르고 여름에는 쏟아지는 장맛비에 애태우며 가을에는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소박하고 풋풋한 일상들이 뭉클하게 만들었다. 거창하고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실패 투성이인 초보 농부의 밭일이 이토록 큰 위안을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자연의 순리대로 정직하게 땀 흘리는 작가의 모습에서 깊은 힐링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글 사이사이에 작가가 직접 그린 다정하고 따뜻한 그림들이다. 정감이 넘치는 귀여운 삽화들은 글의 분위기와 찰떡처럼 어우러져서 읽는 재미를 강화했다. 글만 빽빽하게 채워진 책이었다면 자칫 지루하게 느껴졌을 농사 이야기가 싱그러운 그림 덕분에 한층 더 입체적이고 몰입감 있게 다가왔다. 마치 작가가 직접 가꾼 영월의 작은 텃밭에 초대받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책 속에 내가 평소에 애정하는 백석 시인의 시와 정서가 반갑게 등장하는 부분도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가난하고 외로운 삶 속에서도 맑고 소박한 정신을 잃지 않았던 백석 시인의 시어들이 작가가 일구는 텃밭의 소박한 풍경과 겹쳐지면서 짙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저 자연이 내어주는 만큼만 거두며 살아가는 농부의 마음이 시인의 고결한 정신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치여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거나 나만의 작은 케렌시아를 꿈꾸는 모든 도시인들에게 이 뭉클한 텃밭 일기를 추천한다.

#놀고먹고싶었는데100평텃밭이생겼다 #100평텃밭 #김효원 #5도2촌 #이은북서평단 #책추천 @ee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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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 - AI 시대, 부와 권력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제이슨 솅커 지음, 김익성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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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생커 작가의 ‘AI 이후의 미래 어떻게 될 것인가’는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서다. 이 책에 신뢰가 갔던 이유는 단연 저자의 압도적인 이력 덕분이다. 세계적인 경제 전망 전문가이자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1 위 미래학자인 그는 단순한 기술적 예측을 넘어 국가 안보와 글로벌 경제 전략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온 거장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전문가답게 막연한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당장 우리의 밥줄과 생존이 걸린 냉철하고 객관적인 미래 보고서를 완성해 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거대하고 복잡한 AI 담론을 금융 기술 에너지 의료 교육 비즈니스 도시 등 우리의 삶과 직결된 각 분야별로 분류하여 설명해 주었다는 것이다. 통합적으로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신 각각의 산업군에서 어떤 방식으로 부와 권력이 재편되고 기존의 법칙들이 무너지는지 조목조목 짚어주어 현실감이 오게 했다. 특히 파트 3에 담긴 분야별 미래 예측은 당장 내일의 투자 전략과 커리어 패스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무척 실용적인 역할을 해준다.

책을 읽는 동안 언주역 근처에서 일했을 때 겪었던 경험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당시 길거리에서 배민마트 배달 로봇이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스스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물건을 배달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었다. 그저 뉴스에서나 보던 먼 미래의 기술인 줄 알았는데 이미 내 곁에서 숨 쉬며 일상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책에서 묘사하는 자동화의 물결과 보이지 않는 노동력이 폭발하는 시대를 활자로 마주하니 앞으로 우리의 일상에는 저런 무인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풍경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병원에서 환자들의 몸을 직접 만지고 돌보는 치료사로 일하고 있기에 15 장에 나오는 AI 이후 의료의 미래 부분을 가장 몰입해서 정독했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며 신약 개발의 속도를 기적처럼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한다. 치료사의 입장에서 볼 때 기계의 정밀한 진단과 효율성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엄청난 축복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로봇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할에 대해 더욱 뼈저리게 고민하게 되었다.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불안한 눈빛을 읽어내고 따뜻한 손길로 굳은 근육과 마음을 함께 어루만져 주는 치료사의 공감 능력은 아무리 초지능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절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오히려 기술이 차가워질수록 사람의 온기가 담긴 치유의 과정이 의료 현장에서 더 빛나는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는 단단한 직업적 사명감을 되새길 수 있었다.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도태될 것인가 아니면 파도를 타고 넘어 새로운 기회를 쟁취할 것인가를 묻는다. 세상은 이미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운영체제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좋든 싫든 우리는 그 위에서 생존해야 한다. AI가 바꾸어 놓을 내 직업의 미래가 궁금하거나 다가올 10년을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단단한맘과 킴히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았습니다.”

#AI이후의미래어떻게될것인가 #제이슨생커 #AI미래 #더페이지출판사 #미디어숲 #책추천 #서평단

@gbb_mom
@_kkim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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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
유채화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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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화 시인의 시집 ‘그리움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오랜만에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깊은 감상을 했다. 네게 건넸던 괜찮다는 말은 죽을 것만 같다는 의미였다는 시 구절부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제 1부 들어가는 시부터 제 6부 스쳐 가는 말까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존재의 이유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풀어낸 시 들이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준다.

