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죽재전보 클래식그림씨리즈 4
호정언 지음, 김상환 옮김, 윤철규 해설 / 그림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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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전보>는 당시 문인이자 출판업자였던 호정언이 기획하고 제작한 것으로, 여러 시전지를 묶어 편찬한 것이다. 이는 중국 고대에서 책갈피에 의견을 적던 종이에서 시작했는데, 편지나 짧은 시를 적은 종이에 점차 장식이 더해졌다. 그것들이 모인 것이 시전지인데, 그걸 모은 것이 바로 이 <십죽재전보>였던 것이다.
 
요즘 명화 에세이가 많이 나오면서 서양의 명화는 조금씩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동양화는 막상 접할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처음 책이 나올 때 궁금함이 들어 신청했다.
 
책에 모인 그림에는 최신 기술인 두판과 공화 기법이 쓰였다고 한다. 두판은 다색 인쇄 기법이고 공화는 색은 사용하지 않고, 볼록하게 인쇄하는 기법을 의미하는데 당시의 최신 기술로 나온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큰 화제였다고 한다.

인쇄 기술은 물론이고, 당시 문인들의 문화생활을 보여주는 척도로 작용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문인들의 활동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도 했고, 시대적 배경도 한몫했다고 한다. 글을 이해하는 식자층이 늘어났기도 했고, 당시 문인들의 취향이 맞물렸던 이유도 있었다.

이러한 작업은 당대 경제 중심지였던 강남에서 시작되었는데, 경제 중심지에서 부유한 상인 계층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문인들의 태도를 본뜨려고 노력하고 그 생활을 영위하면서 이러한 작품 활동이 활성화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조선 후기 사회와 문화에서 나타났던 변화 양상이 떠올랐다. 또, 한편으로 예술을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의 일화도 살짝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그걸 함께 생각하면서 예술과 경제의 상관관계는 어느 문화든 떼어놓고 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은 <십죽재전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탄생하게 되었던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당시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배경을 들려주었다. 이어서 이 작품집이 각광을 받았던 이유와 작품의 구성과 가치를 이야기해주는데, 그런 설명이 앞서 나와 있어 작품을 보는데 참고가 되었다.

다소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과 기법이었기 때문에, 그런 설명이 도움이 되었고 새로운 사실들을 배울 수 있어 무지 흥미로웠다. 이후부터는 전보 머리말과 십죽재전보서, 그리고 본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미지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스케치 같은데, 그 작은 그림에 섬세하게 채색이 들어가 있고, 또 이걸 다 판으로 찍어냈다고 생각하니 작업 과정이 새삼 놀라웠다. 또, 왼편에 적힌 소재에 담긴 의미를 함께 읽고 감상하니 깊이가 다르게 다가왔다.
 
화려한 서양의 명화보다는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동양 특유의 담백함과 절제미가 있는 작품을 보면서 그곳에 담긴 함의를 곱씹는 것도 흥미로웠다.
 

 예컨대 ‘화석’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름난 정원에는 반드시 괴석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괴석은 변치 않는 자연물로 군자에 비유된다고 하는데, 흔히 동양에서 자연물에 묘사하는 그런 의미들에 공감하며 읽는 것도 즐거웠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자연물을 담아내면서 그때 쓴 시나 감상에 대한 것들이 덧붙여 있었는데, 홀로 자연을 감상하며 담담하게 경관을 감상했을 당시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했다.
<십죽재전보>를 읽으면서 아무래도 동양화의 매력은 그 여백의 미와 절제,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담백함 속에 숨은 당대 문인들이 깊이 있는 사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바쁠 때, 자연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동양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그 마음을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십죽재전보>였다.



<위 서평은 서해문집의 북씨북씨로 활동하면서 지원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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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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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은 첫 만남에서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오해를 낳고 서로 엇갈린 두 남녀의 이야기로, 사랑과 결혼 등을 둘러싼 다양한 당대 사람들의 인식과 비판적인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고전 로맨스 작품이었다.

