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연애는 처음이지? - 연애 좀 해본 언니가 알려주는 단기간에 연애고수로 거듭나는 법
장해정 지음 / 예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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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연애는 처음이지_장해정
출판사 _ 위즈덤하우스


연애 좀 해본 언니가 알려주는 단기간에 연애고수로 거듭나는 법

 

 

연애에 도전하고, 사랑을 하라.
쌉싸름한 행복을 맛봐라!
그리고
나 스스로가 더 좋아지는 기분을 느껴라!


저는 타고난 연애위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죠.
...... 그런데 말입니다.
연애도 공부처럼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얻어지는 것들이 있더군요.

.......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만나서,
내가 원하는 연애스타일대로 하는 것이
진짜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태어나서 연애를 주제로 다룬 자기개발서는 또 처음 읽어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막 연애가 하고 싶고.
연애의 긍정적인 부분들이 정말 그럴싸하게 들린다.

근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생각은,
연애가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 것.
그 이상의 것이 내포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연애를 못하고 있어서 외롭기는 하지만,

처음 이벤트에 응모했을 때,
이 책을 읽고 남친을 만들거야!!라기보다는,
남녀 간의 소통법이나 이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하는
그런 기대감에 신청한 것도 있었다.  

그런 생각에 비추어 볼 때, 흡족한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나서 딱 떠오른 생각이 한가지 있었다.

연애는
사랑과 전쟁이다!!!



큰 목차명 하나 하나만 보더라도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한 문장 한 문장 내게는 주옥 같은 문장들.


문장만 보고나도 어느 정도 팁은 얻을 수 있을 정도랄까.

.......

그렇다. 연애는 전쟁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지는 게임이 연애다.
권력싸움에 도덕적 윤리나 사회적 통념은 불필요하다.
 
이상하게 점점 비장하게 써지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책을 읽는 동안, 이 작가님이 너무 분석적으로, 전략적으로 구성을 잘 해놓으셔서 인지, 나는 무슨 전쟁치르기 전에, 군사 훈련부터 전쟁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그런 느낌을 맛봐서 그런 것도 같다. 

..

좋은 멘트가 많았는데.

'세상의 잣대에 맞추지 말고.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라.'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간 내가 연애를 못하고 피했던 건.
연애를 하든 안하든, 나 하던대로 그대로 행동하면 되는 건데.
내가 무리하게 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상대에게 무리해서라도 맞춰야 할 것 같은
그 '세상의 잣대'에 너무 연연해서 어렵게만 생각했던 점도 있었던 것 같다.

이거야 말로 진짜 '약자'의 자세일텐데 말이다.

또, 내가 행복해지자고 하는데, 나를 부정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던 걸까.

 


무튼, 확실한 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편견도 깨지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점이었다.

먼저, 지나치게 핑계를 대왔던 점을 반성한다. 

'바쁘다.', '시간, 비용 낭비다'
이 말들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도대체 세상 모든 일은 나 혼자 하나. 왜 나는 항상 바빴지. 그리고 나만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가.

식사 한 끼 영화 한 번은  충분히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냥 타인을 내 세계에 끌어들일 준비가 안됬었던 모양이다. 무서웠던 것도 같다. 아무래도 낯선 사람이랑 쭉 만나고, 나중에 잘 안되면 ?
아..그러고보니 나는 항상 시작도 전에 깨질 걸 생각해서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매번.
겉으로는 쿨한척, 연애 그까지것, 기회 있었는데.
내가 안했던 거라고 자부심있게 말했는데. 그냥 허세였던 거다.

그게 나에게 어떤 계기가 되서 좋게 작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따지고 재며, 도망칠 핑계만 잔뜩 세웠던 것 같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겠다. 
앞에서 이야기 한 거랑 비슷한데.
연애하면 시간 뺏기고 돈도 많이 들어서.
공부나 그밖의 내 할 일 잘 못할 줄 알았다.
실제로 연애로 자기 할 일 소원해지는 친구를 본 것도 있었고.

하지만, 진짜 서로 시너지를 내는 커플들도 동시에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집순이이던 친구가 요즘 주말마다 밖으로 나가는 효과라던가, 평범한 학점의 친구가 과탑이 됬다거나 하는 그런 기적.

또,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거야. 하는 섣부른 판단도 금물! 
남녀 화법과 논리 회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감정을 강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내가 행복하는 방향을 찾아야겠다.  

결국, 이 전쟁(이라고 말하기 조금 슬프지만)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건, '나의 행복' 아닌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석해서, 전략을 세우고.
어떤 사람과 맞을지. 그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분석해서
쟁취하려는거니까!

연애를 하면 어떤 점이 좋네, 자기 개발이 되네 뭐네뭐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 내가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는 게 아닌가.

굳이 사랑의 약자가 되려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찾는 거다.

 

*


이래저래 잡설이 많아졌는데. 책 구성 마치 친한 언니가 연애 상담 해주는 느낌으로 즐겁게 읽고. 또, 연애에 국한되지 않고 자기 개발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음... 아쉬운 건. 실전 삼아 해볼 대상에 없다는 점?

 

올해 안으로는 꼭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 ..... :)
물..물론 연애는 혼자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ㅜㅜ



<이 도서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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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이울다
이영희 지음 / 청어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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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 소개



 

키워드

시대물(일제 강점기 1930년대) / 엇갈린 만남 / 순정 남녀

    


작가님 작품들

북에서 온 지니, 화가야에 피어나다, 화가야의 백일홍(연재완결), 화가야의 홍매화(연재중)


 

주인공 소개


김지안

십 수 년 농촌계몽에 바쳐온 김씨 집안 외동딸.

10년 전 어머니를 여의던 날, 자신을 위로해 준 남자를 마음에 품었다.

 그의 옷에 있던 명찰 ‘윤두현’. 그 이름만 가슴에 새기고 10년을 보냈다.

두 집안의 조부 간 이루어졌던 정략결혼으로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현과 결혼을 했다.

그런데,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계속 밀어내는 두현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


허단

바깥으로는 경성의 경신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계몽운동과 함께 독립 운동 단체에서 운동 중이다.

10년 전, 차마 울지 못하는 한 소녀를 다독이며, 그녀를 마음에 품었다.

그렇게, 그리운 마음에 10년 만에 돌아온 이곡리.

하지만 그녀는 이미 친구의 아내가 되었다.

 


윤두현

친일의 길로 변절한 윤 참판 집 둘째 아들. 단과 십년지기이다.

아버지의 실종과 할아버지가 변절을 이후, 할아버지와 틀어지며

다소 안하무인이 되었다.

어느 순간 지안에게 흔들리는 걸 발견하지만,

자신의 복합적인 속마음, 아픈 과거로 애써 밀어내고 또 밀어낸다.




