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야
서경 박신우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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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 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오피스로맨스/로맨틱코미디/잔잔달달물/재회물/순정남/다정남/상처남녀



등장인물
남주_윤태경(34)
라인코리아 관리부 총괄팀장으로 부임했다. 9년 전, 그의 형 대신 나간 멘토 프로그램에서 예서와 만났다. 그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는 기억하고 있는 추억을 떠올리며 오랜만의 재회가 반가웠다. 하지만 9년 전, 심적으로 복잡한 일을 겪으며 유학 결심에 한국을 떴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첫사랑 그녀를 만났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 그리고 예쁘게 잘컸네."


여주_송예서(28)
인사팀 주임, 9년만에 만난 첫사랑 오빠가 소속팀 팀장으로 발령받아 왔다. 상사로 모셔야 할 일 때문에 복잡한데, 그 와중에 9년 전 자신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는 갑자기 사라졌던 그가 생판 다른 이름으로 나타난 점까지, 머릿속에 복잡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9년 만에 나타나 또 다시 맘을 들쑤셔대서 여간 머리 아픈게 아니다!!

"누구세요?"
당신, 누구야. 윤기태? 윤태경?



 2  줄거리


9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은
아련한 기억을 다시 붙잡고 싶을 만큼
더욱 남자답게 변해 있었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조만간 결혼을 한다는 소문과 함께.

**

"장난하지 말고,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 그리고 예쁘게 잘컸네."

새로 팀장님이 부임하러 오는 날, 예서는 '첫사랑 오빠'의 결혼 소식에 멍때리다가 그만 치마에 커피를 쏟아붓고 말았다. 그리고 급하게 들어간 옷가게에서 예상 외의 남자와 조우했다.

바로 예서의 첫사랑이자, 첫사랑과 결혼한다는, 그 오빠.
아직도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듯한 태도와, 9년 전 다소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는 첫사랑의 얼굴에 예서는 일단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바로 곧이어 뜨억할 일이 이어지니, 바로 새로 온 팀장이라며, 그 오빠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윤태경입니다. 이건 아까 놓고 가신 재킷."
"감사합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송예서 입니다."
"처음 본 건 아닐 텐데요."

능글맞게 받아치며, 자신을 상사이자 '태경'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남자 때문에 또 다시 머리 속은 과부하가 걸린다. 같은 얼굴, 다른 이름. 분명 그녀가 9년 전 만났던 사람은 '태경'이 맞는데, 그때 그 사람의 이름은 '태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고민도 잠시 초등학교 남학생 마냥,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척한 예서를 향한 윤팀장의 소소한 갑질이 시작되니! 첫날부터 메밀 알레르기가 있던 예서를 위한 메밀 국수집 점심을, 고마움에 저녁 약속을 묻는 예서를 향해 '야근'하자고 채근하기.
결국 예서는 피하는게 답이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사내 약간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진 직후, 팀장 직권 카드로 예서는 태경의 방에서 개인 비서처럼 업무를 보게 되는데, 이 팀장님, 아니 이 오빠. 사람 헛갈리게 만드는 재주가 너무 탁월하다!!

  
"팀장님, 진짜 이상한 거 알아요?" 


"아뇨, 이상해요?"


"네, 팀장님께서 자꾸 그러니까....

 제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한데 혹시나 절 좋아하시는 거 아닐까 하는 그런 착각이 들어요.

 ...... 그러니까 팀장님께서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조심하라니, 이제야 네가 알아줬는데.

"착각 아니야."


볼 근처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그가 속삭였다.

"네가 좋다고, 송예서."



  리뷰

역시 첫사랑이 주는 힘은 위대하다.

'첫사랑'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괜히 설레고, 그 사람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과거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 사람이 좋았더라.
막상 큰 계기는 없는데 그냥 그 사람이라서 좋았다. 이상하게 내가 가는 길에 그 사람이 우연히 눈에 밟혔고, 내가 원하던 이상형대로 항상 멋진 모습이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지. 항상 내게 '첫사랑 그분'은 다소 미화된 상태로 나의 이상형의 남자로 추억 속 사진첩처럼 남겨지게 되었다.

여기에도 9년 전, 첫사랑을 못 잊고, 가슴에 품었던 두 남녀가 있었다. 태경과, 예서.
9년 전,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났던 두 사람이, 약간의 엇갈림으로 서로 오해를 남긴채 헤어졌다가 다시 재회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오늘도 말이 막 길어지는 것 같아 축약하면)
9년 전 첫사랑 두 남녀가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재회해서 과거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하고 키워나가는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잔잔달달하고 코믹요소가 가볍게 깔려있어서 즐거운 분위기 적당한 설렘을 즐길 수 있었다.
<그여름 나는>이나 <다정한 거리>처럼 중간 중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로 이어져서 과거 이야기에 남주의 순정
이 설핏 설핏 보이는게 또 심쿵 포인트였다.
다만, 큰 갈등은 없어서, 그걸 주로 보는 사람들은 살짝 심심할 수도? 삼각 전개로 갈 듯 싶었으나 심심하게 풀리며 악조도 (있을듯 하다) 없었고
, 남주 태경의 새어머니가 조금 여기저기 상처를 많이 주어대서 화가 났지만, 태경이 크게 경고하고 깨갱하고, 결국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그런 이야기였다! 
 

**

첫사랑이 주는 아련함 때문에 살짝 감성에 젖었는데, 실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잔잔-로코-달달 느낌의 글이었다.


첫사랑과의 재회를 예쁘고 재밌게 그려준 이야기
나도, 첫사랑과 재회한 적이 있었다. 바로 작년, 시험치러 서울 올라갔던 날! 무려 쌩얼로. 그 넓디 넓은 서울 땅에서 또 만났다고만 하면, 엄청난 인연같고 감동인데, 나는 시험치러 왔던 상황. 더 이상 선크림으로 밝아지지 않는 피부에 그나마 희망이라면 아이브로우 한 획은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재회는 졸업식날, 거의 신부 화장처럼 풀메이크업으로 가서 만났으나. 되려 못 알아보았다. 아. 내 첫사랑과의 감동적인 재회여. 안녕.

