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의 엄지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0
미치오 슈스케 지음, 유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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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연속. 허를 찌르는 반전에 유쾌하게 속아 넘어간 미치오 슈스케의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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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블루레이] 캐리비안의 해적 4: 낯선 조류 - 콤보팩 (2disc: 3D+2D)
롭 마샬 감독, 제프리 러쉬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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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2D와 3D를 함께 담았다니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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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김용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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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왕들 중에 조선시대 세종대왕과 함께 가장 유명한 왕은 고구려의 광개토태왕이 아닐까 싶다. 영토와 국경이 어느정도 정립되었던 조선시대와는 달리 한반도 북쪽에서 대륙을 향해 끝없는 전진을 계속했던 광개토태왕. 대륙정벌을 향한 기상,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늠름한 패기로 정복군주의 기백을 널리 떨쳤던 왕이기에 더욱 가슴 뛰게 하고 우러르게 하는 것일 게다.  

 

 뜻밖에도 광개토태왕이 각광받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광개토태왕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19세기 말 일본인 첩자에 의해 광개토태왕릉비가 발견되면서 광개토태왕의 이름과 업적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삼국사기를 비롯한 역사서에 고구려 광개토태왕의 기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달리 부각되지 못하다가 광개토태왕의 치세와 업적이 비교적 소상히 기록된 비석이 등장함으로써 그 위상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소수림왕의 조카, 즉 소수림왕 동생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소수림왕에게 후사가 없었던 탓인지 소수림왕의 뒤를 이은 것은 동생 고국양왕이었고, 고국양왕이 죽은 뒤 18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태자 담덕, 그가 바로 광개토태왕이다. 흔히 광개토대왕으로 많이 불리지만 위대한 업적을 이룬 왕을 높여 부르는 대왕이라는 칭호와는 별개로 정식호칭이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었고, 영락이라는 연호를 따로 쓰는 등 제국의 위상을 떨쳤기에 광개토태왕으로 불러야 옳다고 한다.  

 

  고구려와 원한관계가 깊은 모용선비가 세운 전연, 후연과 싸워 이기고, 거란과 동부여를 정벌했으며, 백제를 쳐 할아버지(고국원왕)의 원수를 갚고, 백제와 손잡은 왜倭가 침공한 신라를 구원하는 등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위세를 떨친 광개토태왕. 한 나라의 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한반도의 수호자와 같은 왕이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왜. 광개토태왕릉비에 등장한 왜라는 글자 때문에 일본이 그토록 이 비에 관심을 가지고 심지어는 이 비를 일본으로 실어가려고도 했다는 것이다. 군데군데 손상되고 유실된 글자들 때문에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활용하고자 자기들에게 유리한 한자를 집어넣어 멋대로 해석했다. 이는 예전에 김진명 작가의 소설 '가즈오의 나라'에서 읽었던 바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광개토태왕의 업적을 자랑하고 칭송하고자 만든 비석에 태왕이 왜구를 정벌하고 쳐부셨다는 내용이 들어갔으면 들어갔지, 왜에게 유리한 내용 따위 있을리가 없다. 
 

 안타깝게도 이 비문 해석에는 아직도 일본 학계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함에 있어서 빠른 시기에 비문 연구를 시작한 일본 학계의 설을 인용하다 보니 무비판적으로 그들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 앞으로 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해 반드시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그러기에 앞서 우리가 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꾸준히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어린 시절 '태왕북벌기'라는 연재만화를 본 기억이 있다. 담덕의 세세한 기록이 거의 전하지 않아 많은 부분을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 그려낸 만화였겠지만 그 덕분에 수려하고 용맹했던 태자 담덕의 구체적인 이미지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또 최근에 읽은 김진명 작가의 소설 '고구려'를 읽은 덕분에 이 책에서 설명한 미천왕을 비롯한 모용선비와의 관계와 전쟁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팩션이나 역사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대왕 광개토태왕. 자세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를 너무 영웅시하거나 떠받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대륙을 향한 정벌의지와 실현,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승리를 거둔 패기와 용맹, 한반도의 늠름한 수호자. 우리 심장을 뛰게 하고, 우리 마음 속에 크고 거대하며, 거룩한 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광.개.토.태.왕.  

 

그 이름과 웅지雄志만으로도 가슴이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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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연애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8
마키 사쓰지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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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인이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죄를 완전범죄라 한다
 그렇다면 타인이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랑은 완전연애라 해야 할까?'
 

