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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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원작 소설인 365.


이야기 도입부부터 다소 자극적이다. 호텔에서 일하던 폴란드 여성 라우라는 친구들과 휴식을 위해 떠난 시칠리아에서 남주 마시모에게 납치를 당하며 시작하기 때문이다.


라우라가 납치된 이유는 바로, 5년 전 마시모가 죽을 위기에서 깨어난 뒤부터 계속해서 꿈속에 나타나는 환상 속 여인과 꼭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에 대한 미칠듯한 갈망으로 꿈속의 여인에 대한 초상화까지 그려 보관하던 마시모는, 시칠리아에 온 라우라를 보자마자 그녀가 환상 속 그녀인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는 그녀를 만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기로 한다. 다소 거친 방법으로.


그시점, 라우라는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의 권태와 그로 인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와중에 주변에서는 오묘한 시선이 느껴지고, 급기야 의문의 이탈리아 미남자와 자꾸 조우하게 된다.

 

결국 불안과 권태, 외로움이 똘똘 뭉치다 폭발한 라우라는 남자친구인 마틴에게 서러움을 토로하며 숙소를 박차고 홀로 나오게 되고, 맹수처럼 그녀의 행적을 족족 노리고 있던 마시모에게 납치당한다.

당황하는 라우라에게 마시모는 제안 같은 통보, 통보같은 내기를 제시한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365일 동안은 그럴 수 없어.

1년간 날 위해 희생해줘야겠어.

네가 나를 사랑하도록 온 힘을 다해 뭐든 할 거야.

만약 네 다음 생일까지도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보내줄게.

p.63

 

위험하게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 그리고 365일 간의 신경전. 위험하지만 매혹적인 마시모에게 끌리는 라우라, 그녀는 과연 이 아슬아슬한 심리전에서 이기고 다시 시칠리아의 성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뛰어넘는 또 한번의 위험한 로맨스'라는 소개와 책 표지에 있는 '202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영화 원작소설'이라는 말에 솔깃하여 신청하게 되었던 365.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말까진 보았는데 그 밑에 '넷플릭스 심의 통과만 두 달이 걸린 가장 뜨거운 문제작'이라는 말을 못봤다. 살짝 그런 류(?)의 책인가보다 하고 시작했는데, 와우. 이 책 몹시 뜨겁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시점에서 벌써 정사씬 비슷무리한(?) 장면이 나와서 당황했다. 19세미만 주의 붙여야 할 것 같은데, 그대로 괜찮을까 잠깐 생각해보았다.

  

작품은 킬링 타임용으로 심오한 생각은 날려버리고, 화끈하고 아주 자극적인 이야기가 읽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씬은 아주 기가막히게(?) 쓰였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페로몬이 뿜어져 나올 것처럼..... 내용은 계속해서 남주의 섹시함과 퇴폐적이고 오만하고, 한편으로 여주의 사랑을 갈구하다가 또 무섭게 관능적인 묘사들이 즐비해있으므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둘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납치와 감금과 다소 강압적인 애정 갈구로 시작했으니 여주인 라우라가 계속 본인의 소신을 확 못잡고 흔들흔들 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긴했으나.


  어찌되었든 결국 마시모를 사랑하는 걸 인정하고, 그를 둘러싼 환경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선택했으면 좀더 어른스러운 느낌이 있었으면 싶었는데. 그게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납치를 당했는데 가만보니, 잘생긴 이탈리아 남자가 엄청난 부와 권력으로 자신을 퀸으로 만들어 주는 데다가, 밤일도 잘해, 그전 남자친구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몸정맘정 주니.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며 사랑에 빠지더니.


  또 남주가 멋대로 행동한다고, 금세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게 아닌가 화내고 우울해하고.


  초중반에는 여주 라우라도 납치 상황에서 겁먹었을 뿐이지 본인의 마음을 자각하고부터는 어마무시하게 남주에게 덤벼드는 겁없는 여주였던지라 되게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어울리기는 한데.


