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관 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2009년작 <어나더>. 강렬한 인상을 주는 국내판 표지가 눈에 띈다.

 엄밀히 말하면 아야츠지 유키토의 팬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 미스테리 분야에서 꽤나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이기에 <십각관의 살인>, <미로관의 살인>, 비교적 최근 번역된 <살인방정식>에 이어 <어나더>까지 총 네 작품을 읽었다. 관 시리즈 중 제일 괜찮다는 <시계관의 살인>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로 평가해 보자면 그럭저럭 평타는 치지만 그의 명성과 이름값에 비해 큰 임팩트를 주는 작품들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지난 해 여름과 맞물려 출간되었던 <어나더>는 계절도 계절이거니와 정식 출간 전부터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정통 본격추리물을 벗어나 호러 미스테리를 표방한 소설. 2006년부터 3년여간 연재된 작품을 다듬어 단행본으로 발간했다고 한다.

 기흉氣胸이라는 꽤나 큰 병을 안고 시골로 전학 온 주인공 사카키바라 코이치는 자신이 입원해 있던 병원 지하 영안실 앞에서 미사키 메이라는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퇴원 후 전학간 중학교에 등교한 사카키바라는 미사키가 같은 반 학생임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어쩐지 반응이 시원찮다. 그녀에게 접근할때마다 어쩐 일인지 오히려 더 당황하는 주변 친구들... 담임 선생님은 물론, 반친구들 전체가 그녀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존재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그 와중에 반친구들이 하나씩 죽어나가기 시작하고, 이내 3학년 3반에 흐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그 배경에 관한 진실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어나더>는 중학교를 배경으로 중학생들이 주인공인 이른바 청춘 호러 미스테리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춘 호러 미스테리를 '표방'하고 있다. 그래서 도입부에 이른바 '학원(학교) 7대 전설'이니 '학교괴담'이니 하는 종류의 이야기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만 보이고 다른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소녀. 안그래도 살짝 긴장한 전학생에게 닥쳐오는 일들과 일말의 공포. 어쩐지 위화감이 드는 외갓집. 시작과 분위기는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640쪽에 이르는 제법 긴 작품이지만 한번 잡고 앉은 자리에서 촤라락 읽게 만들만큼 가독성도 좋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밝혀진 나중에 보면 겨우 이거 말하려고 그렇게 질질 끌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주변인들이 말할듯 말듯 질질 끌다가 결국 소녀의 정체가 밝혀진 것이 640쪽 분량 가운데 300쪽, 즉 절반 가량이나 지난 부분. 결국 분명 중요 인물인 소녀 미사키가 소설 내에서 하는 역할은 지대하지만 후에 보면 핀트는 전혀 다른데 맞춰져 있는데 소녀의 정체 밝히는 데만 너무 시간을 끌었다. 나름의 공포감을 조성하고 '그런 존재'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그 의도만 손쉽게 알아챘을 뿐, 그닥 공포스럽지도, '그런 존재'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게다가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한쪽 눈'의 정체라니...

 중반 이후 3학년 3반에 내려오는 전설과 저주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부터는 더이상 호러가 호러가 아닌게 되어버렸다. 뭔가 큰 반전이 있겠지 하며 기대감을 가지고 마지막 까지 도달했지만 '그 반전'은 없었고, 결국 '그건 그것일 뿐'이었다. 그저 '그 정체'에 대해서만 반전이 있을 뿐.

 그래도 소설 전체를 통틀어 크게 관통하고 있는 'Who?'에 대한 복선과 반전은 나름 괜찮았다고 본다. 이 역시 중간에 결정적인 언급이 나와 '혹시?'하며 충분히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나름 성실하게 밑밥을 뿌려둔 덕에 앞 장을 뒤적거리며 '역시 이건 그랬군'하며 맞춰보는 재미는 있다.

 결론적으로 '청춘 호러 미스테리'를 표방한 이 소설은 그냥 '미스테리'일 뿐이었다. 등장인물이 중학생들일 뿐, 애타는 청춘의 두근거림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거기에는 신경도 안쓴듯 하다. 호러 역시 그들의 정체가 '그것'일 뿐, 그것을 당연시하며 받아들이는 순간 더이상 공포스럽지도 무섭지도 않게 된다. 그저 'How?'와 'Who?'정도만 궁금하고 의심스러워지는 미스테리일 뿐. 오히려 개인적으로 초반부에 주인공과 친구들의 대사에서 큰 따옴표(" ")와 하이픈(-)을 번갈아 처리한 것을 놓고 '혹시 주인공이?'하고 의심했었는데 '결국 주인공이...'하는 형태로 몰아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하기야 그것도 너무 쉽게 알아챌만한 수준이긴 하다.

 적절한 서술트릭과 나름 허를 찌르는 범인의 정체 등 추리소설로서 크게 나쁘지 않은 작품들. 지금까지 읽은 아야츠지 유키토의 네 작품 모두 그랬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인 듯 하다. 등장인물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몰라도 독자입장에서 "이게 뭐야?", "이게 말이돼?", "이걸 왜 당연시하는거야?"라고 느끼는 순간 소설은 순식간에 빛을 잃고 말 것이다. 이럴거라면 그냥 요상하고 기묘한 관館들이나 열심히 더 지어서 특이함과 특색만이라도 잃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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