 

 

 

 2  줄거리



 

 

십 수 년 농촌 계몽에 바쳐 온

아버지의 신념을 버리고 서방님에게 왔습니다.


10년 전의 작은 기억 하나가

무에 그리 소중하더냐고 모두 말리셨지만

...... 그 세월이 무색하게 당신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


 

1936년 4월, 진주군 문산면 이곡리의 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배꽃이 이울어 흩날렸다.

별당에서 첫날밤을 맞은 지안은 혼자 앉아 있었다.



 

 

‘나로 하여 당신의 꿈이 어지러울 것을 아는데.

모질 수밖에 없는 나의 번민을 꿈에라도 모를 테지?

앞으로 더 많은 날을 홀로 잠들며 아파 할 당신.‘

.......


어리석은 놈! 치졸한 놈! .......

하지만... 난 이런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첫날밤,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배꽃이 수를 놓던 밤.

그 풍경을 뒤로하고 술에 잔뜩 취한 남자가 지안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제 그녀의 남편인 윤두현이었다. 친일로 변절한 윤 참판네 아들이자, 자신이 처음으로 연모의 감정을 품은 사내였다.

 

농촌계몽을 하는 아버지를 둔 여인이라는 자신의 처지와 친일파 집안이라는 손가락질에도 버티고 그의 앞으로 왔다.


그 예전, 오랜 기억의 자락을 부여잡고.



 

 

‘눈물을 참는 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잖니.’


 

 

10년. 꽃잎이 바래 바스라질 정도의 시간이 흘렀건만, 지안의 연정은 더욱 선명해지기만 했다. 그렇게 따스한 위로와 상처를 여며준 손수건을 고이 간직하며, 그렇게 그의 앞에 섰다.


 

하지만, 두현, 그는 도통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러던 차에, 경성에서 음악 선생을 하고 있던 두현의 친구 단이 이곡리를 방문한다.


단은 한동안 두현의 집에서 머물게 되고, 자연스레 지안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자꾸 자신의 서방님에게 느끼고 싶었던 익숙한 정취를 단에게서 느끼기 시작하며, 지안은 혼란스럽기 시작한다.

 


한편, 두현을 보려 내려왔다던 단의 본래 목표는 10년 전, 마음에 품었던 소녀를 보기 위함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내려온 이곡리.

 

배꽃과 자운영꽃이 한데 어우러져 피던 그 곳. 풀내음 가득 꽃잎이 흩날리던 그 길.



하지만 그 아름다운 추억이 무색하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이미 친구의 여자가 된 소녀, 가여운 사람.


 


‘왜 자꾸 아픈 모습만 보이시는 겁니까?

왜 아직도 10년 전 그때처럼 눈물을 참기만 하면서 사시는 겁니까?


이제는 작은 손수건 하나도 나서서 묶어줄 수도 없는 나는

어떡하라고 이리 상처투성이의 모습입니까.

 

 




배꽃이 어지러이 흩날리는 이곡리.


풀벌레가 찌르르 울고,

개구리가 뜀박질하는 향토적 풍경이 정겨운 마을.

배가 잘 자라도록 열심히 꽃을 솎아내는 농촌 마을의 정다운 일상.


일제 강점기, 변절자로 변해버린 이웃의 배신과 술수라는 암울함 속에서도

계몽 운동으로 민족정신을 잊지 않은 농민들이 고고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그곳.

 

그곳에 세 남녀의 10년 전, 그대로 얼어붙었던 강물이 다시 유유히 흐르기 시작했다.

 

 



 3  리뷰

* 주의 : 약간의 스포가 담겨있습니다. 쪼끔이라도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넘겨주셔요. *

 


먼저 읽자마자, 이수영 <꽃들은 지고>, 준서 <허락(태왕사신기 OST)>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양풍 뉴에이지인 두 번째 달의 <얼음 연못>이나 <비익련리>라는 음악도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꽃들은 지고>는 잠시 떠났던 그 님을 기다리는 지안의 마음이 이입 되서 좋았고, <허락>은 항상, 마음 속 그녀가 무엇을 할지 하염없이 그리던 단의 마음이 너무 느껴져서 좋았다. 또, 가사 내용이 초장 어긋난 인연으로 가슴앓이 했던 단의 마음이 투영되서 애절하게 들렸던 것 같다.

    

 

※ 주관적인 감상 포인트


1) 장면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문장

-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이곡리, 향토적 색채


2) 장소, 시대적 배경이 잘 느껴지는 인물묘사와 진행

- 느리지만 괜찮아, 시대적 상황이 주는 분위기와 잔잔함.

다소 먹먹한 애잔한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는 느낌을 좋아하면 맞을 듯


3) 단, 취향을 탈 수 있는 점 포함

- 다소 느린 전개로 루즈함을 느낄 가능성

- 작중 인물들이 외치는 혼잣말 몇 개에서 느껴진 (연)극작품 vs 오글오글 종이 한 장 차이


(적절한 비유가 맞을까요.)마치 시그널 초반부 이제훈의 ‘연극톤’을 두고 분분했던 기억

하지만, 마치 1920-30년대 문학작품을 읽던 느낌이 나기도 했음.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이곡리

처음 작품 발췌 문장들, 작가님 소개 등을 통해 작품 소개를 읽었을 때, 머릿속에 꽃이 막 흩날리는 서정적인 느낌과 애절한 두 남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었다.


 

시대물은 요즘 빠르게 읽기 힘들고, 왠지 읽고나서 감정의 여운이 클 것 같아서. 현대물을 주로 읽고는 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시대물이라 그런지 쑥 읽혀 들어갔던 것 같다.


 

매번 현대를 배경으로 하다가, 농촌 마을을 만나니, 예전에 할아버지가 가꾸시던 논도 떠오르고, 이모가 가꾸던 버섯 재배 현장도 마구마구 떠오르고, 그때마다 느꼈던 풀빛과 흙냄새, 그리고 찌르르르 울던 귀뚜라미 소리도 떠올랐던 것 같다.


 

또, 씩씩하게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의 이야기도 즐거웠고, 서로 가족처럼 인심좋은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져서 정겨웠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단연 뇌리에 잊히지 않는 건, 배꽃과 자운영꽃. 작중 정말 꽃의 작가님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원래 꽃을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했지만. 꽃으로 그리는 묘사가 정말 많다.


 

여하튼, 김영랑 시인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라던가, 김유정 작가님의 <봄봄>이나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같은, 그런 향토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 작품이었다.

    

 

느리지만 괜찮아, 장소‧시대적 배경이 잘 느껴지던 인물 묘사와 진행

사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조금 갈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그도 그럴게, 인물들 실타래가 정말 천천히 풀려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시대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말미가 배경이고, 계몽 운동과 함께 이제 막 신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하던 그 과도기다.

