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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2017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박상순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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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문학상은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6월 중앙일보사(주)에서 제정한 문학상(출처_네이버 백과사전)이다. 그리고 이번 17회 미당문학상으로 박상순 시인의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이 선정되었다.
   
시집에는 박상순 시인의 수상작 외에 9작품이 더 실려 있었고, 또 김상혁 시인을 비롯해 8분의 시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언어의 음악성과 회화성이 절묘하게 부각된 수상작이라는 심사평을 받은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사랑에 빠진 이의 심장박동을 일상어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 있게 구현하면서, 에로스적 욕망의 환희와 타나토스적 죽음의 비참을 복작거리는 이미지의 연쇄를 가시화하는데 성공했다.’는 심사평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럼 수요일에 오세요. 여기서 함께해요. (.....) 그러니까, 수요일에 나랑 해요. 꼭, 그러니까. 수요일에 여기서........
   
무언가 공유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일련의 ‘무궁무진한’ 무언가들이 등장한다. 무궁무진한 봄, 밤, 고양이, 개구리로 시작해서 ........... 무궁무진한 포옹에 이르기까지, 단어들이 주는 느낌이 아련하다.
   
그런데 이 애틋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다음 연에서 다소 소름 돋게 돌변한다. 갑자기 지붕이 무너지고, 할머니가 쓰러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땅속에서 일어나시고........ 그의 손목이 부러지고 어깨가 무너지고, 그러더니 그녀의 목소리를 가슴에 품고 죽는다. 이것도 충분히 아연하게 만들어버렸는데, 그 다음 문장이 쐐기를 박는다.
   
월요일의 그녀 또한 차라리 없었다고 써야 할까.
   
그리고 다시 ‘무궁무진한’ 그것들을 떠올리며 시가 끝을 맺는다. 
  
솔직히 처음 읽었을 때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계속 머리 싸매며 고민하고 읽었던 게 태반이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캐릭터와 플롯으로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산문과 달리 비유와 은유의 향연인 운문은 난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여인의 낭랑한, 조급은 수줍은 목소리로 시작했던 첫 연이 끝나고, 옹기종기 이어지는 무궁무진한 것들의 향연. 그러다 3연에서 지붕이 무너지며 반전되는 분위기에 순간 머리가 아연해진다. 마지막에 나온 심사평을 읽고 나서야 조금 알 듯 말 듯하기도 하면서도 역시 어려웠다.
 
무수한 사랑을 하고, 그 사이사이 사랑을 잃게 되는 경험을 겪으면서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또 새로운 사랑을 하겠다는, 그래서 계속 무궁무진한 사랑을 하겠다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되 되는 걸까. 평을 읽고 든 생각이지만, 맞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방가르드’한 시라고 평을 했는데. 그건 확실히 알 것 같다.
  
그럼에도 시가 주는 ‘여운’이 있어, 읽는 동안 가슴 한 구석이 일렁이는 기분이 드는 작품들도 있었다. 역시나 어떤 내용이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런 작품들은 읽는 순간마다 머릿속에 막 연상 작용을 일으켜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 어둠 속에 눈빛이 영혼같이 빛났다. 책 속엔 정말 그런 게 존재해서
사람을 사람이 구해주고 있었다. 자유와 시간이 무한히 남았구나 싶었다.
-p.49 김상혁 시인,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 중 
  

(맞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시를 내용을 보면 대강 이러하다. 읽던 소설을 덮고 나니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중요한 인물을 놓쳤으며,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지각한다. 그러더니 바로 읽던 책의 감상을 떠올린다. 뉴욕을 배경으로 했던가, ‘나’가 읽은 책 속의 인물들과 행동이 하나둘씩 머릿속에 그려진다.
 
생각을 어둠이라고 비유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둠 속에 더 선연하게 나타나는 대상들을 책을 읽고 난 뒤에 떠오르는 감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작가가 만든 세계에 흠뻑 취해 끝없이 빠져들어 갈 때가 있다. 종이 위에 펼쳐진 그 무한한 공간을 만나는 순간은 늘 흥미롭다. 책 판형이 커봐야 팔뚝만한 길이인데, 그 안에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그러다, 한 편의 잘 짜인 이야기를 읽노라면, 내가 처한 상황에 너무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은연중에 구원 받는 기분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일련의 독서 활동 후 모습이 떠올라서 유독 이 시가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좋은 책은 독자에게 말을 거는 법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고 싶었다.
-p.49 김상혁 시인,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 중 
 
독자로서 생각해도 말이 되고, 시의 화자인 ‘나’이면서 동시에 시인 자신의 생각인 것 같기도 해서 묘하게 이 문장이 머리에 맴돌았다. 물론 공감도 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정직하게 말해도 되겠지만,
종국엔 비겁하게 말을 고르겠지.
(.....)
그리하여 우리의 말이 종국엔 평범하고 고요한 무관심들이라면,
무관심의 전체주의라면,
이 노래는 어떻게 파산해야 할까,
어떻게 사라져야 할까,
(......)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어휘들과 비참의 부력으로 떠서
우리 바깥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삶이 없는 생자들 속에서
-p.49 김상혁 시인, <파산된 노래>
  

늘 정직하게 말해도 되는 걸 알면서도, 결국에는 한마디 내뱉기 위해 숱한 필터를 거쳐야 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본질적인 답이 아니라,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질문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책은 아니었을까 싶어 스스로가 한심했던 나날들. 어떤 상황에 대해 무관심했음을 숨기기 위해 적당히 둘러대었던 때. 그런 순간들이 떠오르는 시구였다. 
 