생각보다 현실은 쥐구멍에 숨고 싶은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건축학 개론>을 보지는 않았지만, 첫사랑과의 재회가 주는 이상적인 그림이란 것이 있는데.

음, <늑대의 유혹>처럼 빗속에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재회도 심쿵하지만, 현실과 너무 머니 패쓰하고. 적어도 좀 '정상적인' 상태일 때, '어머?'하며 '오빠?'하고 마주칠 수 있는 거 아니야?.... 싶어왔는데.

역시 이 작품은 그런 첫사랑의 재회를 조금은 그래도 충족시켜 주어서 좋았다.

"예쁘게 잘컸네."
..... 잘컷대... 그것도 예쁘게...... !!!!


알아보기나하면 다행일텐데, 예쁘게 잘컸다고 한다. 립서비스로라도 듣고 싶은 말인데 순도 100% 진심을 담아 한 말이니, 뭇 처자 마음 얼마나 떨렸는지. 게다가 외꺼풀에 눈에 힘을 주면 생기는 쌍꺼풀. 옴마. 정말, 나도 첫사랑 오빠가 떠올라서 그 페이지를 읽는데 괜히 가슴이 쿵쿵 떨려왔다.

한편, 9년 전 아픈 기억 때문에, 풋풋하던 첫사랑이 한켠이 어둡게 바래졌던 예서는 첫사랑과의 재회가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오해는 풀고 싶어서 9년 전 전말에 대해 들으려고 타이밍만 재고, 둘이 서로 타이밍만 재서 어떻게 일이 풀리지 풀리지 싶었는데.

그래도 예서가 아주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너무 다정하게 바라보는데 그 눈빛을 어찌 감당하리오. 확실히 말하는데, 이 남자 이때다 싶어. 본심을 고백한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의 '진짜 재회'가 이뤄진다.


재력있고 능력있고, 인간미도 있는 귀여운 순정남 태경
(역시 나는 남주 편애자다. 껄껄. 남주 소개에는 수식어 연발)


사실 태경이 예서를 처음 본 것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 첫 만남 이야기가 소소하게 그려지는데, 무튼 나는 요런 오랜 인연이라는 소재를 참으로 좋아해서, 더 꺄꺄 거리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읽으면서 도대체 왜 내 주변에는, 우리 동네에는 이런 오빠들이 없었던 걸까. 현실과의 괴리에서 눈에 땀이 찰뿐.
근데 또 내 직장 상사로 온단다. 사귀고나서는 지갑을 던지고 카도 한도 시험해보라는 남자라니. 직권으로 사심채우는 남자라니. 이런 갑질이라면 땡큐다.

근데 이 사람 주사가 너무 웃겨서ㅋㅋㅋㅋㅋ꼭 안 취하고 강할 것 같은데, 주사가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ㅋㅋ




되게 사내 완벽한 인기남인데 여주 앞에서만 이렇게 조금씩 모자란 모습 보이면 난 또 이게 좋아서, 되게 혼자 깔깔 거리면서 읽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 남자, 에너자이저다..../////


 

 


(통의 정체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것으로...)


과거와 현재의 교차가 주는 향수, 두근거림
책을 읽다보면 가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때마다 이 남자의 사랑이 그때부터 시작되었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와 마음이 담겨있었다고 생각하니 그게 또 설레였다.

특히나 오빠에 대한 환상이 컸던 나였던지라, 고등학생 때, 괜히 졸업한 대학생 오빠들이 가끔 학교를 찾아오면 뭐가 그렇게 두근 거렸던지. 무튼 그 설렘까지 떠올라서 즐거웠다. 회상 속 태경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랑 갑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소름...이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잔잔달달 전개, 사이사이 로코, 큰 갈등은 no
기본적으로 잔잔달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편하게 읽을 것 같고, 중간중간 가미된 로코같은 느낌의 이야기에 더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전반적으로 큰 갈등이 없어서, 갈등이 없는 이야기를 심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살짝 루즈한 감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확실히 요 이야기는 첫사랑의 재회가 어떻게 풀려나가는지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포인트를 두고, 잡은 물고기인 예서에게 계속 밥먹이는 태경의 모습을 보는 재미로 봐야할 듯 싶다.

 
기타/마무리
이거이거 가독성이 높아서 거의 두 시간만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라서였을까. 첫사랑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말 때문인지, 첫사랑에 대한 이상한 환상과 아련함이 있어서, 괜히 '첫사랑'이 소재면 일단 기본 점수를 주고 나는 읽는 편이긴하다.

아, 진짜 이 소설 속에 들어가보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런 오빠 내 추억 속에 없나 괜히 푸념만 늘어놓게 생겼다. 음, 근데 약간 사내 연애라기보다 오피스 배경에 캠퍼스 커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더 두근거렸다는. 살짝 단편 로코 드라마 느낌도 나고.

태경이 얼굴에 자꾸 <닥터스> 홍쌤이 떠오르고!!!............
거기 둘도 좀 한소리 듣는 연애고자였는데, 요기도 예서가 이성 친구 준성이 흑심 품는 거 알아채도 못하고, 그래도 눈치는 좀 있어서 대들긴 했다만, 왜들 애들 연애하는 듯이 귀엽던지. 

물론, 태경이는 약간 계략남이긴 했는데, 아아 막 예상치 못한 전개에 질투도하고, 예서가 벌이려던 일 이용이나 해먹으려하곸ㅋㅋㅋ 뭔가 은근 유치한데 귀여우니 그냥 봐준다.(?)


무튼 오랜만에 첫사랑이 주는 애틋함, 아련, 설렘 등에 대해서 떠오르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읽는 내내 나는 개그코드가 특이한가 싶을 정도로 엄청 낄낄 깔깔 껄껄거리면서 읽었는데,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다.

