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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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은 고문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룬 이야기다.
고문 고시원이 생겨나기 전부터 지어난 후까지 이야기가 먼저 제시되고 그곳에 사는 6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홍을 시작으로 6명의 거주자가 들려주는 6가지 옴니버스식 구성이지만 동시에 고시원의 ‘괴물’을 중심으로 함께 흘러간다.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 고시원. 무자비하게 지어진 건물 내부만큼이나 건물을 받치고 있는 터는 흉흉한 소문이 무성했다.

죽음을 부르던 자리. 유령처럼 묘사되는 거주민들.

고시원을 묘사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 미스터리한 배경과 오소소한 분위기가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든다.
 
한편 완전히 옴니버스로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는 묘하게 이어진다. 도미노처럼 한 명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다음 사람이 앞 사람의 뒷이야기에 꼬리를 물고, 또 그 다음 사람이 꼬리를 물어간다.
   
여기에 불쾌한 잔향을 남기는 괴물의 존재감 때문에 계속해서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말 고시원에 유령이 있는 건가?’, 하는 의심도 살짝 해보고 추리하는 맛이 즐거웠다.
   
그런데 조금 특이했던 것은 다소 스산했던 초반 고시원 이야기에 비해 거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왕왕 무섭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솔직히 소름 끼치는 장면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살짝 실망하기도. 공포 영화처럼 잔인하게 살해되어 서늘한 시체로 발견되거나 그렇지 않다. 피가 철철 나오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분위기에 나오는 묘사가 아니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다만, 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두려움보다 오히려 이야기에서 애잔함을 느꼈다. 웃픈 모습에 웃었다 찌푸렸다 하면서 기도 했다.
   
거주민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어느덧 서른을 넘겨버린 고시생, 100번 째 자소서를 앞두고 최종에서 떨어져버린 취준생, 무조건 ‘괜찮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던 순진하고 불쌍한 외국인 노동자, 신원보증이 안되는 처지에 매일 죽은 척하며 살아가야 하는 남자. ......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혹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한 사람들이 인물들이 나온다. 이런 인물들이 그 쪽방에서 아등바등 사는 이야기가 조금 나오니 이상하게 거기에 몰입되어 조금 슬펐다.
   
그래서 오히려 괴물이 나올 때 기함했을지도 모른다. 칼이라든지 톱이라든지 뭐 그런, 살해 방식이 잔인했다기보다는 어떠한 원한 관계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개미 한 마리 눌러 죽이는 것 마냥 죽일 수 있다는 점. 그 점이 무서웠다.
   
<고시원 기담>은 확실히 독특한 글이었다. <기담>이라는 제목에 비해 대놓고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는 않았다. 조금 읽다보면 대충 ‘문제의 사람’에 대해서는 추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독특한 이야기, 예컨대 추리 만화 주인공처럼 움직이는 고시생 홍이라던가 무협지 주인공처럼 움직이는 편의 모습은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읽다보면 앞으로의 행동이 궁금하고 웃기기도 해서 자꾸 읽게 되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 기담을 읽고 싶지만 무서운 이야기에 잠 못 드는 사람들에게 먼저 입문으로 추천해보고 싶은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친구는 ‘고시원’이라는 단어에 눈물부터 글썽였지만.
   
적당히 서늘하고, 몇 캐릭터에 공감되고, 더운 여름 가볍게 술술 읽기 좋은 책으로 기억에 남은 <고시원 기담>. ‘기담류’가 무서울까봐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소심한 독자님이라면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걸 읽고 나니 작가님의 전작인 <소용돌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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