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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기리노 나쓰오의 유명한 무라노 미로 시리즈 단편집 <로즈 가든>이 나왔다. 일본에서 책으로 묶어 낸 것은 2000년이지만 표제작 '로즈 가든'을 제외한 단편들은 1993, 1994년에 쓰여진 것으로, 시간상 <얼굴에 흩날리는 비>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사이에 놓인 작품들이라고 한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읽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미처 알지 못하는 충격적이고 무서운 일들이 너무나도 많구나, 위험하고 험악한 곳들이 너무나도 많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세상의 어둡고 무겁고 무서운 진실들에 눈뜨게 만드는 소설들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이 무라노 미로의 매력이자 미로 시리즈의 매력이기도 하다.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 시리즈가 아닌 작품들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은 덜 숨막히고 조금은 덜 잔혹하면서도 충분히 어둡고 무거운, 차가운 바닥과, 끝모르는 어둠과 볼을 맞대는 느낌.
<로즈 가든>에는 총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표제작 '로즈 가든'은 여고생 시절의 미로를 후에 그녀의 남편이 되는 가와이 히로오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작품. 미로 시리즈 다른 작품들에서 언급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뜬금없는 사실들과 뜨악한 진실들이 차라리 모르느니만 못했다는 느낌의 이야기들이다. 미로의 어린 날들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어쩐지 미로의 매력이 반감되는 듯한 기분.
'표류하는 영혼'은 미로가 사는 맨션에서 벌어지는 때아닌 귀신 소동에 관한 이야기. 역시나 무서운 것은 사람의 마음?!
'혼자 두지 말아요'는 가장 미로 시리즈 다운 단편으로, 살해당한 일본 남성과 중국인 여성 접대부 사이에 놓인 진실을 뒤쫓는다. 음험하고 위험하기 그지 없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척 하니 발을 들여놓는 미로. 미로 시리즈의 전형과도 같은 단편.
'사랑의 터널' 역시 미로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익숙한 분위기의 작품인데,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천사인줄로만 알았던 딸이 실은 SM클럽의 '여왕'이었다는 것과 그녀의 삶과 죽음 뒤에 놓인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심각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발딛고 사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고, 밝은 곳만 보며 사는 이들에게는 어딘가 음습하고 위험한 속삭임을 듣는 나름의 흥분과 아찔함이 공존하는 이야기들이다. 그것이 바로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매력!
미로 시리즈를 더 보고 싶은데, <다크>로 끝을 맺어 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