여기는 자신의 마음대로, 혹은 바른대로 쓰지 못하고 어휘를 골라야했던 시인의 고뇌를 담은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추상적인 생각들이 있는 시들이 있는가 하면, 사회 이슈가 담겨 있어 보이는(?) 시도 몇 개 보였다.
 
김현 시인의 <지혜의 혀>는 전반적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촛불’, ‘하야’, ‘부엉이’ 등의 단어들이 묘하게 일련의 사건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이민하 시인의 <빨간 마스크>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느껴져서 흠칫했는데, 빨간 마스크의 ‘빨간색’이 주는 강렬함이 더해져,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듣지도 않을 거면서 사람들은 물어요.
마스크 속엔 무얼 감췄니.
콧물을 왈칵 쏟는다면 실망할까요? 쉰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 당황할까요?
(......)
무얼 더 감추겠어요.
마스크가 우스워요? 빨간색이 무서워요?
차라리 꽃무늬 마스크를 쓸까요. 아니면 벗을까요. 실오라기 하나 없이
이러면 예뻐요?
포마드는 싫어요. 냄새나는 어른들 속으로 오빠도 숨었잖아요.
-p.164~165 이민하 시인, <빨간마스크> 중
  
빨간 마스크를 쓴 ‘나’는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마스크 속에 무엇을 감추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분위기상 추궁받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실망할까봐 울먹이듯 걱정하는 ‘나’의 불안과 걱정이 여실히 느껴진다. 그러더니 대상을 돌려 ‘나’는 ‘오빠’라는 대상을 비난한다. 

빨간색이 무서우면 꽃무늬를 쓰면 낫겠느냐, 아님 차라리 벗어버릴까. 그러면 예쁘냐는 외침이 슬프면서도 소름 돋는다. 꼭, ‘여자들은 이래야 해’식으로 여성을 사회적 프레임에 가두고 억압하는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식의 폭력을 행하는 불특정 대상인 ‘오빠’를 비판하는 듯 소리를 내는 것 같다.
 
그러다 마지막 연을 남겨두고, 이제 ‘뼈’만 남은 ‘나’는 살을 붙이고 ‘오빠’와 대화를 하고 싶다.  
  

오빠는 정말 외롭지 않아요?
옛날엔 날 갖고 놀았잖아요. 죽여줬잖아요.
걱정 말아요. 밤은 길어요. 눈 감아요 무를 수 없는 기억의 파본.
끝 장까지 읽어줄게요. 이불처럼 펴서 덮어줄게요.
-p.167 이민하 시인, <빨간마스크> 중
  

아무래도 생각하는 대화의 방식이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는 것 같지만. ‘덮어준다’는 표현이, 너는 덮을지언정, 나는 끝가지 나는 ‘잊지 않겠다.’와 같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앞의 연에 비해서는 다소 차분한 느낌의 어조이지만, 오히려 비난의 목소리를 눌러 담는 것 같은 느낌이 더 스산하다. 한편, 마스크 속에 덮어둔 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나’의 문제가 남아 있는 것 같아 음울했다.
  
*
  
그간 시는 학창시절 학교 수업 시간에 들었던 것, 그리고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되는 구절 등을 통해서야 겨우 읽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서사’가 담긴 시도 있고, 별다른 해석의 도움 없이 읽으면서 이해되는 시도 있지만, 시어가 지닌 ‘함축성’ 때문에 대다수는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받아 읽고, 감상을 정리하면서 다시 읽는 과정 속에 자연스레 나타나는 연상 작용이 흥미로웠다. 아는 만큼 보이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아무래도 지금까지 내가 읽고 보고 들었던 것들을 바탕으로 해석이 되고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았나 싶지만. 
 
난해한 문장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어떤 의미로 쓰였을까. 이런 식으로 해석해도 될까. 그렇게 시인들이 써내려간 시어를 추리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 전체 내용을 떠나서, 시어, 행, 하나의 연이 주는 의미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즐거움도 있었다. 

그리고 여러 편의 시를 읽고 의미를 생각해보면서, 비유와 상징이 주는 매력은 비유로 이어지는 ‘두 대상의 교차점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떻게 생각을 깊은 어둠이라고 생각했을까....와 같은 것들처럼. 또, 압축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재구성하게 되는 새로운 이야기를 떠올리는 즐거움도, 시를 읽는 즐거움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거나,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 시집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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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 현명한 투자자를 위한 대한민국 부동산 팩트 체크
김기원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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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북스]부동산 알파고가 되어보자_김기원(리치톡톡)_[빅데이터 부동산투자]

 

 

 


<빅데이터 부동산투자>는 현명한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한 '객관적 통계와 빅데이터' 해석 입문서였다. 한 때 부동산 투자에서 뼈아픈 경험을 겪고 난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수히 고민하고 공부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 책에 담겨 있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투자의 적기와 적소를 알기 위함이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은 어떠한 고수를 통해서도 얻을 수 없고, 저자가 발견한 이 방법으로도 완벽한 답을 얻을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주관적인 경험과 의견만이 아닌 객관적인 통계와 데이터를 통한 판단력과 혜안이 현명한 투자의 밑받침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물론 세상은 데이터대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100% 확신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온갖 썰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객관적인 통계의 데이터로 그 중심을 굳건히 잡아줄 수 있는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p.20 