책을 읽은 것은 처음은 아니었는데, 만화가 박희정 작가님의 삽화가 수록된 리커버 북이라는 소식에 궁금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우리(?) 다아시 씨도 보고 싶어 읽게 되었다. 원래 삽화가 있으면 간혹 몰입을 방해해서 조금 걱정이 있었는데, 박희정 작가님이 그려준 다아시도 묘한 분위기를 풍겨내서 읽는데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특히 아이라이너와 눈 밑의 다크 서클이 느른하고 섹시하고 퇴폐적인 눈매를 연출해서 초반에 그려지는 오만한 이미지가 잘 느껴졌달까. (그래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도 갑자기 리커버 북으로 읽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랜만에 읽은 <오만과 편견>은 이전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중학생 때 뭣도 모르고 읽었을 때는 수행평가 하느라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고, 대학생 때는 교양 수업으로 듣느라 논문 분석하는 것 마냥 기계적으로 읽은 것이 다였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신분 차이를 넘은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로맨스에 빠져서 일반 로맨스 소설처럼 읽어버렸고, 조금 나이 들고 때가 묻어 다시 만났을 때는 다아시의 재산을 환산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영화로 만났을 때는 (솔직히 캐스팅이 조금 아쉬웠지만) 로맨스에 조금 집중했는지 그 오만한 남자가 엘리자베스를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간질거리는 마음 붙잡고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책을 읽을 때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읽게 되었다. 흔히 갖게 되는 편견이나 섣부른 선입견, 함부로 속단하는 것의 위험성과 인간이 지닌 성격의 결함들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주로 읽었던 것 같다.

처음 무도회에서 다아시의 발언이나 이후 빙리와 제인의 관계를 속단하고 움직인 모습들은 분명 잘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종일관 당차고 씩씩하고 자신의 신념에 확고하게 움직이는 엘리자베스 역시 마냥 옳은 것은 아니었다.

 

다아시의 나쁜 첫인상 하나로 엘리자베스는 그 이미지에 갇혀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오만하고 사람을 무시하는 무례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단다. 때문에 어쩌면 엄청난 것들-두 사람 사이의 신분, 지위, 권력, 재산 차이 등-을 걸고 고심 끝에 했을 진심어린 그의 고백에도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도 않고 매몰차게 거절하고 만다.

물론 다행히 엘리자베스를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그의 진심을 확인하고 서로 다시 마음을 확인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만. 결말을 알고 다시 읽어서 그런지, 편견에 사로잡혀 시종일관 다아시를 나쁘게만 보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한편, 조금씩 제 마음을 깨달으면서 쩔쩔 매는 다아시의 모습을 보는 것은 재밌었다. 전형적이고 진부한 멘트지만, ‘이런 여자 네가 처음이야.’의 고전격인 모습을 보여주신 다아시 씨의 내면 갈등은 참으로 흡족했다.

처음 고백하는 장면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다아시의 애절한 모습이 짠한 한편, ‘그런 남자’가 절절히 고백하는 모습이 또 감동이고 만족스러워서(?) 웃다 찌푸리다 하면서 읽었기 때문.

그래도 이런 로맨스도 재밌었지만 역시나 제목이 제목인 만큼, ‘오만과 편견’에 대해 캐릭터가 뱉는 대사나 내면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난 오만함이란 인간에게 아주 흔한 결함이라고 생각해.” - p.35

엘리자베스의 시점으로 주로 전개가 되다보니, 으레 ‘오만’한 사람은 다아시와 같은 상류층, 소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조금 강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작품 속에 나타난 빙리 양이나 캐서린 드 버그의 모양새가 그러했던 것도 있었고.

“내가 한 행동이야말로 정말 비열했어! 난 사람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고 자부했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만했어! 언니의 너그럽고 공평무사한 마음을 자주 비웃었어. 쓸데없이 다른 사람들의 흠을 찾고 불신하면서 내 허영심을 세웠어.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너무 창피해! 사랑에 빠졌어도 이렇게 덮어놓고 판단력을 잃지는 않았을 거야.”-p.320

하지만 그런 ‘오만’에 대한 생각 역시 너무 프레임에 갇혀 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으면서 느낀 ‘자만심’, 오만과 자만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저 대사를 읽으면서 나 역시 엘리자베스처럼 자신의 판단을 믿고 실수했던 날들이 떠올라 조금 부끄러워졌다.

