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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모란화 지음 / 베아트리체 / 2016년 4월
평점 :
1
작품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 / 키다리아저씨 / 나이차커플 / 삼각관계 / 상처 치유물
/
(개인적 감상) 애잔. 약간 신파느낌/
주인공 소개
남주_백고훈(24~34) CS그룹 기획본부장, 명망있는
법조계 백가(家) 집안 차남. 집안의 신뢰를 내던진 채, 이설의 후견인이 되어 10년이 넘도록 그녀를 곁에서 지켜주고 있다. 무뚝뚝한, 자상함이
없어 살갑게 대해주지는 못하지만 누구보다 설의 아픔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사랑하는 남자.
여주_이설 (9~19)
CS그룹 최회장의 숨겨진 외손녀. 혈우병을 지니고 있다. 10년 전, 비행기 추락사고 속에서 기적적으로 혼자 살아
남은 '기적의 여아'. 사고의 충격과 심적 상처 탓인지 가끔 불안정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때마다 그녀가 견딜 수 있던 이유는 항상 곁을
지켜주던 고훈이었다. 키다리아저씨. 이제는 세상에 하나뿐인 가족. 어느덧 자리하기 시작한 그 이상의 감정, 하지만 자신을 밀어내는 고훈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서브남_어사헌(19)
한국교육재단 후계자, 학부영에게 손찌검을 당하던 그를
도와준 설이에게 반해 10여년 째 맴돌며 설만 바라보는 설바라기 순정남이다. 든든한 집안, 명석한 두뇌에 남부러울 거 하나 없는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이설의 마음. 쇼윈도 부부 행세에 인간미 없는 집안에서 자란 그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한 쉼터. 도통 그를 친구 이상으로 대하지
않는 그녀가 야속할 뿐.
2 줄거리
"가족이 되고 싶어."
"네?"
" 가족이 되어 주는 게 아니라. 너와 가족이 되고
싶어."
반달로 접힌 눈꼬리가 더없이
어여뻤다.
이렇게, 이렇게 어여쁘게. 건강하고 예쁜 아이로
자라났으면.....
10년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비행기 추락 사고가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한국항공 Boeing 777-300이 추락하며 275명의 탑승객 중 오직
아홉 살의 여자아이만을 남기고 사망한 대사고.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여아는, 다름 아닌 이설이었다. 숨겨진 대기업 외손녀라는 비밀을 쥐고 있던 그녀는 CS그룹 최회장의 모종의 거래와도 같은
부탁으로 백훈과 인연이 닿게 된다. 그것도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잘못되는 순간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일. 고훈의 선택에 대해 주변의
거센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설의 손을 잡았다.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던 아이. 아버지와 절친한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 이야기로만 듣던 아이. 그런 아이를 다시 만났을 때, 그 아이는
상처투성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온기를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과
마음에 다소 충동적이었을지도 모를 시작 속에서 설과 고훈의 인연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뿐이었는데.
그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잔잔하던 관계에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아이에서
숙녀로,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그녀 앞에서.
그는 부단히도 참고, 또 참아본다. 시기가 올 때까지.
세간의 비난을 받지 않고 온전히 그녀를 품을 수 있을 때까지.
하지만 젊은 나이의 호기인지 그녀는 순수하게, 때로는 열정적이게, 물러나지 않고
성큼 다가오는데.
"좋아해요.
당신을
좋아해요."
거부하고, 거부해도.
또 다시 용기를 내어,
나는 당신에게 고백할
거에요.
당신을 좋아한다고.
나의 키다리 아저씨인
당신만큼은,
마음에서 눈철머 녹아 사라지지 않는다고.
영원한
사랑이라고.
3 리뷰
인물들 한 명 한 명의
사연이 안타깝고, 애잔해지는 작품이었다.
아마 겨울에 이 작품을
만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시린 느낌의 작품이었다.
숨겨진 가족사와 충격적인
사고 속에서 상처가 많았던 설, 집 안의 명성이라는 이유로 원치 않았던 결혼과 삶을 선택했을지도 몰랐던 고훈, 그리고 이름있는 교육 재단의
후계자이지만 쇼윈도 부부 행세를 하는, 인간미 하나 없는 집안에서 자라난 사헌.
인물들의 내적 묘사와 상황 설정
때문인지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아렸다.
그래서 아픈 부분은 빨리
지나가고, 두 주인공이 마음을 확인하고 알콩달콩 하기만을 바랐건만. 내 소원은 아쉽게도 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훈으로부터 가족 그 이상의
마음을 보답받고 싶어하는 설의 심정이 이해가가서, 무조건 '아직 일러.'하고 밀어내는 고훈의 모습이 마냥 야속할 수만도
없었다.