그래서 저자가 그간 모은 다양한 데이터들의 집합인, 그
'빅데이터'를 어떻게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부동산에서 빅데이터란 무엇인지부터, 어떠한 자료와 지표들을 봐야 하는지, 지표들이 내포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 수치 자료들이 어떤 상관 관계를 이루며, 그런 계수들로 표현되는 경제 현상들이 부동산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등등. 정말 부동산 투자를 위해 살펴보아야 할 법한 다양한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저자는 본인이 직접 만든 부동산 빅데이터 시스템 '리치고(RichGo)'를 사용한다.  지역별 거래량부터, 해당 지역별 '부동산 건물 유형별 거래량', '부동산 매입자 거주지별 거래량', '외국인 거래량'까지. 정말 세세한 내역별로 구분된 차트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읽다보면 이 외에도 정말 엄청난 차트들이 나오는데, 읽을수록 기함하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빅데이터 시스템인 리치고는 대한민국을 시도 단위, 시군구 단위로 분석한 최신 데이터를 보여줌으로써 투자 시기와 지역에 대한 판단을 돕는다.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 실제 리치고가 다루는 데이터는 훨씬 더 방대하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인 금리, 통화량, 대출, 소득, 공급 물량 등을 모두 포함한다. 특정 요소 하나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끔 돕는 것이다. -p.35~36

부동산 투자를 하기 앞서 경제상황이나 시장조사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엄청난 지표를 체계적으로 분석해야하는 일인지는 생각도 못했다.

한편, 이런 데이터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대표적으로 KB부동산, 한국가정원 부동산통계정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소개해주고 각각의 특징과 얻어낼 수 있는 자료들, 그리고 각 자료원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서 또 정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부동산 빅데이터가 어떤 것인지 설명이 끝나면, 앞서 보여준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부동산은 어떤 상황인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끝으로 한국의 부동산 수준은 세계에서 어느 정도에 있는지를 정리한다.

이 책이 좋았던 부분은 챕터 마지막부분들에 있던 '종합정리'였다. 각 장에서 지역별로 세세하게 설명해준 내용들은 부동산 투자를 결심하고,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문서로는 좋겠지만, 솔직히 '조금 알아볼까?, 부동산 투자가 뭘까?' 싶은, 단순히 궁금한 초심자인 내게는 조금 버거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간략히 설명은 다 해주었다. 그리고 읽다보면 직관적으로 '아... 이런 지표구나'하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리, 통화량, 소득, 신용경색, 주택버블, 대출위험 이런 용어들은 그렇다치고, PIR 소득대비 주택가격, J-PIR 소득대비 전세가격, HAI 주택구입능력지수.....와 같은 용어들은 그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만 확인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종합정리로 앞에서 언급한 자료들을 토대로 '~하니 시장이 이러한 상태이다.', '~한 부분은 투자의 장단점을 체크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 지역이 투자할 만한 곳이고 조심해야 할 곳이다' 와 같은 내용들이 나오니, 자료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논리 흐름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공부가 되는 것 같아 좋았다.

또, 주제 끝마다 달려 있는 '데이터로 본 부동산 팩트 체크'도 좋았다. 

 

 

 

 

*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 처리하는 능력, 가치를 뽑아내는 능력, 시각화하는 능력, 전달하는 능력이야말로 앞으로 10년간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 할베리언(구글 수석 경제학자)- p.5

맨 앞장에 나와있는 문구였다. 부동산 투자에서 빅데이터 활용 능력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어서 둔 것 같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경제 활동에 필요한 제반 사항에 해당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앞서, 중요한 태도를 언급했는데, 그 점 또한 인상적으로 남았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내가 절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통제력과 영향력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투자는 결국 내 통제력과 영향력 안에 있는 것만 해야 한다는 말이다. -p.56

타인의 결론과 결정에 흔들려 맹목적인 투자를 하면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인간관계도 망가진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저 문장은 투자를 위해 현명한 판단을 흐릴 수 있는 주관적 견해는 최대한 배제해야하지만, 최대한 객관적 지표로 감정적인 판단을 지워낸 끝에 마지막 선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제아무리 객관적인 수치들일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가지각색의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설픈 마음으로 한탕에 벌고 싶어서, 곧 개발된다고 무턱대고 따라갈 것이 아니라, (매번 이런 책에서 나오는 표현이지만) 정말 제대로 투자하고 싶다면
발품 팔아가면서 직접 현장조사하면서 판단력을 키워가는 자세도 중요한 것 같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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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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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은 함께한 추억_<아서페퍼_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_패드라 패트릭

 

출판사_다산북스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서페퍼_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는 아내가 죽고 1년 뒤, 아서가 아내의 옷장에서 낯선 팔찌 하나를 발견하고, '참'에 얽힌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아내의 과거를 하나씩 알게 되는, 아서의 유쾌하고 뭉클한 가슴 따뜻해지는 여행기였다.


혼자 사는 삶의 정적은 그가 불평했던 그 어떤 생활 소음보다도 그의 귀를 먹먹하게 했다. -P.11

1년 전 아내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아서는 집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았다.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사랑했던 순간들을 반추하며 살고 있었다. 상실감에 잔뜩 젖은 아서를 보며 두 자식은 아내의 유품을 빨리 정리하라고만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나이 예순 아홉.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었다.

