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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
김효원 지음 / 이은북 / 2026년 4월
평점 :
김효원 작가의 ‘놀고 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는 팍팍하고 숨 가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하는 힐링을 선물하는 농사 에세이다.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먼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32년 동안 치열한 언론 현장에서 문화 담당 기자로 일하며 글을 써온 작가가 퇴직 후 서울과 강원도 영월을 오가며 서툰 솜씨로 100평의 텃밭을 일구는 초보 농사꾼으로 변신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릴 적 꿈이었던 시인과 만화가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고 틈틈이 그림을 그려온 작가가 펜 대신 호미를 들고 땅과 씨름하며 겪는 좌충우돌 시골 적응기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유쾌한 성장 드라마처럼 읽혔다.
나는 평생을 복잡한 빌딩 숲과 시끄러운 아스팔트 위에서만 살아온 철저한 도시인이다. 시골의 삶이나 농사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문외한이라서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는 행위가 얼마나 고되고 신비로운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한 농촌의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었다. 봄이면 이름 모를 잡초들과 전쟁을 치르고 여름에는 쏟아지는 장맛비에 애태우며 가을에는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담그는 소박하고 풋풋한 일상들이 뭉클하게 만들었다. 거창하고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실패 투성이인 초보 농부의 밭일이 이토록 큰 위안을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자연의 순리대로 정직하게 땀 흘리는 작가의 모습에서 깊은 힐링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글 사이사이에 작가가 직접 그린 다정하고 따뜻한 그림들이다. 정감이 넘치는 귀여운 삽화들은 글의 분위기와 찰떡처럼 어우러져서 읽는 재미를 강화했다. 글만 빽빽하게 채워진 책이었다면 자칫 지루하게 느껴졌을 농사 이야기가 싱그러운 그림 덕분에 한층 더 입체적이고 몰입감 있게 다가왔다. 마치 작가가 직접 가꾼 영월의 작은 텃밭에 초대받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책 속에 내가 평소에 애정하는 백석 시인의 시와 정서가 반갑게 등장하는 부분도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가난하고 외로운 삶 속에서도 맑고 소박한 정신을 잃지 않았던 백석 시인의 시어들이 작가가 일구는 텃밭의 소박한 풍경과 겹쳐지면서 짙은 여운과 감동을 선사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그저 자연이 내어주는 만큼만 거두며 살아가는 농부의 마음이 시인의 고결한 정신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치여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거나 나만의 작은 케렌시아를 꿈꾸는 모든 도시인들에게 이 뭉클한 텃밭 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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