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부대 전설
김용우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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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 작가의 노도부대 전설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육군 2사단 노도부대의 1970년대 복무 시절을 복원한 회고록이다. 저자는 10살에 소년 가장이 되어 거친 세파를 헤치다 입대하여 대한민국에서 가장 훈련이 고되기로 소문난 노도부대에서 젊음을 불태웠다. 단순히 군대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무용담이 아니라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엄을 지키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처절한 생존기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천 리 행군과 살을 에는 혹한기 훈련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면서 나도 경험했던 군생활이 떠올랐다. 배고픔이 일상이던 시절 열악한 보급품과 추위 속에서도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 버텨낸 전우들의 이야기는 내 시절과는 비교가 안되게 힘들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표지에 그려진 바늘과 실이 상징하는 에피소드는 그 시절 병사들에게 사소한 물건 하나가 얼마나 절실한 생존의 도구였는지를 웅변한다. 낡은 군복을 기워 입으며 추위를 견뎌야 했던 그들의 모습은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잊고 지냈던 인내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풍요와 자유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느꼈다. 대암산과 한계령 유격장을 넘나들며 인간의 한계를 시험받았던 청춘들의 피땀 어린 기록은 군인들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졌다. 저자는 고통은 삶의 원천이 아니라 지나가는 소품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소품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생이라는 무대의 깊이가 달라짐을 증명해 보인다. 험난한 인생살이에서 노도부대에서의 경험이 든든한 길라잡이가 되어주었다는 저자의 고백은 취업난과 경쟁에 내몰려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의 청춘들에게도 응원하는 바가 크다.

비록 2019년 부대는 해체되었지만 그 치열했던 시간과 불굴의 정신은 이 책을 통해 영원한 전설로 남을 것이다. 거센 파도처럼 밀려오는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전진했던 노도 용사들의 뜨거운 숨결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노도부대전설 #김용우저자 #하움출판사 #서평단 @haum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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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힌 생명의 역사 - 지구 생명체 새롭게 보기
전방욱 지음 / 책과바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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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욱 저자의 '얽힌 생명의 역사'는 생명을 단순히 유전자를 운반하는 생존 기계로 보는 낡은 관점을 넘어서 서로 얽히고 설킨 거대한 관계의 그물망으로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빅뱅에서 시작하여 세포의 탄생과 공생 그리고 다세포 생물의 등장과 인류의 진화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역사를 훑어내려가며 생명이란 홀로 존재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다른 존재와 관계 맺으며 변해가는 과정임을 증명한다.

개체는 곧 공생체라고 주장한다. 우리 몸속에 수조 개의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나라는 존재가 단일한 자아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들의 연합군임을 깨닫게 한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결정론적 시각에서 벗어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생명의 역동성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간 중심적인 오만에서 벗어나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경쟁보다 협력과 공생이 진화의 더 큰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은 각박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책은 생명을 도구로만 대했던 인간의 태도를 반성하게 하고 공존을 위한 새로운 윤리를 제시한다. 숲의 나무와 흙 속의 미생물 그리고 내 곁의 사람들이 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철학적인 통찰까지 얻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얽힌생명의역사 #전방욱작가 #책과바람 #서평단 @booknwish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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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라고 했지만 왜라고 했다 - 논술과 토론에 강해지는 바칼로레아 철학 토론서
배진시 지음 / 탐구당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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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주입식 교육이 한창일때는 학창 시절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는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시험 점수가 곧 학생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척도였기에 왜? 라는 질문은 진도를 늦추는 방해물 취급을 받는다.
'외우라고 했지만 왜?라고 했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묵직한 돌직구를 던진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암기가 아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그 본질을 파고드는 태도야말로 죽은 지식을 살아있는 지혜로 바꾸는 유일한 열쇠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 책은 정해진 답을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맞히는지를 가리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을 비판한다. 교실에서 질문은 수업 흐름을 끊는 눈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고 왜?라는 순수한 호기심은 쓸데없는 반항이나 시간 낭비로 여겨질때가 있다. 이러한 숨 막히는 환경에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보다 남이 떠먹여 주는 지식을 의심 없이 받아먹는 데 익숙해진 수동적인 존재로 길러졌다. 특히 예전 교육시절을 겪은 사람일수록 더 심각하다. 저자는 이토록 기형적인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의 고유한 잠재력을 말살하고 창의성의 싹을 잘라버리는지 비판하며 반성을 촉구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일단 외우고 보자는 식으로 공부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상사의 지시에 의문을 품기보다 기계적으로 수행할 때가 많다. 특히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면 더 그렇다. 이 책은 그런 수동적인 태도가 결국 내 사고를 정지시키고 그저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시켰음을 지적한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넘어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당연한 것들에 대해 왜?라고 묻는 용기가 필요함을 알려준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위협하는 시대에 암기력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해진 답을 빨리 찾아내는 것은 기계가 훨씬 더 잘하는 영역이다. 인간이 기계를 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상상하는 능력뿐이다. 이 책은 왜?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비로소 남들과 다른 나만의 독창적인 시각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누군가 정해놓은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주입식 교육에 지친 학생들뿐만 아니라 매너리즘에 빠져 타성에 젖어 사는 직장인들에게도 잃어버린 호기심과 생각하는 근육을 찾아야 한다는 훌륭한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탐구당 #배진시작가 @chae_seongmo @montaignedebate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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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병원 대화는 건강한가? - 인간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위한 비폭력대화
멜라니 시어스 지음, 이광자 옮김 / 한국NVC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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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시어스가 쓴 '우리 병원 대화는 건강한가'는 생명을 다루는 긴박한 현장인 병원에서 오고 가는 말들이 과연 사람을 살리는 언어인지 아니면 상처를 주는 흉기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간호사이자 비폭력 대화 전문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이라는 특수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소통의 부재를 고발한다. 우리는 흔히 병원을 몸을 치료하는 곳으로만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는 의료진 간의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 그리고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뒤엉켜 수많은 언어폭력이 난무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비폭력 대화라는 해법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말을 예쁘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 없이 관찰하고 그 속에 숨겨진 느낌과 욕구를 파악하여 솔직하게 부탁하는 과정은 막혀있던 소통을 풀어준다. 특히 의사와 간호사 혹은 관리자와 실무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권력 관계와 그로 인한 침묵이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의료 현장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 생활자들에게 경고 한다.