  차라리 남주는 나름 매력있는데 여주 때문에 읽다가 조금 눈살이 찌푸려졌달까. 차라리 어두운 이야기로 시작했으면 절절해져버리지. , 살짝 아쉽다.

  


이 남자를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강제로 그의 포로가 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협박이나 강요가 없었더라면.

무엇보다도 이 남자가 누군지 몰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날 사랑해줘."

p.239


   

무튼, 그럼에도 남주의 매력이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끌고 갔던 책.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권력의 중점에 있는 남자가 퇴폐미 발산하면서 여주에게는 가끔 주인 기다리는 댕댕이처럼 구는 게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


 여주가 살짝 아쉬웠지만 암흑가 신데렐라(?) 스토리 대리만족 할 수 있어 재밌었고, 서양판(?) 로맨틱 느와르 코미디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처럼 자극적인 작품이 당길 때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2권이 또 이어져있었다니, 이야기가 이상하게 풀어져간다 하더라니 .....2권을 궁금하게 해놓고 끝내다니. (잔인한 사람들.....ㅠㅠ)

 



* 위 리뷰는 다산북스에서 진행한 이벤트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자유롭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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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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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는 마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따뜻한 심리학 이야기 365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차가운 이론이 아니라 뜨거운 실천으로 삶을 바꾸는 심리학.

내가 꿈꾸는 심리학의 이상은 바로 그것이다.

내게 심리학은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내 삶을 바꾸는 치유의 액션'이다.

p.4 프롤로그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일곱가지 주제로 계속해서 이어진 365가지 힐링 액션은 더이상 심리학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며, 또 늘 일상 곳곳 스며들어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학문으로서 심리학뿐만 아니라 책 속에, 영화 한편에, 명화에, 인간관계에. 우리 인생 곳곳에 깃들어진 심리학들. 정여울 작가님의 365일을 함께하다보면 , 나의 삶 곳곳에 늘 상주하며 나의 아픔을 돌보아 주었던 심리학의 존재와 강렬하게 마주할 수 있다.


뇌는 생존을 위해 '지금의 행복'보다는 '미래의 위험'을 감지하는 데 더 큰 에너지를 쏟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생존을 더 중요시하여 기쁨이나 설렘 같은 소중한 감정에 둔감해진다.

p. 22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뮤즈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간 일어나지도 않을 잠재적 위험에 잠식당해 수많은 행복을 놓쳤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거세당한 나의 청춘, 나의 앳띠고 순수했던 마음.

영화 감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저 문장에 왜 이다지도 마음이 아팠을까.


이게 정여울 작가님을 애정하는 이유다.

작가님의 글에는 잊고 지내던 지난 날의 감상, 감수성 어린 말간 생각,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그립고 소중하지만 각박한 현실감에 바래져버린 중요한 무언가를 슬그머니 끄집어 내어주는 힘이 있다.


내 상처는 반드시 나와 닮은 타인의 상처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당신의 아픔을 내가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내 글을 통해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똑같은 상처를 앓고 극복하고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깨닫는 독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내 글쓰기의 희망이다.

p. 26 상처야말로 아름다운 소통의 시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비난, 혹은 가해자 스스로의 어처구니 없는 변명과 적반하장식의 대처가 두 번째 화살의 주요 발생지다.

'뭐 그런 걸 갖고 상처받고 그러니'라는 말, '남들도 다 그래. 네가 참아'라는 말. '네가 예민해서 그래, 남들은 다 참고 살아'라는 말이 모두 2차 트라우마를 유발시킨다.

(중략)

내 상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말들, 내 상처를 어떻게든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상처 입은 나의 존재를 무력화시키는 모든 말들이 2차 트라우마를 강화한다.

p.46 1차 트라우마와 2차 트라우마


마음 속 상처, 트라우마.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박혀있던 그 마음이 책을 읽는 동안 톡톡 자극을 받는다. 어쩌면 나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었을 그 생각과 감상들이 타인의 언행으로 무기력하게 심연으로 가라 앉아 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이 계속 든다.