 

특히나 문물과 멀리 떨어진 농촌의 삶을 묘사하는 만큼, 전통적인 그 시대 여인들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사무친 그리움과 애절함, <임의 침묵>의 가사처럼 ... 님은 떠났지만 나는 보내지 아니했다는. <아리랑>에 나오는 날 두고 떠나면 병 날거라던. <가시리>에 나오는 날 두고 가시면 어쩌냐는. 그런 사랑과 약간의 ‘한’의 느낌. 전통적인 문학에서 보던 애증과 한의 정서.

 


거기에 하필 모진 자신에게 시집와서는 시들어가는 아내를 보며, 마음 줄 수 없어 속으로 한탄하는 남자와 10년 만에 왔더니 친구의 여자가 된 소녀.


가여운 모습에 뒤에서 가슴만 치는 남자. 겨우 만났더니, 민족을 위해 한 몸 불사하러 만주 벌판에 가야하는 남자. 이런 사람들이 그려진다.

 

그래선지 읽는 내내 따뜻하다가도 먹먹해지고 욱신거리기도 몇 번을 왔다갔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주요 인물들 외에도, 주변 인물들도 인상적이었는데, 변절자 조부를 두었지만, 애국 계몽에 눈뜬 손녀라던가. 또 한/일 반쪽자리 핏줄과 시대적 상황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인물들 등,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와 일반 농민들과 같은 소시민적 삶의 모습이 재현된 것 같아 잘 읽힌 것 같다.

 


여기서는 윤동주의 시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같은 시가 막 떠오르고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시대 상황을 극적으로 다루면서,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에 너무 치중하지 않고, 주변 인물들까지 공감 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또, 인연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독자들만 아는 그 안타까운 상황에서, 둘이 아슬아슬한 감정과 의식하는 태도가 묘하게 떨리게 하는 게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얘들 좀 알아보게 해주세요, 돌고 돌아온 엇갈린 인연.

(여운과 아쉬움 한끝 차이)

 


방금 앞에서 느림의 미학을 잔뜩 찬양했다.

그런데 사실은 두 사람이 좀 더 일찍 알아봤으면, 두 사람 사랑하는 모습이 더 나왔으면 했던,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작가님이 감질맛나게 딱 적당히 쓰셔서 더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마구마구 들어 갈등을 일으켰던 것 같다.

 

진짜 나쁘지 않았는데. 좋았는데!


요즘 LTE 급으로 진행되는 진도와 의아하게 만드는 ‘금사빠’ 주인공들을 너무 봤을까. 하지만 혹시 그런 주인공들과 전개가 취향이라면 약간 조심스럽게 대여먼저 추천을 권하고 싶다.

 

 



문학 작품 같아vs연극하는 남주들?

유모라던가, 농촌 마을 어르신들의 사투리가 좀 나오기는 하지만, 주인공들은 거의 표준 말투고. 가끔 ‘~했소’가 나와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다만, 음. 설명하기 어려운데. 싫다기보다는 당혹스러웠던 표현들이 있었다면.

 


남자 주인공들이 혼자 막 한탄하는 대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아아!! 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가여운 사람!’, ‘어리석다! 나는! 어리석다!’라던가. 막 갑자기 여주 이름을 외치는 남자 주인공들이 나온다.

 

마치 셰익스피어 비극을 읽는듯한 문장이 조금 나오긴 하는데, 가끔 가다가 말투 때문에도 취향이 갈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떠올라서 남겨본다.

 

 



+덧) 그 외

사실 초반부에는 책을 몇 번 들었다 놨다 했다. 상당히 슬픈 비밀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두현이긴 했으나, 아내를 너무 박하게 굴려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보면서 ‘나쁜 남자/후회남’ 작품인가 싶어 약간 걱정까지 들었다.

 


근데 단이 나오고, 이 세 사람의 꼬인 인연을 보고나서는, 도대체 이 세 사람의 기구한 인연이 어떻게 풀리는 걸까. 그런 생각에 책을 넘기고, 넘기고, 넘겼던 것 같다.

 


그러다가 새벽 2시. 3시간 만에 완독을 했다.

초반의 조금 어리둥절한 부분을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몰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연달아 현대물을 읽던 중에 거의 몇 개월 만에 만난 시대물이라 그런지 더욱 여운이 남는다.

 


특히나, 향토적 배경에 순박한 시골 남녀의 10년 순애보.

물론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이 있긴 했으나, 그게 감정에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가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해주던가, 시대적 정서를 자아내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얼마 전, 판타지 듀오에서 장윤정이 노래가 그 시대로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타임머신 같다는 말을 남겼는데.

그 말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문학 작품도 그 시대로 데려가 주는 일종의 타임머신이니까하고.


그 시대 정서를 고스란히 간접 체험한 느낌. 또,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 흥미로웠다.

 

시대물을 정말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너무 변해 버린 도시와 현대 문명, 그리고 거기에 맞춰 변해버린 감정 속에서 오랜만에 느껴진 향토적 내음이라 좋았던 모양이다.

 

 



<본 서평은 ‘청어람’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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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연애
김유나 지음 / 다향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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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소개




키워드
현대 로맨스 / 오피스 로맨스 (사내연애)/ 잔잔달달 / 계략남 / 능글남/ 다정남 / 순진녀 / 상처녀 

출간작
그 남자의 유혹

주인공
남_서태호
사내 부동의 인기남, 과묵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존재감이 크다. 준수한 외모에 예의 반듯한 인상,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보면 따뜻할 것 같은 느낌으로 온갖 무성한 추측에 사내 여직원들에게 판타지를 불러 일으키며 마음에 불을 지피는 그.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인희의 마음을 조금씩 혼란스럽게 만들기 시작하는데. 

여_주인희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추구하는 그녀는 그저 조용히, 평범하게 남들에게 묻어가는 삶에 익숙한 스타일이었다. '있지만 없는 듯이' 그것이 생의 좌우명이었던 인희. 그런데, 어느 순간 불현듯 존재감을 드러낸 서 대리가 자꾸 머릿속을 휘젓고 평범한 일상을 위태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주인희 씨, 혹시 나 의식해요? 내가 자꾸 신경 쓰이나?

........ 난 그런데, 난 그래요. 주인희 씨가."


그저 조용히,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인희의 삶에 찾아온 커다란 파동,

신경쓰지 않으려해도, 그는 제 삶에 가랑비처럼 촉촉히 젖어 드는데.







 2  줄거리



그래, 요즘 난 그 사람 때문에 별게 다, 신경이 쓰인다.




입사 2년 차, 
적지 않은 사회생활을 하며,
 보고 들으며 내린 결론.
남들 눈에 튀어 봤자 괜한 구설수의 희생양.