그렇게 자기 연민에 빠졌던 것도 잠시, 아내의 유품을 결국 정리하기로 한 그는 아내의 부츠 속에서 낯선 팔찌 하나를 발견한다. 코끼리, 꽃, 책, 팔레트, 호랑이, 골무, 하트 그리고 반지 모양의 여덟 개의 참(charm)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참에 달린 보석에서 신기한 글자와 숫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한번에 알아 볼 수 있는 인도 전화 번호.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내가 인도에 연락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결국 그 번호로 전화를 건 아서는, 자신의 아내를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처음 몇 페이지를 읽었을 때부터 홀로 남은 아서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아내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에 젖어 있는 모습은 당연히 안쓰러웠고, 거기에 자식을 꾸리고 타국으로 떠나버린 첫째 아들과 힘들다며 아내의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던 첫째 딸은 그를 더 쓸쓸하게 만든다. 전화로 겨우 연락을 하고 있지만, 가족의 해체와 부재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아서의 고독이 더 짙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와중에 그래도 자식들이라고 홀로 집에 틀어박혀 있는 아버지가 걱정된다며, 자식들은 제 어머니의 유품을 다 정리하라고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더 나아갈 곳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모는 말 같아 더 씁쓸했었다.


앞으로 나아가라고? 대체 어디로 나아가란 말인가, 젠장!
그의 나이는 예순 아홉이었다.
대학에 다니거나 휴학 중인 10대 청년이 아니란 말이다.
앞으로 나아가라니.

그는 터덜터덜 침실로 들어서며 한숨을 내쉬었다.-p.17


어찌되었든, 결국 아내의 옷장 문을 열었던 아서는 우연히 아내의 부츠 속에서 낯선 팔찌를 발견한다. 그런데 팔찌가 특이하다. 아내의 취향에는 거리가 멀었던 팔찌. 팔찌에는 코끼리, 꽃, 책, 팔레트, 호랑이, 골무, 하트, 그리고 반지. 이렇게 8개의 각기 다른 모양의 '참(charm)'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첫번째 코끼리에 담긴 인도 전화번호. 그 번호는 아내의 과거를 추적하는 아서의 기이한 여행의 시발점이 된다. 인도에서 누군가의 보모였던 아내, 영국 배스의 그레이스톡 영지에 있었던 아내. 유명한 소설가와 인연이 있었던 아내. 누군가의 절실한 사랑이었던 아내........ 아내의 과거를 사생활을 캐는 것 같아 찜찜하면서도 자신이 모르던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는 흥분감이었는지, 아서는 여행을 도통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다이내믹한 아내의 과거를 알면 알수록 자괴감이 들기 시작한다. 어째서 아내는 자신처럼 평범하고 재미없는 남자랑 사랑하고 살아왔던 것일까. 하고.

아서는 참에 얽힌 아내의 과거를 하나씩 풀어낼 때마다, 의기소침하기도하고, 더 침울해지기도하고, 몇 번이고 그만둘까 고민도 한다. 하필이면 참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남자, 그것도 자신과 180도 다른 스타일의 남성들이 나오니 더욱 울적해 하신다.


드 쇼펑이라는 작자에 대해 아서가 느끼는 감정이 불안과 질투라고 해도, 그 감정으로 인해 그는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의 몸에는 충격오법이 필요했다. 스스로 만들어놓은 안락한 감옥을 뒤흔들 무언가가 필요했다.

 

미리엄과의 추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아서에게는 뭔가 다른 게 필요했다. -p.125


 

하지만 일흔에 가까운 이 순정남 할아버지는 그래도 끝사랑은 자신이었을 거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 없는 아내의 흔적을 조금 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저 페이지의 글처럼 아내와의 추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충격 요법이라도 쓰고 싶으셨던 걸까. 결국,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도 끝까지 참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기 위해 움직이신다.

그런데, 심각했던 아서 할아버지께는 죄송했지만, 그런 가엽고 귀여운 모습의 아서 할아버지의 그 모습들 덕분에 울고 웃었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남자의 모습에 너무 슬펐고, 아무도 남지 않아 홀로 살아야하는 일흔에 가까운 할아버지의 모습에 먹먹하다가, 추억을 곱씹는 아서의 모습에서 아내를 애지중지 했을 순정이 너무 애틋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서를 응원하게 된다. 철책을 넘다가 바지가 찢어지고, 호랑이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낯선 도시에서 소매치기 당해서 부랴부랴 헐떡이며 뛰어가는 모습에 '할아버지 힘내요!'하게 된다. 책 소개글에 '전 세계 사람들이 아서 페퍼를 응원하게 만든'이라는 문구가 격하게 와닿았던 순간들이었다.

여기에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가세해주니, 여행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하렘을 만들었던 탕아도 나오고, 바람둥이 소설가도 나오고, 양다리를 걸친 채 결혼할 여자를 고민하는 청년도 나오고, 마약에 찌들었다가 탈출하고 훈훈한 일화를 보여준 청년도 나온다.


이렇게 아서의 여행기를 따라 울고 웃고 하다보면, 잔잔히 오던 감동의 물결이 확 밀려오는 걸 느낀다. 집에서 영영 갇혀 살 것 같았던 그가 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청년에게 결혼 상담도 해주고, 약에 찌들었던 청년을 만나 위로도 해주고 구원도 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얽매여 밖으로 나가지 못한 사람을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밀어주기도 한다.  


