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작가의 책도 이번이 처음이다. 읽어볼까 했었는데 tv에서 추천도 하고 해서 이번 기회에 읽었다. 글은 중장편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무재와 은교의 만남과 사랑, 그들의 삶이 소설의 큰 축이다. 그러면서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그림자가 등장한다. 소설을 읽어나가며 느낀 그림자는 죽음이었다. 생명력의 부재나 마지막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림자가 올라오고 커지고 잠식당하는 묘사를 통해서말이다.
헌데 독자들의 오독을 피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해설에서 그림자는 불행이라 말한다. 소설 이후 해설을 읽을 때는 항상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을 원하지만 대부분 짜증으로 마무리된다. 소설 속 장치를 파헤치고 이 소설은 이래서 훌륭하다는 어려운 말들 때문이다. 그림자가 불행이라는 설명은 내가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의미인 듯 해서 좌절이었지만 받아들인다.
그림자라는 장치를 배제하면 소설은 일간 평범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재와 은교의 삶, 40년 전통의 이제는 철거를 앞둔 전자상가, 그 속의 사람들은 일상이면서도 특별하다. 소설에서 슬럼이라 말하는 곳에서 그들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 계속된다. 누군가의 생활계나 생계라고 하면 생각할 것이 많아지기에 슬럼이라 부르고 밀어버리려한다는 무재의 말이 울린다.
이처럼 백의 그림자는 쉽게 읽히고 잔잔한 듯 하면서도 깊고 어두운 인간 내면같은 느낌의 글이다. 최근 근래에 사랑받고 있는 젊은 작가(실제 나이와 달리 이미지로 느낀 것일지도 모름:)들의 소설을 조금씩 읽고 있다. 계속해서 독자를 찾아오는 성실한 그들의 작품이 점점 쌓여 문학계의 뿌리가 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