그렇게 남들에게 묻어가는 게 삶에 익숙한 그녀는 '있지만 없는 듯이, 그렇게'를 생의 좌우명으로 하며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회사에 누가 인기에 있다더라, 누가 누구와 어쩐다더라 하는 사내 직원들의 안줏감이 되는 건 절대 사절.

그래서 조용히, 제 할 일 묵묵히 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내 인기남이라는 서태호 대리와 이상하리만치 자주 마주친다.

만원 엘리베이터에서 휘청이다 묘하게 안기고, 캐비닛 정리하다가 뒤로 넘어지려던 상황에서 받혀지고, 뙤약볕 내리쬐는 버스 정류장 아래 자동차 보조석을 내어주고. 심지어 집에 들어간 바퀴벌레를 태워주며, 생애 첫 선물로 바퀴벌레 약을 쥐어주던 남자.

자꾸 눈이 마주치고, 일상에서 부딪히며,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들자 어느덧 특별한 일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사내 처총회(처녀총각모임회)에서 진실게임에서 서태호의 발언은 그자리의 모두에게 파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것이었다.


"나는 지금 연애를 하고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
"연애는 No, 관심있는 사람은 Yes"
"그 관심있는 사람이 같은 회사 사람이다?"
"Yes."
 
술렁이는 소리 가운데 인희의 머릿속에 집요하게 남던 태호의 눈빛. 그가 대답하기 직전 그녀를 향해 보여주었던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눈동자에 인희의 속은 파도가 휩쓸린 듯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얼마 안되어, 갑작스럽게 태호로부터 '카풀'을 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고민하던 차에 차도 고장났겠다, 상황도 묘하게 흘러갔겠다. 


에나 모르겠다, '이제 못 먹어도 GO다!' 하는 심정으로 태호의 차로 카풀을 하기 시작하는데........


**



"주인희 씨가 좋아요.
인희 씨가 짐작하는 거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어요.
그래서 덫을 놓고 인희 씨를 유인했어요.
인희씨도 날 의식하도록."

마주한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가 한 발짝 가까이 내게로 다가왔다.


"난 내마음을 밝혔고,
인희 씨가 모두 알게 된 지금.
우리 둘의 간계를 더 이상 지체할 생각이 없는데.
.......
지난 번에 말했었죠, 절제하지 않을 거라고."





 3  리뷰

※ 주의 : 작성자의 콩깍지와 애정이 듬뿍 담긴 사심 어린 리뷰입니다.




리뷰 쓰기 전에 너무 좋아서 벌써 두탕으로 들어간 책이었다. 로맨스 소설은 지극히 취향을 타는 장르문학이라, 리뷰 쓸때마다 조심스러운게 적잖게 있는데.

현실적인 로맨스를 좋아하고, 잔잔달달물 성애자인 나에게있어서는...

정말이지 이 작품, 제대로 취향저격 작품이었다.




※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포인트
1) 가독성이 좋다. 술술 읽혀 들어갔다.
2) 인물들 캐릭터 묘사가 공감되고 좋았다.
3) 현실적인,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공감가는 스토리
4) 그럼에도 순정만화, 로코 드라마, 영화 같은 로맨스



* 처음 책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당시 리뷰 쓸 상황은 안되고, 시놉보고는 내용은 너무 궁금하고!

그래서 줄거리 파악 정도만 하자는 생각으로, 한번 빠르게 읽었는데, 1시간 동안 딴짓 안하고 책만 본 건 진짜 오랜만이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주로 여주인 인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여자 주인공의 생각이 너무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마치 내 일기인 마냥 즐겁게 읽은 기분이었다.


* '주인희'라는 캐릭터는 일단 내 
성격이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더 애정을 가지고 본 인물이었다.

 아무래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추구하는 성격에, 모나지 않게 적당히 살자는 내 삶의 방식과 비슷해서였는지, 내가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면 이런 생각을 하며 지낼까 싶었다.

무튼 제 할 일 하면서, 절대로 남들 구설수에 오를 만한 튈 일 안하는 성격을 지닌 그런 성격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또.... 눈치가 아주 없는 건 아닌데, 모쏠에 첫 연애 감정이 너무 어색하고, 어려워서 일어나지도 않은 뒷일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진도 못 빼는 그런 모습까지!! 내가 나중에 연애를 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한 자 한 자 읽는 내내 막 주먹 꼭 쥔 채 흔들면서 '으아아아'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로설 읽으면서 그렇게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아아'하는 탄식을 내며 읽은 건 정말이지.. <연애결혼>이후 정말 오랜만이어서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게다 인희 요고요거 아에 눈치없는 캐릭터는 아니어서, 태호가 능글맞게 다가오기 시작할 때 자기가 도끼병인가 싶어 고민하다, 경계하기도 하고. 자기 좋아하는 게 이제 뻔히 보이는데, 그 이후 관계의 변화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서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이처럼,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연애 처음하는 모쏠녀의 심리를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좋았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느릴 수도 있지만, 그 페이스를 따라가는 게 즐거웠다. 또, 문장 하나 하나 공감되서 였던 것 같다.

대방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처음이라 생경한 감정에서 오는 혼란. 또 이후 찾아올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자신의 감정의 정체에 대한 불확신.
이렇게도 모호 상황이건만, 자꾸 쉴 틈 없이 마주하는 상황과 어느 순간 켜켜히 쌓인 사소한 일상. 그렇게 어느 샌가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해 겉잡을 수 없이 특별해져 버린 감정과 그로인한 혼란스러움. 

그런 상황 속의 심리 묘사와 대사들이 공감을 일으켜서인지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고 이입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 또, 서태호 이 남자!!! 아, 완전 물건이다. 

내가 능글, 계략남 조합을 완전 좋아라하는데, 이 남자는 이제부터 현대 로맨스 쪽은 내 BEST 남주가 될 것 같다.
준필씨도 정말 좋았지만, 준필씨에게 절제미가 있었다면, 태호씨에게는 음음...방출미(
단어사용의 한계, 아 단어가 안떠올라 ㅠㅠㅠㅠ) 아 몰라 태호씨는 그냥 귀요미.

나는 대놓고 나한테 장난 잘 쳐주고 능글능글하면서도, 밖에서는 남들한테 반듯하고 성실하고 선 잘 지키면서 자기 할 일 착착하는 그런 바람직한 사람을 좋아라 하는데. 아무래도 내 이상형의 집합체였다. (그 바람에 얼마 전 짝사랑으로 가슴앓이 했던 내 마음 속 그분까지 떠올렸다는....)

회사에서는 과묵하고 일 밖에 모를 것 같은 남자, 차가우면서 따뜻할 것 같은 남자....라니... 이런 현실에서는 존재 하지 않을 것 같은 따뜻한 아이스커피 같은 판타지 같은 남자.