'뭐 그런 걸 갖고 상처 받니'. '그거 보다 더 힘든 일도 훨씬 많은데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왜 이렇게 예민해졌어.', '그날이야?', '임신했어?'

반발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꽤나 있었다. 하지만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버릴 때는 대꾸할 생각에 더 가슴이 조여왔다.

그게 반복되고, 아차 싶었을 땐 최면에 걸린 사람마냥 자신을 상처의 구렁에 빠뜨리고 있었다. '바쁜 삶 속에서, 경쟁사회에서 이런 마음에 빠져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이미 머리에 박혀버렸다.


하지만 온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다시 재발하는 법.

늘 다시금 피어나오는 고름을 가득 안고, 사고의 나락에 빠져들 때면.

그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왔을 때, 이미 자존감이 늘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작가님의 작품이 자그마한 위안이 되어주었다. 사람에게 얻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할 수 없는 그 상황에서 따뜻한 길을 제시해주었다.


책과 영화와 미술 작품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흘려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유없이 우울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이 오면, 그 마음에 병명을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 병에 어떤 치료약이 필요한지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처방'을 해주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저 페이지의 일부 내용처럼, 우리의 아픔이 연결되어 있다는 그 믿음. 그리고 나와 같은 아픔을 지닌 또 다른 누군가가 이 고통을 극복하고 있다는 그 희망. 그런 따스한 바람이 늘 글을 쓰는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장면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왜 이러는 걸까, 생각해보니 나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오늘은 그냥 놀아버릴까. 아무 걱정 없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그냥 놀아버리자.

나는 남몰래 기다려 왔던 것이다. 저렇게 따스한 눈빛을 지닌 할머니나 어머니, 또는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다정하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모든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그냥 놀아버리자'라고 손을 내미는 순간을.

p. 29 내 상처를 건드리는 뜻밖의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취업 준비 기간에, 그리고 제작년 이맘쯤.

이 영화의 이 대사를 들었다면 나도 펑펑 울었을 것 같다.


정말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

하지만 놓을 수 없어 질질 끌려가듯이 무언가에 이끌려 쉴새 없이 달려가야 하던 순간.


그 순간, 너무나도 바라던 말이었다.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버티자, 곧 끝나.'가 아니라.

'오늘 쉬어버리자.'


늘 기약 없는 미래의 휴식과 안식을 이야기하며 오늘은 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쉴 시간이 안 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한다.


나는 저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할머니처럼,

'오늘 쉬어버리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휴식에 다다를즈음 나의 안식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허무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제야 알겠다.

그토록 오랫동안 노을을 바라보는 삶을 예찬한 이유를.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을 비춰주는 위대한 거울이라는 것을.

노을 지는 풍경에 내 마음 비춰보는 그 몇 분의 시간만으로, 삶은 더욱 찬란해진다는 것을.

p.20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볼 권리


퇴근길 노을을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낀 적이 있다.

그저 단순히 해가지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그 현상을 보고 그런 것 보다도. '노을을 본다'라는 행위에서 '일상에 쫓기지 않고 평온한 상태'를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노을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는데, 그걸 감상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날 하루가 너무 근사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상하게 잘 살고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만으로도 나의 고단한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책은 책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금세 읽어내려가졌다. 처음에는 깨알같은 글씨가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한 페이지에 한 일화가 끝이나고, 명화, 일상, 독서, 영화, 인간관계로 이야기가 돌아가니 지루하지 않았고, 여러가지를 골고루 읽는 느낌까지 들어서 더 흥미로웠다.


심리학을 쉽게 접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학문적으로보다 자연스럽게 심리학을 읽고 싶은 사람, 오늘 하루가 너무 지쳐 마음의 위로가 받고 싶은 사람, 일하느라 하늘 한번 보지 못하고 하루가 끝나버린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위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진행한 이벤트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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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무기가 되는 논리 수업 - 세상의 교묘한 말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61가지 논리 도구들
마이클 위디 지음, 한지영 옮김, 헨리 장 추천 / 반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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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무기가 되는 논리수업

저자 마이클 위디

출판사 반니

일상의 무기가 되는 논리수업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논리적 오류들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 모음집이었다.

