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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라고 했지만 왜라고 했다 - 논술과 토론에 강해지는 바칼로레아 철학 토론서
배진시 지음 / 탐구당 / 2026년 1월
평점 :
옛날 주입식 교육이 한창일때는 학창 시절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는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겼다. 시험 점수가 곧 학생의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척도였기에 왜? 라는 질문은 진도를 늦추는 방해물 취급을 받는다.
'외우라고 했지만 왜?라고 했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묵직한 돌직구를 던진다. 저자는 무조건적인 암기가 아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그 본질을 파고드는 태도야말로 죽은 지식을 살아있는 지혜로 바꾸는 유일한 열쇠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 책은 정해진 답을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맞히는지를 가리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을 비판한다. 교실에서 질문은 수업 흐름을 끊는 눈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지고 왜?라는 순수한 호기심은 쓸데없는 반항이나 시간 낭비로 여겨질때가 있다. 이러한 숨 막히는 환경에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보다 남이 떠먹여 주는 지식을 의심 없이 받아먹는 데 익숙해진 수동적인 존재로 길러졌다. 특히 예전 교육시절을 겪은 사람일수록 더 심각하다. 저자는 이토록 기형적인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의 고유한 잠재력을 말살하고 창의성의 싹을 잘라버리는지 비판하며 반성을 촉구한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일단 외우고 보자는 식으로 공부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상사의 지시에 의문을 품기보다 기계적으로 수행할 때가 많다. 특히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면 더 그렇다. 이 책은 그런 수동적인 태도가 결국 내 사고를 정지시키고 그저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시켰음을 지적한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을 넘어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당연한 것들에 대해 왜?라고 묻는 용기가 필요함을 알려준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위협하는 시대에 암기력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해진 답을 빨리 찾아내는 것은 기계가 훨씬 더 잘하는 영역이다. 인간이 기계를 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을 상상하는 능력뿐이다. 이 책은 왜?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비로소 남들과 다른 나만의 독창적인 시각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누군가 정해놓은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주입식 교육에 지친 학생들뿐만 아니라 매너리즘에 빠져 타성에 젖어 사는 직장인들에게도 잃어버린 호기심과 생각하는 근육을 찾아야 한다는 훌륭한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탐구당 #배진시작가 @chae_seongmo @montaignedebate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 '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