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 대화는 건강한가? - 인간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위한 비폭력대화
멜라니 시어스 지음, 이광자 옮김 / 한국NVC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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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시어스가 쓴 '우리 병원 대화는 건강한가'는 생명을 다루는 긴박한 현장인 병원에서 오고 가는 말들이 과연 사람을 살리는 언어인지 아니면 상처를 주는 흉기인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간호사이자 비폭력 대화 전문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이라는 특수한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소통의 부재를 고발한다. 우리는 흔히 병원을 몸을 치료하는 곳으로만 생각하지만 그 안에서는 의료진 간의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환자와 보호자의 불만 그리고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가 뒤엉켜 수많은 언어폭력이 난무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비폭력 대화라는 해법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말을 예쁘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 없이 관찰하고 그 속에 숨겨진 느낌과 욕구를 파악하여 솔직하게 부탁하는 과정은 막혀있던 소통을 풀어준다. 특히 의사와 간호사 혹은 관리자와 실무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권력 관계와 그로 인한 침묵이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의료 현장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 생활자들에게 경고 한다.

물리치료사로서 매일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마주하는 나에게 이 책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치료실은 단순히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곳이 아니라 환자들의 아픈 몸과 지친 마음이 고스란히 쏟아지는 감정이 난무한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기계적으로 치료를 수행해야 하는 압박감과 당장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사이에서 샌드백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환자에게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동료들과 뒷담화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이 책을 통해 내가 느꼈던 무기력함과 분노가 실은 존중받고 싶고 내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환자의 날 선 반응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욕구로 듣는 연습을 시작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무심코 내뱉었던 말들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동료의 말을 자르거나 나의 힘듦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환자에게 짜증을 냈던 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저자는 건강한 대화가 곧 건강한 병원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언어가 흐를 때 의료진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고 환자는 진정한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이 책은 병원 종사자들을 위한 필독서일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모든 현대인에게 유용한 처방전과 같다. 기술적인 소통 팁을 넘어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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