오만함은 어떤 지위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있는 것인데, 저마다의 편견 속에 자신이 그러한 것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혼.

재산이 많은 남자가 미혼일 경우 사람들은 누구나 마치 당연한 진리처럼 그에게 아내가 필요하다고 믿는다.-p.9

이제 너무나도 유명해진 오만과 편견 첫 문장.

다아시와의 로맨스도 로맨스지만, 오만과 편견 전반에 걸쳐 담긴 ‘결혼’에 대한 사실적이고 풍자적인 이야기가 또 작품을 읽는 내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분명 시대적 배경이 달라서 지금과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소름 돋게 별반 다를 바 없는 결혼에 대한 태도나 인식이 담긴 부분들도 있다.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려고 아등바등하는 베넷 부인의 행동은 아직도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아직도 그런 태도가 남은 경우가 있다는 게 조금 소름이었고, 여전히 충격인 것은 리디아의 결혼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태도. 이 부분은 아무리 다시 읽어도 충격적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또, 콜린스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이 무산된 것으로 하소연하는 베넷 부인의 태도라던가, 줏대 없이 재산 좀 있다고 허세 부리며 ‘결혼해주겠다.’고 덤비던(?) 콜린스의 캐릭터도 영영 밉상 캐릭터로 남을 듯. 하지만, 그런 콜린스의 물질적인 면모를 보고 결혼을 선택한 샬럿의 태도를 아주 비난할 수도 없기에 조심스러운 점들.

이런 부분들은 솔직히 이제 슬슬 결혼 접어드는 시점에서 다시 읽으니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나는 제인이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그리고 제인이 내일 당장 그와 결혼하든, 1년 열두 달 동안 그의 성격을 파악한 두에 결혼하든 똑같이 행복하게 지낼 거라고 믿어. 결혼해서 행복은 순전히 운이거든.

두 사람의 성격을 서로가 아주 잘 알고 있다거나 결혼 전부터 두 사람이 잘 맞는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건 절대로 아니야. 성격이란 늘 변하게 마련이라서 나중에는 서로에게 질릴 정도로 완전히 달라져 버리기도 하거든.” - p.39

그리고 결혼할 사람에 대한 생각들. 요새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 주제라 그런지 너무나도 대사 하나하나가 예리하게 다가왔다.

사랑은 어떻게 찾아오는 걸까. 어떤 사람하고 결혼하는 것이 옳은, 아니 좋은 걸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만과 편견의 잣대로 타인을, 타인과의 관계를, 감정을 함부로 속단해버린 것은 아닐까.

이제는 마냥 로맨스 소설만으로 읽을 수 없었던 <오만과 편견>이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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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성격 -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개념어 사전
최현석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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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성격>은 의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간의 성격에 대한 연구일지다. 심리학을 중심으로 의학과 철학, 과학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인간의 성격을 분석한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숱한 시도로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해보고, 분류해보며 정형화 시켜나가려고 해왔다. 첫 장은 그런 노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예컨대 체질, 관상, 손금, 점성술, 혈액형, 심리 유형 등. 수세기 동안 학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의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 했던 노력했다.
    
동서양, 그리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적 흐름에서 각 문화권 마다 어떻게 연구가 이루어졌는지 읽는 것이 흥미로웠다.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시대적 배경과 그 시대를 관통하던 사상과 이념 속에서 어떻게 그런 연구가 논의되었는지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딱딱하지 않고 문화사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성격의 개념과 특질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성격을 설명할 때 주로 나오는 ‘빅 파이브’ 모델을 중심으로 성격 요인을 분석한다. 이후 인지구조와 성격발달, 그리고 성격을 검사하기 위해 고안된 다양한 검사 방법과 성격 장애, 그리고 성격의 강점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책에 담긴 주제들은 모두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성격 요인을 분석하는 부분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빅 파이브’는 성격을 분류하는 방법의 한 가지인데 여기서 5가지 요소는 신경성, 외향성, 개방성, 원만성, 성실성을 일컫는다.