"방법을 찾아아죠. 아직 젊잖아요. 아직 살날이 많잖아요. 지금 모험과 경험과 사랑을 놓치고 있잖아요. 메모를 남기고, 편지를 쓰고, 신분을 밝히지 말고 전화를 해요. 그리고 당신 자신의 삶을 살아요.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 곁에 주저앉지 말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당신 또래의 남자를 만나요." -p.181


아서가 발견한 건 결국 그 자신에 관한 것들이었다. 호랑이 한테 물렸을 때 그토록 용감하게 행동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잠옷과 치약도 없이 이상한 영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바로 전날만 해도 일상의 조화가 깨어진다는 생각만으로 이마에 진땀이 나던 그였다.
카페에서 낯선 사람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했고, 그 조언이 그가 그 자신을 두고 새각하는 것처럼 한심한 노인네가 하는 소리 같진 않았다.
...... 아서는 스스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강하고 더 속 깊은 사람이었고, 그는 자신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발견이 마음에 들었다. -p.226


평생을 규칙적인 삶을 살아온 아서 페퍼가, 그 규칙을 뒤흔드는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처음에는 처음 마트에 장보기 심부름을 시킨 엄마 마음으로 조마조마 하면서 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허둥지둥하는 할아버지 모습에 피식 웃기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서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는 모습들을 볼 때면, 위로도 받았다.

무엇보다 초장에서 가족 해체의 모습을 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서글펐던 아서 가족은 알고보니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을 풀면서 다시 화합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그리고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딱 떠올랐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간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는지, 아내 미리엄의 팔찌가 아서가 자신이 없는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큰 그림'인 줄 알았다.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만 살아 온 아서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반전. 하지만 그런 반전은 없었다. 물론 아서의 입장에서 아내의 과거 이야기는 충격이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시간을 걸으면서, 아서는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모습들에 대한 발견했으니 말이다. 자신은 계속 비루한 사람이라고 그랬지만, 아내 팔찌 하나 쥐고, 영국을 누비고 프랑스까지 다녀온 그는 누구 못지않게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가족의 마음을 다시 얻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국 소중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사랑하고 행복했었다는 사실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지 않았나 싶다.


"그게 뭐든 그것 때문에 두 분이 함께 나누었던 것들이 달라지진 않아요. 아버진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과거에 집착하고 계세요.

........ 아버지의 삶을 보세요. 어머니가 어떻게 웃고 있는지, 아버지가 어떻게 웃고 있는지 보시라고요. 두 분은 서로를 위해 태어났어요. 아버진 행복했어요. 호랑이도 없었고, 형편없는 시들도 없었고, 파리에서 쇼핑을 한 적도 없었죠. 낯선 나라로 여행을 하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두 분이 함께한 삶이 있잖아요. 이걸 보시고 소중히 간직하세요." -p.380~381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야 행복하고, 서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 비록 그 사람은 떠났지만, 그 사람과의 결실에 곁에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 못지않게 사랑했다는 아름다운 사실들인 것이 아닐까.

그런 따뜻한 이야기와 메시지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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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즈 - 노력을 이기는 일시정지의 힘
레이첼 오마라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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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즈(PAUSE)_레이첼 오마라
출판사_다산북스

 

 



<퍼즈(PAUSE)>는 구글 리더십 코치이자, 직원들의 잠재력 개발과 업무의욕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책임 개발자인 레이첼 오마라가 들려주는 '일시정지의 힘'에 대한 이야기다.

챕터별로 저자가 이를 결심하게된 계기부터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계획을 통해 이를 실천하고 무엇을 얻었는지 차근차근 담겨 있었다. 소챕터 마지막 부분에는 'PRACTICE'를 만들어서 앞에서 다룬 이야기를 독자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저자는 구글의 고객지원부에서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20대 초반부터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 커리어를 쌓고 있었는데, 운좋게 일하던 회사가 구글에 매각되면서 구글의 직원이 되었다.  말 그대로 '승승장구', '탄탄대로'로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항상 힘이 넘쳤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구글의 고객지원부는 그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열정이 이번에는 그녀의 인생에 제동을 건 브레이크가 되었을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젊은 나이에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올랐음에도, 그녀는 비참함을 느꼈어야 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머릿속에 '일일일'만 가득했는데, 그럼에도 상사로부터는 발전이 없다는 질책만 받아왔다. 최악이었다.

결국 몸과 마음에 한계가 왔다.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이 내 삶을 송두리째 덮쳤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고, 도무지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스스로를 향한 부정적인 평가도 너무 심각해진 나머지 자존감이 바닥을 쳤고, 부진한 실적 때문에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경고도 받았다.