근데 인희 앞에서는 자꾸 능글남으로 변한다. 세상에 그가 농담을..? 이런 성격인데 막 농담도 던지고. 내 머리 위에서 날 들었다 놨다하고. 

또또,
이 남자의 순정과, 배려심에 나는 또 심쿵사 당할 뻔했다.
<국,영,수>의 도현쌤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10년 순정남이라니. 그리고 덫이라니.. 이 바람직한 계략남 같으니...!

읽다보면 정말 남주의 배려심에 퐁 빠졌는데, 예컨대.. 읽는 사람에 따라서 뭐 이런 말을 굳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가끔, 여주가 가끔 연애 쑥맥인걸 티내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이게 드라마 장면으로 나오면... 으아아 손발을 잼잼 할 것 같은 대사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때마다 마냥 세상 귀여운 거 본다는 표정으로 흐뭇하게 '오구오구 우리 인희 그랬어요?'하고 바라보는 태호의 얼굴이 막막 상상되서 '꺄'하며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특이한 반응이 좋아서 귀엽단다. 아 이 남자 어쩌지.
가둬두고 키우고 싶다.

특히나 나는 내가 정말 나중에 저런 말 할까봐 찔려서.... 사실 그런 대사 이후에, 태호가 마냥 귀엽게만 바라봐주고, 이해와 배려심으로 들어주고, 또 인희가 용기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모습들이 더 설렘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저돌적이면서도 저돌적이지 않고, 잔잔하다가 갑자기 훅 들어오는, 아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진짜 판타지 같은 남자였다.


* 또, 이 작품이 특히나 좋았던 건, 현실에 있음직한,

제목처럼 '사소한' 일상에서 오는 이야기를 한편의 드라마처럼 그려냈다는 점 때문이었다.

회사에서 있을 법한 일상, 대리와 사원의 썸이다. 심지어 주변 지인 중에도 이렇게 연애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소재는 평범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로맨스 코미디 영화 혹은 드라마, 혹은 순정만화 한 편을 보고 난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동에 번쩍 서에서 번쩍 태호가 나타난다. 슈퍼맨처럼!

특히나 내가 순정만화나 로맨스에서 찾는 판타지, 혹은 이상형이라면,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면서 대인관계도 원활하고.... 무튼 되게 바람직한 사람이면서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그런 남자. 가끔 내가 힘들 때마다 내 편으로 척척 나타나서 듬직함이 느껴지는 남자, 그러는 한편 내가 지루할 틈 없이, 가끔은 짓꿏은 농담도 던질 수 있는 그런 남자인데.
(진짜 판타지다.)

오랜만에 내가 로맨스물에서 충족하고파 했던 판타지를 충족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무튼 그래서인지 과장놈이!!! 성추행 비슷무리한 걸 할 때, 도와준거나 차 수리 중에 태워다 준거라던가, 치마 엉망일 때 재킷 벗어준 장면이라던가.... 아 진짜 생각할수록 코피..코피가 날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또, 대리-사원이라는 구도에서 실제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왠지 이런 남자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내가 연애하는 기분이 들어서 간질간질 했다.

게다가, 남주가 첫 연애라 페이스가 느린 여주를 배려하면서도....
너무나도 '나 열심히 참고 있어요...'를 잊을만 하면 이야기 해주는데, 마치 너무 참아서 사리로 탑을 쌓을 것 같아서...

그래서 안쓰러웠는데 작가님이 한 챕터를 할애하셔서 태호씨의 남성미도 보여주셨다.

물론 길게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만큼은(?) 나와있다. (연애결혼 정도? 아님 그보다 살짝 더?)


그치만, 나는 무턱대고 그려지는 씬의 향연을 그닥 좋아라 하는 편은 아니라, 딱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껏, 감질맛나게 표현된 이 남자의 사랑 표현이 흐뭇하고, 두근두근 하면서, 동시에 따뜻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또, 인희의 아픈 가정사도 살짝 나오는데, 그 사연을 보면 인희의 행동들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곁을 쉽게 내어주지 못하는 경계심 어린 행동들이랄까... 꼭 연애에 서툴러서뿐만은 아니라 본인의 상처 때문이었다는 점은 왠지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특히 아버지랑 꽃밭에서 이야기나누며 용서하는 장면에서는 괜히 뭉클해지면서 눈가가 촉촉하기까지 했다. 요즘 감성적이긴 한 것 같다.

이렇듯 사소한 일상들이 하나하나 모여 인연이 되고 특별함이 되고, 그렇게 하나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던 것 같다.


* 요즘 로맨스 소설에 빠져있다가, 그간 있었던 썸이든, 대시든 혹은 남의 연애 이야기든... 일상에서 친구들과 편히 나눌 법한 이런 거 저런 거를 간혹 떠올릴 때가 있었는데.

그러고보면 연애라는 게 정말 아주 심각하게 특별한 판타지적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우리네들 현실에 묘하게 자리하고 있는 사소한 일들 중 하나였다는 게, 신기하게 납득이 될 때가 있곤 했다.

다만 우리가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극적인 드라마를 요즘 많이 봐서 놓치고 살았던 게 아닐까. 우리들 일상에서 사소한 일 쯤으로 여겼던 것들도 모아보면 한 편의 로맨스 영화고 순정만화 일텐데.... 하는 생각을 요즘 하고는 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우리들 인생도 알게 모르게 여러 로맨스가 있었다는 것.
뭔가 단조롭고 지루하고 음울했다고만 생각했던 지난 날들이 왠지 아련하고 설레고 그리운 그림으로 가득 찬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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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모란화 지음 / 베아트리체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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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 / 키다리아저씨 / 나이차커플 / 삼각관계 / 상처 치유물 /
(개인적 감상) 애잔. 약간 신파느낌/ 

주인공 소개
남주_백고훈(24~34) CS그룹 기획본부장,  명망있는 법조계 백가(家) 집안 차남. 집안의 신뢰를 내던진 채, 이설의 후견인이 되어 10년이 넘도록 그녀를 곁에서 지켜주고 있다. 무뚝뚝한, 자상함이 없어 살갑게 대해주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설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사랑하는 남자.

여주_이설 (9~19)
CS그룹 최회장의 숨겨진 외손녀. 혈우병을 지니고 있다. 10년 전, 비행기 추락사고 속에서 기적적으로 혼자 살아 남은 '기적의 여아'. 사고의 충격과 심적 상처 탓인지 가끔 불안정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녀가 견딜 수 있던 이유는 항상 곁을 지켜주던 고훈이었다. 키다리아저씨. 이제는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 어느덧 자리하기 시작한 그 이상의 감정, 하지만 자신을 밀어내는 고훈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서브남_어사헌(19)
한국교육재단 후계자, 학부영에게 손찌검을 당하던 그를 도와준 설이에게 반해 10여년 째 맴돌며 설만 바라보는 설바라기 순정남이다. 든든한 집안, 명석한 두뇌에 남부러울 거 하나 없는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이설의 마음. 쇼윈도 부부 행세에 인간미 없는 집안에서 자란 그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한 쉼터. 도통 그를 친구 이상으로 대하지 않는 그녀가 야속할 뿐.



