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성격 -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개념어 사전
최현석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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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성격>은 의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간의 성격에 대한 연구일지다. 심리학을 중심으로 의학과 철학, 과학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인간의 성격을 분석한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숱한 시도로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해보고, 분류해보며 정형화 시켜나가려고 해왔다. 첫 장은 그런 노력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예컨대 체질, 관상, 손금, 점성술, 혈액형, 심리 유형 등. 수세기 동안 학자들은 이처럼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의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 했던 노력했다.
    
동서양, 그리고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적 흐름에서 각 문화권 마다 어떻게 연구가 이루어졌는지 읽는 것이 흥미로웠다.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시대적 배경과 그 시대를 관통하던 사상과 이념 속에서 어떻게 그런 연구가 논의되었는지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딱딱하지 않고 문화사를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성격의 개념과 특질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성격을 설명할 때 주로 나오는 ‘빅 파이브’ 모델을 중심으로 성격 요인을 분석한다. 이후 인지구조와 성격발달, 그리고 성격을 검사하기 위해 고안된 다양한 검사 방법과 성격 장애, 그리고 성격의 강점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책에 담긴 주제들은 모두 흥미로웠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성격 요인을 분석하는 부분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빅 파이브’는 성격을 분류하는 방법의 한 가지인데 여기서 5가지 요소는 신경성, 외향성, 개방성, 원만성, 성실성을 일컫는다.

물론 5가지로 인간의 성격을 모두 나눌 수는 없지만, 각 요소별 개인적 격차 등에 따라 이 5가지 분야에 파생되는 성격의 모습이나, 그것을 다루기 위해 논의되는 소주제들이 무궁무진하다.
    
    
*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서 어떤 사람은 창조적이 되고, 어떤 사람은 정신병을 앓게 될까? 이는 지적능력과 자아강도의 차이 때문이다. 지능과 자아강도가 높은 사람은 복잡한 상황과 정보를 유익하게 활용할 줄 안다.-p.115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걸 읽으면서 떠올랐다. 이는 개방성과 관련 있는 대목이었는데 이러한 인지 능력도 모두 성격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이 외에도 놀랍고 재미있는 소재가 많다. 특히나 문화사적인 이야기도 녹아져 있는데다가 특정 성격이 발생할 때 일어나는 과학적 작용이라든지, 용어를 설명할 때 언어학적으로 상세하게 (하지만 너무 깊지 않게) 다뤄주는 부분들도 있기 때문에 한 권을 읽는데 3권은 읽은 기분이었다.
    
여기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준 책이라서 더욱 좋았다. 저자가 서문에 남긴 말처럼 어떤 연구결과에는 수긍하고 어떤 연구 결과에는 조금 반발하면서 과연 이 해석이 맞는 것일까 계속해서 고민하며 책을 읽었다.
    
    
* 미국의 정신의학자 조셉 피니는 내향성을 질병으로 만들려는 노력 자체가 진단분류체계의 문화적 편견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문화는 외향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따라서 내향적인 이들에게 오명을 씌우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상황은 그 반대로 내향적인 이들이 정상으로 간주되고 외향적인 이들은 비정상으로 여겨진다.”라고 지적했다. -p.101
    
외향성과 내향성을 다룬 부분이었다. 한때 내향적 혹은 내성적으로 보일까봐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런 부분 때문에 우려와 충고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티는 안나지만) 노력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소심하고 조용하고 낯가림 있는 모양새보다는 더 활달하고 자기주장 확실히 하는 모습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든, 업무적인 측면이든 수월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요즘에야 사람들 인식이 조금 나아졌지만. 내향적인 이유만으로 적극적이지 않는 사람이라거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 등으로 낙인찍는 그런 경향이 남아 있는 것 같을 때면 씁쓸하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는 그런 사회 모습이 떠올라 안타까웠다.
    
    
어느 시대든, 문화권이든, 어떤 직종이든, 단체든 성격 차로 사람들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늘 있어온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을 대하다보면 상상 이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들을 만나기도 하고, 혹은 특정 상황에서 자기도 몰랐던 성격을 발견해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문제는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책을 선택했던 것은 그런 성격 차이로 스트레스 받는 ‘나’ 고치고 싶었던 점이 시작이었다. 먼저 나의 성격을 알고 싶기도 했고, 동시에 성격에 대해서 알면 타인의 성격에 대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예상은 거의 적중했다.
    
물론 책을 다 읽었다고 성격을 달달 꿰뚫고 모든 성격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본 기분이 들기도 한다.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성격이 있었고, 상황과 개인별 인지 구조에 따라 또 엄청난 경우의 수가 생겨나는데다가, 성격 장애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세상에는 이렇게 다양한 성격이 있고 특정 상황별 더 잘 통용되는 성격들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성격’은 없고 개인의 성격을 특정 지으려는 ‘단체(혹은 주류 사상들)’가 있구나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성격에 비관하지 말고, 타인과의 차이에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에 대한 수가지 담론을 읽고 공감하면서, 신기하게도 그 많은 성격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그러니 당장 나를 괴롭히는 눈앞의 ‘돌아이’ 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내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도 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지금, <인간의 모든 성격>은 결국 ‘인간의 모든 이해’를 위한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 서평은 서해문집의 북씨북씨 1기로 활동하면서 제공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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