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하는 검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2월
평점 :
미야베 월드 2막, 즉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물은 시대상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와 기구한 사연, 무서운 사람의 마음을 복잡다단한 사건으로 담아낸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그녀의 현대물 못지 않는 재미를 보장하며, 오히려 현대물들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작품들도 있다. 여성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담아낸 문장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류작가가 남자들의 마음이나 남자들만의 사소한 행동들을 어떻게 알고 썼을까 싶어 흠칫흠칫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단편집 <말하는 검>은 미야베 월드 2막 가운데서도 초기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며,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 이어 두번째로 펴낸 시대물이라 한다. '길 잃은 비둘기', '가마이타치', '섣달의 손님', '말하는 검'까지 총 네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 중 '길 잃은 비둘기'와 '말하는 검'은 <흔들리는 바위>와 <미인>의 주인공 오하쓰가 등장하는 단편들이다.
오하쓰가 처음 등장하여 기이한 능력을 드러내게 되는 '길 잃은 비둘기'는 병에 걸려 죽어가는 상회의 주인과 그 안주인 이야기다. 60여 페이지의 짦은 작품이지만 미야베 월드 전형과도 같은 여러가지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 있으며, 좀 더 엮어서 장편으로 개작해도 충분히 좋을 법한 작품이다.
'가마이타치'와 '말하는 검' 사이에 놓인 '섣달의 손님'은 짧은 이야기로, '왠지 그럴것만 같았던(?)' 손님과 여관주인에 관한, 그야말로 옛날이야기 같은 작품.
'가마이타치'는 '쓰지기리(辻斬,つじぎり)-밤길에 무사가 행인을 무차별적으로 베던 일'에 관한 사건이다. 우연히 가마이타치를 목격한 의원의 딸 오요와 그녀를 옥죄어 오는 가마이타치. 독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여러 장치들로 인해 반전에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검마劍魔에 물든 진짜 가마이타치는 누구인가.
검마 '가마이타치'와 대비되는 표제작 '말하는 검'은 말 그대로 말하는 검과 마검魔劍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오하쓰에게까지 온 말하는 검. 영험한 오하쓰는 남들에게 우우우- 하고 우는 소리로 들릴 뿐인 이 와키자시(긴 칼과 함께 차던 작은 칼)의 말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게 되고. 말하는 검의 등장과 함께 주변에서 칼로 인한 참극이 연달아 벌어진다. 도공의 혼과 기구한 사연이 담긴 말하는 검과 또 하나의 검. 상상만으로도 흥분되는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 이 단편 역시 장편으로 개작하면 정말 멋드러진 작품으로 재탄생되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물은 소재에 따라 크게 '현실적인 사건과 해결', '비현실적이거나 초현실적인 사건과 해결', 이렇게 두가지 부류로 나눠진다. <말하는 검>에 실린 네 편의 단편들 역시 전자에 속하는 '가마이타치'와 '섣달의 손님', 후자에 속하는 '길 잃은 비둘기'와 '말하는 검'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어느 것도 고즈넉한 시대상, 무서운 사람의 마음, 기구한 사연들이 스며있는 읽을 재미 쏠쏠한 작품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자에 속하는 작품들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후자에 속하는 것들도 충분히 흥미롭기로는 하지만, 역시나 비교적 현실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사건을 파고들며 여러가지 무서운 진실들을 파헤치는 작품들이 좀 더 공감되면서 깊이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후자의 것들도 오하쓰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매력적이기에 결코 버릴 수 없는 작품들이다. 뭐, 굳이 말하자면 '검마와 마검의 차이'라고나 할까.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물들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마음이란 크게 다르지 않구나, 매한가지로구나.', 그리고,
'미미 여사의 에도 시대물 너무 재밌다, 계속 읽고 싶다.'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