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의 위대한 길
김용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 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왕들 중에 조선시대 세종대왕과 함께 가장 유명한 왕은 고구려의 광개토태왕이 아닐까 싶다. 영토와 국경이 어느정도 정립되었던 조선시대와는 달리 한반도 북쪽에서 대륙을 향해 끝없는 전진을 계속했던 광개토태왕. 대륙정벌을 향한 기상,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늠름한 패기로 정복군주의 기백을 널리 떨쳤던 왕이기에 더욱 가슴 뛰게 하고 우러르게 하는 것일 게다.  

 

 뜻밖에도 광개토태왕이 각광받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광개토태왕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19세기 말 일본인 첩자에 의해 광개토태왕릉비가 발견되면서 광개토태왕의 이름과 업적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삼국사기를 비롯한 역사서에 고구려 광개토태왕의 기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달리 부각되지 못하다가 광개토태왕의 치세와 업적이 비교적 소상히 기록된 비석이 등장함으로써 그 위상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소수림왕의 조카, 즉 소수림왕 동생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소수림왕에게 후사가 없었던 탓인지 소수림왕의 뒤를 이은 것은 동생 고국양왕이었고, 고국양왕이 죽은 뒤 18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태자 담덕, 그가 바로 광개토태왕이다. 흔히 광개토대왕으로 많이 불리지만 위대한 업적을 이룬 왕을 높여 부르는 대왕이라는 칭호와는 별개로 정식호칭이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었고, 영락이라는 연호를 따로 쓰는 등 제국의 위상을 떨쳤기에 광개토태왕으로 불러야 옳다고 한다.  

 

  고구려와 원한관계가 깊은 모용선비가 세운 전연, 후연과 싸워 이기고, 거란과 동부여를 정벌했으며, 백제를 쳐 할아버지(고국원왕)의 원수를 갚고, 백제와 손잡은 왜倭가 침공한 신라를 구원하는 등 동서남북 사방팔방으로 위세를 떨친 광개토태왕. 한 나라의 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한반도의 수호자와 같은 왕이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왜. 광개토태왕릉비에 등장한 왜라는 글자 때문에 일본이 그토록 이 비에 관심을 가지고 심지어는 이 비를 일본으로 실어가려고도 했다는 것이다. 군데군데 손상되고 유실된 글자들 때문에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활용하고자 자기들에게 유리한 한자를 집어넣어 멋대로 해석했다. 이는 예전에 김진명 작가의 소설 '가즈오의 나라'에서 읽었던 바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광개토태왕의 업적을 자랑하고 칭송하고자 만든 비석에 태왕이 왜구를 정벌하고 쳐부셨다는 내용이 들어갔으면 들어갔지, 왜에게 유리한 내용 따위 있을리가 없다. 
 

 안타깝게도 이 비문 해석에는 아직도 일본 학계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논문을 쓰고 연구를 함에 있어서 빠른 시기에 비문 연구를 시작한 일본 학계의 설을 인용하다 보니 무비판적으로 그들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 앞으로 많은 연구와 노력을 통해 반드시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그러기에 앞서 우리가 바른 역사인식을 가지고 꾸준히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어린 시절 '태왕북벌기'라는 연재만화를 본 기억이 있다. 담덕의 세세한 기록이 거의 전하지 않아 많은 부분을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 그려낸 만화였겠지만 그 덕분에 수려하고 용맹했던 태자 담덕의 구체적인 이미지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또 최근에 읽은 김진명 작가의 소설 '고구려'를 읽은 덕분에 이 책에서 설명한 미천왕을 비롯한 모용선비와의 관계와 전쟁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팩션이나 역사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대왕 광개토태왕. 자세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를 너무 영웅시하거나 떠받드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대륙을 향한 정벌의지와 실현,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승리를 거둔 패기와 용맹, 한반도의 늠름한 수호자. 우리 심장을 뛰게 하고, 우리 마음 속에 크고 거대하며, 거룩한 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광.개.토.태.왕.  

 

그 이름과 웅지雄志만으로도 가슴이 요동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