음, 그리고 다 읽고나서 문득 든 생각은,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
하얀 얼굴에 긴 생머리 흩날리는 그런 소녀소녀한 이미지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의 그런 추억 한켠에 남아 있을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박신우,첫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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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심연_배철연
출판사_21세기북스


 1  작품 소개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본 적이 있는가!
-후회없는 오늘을 살기위한 28개의 아포리즘-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배철현 교수가 정리한 자기 성찰의 4단계인 '고독, 관조, 자각, 용기'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한번 묶이고, 그 아래로 총 28가지 그와 관련된 28개의 아포리즘이 나열되어 있다.


1부 고독, 혼자만의 시간 갖기
순간, 생각, 현관, 인내, 침묵, 실패, 동굴로 구성되어 있는 1부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 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하는 고독은 정말 사회에서 동떨어져서 외톨이로 남아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잠시 속세, 자신이 살고 있던 삶과 시간에서 나를 분리해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인 것이다. 이 고독의 시간 동안 자신만의 의미있는 순간을 포착해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심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곳에서 우러나오는 나의 유일한 임무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우리는 개개인 주체별로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임무를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을 준비하게된다. 


2부 관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기
묵상, 단절, 숭고, 사유, 관찰, 오만, 심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2부는,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고 있었는지를 반추할 수 있는 메시지던져준다.
 
이 장에서 우리는 이 넓디 넓은 광할한 우주에서 우리가 맡은 배역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는지, 주체적인 삶이 아닌 그저 습관적으로 해오던 삶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현재 상황에 안주하며, 현재 누리는 것들을 스스로의 성취라고 생각하고 오만에 빠져 멈춰있는 것은 아닌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그래서, 관찰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고 자신만의 '심연'을 보고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묻고 있다.


3부 자각, 비로소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
괴물, 임시 치아, 가면, 갈림길, 멘토, 진부, 자립으로 구성되어있는 3부는 이제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고, 내 길을 나아가기 직전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장에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해 마주해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지금까지 주어진 환경이 전부라고 믿어왔던 지난 날의 편협한, 진부한 사고의 틀을 깨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오롯이 자신의 고유한 삶을 그리면서.


4부 용기, 자기다운 삶을 향한 첫걸음
몫, 열정, 믿음, 아우라, 착함, 옳음, 빛의 축제로 구성된 마지막 장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깨닫고 이를 개시하기 위한 첫걸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는 타인이 만들어 놓은 우주 창주 신화나 종교의 교리보다 훨씬 숭고하다고 이야기한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과 강요 속에서 살던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숱한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도 매순간 자기 확신과 그 확신을 지켜내는 인내를 겪으며 사는 삶.
이러한 가치들을 일러주며, 주체적인 삶의 숭고함을 일깨워준다.

아울러,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자신의 노력과 함께 부가적인 것들에 대한 조언(교육, 멘토)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이 장은 마무리 된다.



 2  리뷰

사실 책은 수령하자 마자 그 주에 다 읽어버리기는 했다. 초반에 몇 장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틈나는 대로 마구마구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단 앞서 소개한 것처럼 '자기 성찰'을 위한 배철현 교수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나를 바라보고, 나를 발견하고, 나를 깨닫고, 나다운 삶을 만들자는 28장의 메시지들.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이라는 소제목을 따라, 책을 읽는 동안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자연스레 반추해보았다짧으면 짧고 길면 나름 길다고 느꼈던 스물 다섯해. 그 시간을 되새겨보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간 어떻게 사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일까를 한창 고민하던 시기였던지라, 이 책이 주는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인상적이어서 책을 놓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면 그때마다 공감되고 감동적인 말들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특히 좋았던 점은, '이렇게 살아라, 살아야한다.'식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이런 삶은 어떻겠니?'하며 내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라 더욱 잘 읽히고 좋았던 것 같다.

게다가, 28가지 메시지 속에 구성된 단어의 어원들과 역사 속 이야기들 모두 공감되고 그 속에 함의된 내용들을 함께 의미하는 것도 신선하고 흥미로워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좋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되려 다 머릿속에 넣으려니 과부하가 걸렸달까.


물론, 그 와중에도 인상적이었던 몇 이야기들이 있었다.
먼저, 1부에서 '생각'이라는 파트였다. '천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긴 장이었는데,

'천재란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믿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이다. 그리고 찾아낸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일생 동안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이다.'-p.28

나는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는 말도 있고. 또, 어느 정도 노력으로 뇌를 훈련하고 발달시킬 수는 있으나, 천재는 일정부분 타고난다는 말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저 문장이 공감되고, 믿고 싶어졌다. 주변에서 탁월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중에 막상 '타고난 천재'는 얼마 없었던 것 같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마저도 본인이 어느 정도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꾸준히 몰입하고, 연구하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바로 몇 장 뒤에 이어지던 문장.

"내가 축하해야 할 대상은 나와 무관한 신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나만의 유일한 임무를 찾아내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 p.33

요즘 많이 생각하던 내용이라 인상적이었고,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이 책 내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함축된 문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자신을 존중하며,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왔는지를 성찰하게 만들어 준 문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는 반은 행복하고 반은 불행하다 여기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간 중간에, 분명 이 일이 하고 싶은데,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겠어? 현실을 직시해, 너가 어린애야?'하면서, '가야할 길' 혹은 '정도'라고 속단해버린 틀에서 벗어난 생각들을 무던히도 죽여왔던 것 같다.