물론 5가지로 인간의 성격을 모두 나눌 수는 없지만, 각 요소별 개인적 격차 등에 따라 이 5가지 분야에 파생되는 성격의 모습이나, 그것을 다루기 위해 논의되는 소주제들이 무궁무진하다.
    
    
*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서 어떤 사람은 창조적이 되고, 어떤 사람은 정신병을 앓게 될까? 이는 지적능력과 자아강도의 차이 때문이다. 지능과 자아강도가 높은 사람은 복잡한 상황과 정보를 유익하게 활용할 줄 안다.-p.115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걸 읽으면서 떠올랐다. 이는 개방성과 관련 있는 대목이었는데 이러한 인지 능력도 모두 성격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이 외에도 놀랍고 재미있는 소재가 많다. 특히나 문화사적인 이야기도 녹아져 있는데다가 특정 성격이 발생할 때 일어나는 과학적 작용이라든지, 용어를 설명할 때 언어학적으로 상세하게 (하지만 너무 깊지 않게) 다뤄주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한 권을 읽는데 3권은 읽은 기분이었다.
    
여기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 책이라서 더욱 좋았다. 저자가 서문에 남긴 말처럼 어떤 연구결과에는 수긍하고 어떤 연구 결과에는 조금 반발하면서 과연 이 해석이 맞는 것일까 계속해서 고민하며 책을 읽었다.
    
    
* 미국의 정신의학자 조셉 피니는 내향성을 질병으로 만들려는 노력 자체가 진단분류체계의 문화적 편견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문화는 외향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따라서 내향적인 이들에게 오명을 씌우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상황은 그 반대로 내향적인 이들이 정상으로 간주되고 외향적인 이들은 비정상으로 여겨진다.”라고 지적했다. -p.101
    
외향성과 내향성을 다룬 부분이었다. 한때 내향적 혹은 내성적으로 보일까봐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 때문에 우려와 충고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티는 안나지만) 노력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소심하고 조용하고 낯가림 있는 모양새보다는 더 활달하고 자기주장 확실히 하는 모습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든, 업무적인 측면이든 수월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요즘에야 사람들 인식이 조금 나아졌지만. 내향적인 이유만으로 적극적이지 않는 사람이라거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 등으로 낙인찍는 그런 경향이 남아 있는 것 같을 때면 씁쓸하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그런 사회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웠다.
    
    
어느 시대든, 문화권이든, 어떤 직종이든, 단체든 성격 차로 사람들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늘 있어온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을 대하다보면 상상 이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혹은 특정 상황에서 자기도 몰랐던 성격을 발견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책을 선택했던 것은 그런 성격 차이로 스트레스 받는 ‘나’ 고치고 싶었던 점이 시작이었다. 먼저 나의 성격을 알고 싶기도 했고, 동시에 성격에 대해서 알면 타인의 성격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예상은 거의 적중했다.
    
물론 책을 다 읽었다고 성격을 달달 꿰뚫고 모든 성격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본 기분이 들기도 한다.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성격이 있었고, 상황과 개인별 인지 구조에 따라 또 엄청난 경우의 수가 생겨나는데다가, 성격 장애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성격이 있고 특정 상황별 더 잘 통용되는 성격들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성격’은 없고 개인의 성격을 특정 지으려는 ‘단체(혹은 주류 사상들)’가 있구나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성격에 비관하지 말고, 타인과의 차이에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에 대한 수가지 담론을 읽고 공감하면서, 신기하게도 그 많은 성격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그러니 당장 나를 괴롭히는 눈앞의 ‘돌아이’ 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내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도 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지금, <인간의 모든 성격>은 결국 ‘인간의 모든 이해’를 위한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 서평은 서해문집의 북씨북씨 1기로 활동하면서 제공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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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프로스팅
언정이 지음 / 우신(우신Books)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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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프로스팅_언정이
출판사_우신북스
 

 
“헤어지자.”
 