회사생활, 사회생활 하다보니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대화할 일이 많아진다. 나이, 성별, 직종 ..... 그러다보니 내가 알고 있는 말이 틀린 것 같고, 상대방이 하는 말이 다 맞는 것 같고, 내말이 맞는 것 같다가도 이상한 소리하는 것 같고. 그런 일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서평 이벤트로 이 책을 알게되었다. 책을 읽고나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신청, 운이 좋게 당첨되었다.

책은 크게 8가지 챕터로 구분되어 있다.

그게 논점이 아니잖아요 / 그럴싸한 거짓 근거들 / 말속에 함정이 있다 / 논리를 가장한 교묘한 속임수 / 무논리에 대처하는 법 / 감정에 휘둘리지 마세요 / 좋은게 좋은 건 아니다 / 맹목적 믿음에 응수하기

챕터 제목만 봐도 솔깃했다.

큰 챕터를 넘기면 각 논제별로 오류가 섞인 하나의 문장과 오류의 종류, 형태, 정의, 관련 예시가 나오고, 연이어 이러한 오류의 논리적 허점과 응수하는 법, 더 깊이 알아보기로 이어진다.

한눈에 이 '교묘한 말들'이 어떠한 오류를 범하는지 볼 수 있게 하고, 어떻게 응수해야 하는지가 연달아 나오는데 장황하게 나오지 않고 간결하게 나와 있어서 읽기에는 수월했다.

또, 몇 논제들은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들도 있던 터라서, 응수하기 부분을 눈여겨 보기도 했다.

다만, 처음에 살짝 읽기 어려울뻔(?)했던 점은.... 약간 학부생 때 들었던 논리학 교양 수업이 떠올랐달까. '논리수업'이니 당연히 논리학에서 나올법한 용어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데.

아무래도 내가 논리학 쪽 단어에 쥐약인 듯하다. 뭔가 더 읽기 편하게 나왔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는지.... 조금 설명이 이해 안되겠다 싶으면 일단 휘릭휘릭 넘기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래도 '논리를 가장한 교묘한 속임수'와 '감정에 휘둘리지 마세요' 처럼 상당히 눈에 들어오는 주제들도 있어서 기대하면서 읽는 재미도 솔솔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 이상으로 얼마나 말도 안되는 말을 논리라고 여기며 혼란에 빠졌는지 곱씹어보았던 것 같다.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책을 읽자, 그간 논리 아닌 논리로 나를 궁지에 넣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경력을, 상위기관을,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다수의 견해를 바탕으로 주장하던 사람들.

법을 참고해서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법이 매뉴얼은 아니지 않는가. 읽는 사람에 따라 애매하게 해석될 때가 있다. 그럼 기존 실무자들의 경험이나 과거 사례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경력이 조금되는 사람들이 논리인 마냥 장황하게 이게 맞지 않느냐 하며 주장을 펼쳐서, 그야말로 '아찔한 순간'들이 더러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앞으로 그 논증의 '타당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무슨 근거로 그 질문을 했는지를 꼭 되물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번 읽고는 체화하기 어려운 논리학 책. 하지만 이제 일상의 무기, 아니 생존을 위한 도구로 조금씩 읽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위 책은 반니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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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주식 타짜 - 대한민국 주식 고수 7인의 투자 전략
허영만 지음 / 가디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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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주식타짜

출판사_가디언

글·그림_허영만


<허영만의 주식타짜>는 우리나라 주식 고수 7인방의 투자전략을 허영만 작가님의 만화와 함께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경제 만화 도서였다.


주제는 전혀 가볍지 않지만, 전문 서적 같은 느낌이 아니라 가볍게 만화 책 읽는 느낌이 들어서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 책이었다.