그렇게 살아오니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문제집을 풀며, 똑같은 생각을 지닌 김 아무개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중간 중간 나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저 심연 깊숙한 곳에 더 밀어 넣어버렸던 거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일이 잘 안풀리기도하고, 예상 외의 곳에서 풀리기도 하며, 또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경험하고 관찰하면서, 인생의 답은 없으며, 결국 이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나침반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시기였던지라, 이 책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그렇게 살아도 된다, 정말 너가 생각한대로 살아봐라. 하고 응원해주는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혼돈에서 질서로, 없음에서 있음으로서의 질적인 변화는 '처음'이라는 특별한 순간을 통해 가능하다. 처음이란 이전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상태로 진입하기 위한 경계의 찰나다. 습관처럼 흘러가던 이전의 양적인 시간과 달리 충격적이고도 압도적이어서 전율하게 하는 문지방이다."-p.108

'시작이 반이다, 처음이 어렵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처음'이라는 순간은 특별하다. 내가 처음 연필을 쥐었을 때,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처음 누군가의 앞에 섰을 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던 때. 등등.
 
새로운 경험을 겪게되는 매순간, 미지와의 경계를 넘어가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그 경계의 직전에서 미지와의 조우에 대한 설렘과 걱정과 충격은 가히 설명하기 힘들다. 내 경우는 자신에 대한 불확신과 지금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던 기존의 자신을 허무는 느낌을 수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겪고 나면 저 심연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혹은 기존의 벽을 허물고 내 세계, 심연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는 듯 하다. 이처럼, 처음이란 정말 중요한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나 자신을 마주하고 내 길을 찾아나서는 길은 힘들다.
뒷 장에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일화에서 들려주는 '진정 극복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혹은 계속되는 실패에 인내가 필요할 때, 나를 방해하는 적은 의외로 내 속에 있음을 깨달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정되면 됬지, 이 길은 내 길이 아니야. 할 만큼 했어. 나한테 원했던 게 이 정도 아니겠어?
등등... 다양한 핑계와 자기 합리화 속에서 틀을 규정짓고, 그 속에 나를 한정짓고 가두는 것은 언제나 또 다른 '기존의 나'였다. 
 
그렇기에 나를 직면하고 잘못된 길을 바로 잡기란 쉽지 않다. 몇 년, 몇 십년을 옳다고 치부하던 것들이 무너지는 그 순간만큼 허무한 것은 또 없기 때문에. 아니, 허무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존의 나와 무수히 얽현 타인과 사회 속에서 자신을 속박하던 사슬을 풀어 내고, 심연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자신의 진짜 '가면(persona)'을 발견하는 삶의 행적을 '숭고'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도 들었다.

이 우주, 지구 속 다양한 세상, 그리고 내 삶에서 나의 본연한 임무를 찾아나가는 행위. 그것은 하나 하나 같은 것이 없어 고유한 것이기에 숭고한 것이다. 그러므로 소중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하며 오늘 하루도, 매순간 순간도, 찰나의 시간까지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겠다. 나의 길을 조금씩 걸어 나가면서.
 


배철현,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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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잊어도 돼요. '사진'이 당신 대신 기억할 테니."


4년 전 치명적인 실수로 사진작가의 꿈을 접은 마유

남겨진 사진 속 비밀과 함께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


 

 1. 줄거리

 

도쿄 남쪽의 섬 에노시마.

주인공 마유는 할머니 유품 정리를 하기 위해, 할머니의 사진관이 있는 에노시마 섬에 들어섰다. 하지만, 과거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카메라에 손대지 않는 마유에게 그 섬과 사진관은 뼈아픈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공간이었다.

 

사진가의 꿈을 안게 된 아련한 추억의 공간이자, 카메라를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가진 장소였다.

그렇게 텁텁한, 혹은 씁쓸한 기분을 안고 할머니 유품을 정리하러 온 사진관에서 마유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특이한 사진을 발견한다.


족히 100년은 되어 보이는 사진 속 배경에서 시작되는 사진.

 

사진을 넘길 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지나 점차 발전하는 에노시마 섬의 풍경이 그려진다.

하지만 사진 속 배경이 변하는 동안, 세월을 타지 않은 얼굴을 가진 사진 속 피사체 때문에 마유는 아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모두 한 사람 같아'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말도 안 되었다. 자세히 보니 남자들은 모두 오른쪽 눈꼬리 밑에 커다란 점이 있었다. 우연히 같은 곳에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네 명 모두 같은 점이 있다는 건 우연치고는 너무 기묘했다.

   

 

바로 그때, 그 사진을 찾으러 사진 속 주인공이 찾아왔다. 자신의 할아버지 사진을 찾으러 왔

다는 남자의 모습에 마유는 놀라고 말았다.

   

 

마유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은 남자.

짧은 머리에 단정한 생김새.

오른쪽 눈꼬리에 또렷한 점.

 

바로 사진 속 남자였다.

"지금 영업 중입니까?"

 

가슴의 고동이 빨라졌다.


 

 

2. 리뷰

 

오랜만에 또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특유의 일본 냄새(?)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향수 돋는 섬마을의 정취를 바닥에 깔고, 약간의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서 사연 있는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였다.

 

한 때 인생의 꿈이었던 사진가의 꿈을 놓은 마유의 아픈 과거가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해 왔고, 그 와중에 의문의 사진으로 자아내는 미스터리한 요소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또한, 마유의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력이 더듬어가는 사건들과 이야기도 흥미로워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의 현재의 매개이자 추억의 기록, 사진

사진은 여러모로 쓰인다. 주로 추억할만한 일이나 기념할 일 등을 남겨두기 위해 많이 남겨둔다. 혹은 수사용으로 증거 이미지 기록을 남기거나, 사건 정황을 포착해 두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는 등. 특정 대상에 대한 과거 기록을 남기기 위해 주로 쓰인다.

그러다보니 사진에는 이야기가 담기는 것 같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우리는 만남과 사랑, 이별, 슬픔 등 많은 추억들을 담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사진을 꺼내보면서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되새김질 하고는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사진을 통해 꿈이 가득했던 과거와 혹은 창피했던 젊은 시절의 향수, 그리고 과거의 아픔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인 겐지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있게 한 웃지 못할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아련한 향수에 젖기도 하고, 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진이 주는 의미가 작품 전반을 주도하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사연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과거와의 대면, 그리고 트라우마의 극복


한편, 사진이 놓아주는 현재와 과거의 다리는 주인공에게 계속해서 작용한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마유는 계속해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할머니의 ‘니시우라 사진관’은 그녀의 과거가 잔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또다시 ‘사진’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과거 사건의 전말을 풀어가는 마유의 모습은 참 안쓰럽다.