스스로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나는 삶을 '의미있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일시정지'라고 부르는 바로 그 순간이 찾아온 것이었다. -p.11~12


성공을 위한 노력이 오히려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까,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나. 그럼 당장 월요일에 무엇을 해야하나? .... 이성이 마비되고,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내기 어려울 만큼 정신 상태가 망가졌을 상황이었다.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했지만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우연히 그녀가 일하는 구글에 '안식년 제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퇴사를 알리는 것 대신, 그녀는 상사에게 90일의 안식년 제도를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과감하게 인생의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나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다. 기존의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집착하거나, 길을 잃은 나를 불안한 상태로 내버려두는 대신 휴직하고, 명상하고, 지친 삶을 회복하라. 진정한 일시정지는 나를 배려하는 일이며, 다시 힘을 내어 달릴 수 있도록 불길을 내는 것이다. -p.32

이후 챕터부터는 일시정지가 필요한 신호들을 짚어보고, 이런 결정을 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며,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살펴보아야 할 것들을 언급한다. 그리고 어떻게 일상에서 이들을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과 함께 실천을 통해 돌아오는 이익, 혜택과, 의미있는 '일시정지'를 위한 저자의 조언이 담겨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즘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때때로 불안감이 몰려오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기운이 쭉 빠진다. (중략) .... 이제까지 당신은 자신을 둘러싼 외적인 상황들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왔을지는 몰라도, 정작 자기 내면의 만족감이나 성취감은 잊고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지금껏 당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물질적인 성취를 삶의 최우선순위에 두었거나, 적어도 그것이 당신을 견인해온 가장 주된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당신에게 깊은 심호흡을 권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보기 바란다. "나의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 p.40

계획대로 착실히, 성실하게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차근차근하게 성취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상하게 무기력증을 실감할 때가 종종있다. 그럴 때면 정말 하릴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내가 정말 이 선택을, 이 길을, 이 일을 원했던가.' 자문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선망을 얻고 싶어서, 성공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성실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하다못해 지질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또는 부모님 기세를 펴드리고 싶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버티고 공부하거나 일하지는 않았나 그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무튼 '잘 살고 있던' 우리들에게 그런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하는 증상에 대해서, 저자는 몇 가지 신호를 안내해주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일을 이제는 혐오한다./ 상사로부터 끊임없이 질책받는다./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 삶에 대대적인 사건과 변화가 발생한다./ 새로운 기회가 모습을 드러낸다.'와 같은 다섯 가지 신호다.

어찌보면, 솔직히 특별한 사항은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공통분모였다. 그리고, 핵심은 결국 '내면의 진짜 욕구'를 발견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 '깨어나라는 신호'를 받았으니 당신이 무심코 반복했던 행동의 이유를 파악해보아야 한다. 왜 그토록 스마트폰이나 기계에 집착했을까? 내 경우에는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누군가 내게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이 내가 '중요한 사람'임을 증명해주는 최소한의 표시라고 생각했다. SNS에서의 소통과 이메일 교환을 통해 그렇게나마 헛헛했던 내 감정을 달랬던 것이다. -p.49

이러한 신호가 들려온다면, 한번쯤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살짝, 아주 살짝 되감기를 해보자는 이야기다. 그래서 정말로 원했던 자신의 욕구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제 멈추기를 결정했다면, 일시 정지를 위한 계획을 세워본다. 초고 쓰기를 통해 자신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일기를 쓰면서 목표와 계획을 상기시키며 결심을 다진다. 실행하기만 바쁘던 자신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찾아 계획해본다.

이 역시 '내면의 욕구 바로 알기'로 연결되는데, 저자가 제시해주는 처방전이라는 것들도 결국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후에는 실천 방법으로, 저자의 경우 회사의 '안식년 제도'를 이용하는 것, 그리고 5분 명상으로 집중력 높이기와 60초 단전 호흡으로 차분한 마음 갖기, 모든 감각을 동원해 지금, 여기 집중하기 등의 방법이 제시된다.

실천 방법들을 읽다보면, '너무 미래를 보느라', '지금껏 순탄하게 지내오던 과거에 메이느라' 보지 못했던 현재를 직시해야 한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불투명한 먼 미래의 꿈, 성과 등에 집착하느라 지금 상태를 무시하게 되고, 진행중인 지금에 불안하게 되고, 그래서 금세 지쳐버리는 것들에 대한 경계가 담겨 있는 것도 같았다.

일시정지는 현재에 충실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굳이 서둘러 다음에 해야 할 일을 하거나, 빡빡하게 채워진 일정표를 뒤적일 필요가 없다. 나 자신과 지금 당장 놓여 있는 일에만 전념하며,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느낌을 확인하면 된다. -p.166

"그저 지금 여기에 존재하라. 당신이 진정으로 '여기', 그리고 '지금' 머무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라. 그것만으로 충분하고, 그것으로 당신은 최고의 힘을 얻게 되어 언제든 최선의 결과를 낼 것이다. 그러니 미래를 걱정하느라 당신의 소중한 지금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람 다스 인용글) -p.167


일시정지는 무작정 쉬라는 말이 아니었다. 솔직히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어떻게 당장 때려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계획과 예산을 세워서 쉬라는 이야기도 분명 실려 있었다.

물론, 그러다보니 경우에 따라 1년-2년을 멈추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저자처럼 90일, 짧게는 하루까지도 해당된다. 정말 '무조건 쉬자'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부정적인 잡음을 제거하고, 다시 '실행'할 수 있는 힘을 얻자는 거다. 자신이 해야하는 책임까지 다 회피하면서 멈추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닌가?'라는 자조어린 질문이 떠올랐던 것도 사실이긴 했다. 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했던가. 솔직히 서문까지는 좋았는데, 1장부터 조금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휴식의 힘'이라니, 완전 관심있는 주제였는데, 내가 '살짝 멀리하던 부류의 자기계발서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라'는 어조의 구성이랄까. <프랑스에서 도시락 파는 여자>처럼 어떻게 이겨나갔는지 '스토리'가 듣고 싶었는데, 약간의 과학/심리적 연구결과와 함께 방법론적인 이야기가 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느낀 것은 '역시 저자는 대단한 분이었군.'이었다.

