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밀실살인게임> 등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우타노 쇼고.  우타노 쇼고의 작품은 <밀실살인게임>, <밀실살인게임2.0>, <해피엔드에 안녕을>,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여왕님과 나>까지 모두 5권을 읽었다. 기발하지만 자극적인 <밀실살인게임> 시리즈, 반전이 돋보이지만 다소 부족함이 느껴졌던 <해피엔드에 안녕을>,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희대의 망작대열에 올려놓기 손색이 없는 <여왕님과 나>. 정작 가장 유명한 작품인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이 작품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반전을 알아버려 읽지 않았다.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 <긴 집의 살인>. 2008년에 일본에서 20년만에 개정판을 냈다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23년전 작품인 셈이다. 개정판 서문에서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 부족하지만 치기어린 열정으로 가득한 작품.

 

 사전에 어떤 습작이나 연습없이 써 낸 작품이라고 하는데 동기와 트릭, 범인맞추기와 탐정의 추리 등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구조를 띠고 있으면서 제법 탄탄하고 알찬 내용을 담고 있어 다소 놀랍다. 반전과 기발함 혹은 기괴함에 집착하는 그의 요즘 작품들보다 오히려 높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도 있다.

 

 청춘의 방황하는 심리와 격렬하게 요동치는 불안정하고 위태위태한 마음.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가슴한켠을 뚫고 나와 태도와 사물에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우발적인 사건을 저지르게도 한다. 그 불안정한 청춘이 등장하는 작품을 읽을 때마다 두근두근 하는 것은 그 날의 허망하고 아스라한 심정이 그립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직도 어둡고 불안한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헤매고 있기 때문인가.

 

 도입부에 운을 띄워 여러가지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장치들과 함정을 훌륭하게 설치해 놓아 이리저리 피하고 속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이한 특정 공간에서 이루어진 살인과 트릭 역시 나름 기발했다.

 

 하지만 탐정 역할을 하는 시나노 조지가 이리저리 통통 튀고 괴짜스런 인물임은 알겠는데 왜 고생을 마다않고 탐정 역할에 충실하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해 보였다. 하다 못해 '유명한 명탐정의 손자'라는 진부한 설정이라도 달고 나오던가. 앞뒤 가리지 않고 몸을 불사르며 사건해결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모습이 조금은 뜬금 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 끝난 뒤에 범인의 독백으로 밝혀지는 모든 전말과 심경 등도 중간중간에 힌트 주듯 조금조금씩 버무려 놓았더라면 '범인이 누굴까?', '범인이 왜 그랬을까?'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사람 누구나 그렇듯 가끔씩 지난 날을 돌아보고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데뷔한지 오래된, 많은 작품을 써낸 작가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초심이 아닐까. 그럭저럭 읽어내려왔던 우타노 쇼고의 작품들, 다음에 만날 그의 작품은 조금 더 만족스럽게 완성되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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