 

과거를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특히나 후회가 남는 일이라면 더더욱. 또,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바로 잡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때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내 마음 편하자고 다시 묻힌 사건을 들쑤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마유는 계속해서 드는 의문과 단죄에 대한 무거운 마음,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사진’을 보며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기로 한다.

비록 그 과정은 아팠지만, 전말을 알고 난 뒤의 마유의 모습을 읽으며 왠지 모를 후련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까지 느꼈다. 또, 한층 성숙해진 마유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자리하고 있었다.


 

향수와 긴장의 오묘한 조합이 좋았던 작품

이처럼 작중 사진을 통해 이야기가 하나하나 풀려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생각과는 달라서 약간 의아했다는 점이 사실이었다.

‘사진’이 사건의 실마리로 나온다는 것과 과거 사진 속 인물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작품 소개를 보고는 솔직히 처음에는 약간 ‘기담’같은 느낌의 작품일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세피아 톤의 사진들, 곡성느낌 돋는 섬마을 배경, 그리고 수십년 전 사진과 똑같은 얼굴로 나타나는 사람.

딱 여기까지만 보면 약간 사진을 소재로 하는 호러 스타일의 미스터리 추리물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약간 온다 리쿠 작가의 <여섯 번째 사요코>나 <금지된 정원>이라던가 기시 유스케의 <13인의 인격>같은 작품을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약간 잔잔한, 담담하게 서술되는 문장으로 과거 사연이 오묘하게 교차되는 것이, 기담류의 추리물은 아니었다. 다만, 그럼에도 사진들이 함축하고 있는 사연 때문에 긴장감은 놓을 수 없었고, 또 예리한 관찰력으로 섬세하게 사건을 정리하는 마유의 추리력에 추리 소설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사건 해결 후 오는 후련함, 추억에의 향수, 상처에 대한 치유 등이 선물 같이 찾아와서 괜히 마음 한 켠이 뭉클해졌다. 추리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쉽지 않은데, 이상하게 읽는 동안 ‘오오’하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가보았던, 푸르고 드넓은 바다가 앞에 펼쳐진 곳에 갔던 추억이 살풋 떠올랐다. 짭쪼름한 바다냄새, 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섬들, 옆에는 바다를 끼고 정갈하게 정리된 도보,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자리한 현대식 건물 사이로 언뜻 보이는 옛날 사진관들.

그런 것들이 떠올라서 기분이 오묘해지는 작품이었다.

......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와중에도 사진처럼 아직 남아있는 과거의 공간들은 가끔 의미 모를 감정과 추억에 휩싸이게 만들곤 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거의 추억 한 자락들, 때론 잊는 게 약이기도 하지만 그 사건들이 있기에 더욱 성숙해지고, 잘못을 바로잡을, 혹은 다시 일으키지 않을 용기를 얻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한 사진들. 그리고 추억.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그런 사진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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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그곳에서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살인을 한다!

 

 

"기억을 찾으려고 돌아왔어."
"그래서...... 기억해 냈니?"


어둡고 고요한 숲속, 상처투성이의 여자가 맨발로 달리고 있다.

*

10년 전, 인연을 끊어버렸던 친구,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장이 노라의 마음을 뒤흔든다.
깊은 숲속, 유리로 만든 외딴 저택으로 모여든 파티 참석자들은 묘한 적대감과 두려움에 빠져들고, 노라는 잊고 싶었던 과거와 마주한다.

파티의 마지막 밤, 울려 퍼진 총성.

누구가, 누구를, 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가기로 한다.
숲으로, 검고 깊은 숲으로.
어쩌면 진실 한 조각이 남아 있을 바로 그 곳으로!
                 ― 표지 뒷면 책 소개글 中



 1  줄거리


클레어, 왜? 왜 지금이야.

범죄소설 작가인 리오노라(이하 노라) 쇼는 이메일 함을 정리하던 중, 플로렌스 클레이라는 의문의 여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랜 친구였던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장이었다.

옛 친구인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 메일. 오래 전 연락이 끊겼던, 낯설지만 익숙한 친구의 이름에 노라는 섣부른 반가움 보다는 다소 당황, 혹은 불편함, 아연함과 같은 부류의 감정을 느꼈다.

클레어.... 그녀는 완벽하게 과거 속의 사람이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

한 켠에 묻어두었던 어린시절,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았던 그 기억을 멋대로 들추는 것 같은 메일이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클레어가 자신이 꼭 참여하길 바란다는 플로의 메일에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결국 계속 연락하던 친구인 니나와 함께 클레어의 싱글파티에 응하기로 한다.

......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길,
스테인 브리지로드의 유리집. 질퍽이는 진흙 길과 나무가 우거져 어두운 숲 속의 유리집. 그곳을 가는 길 내내. 노라의 머릿속에 드는 한가지 의문.


클레어, 왜? 왜 지금이야.

계속되는 의문,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들. 계속되는 상념을 잊기위해 노라는 주인공인 클레어가 오기 전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숲 속, 질퍽한 흙길을 노라는 달리고 또, 달렸다.

모든 것을 잠식해 버릴 것 같은 으스스한 브리지로드의 검은 숲. 누군가 감시하는 것만 같은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유리집. 신경을 자극하는 그 공간에서 온갖 상념에 잡힌 노라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마주쳤다. 

자신의 옛 친구,
그리고 과거의 진실과.


"어머, 들켰네."

........이제야 이해한다. 모든 의문이 풀린다.