 제목부터 무척 흥미로운 미스테리 소설 <완전연애>. 한 화가의 일생에 걸친 남모르는 사랑과 거기에 담긴 미스테리한 완전범죄 세 가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추리 미스테리 소설이라 해서 장르소설 좋아하는 분들이 덥썩 집어든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다 읽고 보니 이건 추리 미스테리요소를 가미한 절절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되기 때문. 따라서 철저하게 추리소설로 단정짓고 읽는다면 조금은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훗날 거장이 된 소년이 어린 시절부터 생을 다할때까지 지키고자 했던 사랑, 삶이 다할때까지 잊지 못했던 연인, 그녀를 지켜주고자 벌였던 눈물겨운 일들이 섬세한 필치로 너무나 애틋하게 그려졌기에 조금은 부족하고 허술한 추리요소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긴 인생의 여정 그 마지막에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과 반전. 완전연애를 행한 줄로만 알았었는데... 알고보니... 
 

 문장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 공들여 세심하게 쓴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아 더 좋았다. 이 부분은 번역자의 공도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패전 전후 분위기와 풍경들, 쇼와시대의 굵직굵직한 실제사건들도 언급해놓아 시대상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우리에게는 결코 용서하기 힘든 과거가 있고, 일본인들의 속내는 좀처럼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일본의 과오를 다그치고 반성하는 분위기가 비치는 듯도 했다. 그렇지만 표현이 어찌되었건 전쟁관련한 부분들에서 살짝 눈쌀이 찌푸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터. 
 

 스승을 열과 성을 다해 모시는 미와쿠의 모습도 무척 훈훈했다. 물론 그것이 장대한 반전을 위한 중요한 흐름이었음은 마지막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어쨌거나 가족을 잃고 기댈 곳 없는 쓸쓸한 주인공에게 믿음직하고 든든한 미와쿠의 뒷바라지는 내 가슴까지 따스해지는 헌신이었다. 
 

 그리고, 세 가지의 완전범죄. 첫번째 범죄는 목격자는 물론 해답도 처음부터 나오기에 신경쓸 것이 없었고, 세번째 범죄는 조금은 뻔히 보이는 트릭이라 해결된 후 역시나 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다읽고 나니 되려 첫번째 범죄에서 '과연 그녀가 한 짓이 맞았을까?'하는 작은 의문이 샘솟기도 한다. 세번째 범죄에서 등장하는 의외의 인물. 분명 앞에 언급되어 있고 나름의 복선들이 있었기에 그리 허술한 진행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두번째 범죄의 의외성에 조금 놀랐다. 밝혀지기까지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가장 궁금하기도 했던 부분.
 

 굳이 추리소설이라 이것저것 의심해보느라 그런것은 아니지만 읽는 도중 '그러면 그들은 어디로 갔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일에 대해 '과연 그녀가 맞았나?'하는 의심 역시. 워낙 '그쪽으로' 잘 몰아갔기에 그 의심은 점점 옅어졌지만, '그렇게 저렇게' 휙휙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사람은 얼굴이 있고, 유전적인 특성이 있는데, 그토록 모를 수가 있을까?
 

 애틋하고 서글픈 사랑, 결코 이루어질 수는 없었지만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끝내 완성해낸 사랑. 그 캔버스 뒷면에 그려진 진짜 '완전연애'의 진실. 어쩌면 슬픈 진실임에도 오히려 가슴 따뜻했던 이야기, 읽는 내내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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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없는 환상곡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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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저 카라얀 컬렉션에 들어있던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를 들었을 때, 단번에 그 서정적이고 애상적이며 몽환적인 선율에 흠뻑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들었던 그의 곡 트로이메라이는 당시보다 나이를 먹고 난 뒤에 그 악상에 크게 감응하여 감동해 마지 않았듯이, 나이가 든 뒤에 듣는 슈만은 하잘 것 없는 인생의 깊이와 삶의 무게가 더해져 그 매력과 참맛이 가슴을 깊이 파고드는 것 같다. 외려 현실을 잊고 머나먼 환상과 이상의 세계로 아득히 침전沈澱하는 부동의 시간인지라 철이 덜 들었다는 반증인 듯도 하다.

 
 <손가락 없는 환상곡>의 원제는 <슈만의 손가락(シュ-マンの指)>이다. 제목부터 그렇지만 이 작품은 슈만을 위해 쓰여진 헌정곡과도 같은 소설이다. 실제로 지난 해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집필했다고 한다. 따라서 철저히 추리 미스테리 작품으로 믿고 읽는 분들은 조금은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의문과 한 살인사건에 대한 미스테리는 제법 추리소설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고, 읽는 이로 하여금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가운데 손가락을 잃은 피아노 천재 나가미네 마사토가 어느 날 유럽에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는 믿기 힘든 사실이 전해져 온다. 그 소식으로 말미암아 젊은 날 나가미네 마사토와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마사토가 환상곡을 연주했던 그날 밤 학교에서 있었던 여학생 살해사건의 전모가 떠오른다.
 