책은 일명 '주식 고수'들로 대학원 책임지도 교수부터, 일반인 개미(?)에서 시작하다가 관련 회사를 차려 직접 대표가 되어 운용하는 사람들, 직장인, 전업 주식 투자가 등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주식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직장인도 섞여 있어서 월급쟁이(?)인 입장으로는 좀더 현실감이 확 와닿는 부분도 조금(.....) 있었다. (물론 이분이 벌어들인 수익은 전혀 현실감이 와닿지 않았지만)


옛날에 읽었던 <만화로 보는 세계사> 같은 느낌이랄까. 어려운 내용이 줄글로 쭉쭉 있지 않다. 주식 고수들과 허영만 작가님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다소 어렵게 읽힐 법한 설명들도 그림과 함께 나와있어서 그런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 가독성도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공부량'과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어설프게 남들이 하는 주식 투자 얘기만 듣고, 그러니까 종종 듣는 '떨어졌을 때 사고 오를 때 판다.'라는 말만 가지고서는 절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실시간으로 접하는 인터넷 기사만 바로 믿어서도 안되고,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우리 경제 상황에 영향을 주고 있는 해외 경제 상황도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산업을 분석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품팔아 연구해야 한다.


물론 단타성으로 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은 테마주 등으로 치고 빠지는 걸 이용하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위험부담이 크다. 오히려 주식 고수들은 '위험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더욱더 무지에 대해 경계한다.


수익을 내는 것만큼 손실을 막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한가지만 보고 투자하기에는 너무나도 변수가 많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고려해서 투자종목을 선택한다고 한다.


여기에 보고서나 기사 등등 문서화된 자료뿐만 아니라 지분보유에 따라 직접 기업의 IR전문가를 만나거나 회사 관계자와 미팅해서 상황을 보면서까지 분석을 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어떤 방식이든 쉽게 버는 돈 없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7인의 투자자 모두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단타 투자와 가치투자자들 간의 투자 방식이 조금씩 또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동일한 건 투자에 앞서 공부한 양은 모두 엄청나다는 거다. 단타 투자자라고해서 단순치 치고 빠지기를 빨리 반복하는 것이 아니었다.


챕터 중에 단타 매매 투자고수 '설산'이라는 분은 하루에 공부를 14시간씩 하다

가 눈에 염증이 생겨서 안보였던 날까지 왔다고 한다.


그만큼 주식 고수들은 '무지'를 경계한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시장이 워낙 변수가 많다보니, 원금을 손실에 대한 압박감이나, 과욕으로 매매 타이밍에 대한 망설임 등으로 뇌동 매매 등의 실수를 한다는 것이다.


또 비슷한 이유로, 완벽한 논리로 답이 나오는 시장도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논리적인 접근을 하려는 성향의 사람들도 주식투자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주식을 못하는 성향이라고 했던가) 그 투자자의 말도 공감이 갔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인 투자자 편이 재미있게 읽혔는데, 아무래도 따로 직장 생

활 하면서 주식 투자하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더 관심이 갔던 것도 같다.


분명 엄청 따로 공부 공부하느라 잠을 못잤다거나 그런 말은 못 봤지만,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스터디도 나가고, 회사에 직접 방문해서 기업 상황도 공부하러 다니고 그랬던 것 같다.


요사이 주변에서 슬슬 용돈벌이 정도로 주식한다는 사람들 얘기는 들어왔고, 자기 유흥비 줄여서 공부하는 셈 친다며 매일 주식 어플보는 사람들을 종종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역시 진짜 고수들은 조용히 티안내고 투자하고 있었구나 싶었던게, 이 직장인 고수도 주변에서 투자하는지 전혀 모르게 했다고 한다. 되레 직장에서는 직장일에 전념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뇌동매매 같은 심리전에 휘둘리지 않고 좋았다고 한다.


여담으로, 이부분은 개인적으로 어떤 투자든 돈과 관련된 것은 절대로, 가급적 주변에 말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해준 편이었다.