 2  리뷰

아, 대박. 이 소리 밖에 안나온다.
사실 앞부분은 약간 루즈해서 쉽게 몰입이 안됐는데, 중반부부터 몰입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장르 문학이라 개인의 취향을 탈 수 있지만 어쨌든 나는 초반의 장벽을 뚫고 나니 다 읽는데 거의 두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또, 확실히 늦은 저녁, 고요한 곳에서 혼자 읽을 걸 추천한다.


※ 일단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포인트
1. 사건과 촘촘히 얽혀드는 주인공의 과거
2.
배경이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  
3. 현재와 과거의 교차가 주는 긴장, 긴박감
4. 등장인물들의 행동 및 내면 묘사를 통한 불안감 조성


사건과 촘촘히 얽혀드는 주인공의 과거
역시 모든 사건에는 인간의 '감정'이 얽힐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으면서 또,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인간의 여러가지 감정들. 큰 사건들이 때론 인간의 시기와 질투, 사랑 이런 것들 때문에 일어나는 건 동서고금 막론하고 같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해주었던 것 같다.
(너무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제 중..... 어렵다ㅜㅜ)

어릴 시절을 함께했지만, 거의 10년을 연락이 끊겼던 친구로부터 온 싱글파티 초대의 저의를 밝히느라 머리 싸맸으나. 의외로 답은 명쾌했다. 하지만 그 답이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렸을 적 연인과의 기이한 재회, 새로 짜여진 인연에 주인공은 또다시 마주하게 되는 과거의 편린 속에서 노라는 계속 불안정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도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지? 도대채 무엇 때문에 주인공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계속 이 고민 때문에 일단 궁금해서라도 작품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나중에 한 편으로는 주인공인 노라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가, 또, 애잔해지기도 했던 부문이었다.

그리고 사건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오랜 과거의 감정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구나라는 점이 의아해서 생각보다 신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편견일 수 있는데, 왠지 외국 작품은 과거 인연에 대해서는 '쏘쿨'할 줄 알았는데. 약간은 여기서 동양 작품에서 볼법한 감정선이랄까.(단정지을 수 없지만) 거기서 볼 법한 과거 인연의 연장선과 사건의 동기 이런 느낌이 느껴져서 익숙함에 더 재밌게 읽은 것도 같다.   


배경이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
장르 문학을 읽는 재미는 머릿 속에 한편의 영화처럼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한몫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추리/미스터리물은 그런 점을 극대화해주는 배경묘사나 인물의 심리 묘사에서 몰입 정도가 달라지는 편이다.

그래서 일단, 처음 작품 소개를 보고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단연 '검은 숲 속의 유리집'이었던 것 같다. 처음 책 소개를 보았을 때, 저 장치가 주는 분위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쌓여가는 눈과 끊어진 전화선, 싱글파티 중에 일어나는 총성.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 싶었다. 사실 그 배경이 주는 긴장감 보다는 '플로'가 하는 행동 때문에 시종일관 같이 불안, 불편해서 긴장되기도 했고, 또 주인공이 계속해서 무언가 고민하고, 배경을 의식하고, 그런 부분들이 긴장감을 유지시켜주었던 것 같다.


그래도 주인공 내면 때문에, 유리집이나 검은 숲이 주는 스산함은 충분히 전달 되었던 것 같다. 조금 다르긴 한데, <큐브>에서 전면이 허연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것 같은 두려움이나, <쏘우>에서도
'자 그럼 게임을 시작하지(?)'와 함께 시작하는 피의 향연..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감시' 당하는 것 같은 불안감.

또, 어두운 감시 탑을 둘러싼, 밝은 파옵티콘에 갇힌 죄수들도 떠올랐다. 감시받는 기분에 스스로를 감시하게 되는 원형 감옥. 요건 그냥 나 혼자 막 떠올린 것일 수도 있는데. 범인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들이 서로를 주시하고 불안해하는 그 심리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떠올랐다.

이렇게 안이 다 비치니, 역으로 안에 있는 인물들은 그렇게도 느낄 수 있겠구나 싶다는 생각도 들자, 오소소함과 동시에 그 불안감을 함께 즐겼던(?) 것 같다.


현재와 과거의 교차가 주는 긴장, 긴박감
읽는 동안, 영화화 된 CSI(?)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앞부분은 사건의 경위가 되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후부터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긴박감, 서서히 나타나는 범인의 정체. 요런 부분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조금 달랐던 게 있다면, CSI는 초반에 그 사건의 배경이 되는 일화가 살짝 소개되었다가, 현재 진행형으로 수사 내용을 보여주면서, 사건의 단서가 밝혀지면 그때마다 과거 일부분이 오버랩되면서 재연되는 데.

요작품은 초반부 싱글파티 초대부터 파티가 전개되는 중간 중간, 사건 경과 후 노라가 병실에서 문득 문득 깨어나는 부분이 삽입되어 있어, 그 장면 전환이 또 긴장감을 높여준다. 전혀 이후 사건을 예측할 수 없어, (약간 불안정하지만)약간은 밝은 분위기의 싱글파티 사이, 사건 이후 병실에서 깨어나 떠오르지 않는 기억 때문에 불안하고 흔들리고, 머리 아파하는 노라의 내면 심리가 극적 대비를 이루면서 불안감을 높여 주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사건이 발생하고, 서로 다른 두 시차가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진짜 속독이 가능했던 것 같다. 뒷부분이 궁금해서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드디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데, 중간에 갑자기 이야기가 붕뜨더니 주인공이 병실에서 깨어나는 시점이랑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 때문에 도저히 뒤를 안읽고 못배겼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행동 및 내면 묘사를 통한 불안감 조성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건, 주인공 내면 심리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외적 묘사보다도 시종일관 과거에 얽매여서 불안정한 주인공의 모습과, 결국 친구의 장난에서 발현된 분노.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드러내고 말았던, 완전 묻어 두었다고 생각했던 연정.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잊은 기억의 편린 때문에 시종일관 불안해야 했던 장면들. 특히나 사건의 실마리가 그 기억 속에 있다보니, 더 답답하고, 궁금하고, 그래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범인이 예측되는 가운데 주인공은 계속 부정하고, 근데 그게 또 멍청해 보이면서도 안쓰럽고. 진짜 복잡한 신경을 고스란히 전해 받아서, 읽는데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또, 주변 인물, 특히 '플로'는 외적으로 불안감을 잔뜩 조성해주는데. 약간 과대 망상? 과한 행동으로 파티를 이끌면서 묘한 긴장을 계속 조성해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읽어보면 알겠지만, 초반에는 좀 짜증나는 캐릭터였는데. 후반부는 좀 안쓰럽기까지 했다.


