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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대한민국 독서사
출판사_서해문집
<대한민국 독서사>는 한국 현대사에서 독서의 흐름을 고찰해보는 책이었다. 독서와 독서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서 근 70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보였던 주요 도서들을 살펴본다.
1945년 해방의 역사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적 사건들과 그 현대사를 휩쓸었던 이데올로기와 철학 사조들을 살펴본다. 또한, 저자는 그런 사고관념이 형성되도록 영향을 주었던 정치‧경제 상황과 문화‧기술적 변화도 주요 저서와 함께 논의한다. 그래서 다양한 의미로 열풍을 일으켰거나,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작품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었다.
1945년 해방의 시기에는 일제 청산과 식민지 단절에 대한 담론이 주요 화두였다. 동시에 정치사상에 대한 논제 역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고, 그 와중에 미군정의 지배 하에서 좌우 갈등 심화가 가해져 문학에서 일부 작품에 대한 억압이 가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집필활동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전쟁을 겪으며 사회 계층과 구조가 파괴된 것처럼(?) 보았던 사람들에게서 교육열풍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화두는 친일에서 반공으로 변화되어갔다. 물론 교육열과 서구 도서의 전래로 또 다른 방향의 독서가 이루어졌다.
그러다 이제 전후 50년대부터 60년대에 걸쳐서부터는 대중이 성장하면서 독자 계층도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출판문화에 있어서도 변화가 일어나는데 출판시장의 규모 확대와 메커니즘 변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60~70년대 개발 독재와 민족주의를 거치고, 개발 독재의 부작용과 압축 성장이라는 산업화의 미명 아래 잔존했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던 70년대를 지난다. 80년대부터는 국민들의 성장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듯 자기계발서가 부상하는 중에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드러난 출판 운동과 저항, 그리고 그걸 빗대었던 무협지의 부흥에 대한 담론이 이어진다.
그러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하고 개인주의가 발아되기 시작하면서 문학의 변동이 한번 더 일어난다. 과도기를 거치면서 ‘나’를 중심으로 써내려가는 작품들이 뜨기도 했다. 그 여파로 자기 계발서에 대한 열기가 다시 떠오르고,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는 카드 대란과 세계 금융위기 발발로 인한 경제 위기로 몸살을 겪으면서 그에 대한 책들이 등장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렇게 시대별 상황을 간략이 이야기하면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과 작가들에 대한 사례들을 담고 있었다. 솔직히 읽는데 쉽지는 않았다.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그때 만연했던 철학과 사상에 대한 설명을 잘 이해했더라면 더 쉽게 이해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의 시대별 주요 작품들을 알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현대사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싶었는데, 좋아하는 책을 함께 놓고 살펴보면 어려운 현대사를 조금은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도 더러 있었다.
책의 흐름을 보면 그 시대사상과 배경을 조금 덜 딱딱하게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 때문이었다. (실은 책을 좋아하시는 직장 동료분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흑심도 적잖이 있었지만)
물론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많은데다가 철학적인 이야기가 나와서 다소 딱딱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시대를 아우르던 주요 이데올로기와 정치에 대한 담론, 그리고 철학과 역사적 사건들이 한데 모여 특정 도서들의 열풍을 이끌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가끔 딱딱한 문장들과 단어들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읽는데 가끔 흐름을 방해한 점도 적잖이 있었지만. 해당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는 지침서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번외로 재밌었던 부분은 자기계발서와 베스트셀러에 대한 저자의 견해였다. 솔직히 나 역시 자기계발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은 아니어서 조금은 공감이 갔지만, 뭔가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신랄하게 말씀하셔서 오히려 재미있었다.
그래도 서평단하면서 아주 가끔은 깨달음과 위로를 주는 자기계발서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요즘이라, 특정 장르를 아주 비판하는 것은 조금 소심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베스트셀러에 대한 다소 신랄한 견해는 인상적이었다.
* 그런데 베스트셀러라는 거울은 여기저기 깨지고 올록볼록 왜곡된, 성마르거나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 (중략) 베스트셀러가 과연 대중의 욕망도 보여주는가? 남들이 읽으니까 읽는다는 식의 다양한 속물근성, 민족주의나 능력주의 같은 불건강한 이데올로기, 단순한 호기심이나 충동구매 등 사실상 독서라는 행위와 무관하거나 지적 욕구 바깥에 있는 욕망도 사람들로 하여금 베스트셀러를 사게 만든다. -p.24
저자는 베스트셀러를 출판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허상 같은 것으로 묘사를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데 너무 비판적으로 본건 아닌가 싶어 조심스러웠다. 너무 많은 책들이 분별없이 ‘베스트셀러’라고 난무하는 건 조금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이라는 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이 투영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여하튼 전반적으로 한국 현대사를 그 시대 사랑받았던 문학작품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 독서사>. 책 한 권으로 근현대사에 사랑받았던 우리 문학을 돌아보고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뜻 깊은 시간이었다.
<위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