어쩌면, 여느 로맨스나, 현실에서
그러하듯. 나이차 커플이 지고 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무게를 생각한 고훈의 배려였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마음만은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그치만 아무래도 나는 고훈도 이해되지만 설의 마음도 이해가되니 너무 아쉬웠던 것일까. 무의식 중에
이중잣대를 펼친 것 같지만, 그냥 세간의 시선이고 뭐고 빨리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너무 밀어내다 말미에 받아주는 게 해화님의 <당끌어>가
떠올라서 약간 '끙'했다. 좋은 작품이었지만, 나는 <봄.봄>처럼 적당한 타이밍에 남주가 좀 받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옆에서 열심히 대시하는 사헌의 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훈을 선택한 설의 마음은 너무 어여뻐서,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안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랄까.
한편, 이 작품은 읽다보면서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두 남녀를 엮어준 '가족', 그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던 훈과 사헌의
가족. 그리고 외손녀인 설을 이용하려고 했던 최회장.
그런 상황들을 생각해 봤을
때, 고훈과 설의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연인으로 발전하게 해준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를 나눈 가족들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을, 피도 나누지 않아 전혀 생판 남인 설과 고훈이 실현하고, 서로 의지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끝내 이룬 그들의 사랑이 더 없이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먼저 남주의 설정이 내게 확실히 납득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분명 좋아하는 마음을 자각하고, 세간의 눈에 설이 상처 받을까봐 조심해서 밀어내는 건 알겠는데. 너무 너무 잘 밀어내셔서 설이 짠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내가 아는 '키다리 아저씨'가 맞는 걸까. 작중 계속해서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저씨....'라고 그냥 '아저씨'라고 해도 됬을
법한데.
무튼 그렇게 불려가며 후견인이 되어준 건 알겠는데. 진짜 '후원 관계'만 명시해 줄 뿐. 위험할 때마다
곁에서 지켜준다거나, 알게 모르게 배려하는 사소한 행동들이라던가, 심적으로 힘들 때 보여주는 어른으로서의
면모라던가.
이건 내 독해 능력이 부족해서 때문이겠지... 무튼 작가님께는 너무너무 정말로...ㅠ 죄송했지만, 나는
내가 기대했던 저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없어서 아쉬웠고, 그래서 고훈의 매력이 반감되고
말았다.
되려 서브남주가 되게 안쓰러울 정도로 눈이
갔다. 항상 곁에서 위성마냥 맴맴 돌고, 좋아한다고 팍팍 티내주고 학교에서 주변의 모진 말에 설을 지켜주니. 혹시 얘가 숨겨진 남주인가
싶었는데.
이건 마치 왕의 여자에게 연심을 품다가...그저 지켜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호위무사의 말로를 보는
느낌이랄까. 혹은 응팔에서 그렇게 말하던 <어.남.X>. 여기선 <어.남.백> 어차피 남자는 백고훈, 요게 떠올랐다.
근데 그게 그렇게 아쉬울 줄이야. 그래서 나는 미안하게도 고훈보다 사헌이 더 짠해서 애정이 갔던 캐릭터 였기도
했다.
또, 단어가... 약간
어색했던 부분이 적잖게 있었다. 그냥 설이 혹은 '그녀', 혹은 그 '여자애'라고 지칭해도 됬을법한데, 계속되는 '여아'라는 단어에서 왜 나는
거부감이 들었을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갈릴 것 같아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인데.
읽는 사람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몇 다른 독자님들이 '번역투' 말이 어색했다고들 하셨는데. 이 작품을 읽고 있다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대사라기보다 인물 내면 묘사 부분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읽고 있는 기분도
들었고.
아니면 예전에 읽었던 일본
소설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에쿠니 가오리 작품이나 온다 리쿠
작품들....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시'를 읽는 것 같은
서정적인 느낌을 많이 느꼈었다. 요 근래 읽었던 작품들이 아무래도 상황
묘사도 많이 객관적인 묘사들을 주로 하고 내면 묘사도 대화 하듯이 적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무튼 근래 읽었던 것과
조금 다른 느낌의 문체가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초반의 어색함을 조금 지나고 나면 마치 시를 읽는 것 같은, 딱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잔잔한 감상이 스며드는 느낌도 받았던 것 같다. 아..! 그냥 문장을 따라 그 상황을 '느끼면서' 읽는 게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또.. 작가님이 작중
인물들 이야기를 하나 하나 담아 주셔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재밌긴 했는데. 너무 빨리 끝난 게 다소 어색할 정도로. 이야기를 다
담기에는 분량이 다소 적지 않았나....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아니면 두 사람 감정과 일화에 더 집중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컸다.
때문에 말미에 두 사람의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스러웠던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가족에서 연인으로, 그래서 새로운 가족을 이뤄나가는 모습이 예뻤고, 더 없이 시린
겨울을 견디고 이겨낸 사랑이라 애틋함이 묻어났던 작품이었다.
왠지 날이 조금 선선해지거나, 새벽녘의 스산한 느낌 속에서. 혹은... 앞으로 금새 다가올 여름. 장마
속에서 다시금 떠오를 작품이 될 것 같다.
<본 서평은 베아트리체(출판사)가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