마무리_주저리
내가 너무 좋아하는 추리 소설!! 게다가 간만에 몰입하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초반부는 약간 생각 외로 흘러가서 지루한 느낌도 적잖게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지금까지 본 작품들이 항상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들이 정신없이 수습하면서 내막이 밝혀지는 가운데, 위협도 당하고,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긴장감도 상승하고... 이런 레퍼토리로 흘러가서 였던 것 같다.

그래서 당연히, 이것도 다소 큰 규모의 파티에 갑자기 총성과 함께 살인 사건이 터지고, 피가 낭자하게 퍼지고...(?) 비명소리와 함께 아비규환 속에서 사람들이 집에 가겠다 아우성 치는데 눈 때문에 길은 막히고... 전화는 끊기는 ... 이 사이에 한두명씩 계속되는 범인의 살인... 좁혀지는 수사망,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위협!!!...... 을 떠올려 버려서 였던 것 같다.

이래서 편견이 무서운건데. 생각보다 친구들의 회포와 새로운 만남에서 오는 반가운 이야기가 조금 길어져서 살짝 루즈했지만, 그부분 지나고나서부터 주인공이 점점 과거를 떠올리고 불안함을 내비치고, 초대에 대한 의문을 곱씹고, 다시 미래 시점(싱글파티를 현재라고 할 때)과 교차하는 모습이 왔다갔다 하면서부터는 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그리고, 여담으로 처음으로 추리 소설에서 범인을 찾았다!! 작가님이 뭔가 누군가를 상당히 몰아가는 것 같았지만, 되려 너무 몰아가면 의심스러운 법. 내가 발견했으면 다른 사람들도 누군지 추리가 가능할 것 같지만. 심지어 범행 동기도 비슷했어. 혼자 이렇게 희열을 느끼며 더더더 빠져 읽었던 기억도 난다.
다만, 알면 알수록 범인의 성격에 화가나고 주인공이 조금 바보 같기도 하고 짠하기도하고, 아 혼란하다 혼란해.., 말하면 스포니까 입꾹, 지퍼 주욱.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또, 분명 자주까지는 아니어도 가끔 볼 수 있는 레퍼토리였는데. 과거, 문자 때문에 오해가 빚어져 끝났던 기구한 연인의 이야기. 이게 여기서 절묘하게 쓰일 줄이야. 깜짝 놀랐다. 앞에서 언급했던 듯이, 서양은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는 '쏘쿨'할 줄 알았기 때문에.
 
단, 이건 스릴러/추리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로맨스였다면, 오해가 풀리고 비극적 사랑 혹은 화해와 극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었겠지만, 이 책은 추리물이란 걸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

그 소재가 주인공 노라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게 해주고, 그녀가 과거를 잊고 싶었다는 것을 공감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비극적인 요소와 함께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그려주었던 것 같고. 무튼 중반부 부터는 지루할틈 없이 흥미로운 전개였다.

여담으로.. 책 뒷 표지에 있는, 책을 읽고 평을 남긴 글들을 보면 '혼자 읽지마라.'라든가, '맥박을 빨리 뛰게 만들어... 잠을 잘 수 없게..'라던가의 평들이 있었지만. 글쎄. 기시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 <검은 집>과 온다리쿠의 <금지된 낙원>이라던가를 읽고 난 후라 그런지, '극도의 공포'까지는 잘 와닿지 않았다.

다만, 이걸 다 읽었을때 9-10시 아무도 없는 저녁의 도서관에서 읽었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읽는 건 조금은 으스스 했던 것 같다. 공포감의 종류가 다른 건가. 무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딱 지금 후텁한 여름, 에어컨 최대치에 오소소한 상태에서 읽어도 좋고, 비오는 날 어둡고 퀘퀘한 느낌에서 읽어도 좋을 그런 작품. 혼자 있을 때 읽을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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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봄을
황한영 지음 / 스칼렛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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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 / 계약 연애 / 사내연애 / 잔잔달달물 / 능력남 / 무심녀


주인공소개
윤정한_ 윤강 건설 사장. 어려서부터 엄격한 할아버지인 윤회장 밑에서 자라왔다.

그렇게 성공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남자. 제 능력과 스펙 다 알고 잘난 맛에 사는, 시간을 금처럼 여기는 남자.

그런 정한 앞으로 윤회장의 때 아닌 청천병력같은 소식이 떨어졌으니..... 바로 '결혼'!!

맞선을 퇴짜맞기 위한 철저한 몸부림을 펼쳤지만, 그에게 던져진 건 빼곡히 짜여진 맞선 스케줄. 고민하던 찰나, 가짜 연애를 계획하고, 그 대상으로 그의 비서인 봄에게 제안을 하는데.

한봄_윤강 건설 비서실 대리. 입사한지 5년차. 정한과 일을 한지는 약 3년 정도 되었다.

어머니와는 사별하고 사채 빚어 도망다니는 아버지 대신 남동생과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소녀 가장 같은 여자. 가진 것은 없고, 갖고 싶은 것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삶이지만. 누구보다 성실함과 능력으로 꾸준히 버텨왔다.
계속되는 빚의 압박과 삶의 허무함 속에, 사귀던 남자도 보내고 특근 수당을 벌겠다며 일에만 매달리던 그녀 앞으로 갑작스러운 거래 제안이 제시되었다. 집요하게 가짜 애인 행세를 해달라는 자신의 상사. 어이없는 갑질에 봄은 매몰차게 거절했는데.....




