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
유채화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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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화 시인의 시집 ‘그리움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를 읽으며 오랜만에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는 깊은 감상을 했다. 네게 건넸던 괜찮다는 말은 죽을 것만 같다는 의미였다는 시 구절부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제 1부 들어가는 시부터 제 6부 스쳐 가는 말까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이별과 그리움 그리고 존재의 이유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풀어낸 시 들이 지친 일상에 위로를 건네준다.

특히 표제작인 ‘그리움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라는 시에서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는 화자의 모습이 묘사된 부분은 나의 직업적 경험과 맞물려 무척 현실성 있게 와닿았다.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서 환자들의 아픈 몸을 직접 마주하고 돌보는 물리치료사로 살아왔다. 매일 치료실에서 고통과 싸우며 무너져가는 육체 앞에서도 삶의 의지와 누군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놓지 않는 수많은 환자들의 눈빛을 보아왔다. 그렇기에 시 속에 담긴 처절하고 아픈 문장들이 마치 임상 현장에서 직접 만났던 환자들의 생생한 독백처럼 들려 현실성있게 와닿았다.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결코 빛을 잃지 않는 그리움의 본질을 이토록 섬세하게 포착한 시인의 깊은 통찰에 감탄했다.

또한 생의 무대라는 글을 읽으면서는 내 삶의 궤적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이 거대한 생의 무대 위에서 어떤 역할을 맡은 배우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직장 생활이라는 무대를 최근에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준비하는 전환점에 서 있기 때문에 이 시가 던지는 화두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주연이기를 갈망하며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빛내주는 조연이거나 무대 뒤에서 묵묵히 배경을 지키는 스태프였던 순간들도 참 많았다. 앞으로 펼쳐질 삶의 무대에서는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대사를 진실하게 뱉어내는 훌륭하고 진정성 있는 배우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시집의 여러 글귀 중에서도 마지막 장 ‘사랑은 단 한 명의 관객 앞에서 정열을 쏟아내는 연극배우를 탄생시킨다’라는 문장은 내 마음에 가장 깊은 감동을 줬다. 진정한 사랑이란 수많은 사람들의 얄팍한 박수갈채나 화려한 찬사를 좇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 나의 모든 진심과 열정을 남김없이 바치는 일이라는 숭고한 의미로 다가왔다. 세상 모두가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곁에서 항상 나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아내라는 단 한 명의 소중한 관객을 위해 남은 내 삶의 무대에서도 온전한 정열을 쏟아내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다.

이 시집은 단순한 슬픔이나 얄팍한 감상에 머물지 않고 상처와 통증 너머에 있는 인간 존재의 깊은 심연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해준다. 깊은 이별의 흉터를 안고 살아가거나 인생이라는 복잡한 무대 위에서 잠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시집을 진심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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