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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5월
평점 :
김가람 작가의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는 우리가 누리는 눈부신 기술 발전의 이면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을 파헤친 르포르타주 책이다. 평소에 걸어서 세계 속으로나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즐겨 봤던 기억이 있다. 늘 흥미롭고 유익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여주던 PD가 이번에는 아무도 보려 하지 않는 낯설고 잔혹한 디지털 문명의 민낯을 고발했다는 사실이 시작부터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세상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일상이 편리해질수록 지구 반대편의 연약한 아이들이 끔찍한 고통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하며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거대하고 위대한 인공지능 인프라와 배터리가 코발트 광산에서 쉼 없이 흙먼지를 마시는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진다는 사실은 철저히 외면했다. 주 84시간을 일하고 고작 시급 120원을 받으며 캄캄한 구덩이에서 노동을 착취당하는 아이들의 비참한 현실은 내가 누리는 이 모든 편리함에 지독한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사실은 아동 노동이라는 가장 야만적인 방식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진실이 몹시 부끄럽게 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유독 아프고 현실성있게 다가온 이유는 책에 수록된 생생한 사진들 때문이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의 참상과 그 속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참혹한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광산을 기어 다니는 아이들이나 거대한 전자 폐기물 쓰레기산에서 쓸만한 부품을 찾기 위해 맨손으로 쓰레기를 뒤지는 아이들의 사진을 마주할 때는 마음이 아팠다. 활자로만 읽었다면 그저 막연하게 안타깝다고 느끼고 넘어갔을 이야기들이 PD출신 작가가 직접 포착한 현장의 생생한 사진들과 결합되면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강렬한 시각적 충격과 압도적인 현실감을 부여했다.
장난감을 갖고 놀아야 할 아이들이 좀비처럼 변해가는 광산과 마을 그리고 도시의 쓰레기장으로 이어지는 책의 목차는 우리 사회의 무책임한 대량 생산과 폐기 시스템을 뼈아프게 꼬집는다. 기후 위기나 인권 문제는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그저 한가하고 철 지난 소꿉장난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가만히 침묵하고 무분별한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이 병든 지구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미래조차 남지 않게 될 것이다.
일상적인 소비가 누군가의 생명을 갉아먹는 무서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 책이다. 맹목적인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보이지 않는 곳의 희생을 돌아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최신 전자기기에 열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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