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2012)
읽지 않은 책을 반납하러 가서 빌려온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다. 눈에 띄는 제목에 책장에서 꺼내들고 이런 책은 뭐지? 싶은 마음에 작가 소개를 펼쳐보았다. 나에게는 드라마로 익숙한 ‘스타일‘이라는 전작으로 작가를 알게 되었다.
책장에 다시 꽂아놓을까 하다가 이 책 한 권을 들고 도서관을 나섰다. 특별한 기대보다 궁금증 정도였고 약간 심드렁한 마음이었다.
책 제목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더도 덜도 말고 이야기의 큰 틀이었다. 조찬 모임에서 책의 주요 인물인 윤사강과 이지훈, 정미도가 만난다. 서로는 은근한 탐색과 실연 물건 교환으로 스치듯 지나친다.
스튜어디스 윤사강은 반짝이는 커플링이나 값진 물건이 아닌 누구도 가져가지 않을 것 같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들고 온다. 누군가의 실연, 카메라에 관심을 갖게 된 사강은 그 안의 필름을 사진으로 인화한다. 사강은 사진 속 연인의 애틋한 오랜 사랑에 빠져들고 사진을 돌려주기 위해 지훈에게 연락한다. 사강이 내놓은 책을 들고 간 지훈은 일본에서 그녀를 만난다.
모임은 사실 결혼정보업체 정미도의 기획물이었다. 실연이 공공연히 그들의 잠재 고객 확보의 기회가 된 것이다.
온전히 그들의 몫이었던 슬픔을 공감과 동질감으로 어루만져줄 거라는 기대는 왕창 깨졌다. 낭만을 기대한 멍텅구리가 된 느낌은 결혼정보업체 대표가 몰래 찍은 영상에서 조금은 해소되었다. 엿본 그들의 모습이 처절하고 진정 맨 얼굴이기에.
구질구질하거나 어떨 때는 처절하기까지 한 미련한 사랑은 나 혼자는 좋아하는 스토리다. 감정이입해서 질질 짜고 나면 묘하게 후련해지는 남한테 말하지는 않는 취향이다. 그런걸 살짝 기대했는데 소설은 나름 균형미있었다. 윤사강이 H와 이별하고 모임에 나간 후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지훈은 오랜 연인과의 이별을 진정으로 마무리한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은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조차 사치같은 현실의 씁쓸함을 마구 후빈다.
그런데 모임 이름은 참 잘 지은 것 같지 않나? 쉽게 지나칠 수 없게 손짓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