 2  줄거리


"가족이 되고 싶어."
"네?"

 

" 가족이 되어 주는 게 아니라.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

 

반달로 접힌 눈꼬리가 더없이 어여뻤다.
이렇게, 이렇게 어여쁘게. 건강하고 예쁜 아이로 자라났으면.....



10년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한국항공 Boeing 777-300이 추락하며 275명의 탑승객 중
오직 아홉 살의 여자아이만을 남기고 사망한 대사고.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여아는, 다름 아닌 이설이었다. 숨겨진 대기업 외손녀라는 비밀을 쥐고 있던 그녀는 CS그룹 최회장의 모종의 거래와도 같은 부탁으로 백훈과 인연이 닿게 된다. 그것도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잘못되는 순간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일. 고훈의 선택에 대해 주변의 거센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설의 손을 잡았다.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던 아이. 아버지와 절친한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 이야기로만 듣던 아이. 그런 아이를 다시 만났을 때, 그 아이는 상처투성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온기를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과 마음에 다소 충동적이었을지도 모를 시작 속에서 설과 고훈의 인연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뿐이었는데.
그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잔잔하던 관계에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아이에서 숙녀로,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그녀 앞에서.

그는 부단히도 참고, 또 참아본다. 시기가 올 때까지.

 세간의 비난을 받지 않고 온전히 그녀를 품을 수 있을 때까지.
하지만 젊은 나이의 호기인지 그녀는 순수하게, 때로는 열정적이게, 물러나지 않고 성큼 다가오는데.

 

 

"좋아해요.
당신을 좋아해요."


거부하고, 거부해도.
또 다시 용기를 내어,
나는 당신에게 고백할 거에요.
당신을 좋아한다고.
나의 키다리 아저씨인 당신만큼은,
마음에서 눈철머 녹아 사라지지 않는다고.
영원한 사랑이라고.




 3  리뷰

인물들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안타깝고, 애잔해지는 작품이었다.
아마 겨울에 이 작품을 만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시린 느낌의 작품이었다.

숨겨진 가족사와 충격적인 사고 속에서 상처가 많았던 설, 집 안의 명성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았던 결혼과 삶을 선택했을지도 몰랐던 고훈, 그리고 이름있는 교육 재단의 후계자이지만 쇼윈도 부부 행세를 하는, 인간미 하나 없는 집안에서 자라난 사헌.
인물들의 내적 묘사와 상황 설정 때문인지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아렸다.

그래서 아픈 부분은 빨리 지나가고, 두 주인공이 마음을 확인하고 알콩달콩 하기만을 바랐건만. 내 소원은 아쉽게도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훈으로부터 가족 그 이상의 마음을 보답받고 싶어하는 설의 심정이 이해가가서, 무조건 '아직 일러.'하고 밀어내는 고훈의 모습이 마냥 야속할 수만도 없었다.


어쩌면, 여느 로맨스나, 현실에서 그러하듯. 나이차 커플이 지고 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무게를 생각한 고훈의 배려였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마음만은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그치만 아무래도 나는 고훈도 이해되지만 설의 마음도 이해가되니 너무 아쉬웠던 것일까. 무의식 중에 이중잣대를 펼친 것 같지만, 그냥 세간의 시선이고 뭐고 빨리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너무 밀어내다 말미에 받아주는 게 해화님의 <당끌어>가 떠올라서 약간 '끙'했다. 좋은 작품이었지만, 나는 <봄.봄>처럼 적당한 타이밍에 남주가 좀 받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옆에서 열심히 대시하는 사헌의 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훈을 선택한 설의 마음은 너무 어여뻐서,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안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랄까.

한편, 이 작품은 읽다보면서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두 남녀를 엮어준 '가족', 그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던 훈과 사헌의 가족. 그리고 외손녀인 설을 이용하려고 했던 최회장.

그런 상황들을 생각해 봤을 때, 고훈과 설의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연인으로 발전하게 해준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를 나눈 가족들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을, 피도 나누지 않아 전혀 생판 남인 설과 고훈이 실현하고, 서로 의지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끝내 이룬 그들의 사랑이 더 없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먼저 남주의 설정이 내게 확실히 납득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하고, 세간의 눈에 설이 상처 받을까봐 조심해서 밀어내는 건 알겠는데. 너무 너무 잘 밀어내셔서 설이 짠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키다리 아저씨'가 맞는 걸까. 작중 계속해서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저씨....'라고 그냥 '아저씨'라고 해도 됬을 법한데.

무튼 그렇게 불려가며 후견인이 되어준 건 알겠는데. 진짜 '후원 관계'만 명시해 줄 뿐. 위험할 때마다 곁에서 지켜준다거나, 알게 모르게 배려하는 사소한 행동들이라던가, 심적으로 힘들 때 보여주는 어른으로서의 면모라던가.

이건 내 독해 능력이 부족해서 때문이겠지... 무튼 작가님께는 너무너무 정말로...ㅠ 죄송했지만, 나는 내가 기대했던 저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없어서 아쉬웠고, 그래서 고훈의 매력이 반감되고 말았다.


되려 서브남주가 되게 안쓰러울 정도로 눈이 갔다. 항상 곁에서 위성마냥 맴맴 돌고, 좋아한다고 팍팍 티내주고 학교에서 주변의 모진 말에 설을 지켜주니. 혹시 얘가 숨겨진 남주인가 싶었는데.

이건 마치 왕의 여자에게 연심을 품다가...그저 지켜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호위무사의 말로를 보는 느낌이랄까. 혹은 응팔에서 그렇게 말하던 <어.남.X>. 여기선 <어.남.백> 어차피 남자는 백고훈, 요게 떠올랐다.

 

근데 그게 그렇게 아쉬울 줄이야. 그래서 나는 미안하게도 고훈보다 사헌이 더 짠해서 애정이 갔던 캐릭터 였기도 했다.

또, 단어가... 약간 어색했던 부분이 적잖게 있었다. 그냥 설이 혹은 '그녀', 혹은 그 '여자애'라고 지칭해도 됬을법한데, 계속되는 '여아'라는 단어에서 왜 나는 거부감이 들었을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갈릴 것 같아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인데.
읽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몇 다른 독자님들이 '번역투' 말이 어색했다고들 하셨는데. 이 작품을 읽고 있다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대사라기보다 인물 내면 묘사 부분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고 있는 기분도 들었고.

