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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ㅣ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제목에서 오는 느낌은 지극히 '김전일'스러움, 지극히 '긴다이치 코스케'스러움이었는데 실제 내용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추리소설이었다. 주인공 '아사미 미쓰히코'가 첫 등장한 이 작품은 이후 시리즈가 되어 총 111권이 출간되었고, 작가가 발표한 작품의 총 누계 발행부수가 1억권을 돌파했다고 한다. 우치다 야스오 이 사람, 실로 엄청난 작가다.
고토바 법황이 실각하고 막부에 의해 유배되어 가던 길. 당시 민중에게 인기가 많았던 고토바 법황이 유배가는 길에 민중소요가 있을 것을 두려워한 막부가 공표된 유배길로는 가짜 법황을 보내고 실제로 보낸 유배길은 다른 루트였다는 추정이 전설처럼 내려온다고 한다. 바로 그것이 이른바 '고토바 법황 전설'이다.
고서점에서 고토바 법황 전설이 담긴 '게이비 지방의 풍토기 연구'라는 책을 산 쇼호지 미야코. 휴가를 내고 히로시마 방면으로 여행을 온 회사원 쇼호지 미야코에게 녹색 천 표지의 두꺼운 이 책은 무언가 잃어버린 과거의 실마리가 되어줄 소중한 책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내 미요시역의 철로와 철로를 가로지르는 구름 다리 위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 된 쇼호지 미야코. 8년전 대학생 시절에도 이 지역을 방문했던 사실이 밝혀지고, 이를 쫓던, 이와 관련된 사람이 하나, 둘 살해되며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 이어진 끈이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되는데...
고토바 법황 전설과 이어진, 고토바 법황 전설이 실마리가 된 이 살인사건은 이후 노가미 형사와 아사미 미쓰히코의 추리, 수사여행과도 같은 형식으로 전개된다. 고토바 법황 전설 길을 따라 가듯, 쇼호지 미야코를 비롯한 중심인물들의 과거와 행적을 따라가는 잘 짜여진 한 편의 추리여정!
사건의 발생부터 수사, 추리, 반전, 결말이 전체적으로 잘 정돈되고, 빈틈이 적은, 추리소설의 전형과도 같은 느낌. 다만 '고토바 전설'의 내용과 결부되어 배어나온 이야기는 사건의 본질과 큰 관련이 없고, '고토바 법황 전설'이라는 그 자체가 모든 원류의 시발점이자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김전일 스러움, 긴다이치 코스케 스러움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조금은 정신없이, 딱히 이렇다할 실마리도 잡지 못한채 시간만 흘려보내던 수사는 작품의 중반부 즈음 탐정역의 아사미 미쓰히코가 결정적인 사실을 가지고 등장하는 것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게 된다. 종내에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하는 탐정 역인 동시에 사건당사자의 관계자로도 볼 수 있는 아사미 미쓰히코. 유서깊은 집안의 차남으로, 경찰청 형사국장인 형과는 달리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미청년. 작가가 가지지 못한 부러움의 현신과도 같은 설정으로 탄생되었다는 이 미청년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놀라운 추리로 도쿄와 츄고쿠(中國) 일대를 오가는 추리여행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다.
끝에 범인으로 밝혀지는 인물이 제법 의외의 인물인데, 중간중간 좀더 힌트를 주고 이끌었다면 이리저리 추리해보는 독자 입장에서의 묘미가 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면 반전의 충격이 덜 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니 이 정도 처리가 적당한 듯도 하다.
어쨌거나 80년대 초반에 쓰여진 추리소설이 이렇게나 깔끔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낡았다는,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없이 제법 신선하기까지 한 느낌으로 다가오니 이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 평생을 지고가야 할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 속에 이어진 끈, 그 끈이 종국에는 죽음의 밧줄이 되어 자신의 목을 조여오고, 모든 꿈과 미래를 끝모를 심연으로 끌어내리는 전락轉落의 쇠사슬이 되어 돌아오다... 범인도, 살해당한 자들도, 사건에 연루된 자들도 모두가 안타까운 이야기.
잘 짜여진 추리와 함께 서정과 낭만도 담긴, 오래도록 함께할 새 명탐정과 시리즈를 '득템'한 것만 같아, 가슴 깊은 곳의 두근거림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