물리치료사로서 매일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마주하는 나에게 이 책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치료실은 단순히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곳이 아니라 환자들의 아픈 몸과 지친 마음이 고스란히 쏟아지는 감정이 난무한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기계적으로 치료를 수행해야 하는 압박감과 당장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사이에서 샌드백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환자에게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동료들과 뒷담화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내가 느꼈던 무기력함과 분노가 실은 존중받고 싶고 내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환자의 날 선 반응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욕구로 듣는 연습을 시작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동료의 말을 자르거나 나의 힘듦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환자에게 짜증을 냈던 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저자는 건강한 대화가 곧 건강한 병원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언어가 흐를 때 의료진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고 환자는 진정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이 책은 병원 종사자들을 위한 필독서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모든 현대인에게 유용한 처방전과 같다. 기술적인 소통 팁을 넘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우리병원대화는건강한가 #비폭력대화 #멜라니시어스 #한국nvc출판사 #서평단 @kr_nvc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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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5.12 - Vol.138, 2025 ICON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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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쿨투라 2025년 12월호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 시대의 문화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번 호의 테마인 2025 아이콘이라는 문구는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문화적 현상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성해나와 박정민 그리고 이찬혁과 이불 같은 이름들을 나란히 놓고 보니 각기 다른 장르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이들의 에너지가 표지에서 느껴졌다.

이번 호에서 눈길을 끈 것은 9년 만에 돌아온 디즈니의 역작 주토피아 2의 주역들을 만난 인터뷰 기사였다. 다름의 조각이 맞물리는 순간이라는 제목처럼 주디 역의 지니퍼 굿윈과 가젤 역의 샤키라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키 호이 콴 등 성우들이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작품의 깊이를 더해준다. 서로 다른 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주토피아라는 공간이 단순히 귀여운 동물들의 도시가 아니라 차별과 편견에 맞서며 공존을 모색하는 우리 사회의 거울임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했다.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진심 어린 고민을 읽으며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감동이 느껴졌다.

또한 영화월평 코너에 실린 괴물의 얼굴은 다른 곳에 있다라는 비평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고전 명작을 자신만의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미학으로 재해석한 이 영화에 대해 필자는 진짜 괴물은 피조물이 아니라 그를 만들고 버린 인간의 오만함 속에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화려한 시각적 연출 뒤에 숨겨진 인간성에 대한 질문들은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을 느끼게 했다.

소설가 성해나가 던진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가로지르기라는 화두 또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일상이 된 2025년의 풍경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배우 박정민과 뮤지션 이찬혁이 보여준 파격과 진정성 그리고 미술가 이불의 작품 세계를 다룬 기사까지 이 잡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보였다. 쿨투라 12월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진 예술가들의 진짜 이야기와 깊이 있는 비평들을 읽으며 문화적 감수성이 한 층 업그레이드 된다.

#쿨투라12월호 #월간문화전문지 #박정민 #성해나 #주토피아2 #프랑켄슈타인 #서평단 @cultura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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