아니면 예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에쿠니 가오리 작품이나 온다 리쿠 작품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시'를 읽는 것 같은
서정적인 느낌을 많이 느꼈었다. 요 근래 읽었던 작품들이 아무래도 상황 묘사도 많이 객관적인 묘사들을 주로 하고 내면 묘사도 대화 하듯이 적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무튼 근래 읽었던 것과 조금 다른 느낌의 문체가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초반의 어색함을 조금 지나고 나면 마치 시를 읽는 것 같은, 딱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잔잔한 감상이 스며드는 느낌도 받았던 것 같다. 아..! 그냥 문장을 따라 그 상황을 '느끼면서' 읽는 게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또.. 작가님이 작중 인물들 이야기를 하나 하나 담아 주셔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재밌긴 했는데. 너무 빨리 끝난 게 다소 어색할 정도로. 이야기를 다 담기에는 분량이 다소 적지 않았나....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아니면 두 사람 감정과 일화에 더 집중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컸다.

때문에 말미에 두 사람의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스러웠던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가족에서 연인으로, 그래서 새로운 가족을 이뤄나가는 모습이 예뻤고, 더 없이 시린 겨울을 견디고 이겨낸 사랑이라 애틋함이 묻어났던 작품이었다.

왠지 날이 조금 선선해지거나, 새벽녘의 스산한 느낌 속에서. 혹은... 앞으로 금새 다가올 여름. 장마 속에서 다시금 떠오를 작품이 될 것 같다.


<본 서평은 베아트리체(출판사)가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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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나 봄 1
로즈빈 지음 / 스칼렛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1  작품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 / (남자)군인로맨스 / 친구>연인 로맨스 / 잔잔달달 로맨스 / 살짝 로코(?) /

작가님 작품
뉴욕전쟁, 연꽃을 닮은 노래, 그 남자의 정원, 네 입술에 닿으면(현재 네이버 정식 연재 중)
    
주인공 소개
남주_윤태성(28) 특수부대 K-107부대 대원. 태권도 5단, 검도 3단, 저격용 소총으로는 500m 밖 적의 정확한 신체 부위 명중이 가능한, 세계 랭킹에서도 인정 받는 명실상부한 저격수. 그런 그도 사랑 앞에서 때로는 한없이 다정하고, 때로는 그 사랑이 상처 받을까 숨기기 바쁘고 나약해지는 평범한 남자였다.

주_서은봄(28) 국립 발레단 수석 무용수. 태성과는 어렸을 때부터 이웃사촌으로 친하게 지내왔다. 그녀가 이별의 아픔을 겪을 때에도, 항상 친구로써 옆에서 지켜주고 있어서 몰랐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곁에서 힘들고 아픈 시간을 가지고 있었는지..... 
   




 2  줄거리


 


 

세상 가장 고귀한 몸짓을 하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서은봄
세상 가장 위험한 몸짓을 하는,
극비의 특수부대 대원 윤태성
네 살배기 어린 나이부터 함께해 온, 둘도 없는 친구였다.


"출동!"
언제나 느닷없이 태성을 호출하는 은봄의 메시지에
그는 늘 기다렸다는 듯 그녀에게 달려가곤 했다.
밖이었지만 밖이 아닌 척 했고. 영화를 보고 있었지만 아니라고 말했고,
바빴지만 바쁘지 않다고 말했다.


 

 

**

 

"아, 윤태!"


.........


"너! 다음에도 늦으면 죽는다!"


자신을 '윤태'라고 편하게 부르는 여자, 서은봄. 태성과 은봄은 4살 때부터 이웃 사촌으로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다. 집안끼리 함께 여행도 다니는, 이제는 가족이라고해도 무색할 정도의 그런 가깝다면 가까운 관계였다.

하지만 그렇게도 가까운 둘 사이에도 비밀이 존재했다. 은봄이 끝끝내 알지 못했으면, 하면서도 동시에 알아줬으면 하는 너무나도 간절한 비밀.


해주고 싶은 말들은 쌓여만 갔지만, 끝끝내 들려줄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오랜 친구, 서은봄이었으니까.

 

"오늘도 예뻤다, 서은봄."

 

 

그의 마음 한켠에서 잠복하던 사랑세포가 눈을 뜬지 오래. 그 마음이 발현한 것에 대해 묻자면,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절대로 한순간의 즉흥적인 감정이 아니었다는 것. 오랜 세월 서은봄과 윤태성이 친구에서 가족과 같은 관계로 나아가는 그 길목 어딘가에서 조용히 움튼 감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견고한 마음과 관계였던지라 쉽게 마음을 표현하고 다가설 수 없었던 태성은, 오늘도, 내일도 '친구' 윤태성으로 조용히 뒤에서 은봄을 지켜봐주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자신의 직업, 때론 항상 곁에 있어 줄 수 없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그녀에게 행여 아픔을 줄까. 울리지만은 않을까. 그게 너무 싫어서.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가까스로 숨긴 채 한걸음 뒤에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그였다.

분명 그랬는데.

 

 

"좋아해.
......... 내가 너를,
좋아해. 서은봄"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래야 했다.

그녀는 서은봄이니까.

 

 3  리뷰

책을 읽고나서 무슨 말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너무 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머릿속에 몰아쳤기 때문이다.

리뷰가 길어질 것 같아 포인트를 짚어보면!
1) 친구>연인 간의 아슬아슬 설레는 감정선
2)
군인 로맨스답게 상황이 주는 긴장감과 애절함
3)
로즈빈 작가님의 잔잔달달 예쁜 필력
4)
주변 주인공들 이야기도 사랑스러웠던 종합선물 같은 작품

............

정말이지 인생 작품 중 한 작품으로 남을 것같다!! 좋은 작품을 선물해준 로즈빈 작가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을 뿐이다.
(너무 좋아서 처음으로 토끼랑 인형 대동해서 사진 찍은 건 안 비밀) 표지도 너무 예쁘고, 색감이나 그림이나. 어떻게 딱 작품 분위기랑 어우러지게 만들었는지, 표지 만들어준 분에게도 정말 감사했다.
무엇보다 이미 네웹으로 스토리, 문체 보증된 로즈빈 작가님 작품이었고, 친구 연인 로맨스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책 소식을 들었을 때 그야말로 축제였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흘러가는 스토리 흐름도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말 두 사람이 '운명'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친구>연인이 항상 그러하듯, 오랜 세월 다양한 추억을 공유한 소중한 관계에 망설이는 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초반부는 먼저 마음을 자각한 태성의 애간장타는 속마음과  동시에 특수부대 대원이라는 직업상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쉽사리 경계를 넘어설 수 없는 모습이 더해져서 그 절절함에 나는  그냥 책을 읽다가 무너졌다. 아아...