 슈만을 예찬하고 지극히 애정해 마지 않는 나가미네 마사토와 어린 시절부터 각광받은 마사토를 무한히 동경하는 음악도 나(사토하시 유). 두 사람 사이에서 오고간, 정확히 말하자면 마사토의 입을 빌어 작가가 쓴 슈만에 대한 평과 찬양이 소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소년 마사토라는 인물은 작가의 슈만에 대한 동경이자 슈만의 현신, 화신 그 자체다. 음악의 우주속에서 보일듯 말듯한 은빛 끈으로 닿은 사랑과 애정, 동경과 질투, 온갖 혼재된 감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사토하시는 슈만을 애끓는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투영일 터.
 
 슈만 애호가나 슈만을 공부한 이가 이 소설을 본다면, 이 소설의 뼈대와 탄생의 원류를 읽어낸다면, 사건의 진상을 보다 쉽게 눈치챌 지도 모르겠다. 결정적인 힌트는 필담으로 오가는 '다비드 동맹' 노트. 그리고 슈만의 생애. 아울러 슈만을 애정하는 이에게는 갖가지 현학적인 수식어로 쓰여진 슈만의 음악에 대한 평과 감상이 반갑고도 기쁠 것이다.
 
 그러나 슈만 애호가가 아니라면, 클래식 애호가가 아닌 이들에게는 어떨까?
 
 나는 들을 때마다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재치 있는 그 표현에서 묻어나는 그가 자란 '문화'의 감촉을, 나의 그것과 너무나 동떨어진 '세계'의 감촉을 느꼈다. -p.86
 
 작중 '나'가 마사토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끼는 감상이다. 그러나 이는 곧 일반 독자들이 느낄만한 감상을 너무나도 잘 표현해주는 문장이 아닐까.
 
 슈만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슈만에 호의를 가지고 슈만을 찾아듣는 쪽에 속하기에 비교적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듣지 않았던 작품을 온갖 수식어로 평하고 써놓은 부분들은 그저 문자 그대로만 남아있을 뿐, 스스로 음악이 되어 그 속에서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나는 연주 안 해. 그야, 연주할 의미가 없잖아. 음악은 이미 여기에 있어." -p.45
 
 '다비드 동맹 무곡집' 악보를 놓고 주장하는 마사토. 혹은 그의 변명.
 
 틀렸다. 천재적 감성으로 마치 완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변명은 철저하게 틀렸다. 음악은 연주되고 그것이 타인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비로소 존재가치를 가진다. 공상 속에서 울려퍼지는 연주와 자아에 고립된 음악은 그저 공허일 뿐이고, 그저 소음일 뿐이다. 
 
 마사토의 가치관과 연주를 꺼리는 모습들. 이것들도 결국은 반전의 힌트가 된다.
 
 그리고 마사토의 환상곡이 울려퍼지던 그 달밤에 일어난 살인사건. 달빛 속에 자아가 흔들리고 내 존재에 대한 실존마저 의심스러운 그 밤에, 하필 연주된 곡도 환상곡(Fantasy in C major, Op.17)이라니. 살인사건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고, 마사토가 손가락을 잃은 사연, 손가락을 잃은 마사토가 훗날 어떻게 연주를 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과 해결. 그 모든 것은 마치 '손가락 없이 연주된 환상곡'처럼 몽환적이고, 보일 듯 말 듯 한 정체의 숨바꼭질처럼 아스라히 처리되고 이루어졌다. 그리고 내게 남은 것은 손에 닿을 듯 말듯 쉽게 닿지 않는 음악의 우주에 대한 무한한 동경.
 
 환희와 평안 속에 애수와 우울, 불안의 그늘이 스치는 것은 낭만파 음악의 특징이다. 어둠을 품지 않는 빛은 없으며, 어둠에는 반드시 빛이 있다...(중략)... 슈만의 음악은 뭐라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불온한 의미를 띤 평이한 꿈과 유사했다. -p.55
 
 슈만에 흥미가 없는 분들도,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 분들도 슈만의 환상곡(Fantasy in C major, Op.17)과 피아노 협주곡(Piano Concerto in A minor, Op. 54)은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지극히 서정적이고 애상적인 그 선율에 감화되고 감응하지 않더라도 아, 이런 음악 세계도 있구나, 이런 우주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그 것만으로 로베르트 슈만에 대한 헌사와 위대한 찬양이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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