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죽재전보 클래식그림씨리즈 4
호정언 지음, 김상환 옮김, 윤철규 해설 / 그림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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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전보>는 당시 문인이자 출판업자였던 호정언이 기획하고 제작한 것으로, 여러 시전지를 묶어 편찬한 것이다. 이는 중국 고대에서 책갈피에 의견을 적던 종이에서 시작했는데, 편지나 짧은 시를 적은 종이에 점차 장식이 더해졌다. 그것들이 모인 것이 시전지인데, 그걸 모은 것이 바로 이 <십죽재전보>였던 것이다.
 
요즘 명화 에세이가 많이 나오면서 서양의 명화는 조금씩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동양화는 막상 접할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처음 책이 나올 때 궁금함이 들어 신청했다.
 
책에 모인 그림에는 최신 기술인 두판과 공화 기법이 쓰였다고 한다. 두판은 다색 인쇄 기법이고 공화는 색은 사용하지 않고, 볼록하게 인쇄하는 기법을 의미하는데 당시의 최신 기술로 나온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큰 화제였다고 한다.

인쇄 기술은 물론이고, 당시 문인들의 문화생활을 보여주는 척도로 작용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문인들의 활동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도 했고, 시대적 배경도 한몫했다고 한다. 글을 이해하는 식자층이 늘어났기도 했고, 당시 문인들의 취향이 맞물렸던 이유도 있었다.

이러한 작업은 당대 경제 중심지였던 강남에서 시작되었는데, 경제 중심지에서 부유한 상인 계층이 부를 과시하기 위해 문인들의 태도를 본뜨려고 노력하고 그 생활을 영위하면서 이러한 작품 활동이 활성화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조선 후기 사회와 문화에서 나타났던 변화 양상이 떠올랐다. 또, 한편으로 예술을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의 일화도 살짝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그걸 함께 생각하면서 예술과 경제의 상관관계는 어느 문화든 떼어놓고 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은 <십죽재전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탄생하게 되었던 배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당시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배경을 들려주었다. 이어서 이 작품집이 각광을 받았던 이유와 작품의 구성과 가치를 이야기해주는데, 그런 설명이 앞서 나와 있어 작품을 보는데 참고가 되었다.

다소 익숙하지 않은 작품들과 기법이었기 때문에, 그런 설명이 도움이 되었고 새로운 사실들을 배울 수 있어 무지 흥미로웠다. 이후부터는 전보 머리말과 십죽재전보서, 그리고 본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미지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스케치 같은데, 그 작은 그림에 섬세하게 채색이 들어가 있고, 또 이걸 다 판으로 찍어냈다고 생각하니 작업 과정이 새삼 놀라웠다. 또, 왼편에 적힌 소재에 담긴 의미를 함께 읽고 감상하니 깊이가 다르게 다가왔다.
 
화려한 서양의 명화보다는 어떻게 보면 심심하고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동양 특유의 담백함과 절제미가 있는 작품을 보면서 그곳에 담긴 함의를 곱씹는 것도 흥미로웠다.
 

 예컨대 ‘화석’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이름난 정원에는 반드시 괴석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괴석은 변치 않는 자연물로 군자에 비유된다고 하는데, 흔히 동양에서 자연물에 묘사하는 그런 의미들에 공감하며 읽는 것도 즐거웠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자연물을 담아내면서 그때 쓴 시나 감상에 대한 것들이 덧붙여 있었는데, 홀로 자연을 감상하며 담담하게 경관을 감상했을 당시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했다.
<십죽재전보>를 읽으면서 아무래도 동양화의 매력은 그 여백의 미와 절제,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담백함 속에 숨은 당대 문인들이 깊이 있는 사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바쁠 때, 자연의 모습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동양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그 마음을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십죽재전보>였다.



<위 서평은 서해문집의 북씨북씨로 활동하면서 지원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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