근데 또 마냥 절절하지는 않다. 절대로! 일다보면 요 두 주인공들의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너'를 연상시켜주는 모습에 엄마미소가 한가득 지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 짝사랑 하는 태성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러브홀릭 <인형의꿈> 노래 가사처럼 '한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라던가. 산들의 <짝사랑>이라는 노래도 들린다.

그치만 조금 발랄..한데 유주&로꼬의 <우연히 봄>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아무래도  앞부분은 여느 친구 코스프레로 사심 채우는 윤태의 다소 시커먼 느물거림이 귀엽기도하고, 둘이 투닥거리는게 엄마미소 그려지게 하는 흐뭇함이 잔뜩 베어나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특히 가족 여행 갔다가 벌레를 이용해 사심채우는 녀석의 모습이나, 또 치한들한테 당할 뻔 한 걸 도와주고 나서 안심시켜주러 온 태성의 상처난 손을 보고 연고가 없다고 엉엉 우는 은봄이나.
얘네 너무 귀여워서 입가에 팔자주름 생길 때까지 입꼬리가 쉬이 내려갈 생각을 안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탄했다. 왜, 어째서, 도대체! 내 주변에는 이런 남자사람친구가 없는 건가하고. 그러다 주변 지인이라는... 그래도 좀 1-2년 이상 알고지낸 대학 남자동기 혹은 오빠, 동아리 선후배동기 남자라던가 아는 교회 오빠라던가, 친구 오빠라던가... 흐음 아무리 떠올려봐도 없어 없다고!! 하고 혼자 소리없는 절규를 했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 내가 매번 꿈꾸던 딱!! 그런 로맨스여서 그랬는지, 읽고나서 계속 여운이 맴돌았다. 중학생인가때부터 막연하게 매번 등교할 때마다 망상하던 게 있었는데, 우연히 집 앞에 살고있는 남자애가 알고보니 우리 반 친구였고, 공부도 잘하고, 반에서 한 인기하는 그런 친구였는데, 앞 집이라는 이유, 또 알고보니 가족 간에 오랜 친한 이웃사촌이었다는 사이로 되게 살갑게 구는 녀석, 알고보니 나를 좋아했다......... 라는  그런 망상 말이다. 
아쉽게도 그건 역시 망상이었고, 현실은 열심히  홀로! 수험생활 까지 꿋꿋이 버티고 지금은 취준도 홀로!!! 버티고 있지마는..  
그래서 아직도 도서관에서 늦게 집에 오늘 날이면 날마다... 태성이 같은 남사친 없나 하는 슬픈 기도를 하며 집에 오곤 한다.

무튼 내 상황이 이래서였는지 더욱 더 몰입해서 눈을 반짝이며 읽었던 작품이었다. 거기다가 그러다 문득 이것이 직업군인(?) 주인공 로맨스의 묘미인가 싶게 만들었던 태성의 특수부대 이야기. 나는 사실 군대물이 막 취향은 아니다. 

다만, 군대물이 주는 상황적 긴박감과 클리셰처럼 나오는 여주인공이 처하게 되는 위험, 그녀를 구하기위해 오는 남자주인공의 절박한 심정. 또 거기에서 비롯되는 갈등
(그녀를 놔줘야하나..)과 심적 애잔함. 이런 것들을 좋아해서 가끔 찾아보기는 하는데, 마지막으로 읽은 군대물 로맨스(를 가장한 장르 문학)를 읽은 게 3,4년 전 <도서관 전쟁>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평소 읽던 작품 마냥 편하게 읽혀들어갔던 이유는, 마냥 특수부대 상황만 객관적으로 뚝 떨어져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감정선과 상황이 납득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묘사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특히 포인트로 꼽았던, 주변 인물들. 명우의 이야기나 다른 대원들의 아픈 사랑이야기들이 그러했던 것 같다. 주변 인물들 이야기가 막 나오면 솔직히, 나는 보통 주인공들 이야기만 보고 싶어서 휙휙 넘기는 편이다. 그런데 이 작품들은 주변 인물 이야기도 한 자 한 자 소중히 읽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매번 태성을 구박하는 듯 보이지만 정말 친한 친구처럼 대하는 특수부대원들 일상이나, 태성과 봄의 이야기가 투영된 듯한 명우네 가족 이야기, 그리고 성찬과 현경의 달콩하면서도 애틋한 이야기와 밉상이었지만 웃픈 모습을 보여준 설호와 매력터지는 민희까지. 정말 종합선물세트 같은 선물이었다.
... 설호는 진짜 내가 싫어하는 캐릭터인데.... 연적이 무려 국가라니... ㅋㅋㅋㅋ 읽은 사람들은 알테지만, 뭔가 쌤통이다 싶으면서 웃퍼서 조금 봐줬다.(?) 


한 명 한 명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보면서, 작가님이 인물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전작인 <그 남자의 정원>에서도 그렇고, 연재 중인 <네 입술에 닿으면>에서도 느낀 것 같았다. 

특히 남주들이 내 취향이었는데, 일단 겉으로는 정말 완벽하고 뛰어난 남주들(대스타 반열의 태준, 명품 보컬 현성, 그리고 명사수 태성)이지만, 그 속에서는 내 여자 사수하겠다고 이글이글 부글부글하고 가슴 절절 매는 그런 조금씩 2% 모자란 남자들이어서 인간미있게 느껴지는게 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여주들도 항상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 또 여릴 듯한데 내 일, 내 사랑 앞에서는 당차고 소신있게 할 말 다하는 모습들이 그려져서 흐뭇하게 바라보았던 것 같다.
 아직도 은봄이 태성을 보내고 싶지 않다며 엉엉엉 울면서도 꿈을 지켜주려고 보내주겠다고 엉엉엉 우는 페이지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었다.

이 외에도 <그 남자>의 재민이나, 숨겨졌던 정원네 황이사 커플의 이야기라던가. <네 입술> 속 경선과 지오.....처럼 주변 인물까지도 하나하나 보살피는 섬세함이 느껴져서 작가님이 주는 풍성한 선물을 맛보며 지루할 틈없이 읽어나간 것 같다. 이것도 작가님 필력 덕분이겠지..?


전반적으로 전개도 너무 끌지 않았고, 감정 묘사도 잔잔히 스며들었고, 문장 하나 하나 너무 예뻤던 작품. 오랜 친구에서 연인으로 나아가는 단계에서 보일 수 있는 남녀간의 고뇌와 사랑. 잔잔하고 달달하면서  주변 인물들까지 사랑스러웠던 좋은 작품이었다. 

 

특히 잔잔 달달, 친구>연인 로맨스 성애자인 나에게는 취향저격이었던 작품이었다!!
혹시 그런 작품 원한다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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