특히 표제작인 ‘그리움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라는 시에서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는 화자의 모습이 묘사된 부분은 나의 직업적 경험과 맞물려 무척 현실성 있게 와닿았다.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서 환자들의 아픈 몸을 직접 마주하고 돌보는 물리치료사로 살아왔다. 매일 치료실에서 고통과 싸우며 무너져가는 육체 앞에서도 삶의 의지와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놓지 않는 수많은 환자들의 눈빛을 보아왔다. 그렇기에 시 속에 담긴 처절하고 아픈 문장들이 마치 임상 현장에서 직접 만났던 환자들의 생생한 독백처럼 들려 현실성있게 와닿았다.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결코 빛을 잃지 않는 그리움의 본질을 이토록 섬세하게 포착한 시인의 깊은 통찰에 감탄했다.

또한 생의 무대라는 글을 읽으면서는 내 삶의 궤적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이 거대한 생의 무대 위에서 어떤 역할을 맡은 배우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직장 생활이라는 무대를 최근에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전환점에 서 있기 때문에 이 시가 던지는 화두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주연이기를 갈망하며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빛내주는 조연이거나 무대 뒤에서 묵묵히 배경을 지키는 스태프였던 순간들도 참 많았다. 앞으로 펼쳐질 삶의 무대에서는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대사를 진실하게 뱉어내는 훌륭하고 진정성 있는 배우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시집의 여러 글귀 중에서도 마지막 장 ‘사랑은 단 한 명의 관객 앞에서 정열을 쏟아내는 연극배우를 탄생시킨다’라는 문장은 내 마음에 가장 깊은 감동을 줬다. 진정한 사랑이란 수많은 사람들의 얄팍한 박수갈채나 화려한 찬사를 좇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 나의 모든 진심과 열정을 남김없이 바치는 일이라는 숭고한 의미로 다가왔다. 세상 모두가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곁에서 항상 나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아내라는 단 한 명의 소중한 관객을 위해 남은 내 삶의 무대에서도 온전한 정열을 쏟아내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다.

이 시집은 단순한 슬픔이나 얄팍한 감상에 머물지 않고 상처와 통증 너머에 있는 인간 존재의 깊은 심연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해준다. 깊은 이별의 흉터를 안고 살아가거나 인생이라는 복잡한 무대 위에서 잠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시집을 진심으로 권한다.

#그리움은시간을요구하지않았다 #유채화작가 #메이킹북스 #서평단 #시집 #책추천 #시집추천 @_making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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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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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람 작가의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는 우리가 누리는 눈부신 기술 발전의 이면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을 파헤친 르포르타주 책이다. 평소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나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즐겨 봤던 기억이 있다. 늘 흥미롭고 유익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주던 PD가 이번에는 아무도 보려 하지 않는 낯설고 잔혹한 디지털 문명의 민낯을 고발했다는 사실이 시작부터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세상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일상이 편리해질수록 지구 반대편의 연약한 아이들이 끔찍한 고통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하며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거대하고 위대한 인공지능 인프라와 배터리가 코발트 광산에서 쉼 없이 흙먼지를 마시는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진다는 사실은 철저히 외면했다. 주 84시간을 일하고 고작 시급 120원을 받으며 캄캄한 구덩이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 아이들의 비참한 현실은 내가 누리는 이 모든 편리함에 지독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사실은 아동 노동이라는 가장 야만적인 방식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진실이 몹시 부끄럽게 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유독 아프고 현실성있게 다가온 이유는 책에 수록된 생생한 사진들 때문이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의 참상과 그 속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참혹한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광산을 기어 다니는 아이들이나 거대한 전자 폐기물 쓰레기산에서 쓸만한 부품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쓰레기를 뒤지는 아이들의 사진을 마주할 때는 마음이 아팠다. 활자로만 읽었다면 그저 막연하게 안타깝다고 느끼고 넘어갔을 이야기들이 PD출신 작가가 직접 포착한 현장의 생생한 사진들과 결합되면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강렬한 시각적 충격과 압도적인 현실감을 부여했다.

장난감을 갖고 놀아야 할 아이들이 좀비처럼 변해가는 광산과 마을 그리고 도시의 쓰레기장으로 이어지는 책의 목차는 우리 사회의 무책임한 대량 생산과 폐기 시스템을 뼈아프게 꼬집는다. 기후 위기나 인권 문제는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그저 한가하고 철 지난 소꿉장난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가만히 침묵하고 무분별한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이 병든 지구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미래조차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일상적인 소비가 누군가의 생명을 갉아먹는 무서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 책이다. 맹목적인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보이지 않는 곳의 희생을 돌아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최신 전자기기에 열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아이를위한지구는없다 #김가람PD #문학수첩 #아동노동반대 #아동노동착취 #서평단 #책추천 @moonhaksooch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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