그럼에도 시쳇말로 '팩폭'같은 이야기들이 실려있어서, 찔리면서 공감되는 부분들은 흥미로었다. 휴식을 불안하게 여기며 무작정 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나, 가끔 SNS를 놓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들, 방어 기제가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생각들로 괴로워하는 모습들..... 등에 대한 부분들이 그랬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보면서 막연하게 알고 있는 구글이라는 회사의 근무 환경을 떠올리며 갖게 되었던 회사 생활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되었다. 이전에 우연히 만났던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친구 이야기만 듣고, 역시 외국계 회사는 자유분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같고 우리나라 회사만 힘든 환경이라고 생각했는데, 근무 조건을 떠나, 역시 '회사=전쟁터'라는 말은 국가를 불문하고 다 통용되는 말인가 보다 싶었다.

원하던 이야기와는 조금 빗나가서 살짝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평소 자기계발서를 잘 읽고 활용하시는 독자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탄탄대로를 달리다 갑자기 제동에 걸려 방황하는 사람들, 자기 의지 없이 주변만 참고해 계획을 세우며 살다가 스트레스 받은 사람들, 휴학/휴직/기타 휴식 등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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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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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Inflation)_하노 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출판사_다산북스

 

 

 

 

<인플레이션>은 돈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돌아보며,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되어 왔는지를 고찰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부의 미래에 관한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살펴보아야 할 것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책을 한 번 읽고난 직후 떠오르는 생각은, '인플레이션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뽑아내는 정치적 부산물로써, 이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적 위험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무시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 미래를 위한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1장은 돈이 탄생하고, 이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시작된 인플레이션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껏 보았던 경제 저서나 전공책처럼, '통화량이 증가하고, 화폐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라는 정의로 시작하고 있지 않다. 

를린의 한 지방에서 일어난 '돈이 녹은 사건'이라는 생소한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그 일화를 통해 화폐와 신뢰에 대한 관계를 풀어내더니, 결국 인플레이션은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정치 수단'에 의해 만들어진 '병기'라는 식의 주장을 풀어낸다. 처음부터 일관되게 정치인들의 경제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그 점이 흥미로웠다.

한편으로는, 경제 정책이 미치는 영향력과 경제 정책에서 그만큼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지폐가 훼손되면 다시 찍으면 된다. 하지만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신뢰란 지폐처럼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30

최초의 화폐는 등장하자마자 국가에 의해 본래 화폐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돈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돈이 나타내는 가치가 달라지면서 시작됐다.-p.47

현대의 화폐는 어떤가. 지폐는 사람들의 신뢰를 먹고 사는데 지폐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화폐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정치인들이 통화 정책으로 무모한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정치인들은 무슨 일을 벌여 온 것일까? -p.55

지난 역사 속 숱한 사례에서 화폐는 저마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각종 수단이 되어왔다. 군사적 용도로도 쓰였다. 예로 1939년, 나치의 '작전명 베른하르트'는 위조 지폐를 대량으로 유통해,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국민들의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리면서 경제 파탄을 일으키려던 정책이었다.

특히, 존 로에 의해 설립된 최초의 지폐발행은행 '뱅크 제너럴(Banque Generale)'은 이 끝나지 않을 이야기의 서막과도 같았다. 이 은행은 처음에 은행권을 발급하고 그것으로 국가의 부채를 정리하는 데 이용되었다. 이는 존 로가 서인도회사를 설립하면서 더욱 발전했는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서인도 회사가 은행권으로 끌어다 쓴 자본으로 식민지 개척을하고 주기로 했던 부를 주주들에게 주지 못했고, 신뢰가 깨지면서 주주들이 급속도로 은행권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돈이 없던 은행은 또 지폐를 발행하고.....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결국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인플레이션은 26%에 달했다고 한다.

'존 로는 지폐를 발명하지 않았으나 지폐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그의 실패는 지폐의 명목가치와 실질가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과 잘못된 화폐정책이 경제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준 셈이다.-p.99

이것만 봐도 잘못된 경제 정책이 초래하는 위험한 결과를 알 수 있는데, 인플레이션의 역사는 이대로 멈추지 않았다.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말이다. 마치 시한폭탄을 품고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로 달리는 열차를 보고 있는 것 같다. 19, 20세기로 넘어오면서, 이제 '초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단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연 인플레이션율이 720퍼센트였던 사례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매달 50퍼센트 이상 상승하는 경우를 초인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한다. 다소 비학문적이기는 하지만 쉽게 풀어 설명하면, 돈뭉치가 가득 실린 럭이 대기하고 있거나 강도가 돈보다 타이어를 훔치려 한다면 초인플레이션 상태다.-p.123

그래서 저자는 무분별한 화폐 발행을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을 부정적으로 본다. '무분별한'이 붙으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무튼, 저자는 역사 속 사례들을 되짚으며 화폐 발행으로 채무를 해결했던 기간들을 바로잡을 정책과 화폐 제도 및 구조 개혁이 필요했음을 언급했다.

한편, 시대를 거듭하며 나타나는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들이 나왔다. 세이의 법칙, 필립스 곡선, 케인즈 주의..... 등등. 하지만 문제는 종종 이를 왜곡해서 정책에 반영한 정치인들로 부터 발생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에는 '초대형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나타난 스태그플레이션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금의 저성장 장기화까지. 