프러포즈를 기대하고 갔던 우희는 4년을 만난 남자친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는다. 온갖 행복한 상상을 하며 한껏 꾸미고 만나러 나갔더니 다른 곳도 아닌 화장실 앞에서 그는 너무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구차한 변명만을 고한다. 실의와 충격에 빠져 레스토랑을 나와 정처없이 비적비적 걸어가던 우희 앞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고, 천둥소리에 급한 대로 우희는 아무 가게나 들어간다.
 
컵케이크를 파는 <봄바람 프로스팅>. 그곳에는 산뜻한 이름과 진열된 달콤한 빵과 달리 냉랭한 분위기를 뿜어대는 사장, 재명이 있었다. 재잘재잘 떠드는 우희와 달리 고요한 재명. 완전히 정반대인 타입의 서로를 보며 둘은 절대로 다시 만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두 사람은 사장과 종업원으로 다시 재회한다.
 
 
**
 
 
발랄한 매력의 우희와 냉미남에서 사랑꾼으로 변하는 재명의 달달한 이야기가 보기 좋았던 <봄바람 프로스팅>.

스토리는 일반적인 전개에 스무스하게 흘러가는 잔잔물이다. 똥차 보내고 벤츠 오는 스토리. (아니, 어떻게 보면 여주가 벤츠 몰고 가는.....(???))
 
우희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전 남친 도윤. 우희가 워낙 잘 사는 집 외동딸이라 그 격차로 힘들어서 헤어지는 그런 건가, 혹은 무슨 사연이 있나(뒷돈을 받았다던가) 싶어서 그랬더랬다. 어차피 나쁜 놈일 거면 그냥 ‘네가 이제 싫어졌어.’라던가 말하지는 나중에 재등장해서 하는 모양새에..... 와, 진심 분노를 느꼈다.
 
마침 만남 장소에서 만난 친한 동기. 그리고 살며시 제 배를 덮는 친구의 행동. 무심결에 머릿속에 흘러나오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그리고 켜지는 전구.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들의 이별 공식.
 
그렇게 헤어졌는데 우희, 이 캐릭터 부잣집 외동딸, 온실 속 화초로 자라서 정말 명랑하고 긍정적이고 씩씩하다. 물론 초반에는 이별 때문에 조금 힘들어하지만, 다시 전 남자친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가 잘 가는 가게 종업원으로 취업해서 만남을 기다리려는 맹랑한 계획까지 세우는데. 여기 사장이 그 냉한 포스 뿜어내시던 컵케이크 사장, 재명이었다.
 
불과 얼음처럼 서로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 절대로 맞지 않는 타입이라 서로 절레절레 하지만, 워낙 순도 높은 명랑함에 넉살 좋은 우희의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에 재명도 은근슬쩍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여기에 우희 역시 남자친구 때문에 위장취업(?)한 것은 잊고 어느 사이 열혈 종업원이 되어버린 것은 물론이요, 뱀파이어 같던 사장님에게 욕정을 느끼기 시작하니. 이 엉뚱한 사람들의 종잡을 수 없이 널뛰는 모습들이 귀엽고 웃기기도 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건 남주 재명의 감정선이 잘 와닿지 않았달까. 이렇게 너무 차갑고 무뚝뚝하고, 강하게 사람에게 벽치는 캐릭터라면 마음을 열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기 마련.
 
특히나 이렇게 성향이 다른 정반대의 사람이 만나면 처음에 투닥투닥하고, 그러다 제풀에 지치다가, 어처구니없어 웃다가, 저도 모르게 빠져서는 입덕 좀 부정하다가, 저도 모르게 질투하고 구속하려는 행동을 보여 혼란스럽다가. 제 마음도 다스리고 조금씩 열릴 법도 한데.

재명이 불현 듯 연애감정을 떠올리는 부분들이 의아해서 조금 당황했었다. 물론 취향의 차이이고 전개에 대한 선입견일 수 있지만, 내게는 ‘갑자기?’ 싶어서 읽다가 문득문득 의아함을 일으켰던 재명의 감정선. 아무리 생각해도 초반의 이미지와 너무 급변한 것 같은 느낌에 조금 난해했다.
 