주식으로 번 돈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샀다. 그런데 이 사실에 회사에 떠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왈가왈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한 후배에게만 주식 투자 얘기를 했는데 얼마 뒤, 안좋은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고 한다.


아, 그 부분이 왜그렇게 울컥했는지.


앞서 어떤 투자자도 투자자들은 종목을 잘 얘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 잘되면 돈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도 생기기도 하고, 맞지 않는 무리한 투자를 하게 할까봐 등등의 이유였다고 말했었는데, 그 부분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나와 어떤 관계있는 사람들, 특히나 사회생활로 엮인 사람들은, 이런 돈과 관련된 얘기는 섣불리 나누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공감이 되는 편이 었는데, 가끔 내가 아닌 나와 가까운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는 자산을 보고 주변에서 이렇게 굴리면 되겠네 저렇게하면 되겠네, 하면 몹시 껄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이 책을 읽고도 아직 씨드머니가 없어서.... 당장 투자는 못하겠지만, 시작하더라도 절대로 어디 말하지는 않아야지 다짐했다.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는 저금리 시대의 무서움을 몰랐다. 애초에 위험회피 성향에다가, 주변에서 주식으로 잃은 이야기만 듣다보니 주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더 컸다. 거의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금기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직장 생활 1년, 첫 적금을 찾고 생각이 살짝 들기 시작했고, 코로나19 로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면서 생각이 조금은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다고해서 당장 시작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산업이 성장할 것인지... 라든지 등등 공부해두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입문자가 읽기에 좋고, 취미로 아-주 조금 주식을 하고있던 예랑이가 읽어보더니 공감 많이가고 재밌다고 하는 걸 보니, 지금 투자하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위 서평은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직접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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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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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_민경주

출판사_홍익출판사


내가 회사를 아무리 사랑해도,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p.32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는 회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퇴사당한 작가의 퇴사 후 200일간의 기록이다. 3년간 헌신한 직장에서 버림받고서야 저자는 회사가 우리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퇴사 후 하루하루 지난 3년간, 또 그 이전 직장들을 곱씹으며 떠올리는 회사와의 추억(?)은 몹시 씁쓸하다.


우리는 일을 맡을 때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또, 실제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려한다. 하지만 정작 회사가 우리를 책임져주는 건 어디까지인가. 이런 작가의 자조어린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회사 생활 적응하느라 엉엉 울던 눈물이 살짝 아깝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이 살풋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쓰디쓴 기억들이 나열을 이룬다. 무지 암울하다.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퇴사 후 여행은 무지 낭만적일 것 같지만. 그 계획마저도 부질없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행이 현실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되게 현실적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계속해서 지난날의 뼈아픈 사회생활을 곱씹게 된다. 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았던 거래처 직원과의 관계도 모두 허상이었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은 노동착취 현장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근데 이런 내용들이 홀로 취업 준비할 때 느꼈던 기분을 떠오르게 한다. 아무래도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미래를 그리기 어려우니 자꾸 과거만 반추하게 되는 모양이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는 꼭 그간의 모든 노력이 부질없게 느껴지는가 하면, 이정도면 참자했던 순간들이 상처로 돌아온다는 거다.


이 시간을 겪는 건 무지 뼈아픈 경험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배우는 게 있었고, 그 다음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버팀목이 되었던 것 같다.


저자의 이야기 자체는 다소 무기력하고, 암울하다. 퇴사 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희망찬 스토리, 성공기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러니 다수가 획일적인 곳만 바라보고, 특정 회사 입사에 목숨 걸고, 회사에 충성하다 쉽게 지치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랄까.


하지만 그런 이야기라서 오히려 지금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이라면 공감과 함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지금 이 시간을 보내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구나. 누군가 또 이 암담한 시간을 보냈구나. 죽으리란 법은 없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튼,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한 돈은 생명줄이 맞지만, 내가 충성하는 만큼 회사는 나를 예뻐해주지(?) 않으니, 받는 만큼만 열심히 일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늘 그래왔듯이 어디까지나 나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열심히, 성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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