이처럼 인플레이션 문제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왔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 분야의 대가들이 계속해서 연구를 했지만, 역시 '통화 공급'이라는 단편적인 방법을 손쉽게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이렇게나 화폐 발행을 통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도, 몇 년 전, 한동안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각국에서 이뤄지지 않았는가. 물론, 이 문제는 상대적으로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문제 때문이긴 했지만 말이다.

지난 2000년 동안 화폐의 역사는 인플레이션의 역사라고 해도 과연이 아니다. 이제 전 세계 중앙은행의 주요 고민은 물가수준 하락이다. 디플레이션이라고도 하는 이 현상을 중앙은행과 정치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 디플레이션의 악순환 때문이다. - p.204

양적완화 정책은 경기가 침체국면에 있을 때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공급하는 경제 정책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직접 뿌린다고 해서 '헬리콥터 머니'라는 시사용어까지 따라붙던 정책이었다. 

2013년 쯤, 경제 기사에서 자주 보던 용어였는데, 글로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아베노믹스를 비롯해 미국이며 각국에서 엄청 돈을 풀어대는 기사를 많이 보았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재정절벽 문제가 같이 거론되면서 의견 대립이 계속되었던 기억도 나고, 연달아 '테이퍼링(tapering)' 정책에 대한 논의도 오갔던 걸로 언뜻 기억난다.

그때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정책이 맞겠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여태껏 양적완화의 문제를 보고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니. 그만큼 문제가 복잡하다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저자의 말처럼 정치인들이 '잘못된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 의심되기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양적완화로 초저금리와 유동성 함정에 허덕이고 있지 않은가. 돈을 풀어서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키려고 했는데, 전혀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되려 한국은 최근에 금리를 다시 인상한다고 했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했던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가.

이렇게 무궁무진한 난제를 계속 떠올리게 하며, 책은 마지막으로 금융 위기 시대의 투자 전략을 안내하고, 돈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며 마무리 짓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물가 인플레이션과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인플레이션의 종류를 나누어 대처 방법을 안내한다. 투자 기준으로는 '수익성, 안정성, 유동성'을 제시하며 대표적인 투자 대상(부동산, 주식, 채권, 금 등)의 성격을 정리하고, 포트폴리오 구성 전략을 보여준다.

끝으로 돈의 미래에서는 지폐의 대안으로 '플라스틱 화폐'나 비트코인같은 '디지털 화폐'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데, 이부분은 유통을 위해 보안할 점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보인다. 하지만, 지폐가 가진 특성이 계속해서 이런 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 문제를 유발한다면, 화폐 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앞으로 몇 년 후 우리는 어떤 통화로 지불하게 될까?
화폐는 인류가 발견한 가장 천재적인 아이디어다.
화폐는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p.353


*

추천사처럼, 정말 세번은 읽어야 머릿속에 정리가 될 것 같은 책이었다. 쉽게 보면 인플레이션을 중심으로 경제사를 쭉 훑어 본 책이었지만, 그 사이 사이 시대별 경제 이론도 조금씩 나오고, 경제학파별로 경제 현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서 발생하는 해석(공부할 때 제일 헤맸던 것들)에서 정신줄 놓다가 다시 읽고 다시 읽고했던, 조금은 어려웠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경제 공부를 놓은 지 몇 년 만에 읽어서 그런가. 그래도 '양적완화'니 '아베노믹스'니 '재정절벽'이니 '디플레이션'이니 '유동성 함정' 같은 용어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신기했다.

인플레이션을 중심으로 책을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신선하면서 충격적이고, 어려워도 어떻게든 읽어보려고 애썼던 것같다. 특히 명목상 정책적, 경제적 처방이라고 하며 이익 창출을 위해 단기 처방으로 악용되어 왔다고 비판하는 저자의 주장들이 그러했던 것 같다. 꼭 운동선수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단기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나저나 경제 정책에서 '신뢰'를 항상 강조해왔는데, 한창 공부할 때면 '물질적'인 성격의 경제 문제에 '추상적' 용어인 '신뢰'라는 단어가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는지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었다.

국민들이 화폐가 제 기능을 하는지 신뢰할 때만 화폐의 가치는 유지된다. 화폐는 곧 신뢰다. 화폐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화폐에 대한 가치도 떨어진다. -p.53

아무리 정치인들이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같은 것을 발표해도 솔직히 일개 서민인 나로서는 전혀 와닿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 간의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경제 정책을 악용하는 정치인이 사라지고, 중앙은행은 정치권에 이용되는 일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여실히 들었다.
*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 미리 향후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뜻으로, 경제 분야에서 중앙은행이 미래 정책 방향을 미리 외부에 알릴 때 쓰는 용어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한편, 약간 아쉬운 점은 이러한 난관을 헤쳐나갈 전략을 제시해주는 부분이었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들이라고 하더니, 그 전략은 일반적인 상식의 나열이었다. 일반적인 투자 상품 특징에 대한 설명, 투자 기준, 포트폴리오 구성까지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을 뿐이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느낄 수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또한, 경제사를 정리하며 나온 저자 나름의 해석과 고찰이 담겨 있어서, 그걸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도 읽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사례 분석을 하고 싶거나, 현재 어떤 상품이든 투자할 여건이 있는 사람, 경제사 분석을 통해 통찰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


<본 서평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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