또, 내게 너무 하이텐션이었던 여주의 발랄함. 왠지 순정만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텐션의 파이팅 넘치는 캐릭터라 귀엽기는 했지만 살짝 부담스럽기도.
 
여기에...... 갑자기 이유 없이 질척이는 구 남친에 남주의 트라우마를 이용하는 나쁜 작은 아버지의 행동들. 여기에 망가지는 남주 모습. (;;)

첫 작품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살짝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그래도 달달한 컵케이크 가게에서 명랑하고 발랄한 여주와 꽁냥꽁냥 하는 사장님 이야기가 가볍게 읽기에는 나쁘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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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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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은 고문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다.
고문 고시원이 생겨나기 전부터 지어난 후까지 이야기가 먼저 제시되고 그곳에 사는 6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홍을 시작으로 6명의 거주자가 들려주는 6가지 옴니버스식 구성이지만 동시에 고시원의 ‘괴물’을 중심으로 함께 흘러간다.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 고시원. 무자비하게 지어진 건물 내부만큼이나 건물을 받치고 있는 터는 흉흉한 소문이 무성했다.

죽음을 부르던 자리. 유령처럼 묘사되는 거주민들.

고시원을 묘사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 미스터리한 배경과 오소소한 분위기가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든다.
 
한편 완전히 옴니버스로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는 묘하게 이어진다. 도미노처럼 한 명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다음 사람이 앞 사람의 뒷이야기에 꼬리를 물고, 또 그 다음 사람이 꼬리를 물어간다.
   
여기에 불쾌한 잔향을 남기는 괴물의 존재감 때문에 계속해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말 고시원에 유령이 있는 건가?’, 하는 의심도 살짝 해보고 추리하는 맛이 즐거웠다.
   
그런데 조금 특이했던 것은 다소 스산했던 초반 고시원 이야기에 비해 거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왕왕 무섭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소름 끼치는 장면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살짝 실망하기도. 공포 영화처럼 잔인하게 살해되어 서늘한 시체로 발견되거나 그렇지 않다. 피가 철철 나오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분위기에 나오는 묘사가 아니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다만, 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두려움보다 오히려 이야기에서 애잔함을 느꼈다. 웃픈 모습에 웃었다 찌푸렸다 하면서 기도 했다.
   
거주민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어느덧 서른을 넘겨버린 고시생, 100번 째 자소서를 앞두고 최종에서 떨어져버린 취준생, 무조건 ‘괜찮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순진하고 불쌍한 외국인 노동자, 신원보증이 안되는 처지에 매일 죽은 척하며 살아가야 하는 남자.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혹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사람들이 인물들이 나온다. 이런 인물들이 그 쪽방에서 아등바등 사는 이야기가 조금 나오니 이상하게 거기에 몰입되어 조금 슬펐다.
   
그래서 오히려 괴물이 나올 때 기함했을지도 모른다. 칼이라든지 톱이라든지 뭐 그런, 살해 방식이 잔인했다기보다는 어떠한 원한 관계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개미 한 마리 눌러 죽이는 것 마냥 죽일 수 있다는 점. 그 점이 무서웠다.
   
<고시원 기담>은 확실히 독특한 글이었다. <기담>이라는 제목에 비해 대놓고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는 않았다. 조금 읽다보면 대충 ‘문제의 사람’에 대해서는 추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독특한 이야기, 예컨대 추리 만화 주인공처럼 움직이는 고시생 홍이라던가 무협지 주인공처럼 움직이는 편의 모습은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읽다보면 앞으로의 행동이 궁금하고 웃기기도 해서 자꾸 읽게 되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 기담을 읽고 싶지만 무서운 이야기에 잠 못 드는 사람들에게 먼저 입문으로 추천해보고 싶은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친구는 ‘고시원’이라는 단어에 눈물부터 글썽였지만.
   
적당히 서늘하고, 몇 캐릭터에 공감되고, 더운 여름 가볍게 술술 읽기 좋은 책으로 기억에 남은 <고시원 기담>. ‘기담류’가 무서울까봐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소심한 독자님이라면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걸 읽고 나니 작가님의 전작인 <소용돌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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