  줄거리





성공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윤정한 사장에게 걸린 급브레이크.
'자 골라 봐라.'
일에만 미쳐있는 손자를 향한 조부의 결혼타령이 시작됐다.

수당을 위해 쉬는 날 없이 달려온 비서 한봄에게 걸린 급브레이크.
'한 비서, 나랑 연애 안 할래?'
돈에만 미쳐있는 그녀를 향한 보스의 연애타령이 시작됐다.


"굳이 대답해야 하나요?
거절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꼭 한비서여야만 했다.
사랑 따위 관심 없다던 그녀는
이 관계가 끝나고 나서도 절대 질척거리지 않을테니까.



............




"그냥 ..... 삘이 안왔습니다."
"뭐, 삘? 삐이일?"

'삘'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윤 회장은 맞선을 나갔다하면 번번히 퇴짜맞는 손자 때문에 기가 막혀 이를 갈았다. 그도 그럴 것이 능력이면 능력에 집안, 외모까지 두루두루 갖춘 자신의 손자가 적령기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도통 결혼은 커녕 연애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

그야말로 속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래서 이전과 다르게 조신하고 참한 현모양처 같은 느낌의 여자를 이어줬더니, 이놈이 이제 '삘'이 안온다고 한다.

한편, 이런 회장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머릿속엔 온통 '일' 생각 뿐. 제 일이 더 중요한 남자. 또, 사랑의 상처가 있어 결혼은 커녕 사랑을 시작하기 아직 버거운 정한인지라. 매번 퇴짜 맞을 궁리만 한다.

하지만 하다하다 한달 맞선 스케줄을 내미는 조부의 플랜에 기함하고, 안되겠다 싶어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바로 조부의 눈을 속이기 위한 '계약 연애'

자신의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에, 딱 맞는 적임자로 자신의 비서인 '한 봄'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사랑에 대한 무심한 태도., 그리고 이 관계가 끝나고 나서도 질척이지 않을 성격. 그에 딱 맞는 사람으로 한 봄 밖에 없다고 여긴 정한은, 곧이어 열렬한 구애 아닌 구애를 하기 시작한다. 


"나랑 연애해, 한 비서."

한편, 봄은 어이없는 상사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맞선이, 결혼이 싫다고 한들 마음도 없는 이 남자의 저의때문에 불편하다. 그저 특근 수당까지 받아가며 살기에도 벅찬 삶, 그녀에게는 사랑이고 연애가 사치였던 그 벼랑 끝에 걸려있던 삶.
때문에 상사의 어이없는 갑질이 불편하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새 고백이 부탁으로, 부탁이 삶의 동아줄 같은 제안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결국 봄은 그의 제안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는데.....


알고 있다. 이게 얼마나 억지인지는.
하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정정할게. 고백이 아니라 부탁이야, 이건."

한봄. 이 여자뿐이었다.



 3  리뷰






지극히 주관적인 추천곡
케이윌_말해! 뭐해? / 유주,로꼬_우연히 봄 / 윤하_기다리다 / 태연_들리나요


 역시 '봄'이 담긴 작품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작품을 읽는 동안 살랑살랑 봄기운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처음 시놉을 보았을 때, 여주인공 설정과 표지의 아련함 때문에 약간 신파스러우면 어쩌지하는 우려도 살짝 있었지만, 정한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한데 어우러져 잔잔하면서도 달달한 여운을 가득 안고 읽을 수 있었다.

마냥 달지는 않지만. 어느 샌가 먹다보면 단맛이 느껴지기도하고, 묘한 매력에 계속 먹게 되는.... 쌉싸래한 다크 초콜릿 같기도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근데 또 먹다보면 속에 숨겨졌던 과자때문에 즐거운, 봉봉초콜릿 같기도 한 작품이기도 했다.



※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포인트
1) 사랑에 무심한 철벽녀와 포기를 모르는 츤츤남이 보여주는 썸 같은 계약 연애
2) 삶의 허무함을 느끼던 여자와 사랑에 상처받은 남자가 서로 빈 곳을 채워나가는 따뜻함
3) 자기 매력을 너무 잘 아는, 잘난 남자 정한이 보여주는 허당 매력
4) 큰 굴곡 없이 흐르는 두 남녀의 감정에 포인트가 맞춰진 잔잔물 
 


철벽녀와 포기를 모르는 남자의 썸 같은 계약연애
사채 빚에 생활고로 연애조차 사치인 봄에게 제대로 갑질이 시전됬다. 밑도 끝도 없이 '연애하자.'는 상사인 정한의 고백. 처음에는 조부의 중매에 스트레스가 심했나 보다해서 거절하다가, 회사까지 찾아온 사채업자를 본 정한 때문에. 고백이 부탁이 되고 부탁이 제안이 되었다. 빚을 청산하는 대가로 하게된 '계약 연애'

어떻게 보면, 돈 때문에 가짜 연애하다가, 가짜로 입 맞추다가(?) 진짜로 입을 맞추게 되고, '한비서'가 '우리 봄이'가 되고 자기 여보가 되는..... 그런 다소 뻔한 클리셰를 따르는 시놉일수도 있다.

심지어 인생의 온갖 쓴 맛을 다 겪은 듯 허망하고, 숨쉬는 것 빼고 사치일 것 같은 가련한 상황인지라. 너무 슬프면 어쩌지, 물론 뒤는 해피이겠지만, 아아 ....했던 조바심이 살짝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두 남녀 거의 20대 후반, 30대 초반인데 여느 연애소설이 그러하듯, 풋풋한 귀여운 연애를 보여준다. 어설픈 발연기로 윤회장과의 만찬을 벗어나고 나니, 감시할게 뻔하다면서 식사하고, 더블데이트도 하고 그러는데. 묘하게 쿵쿵 거리는 심장을 의식하게 된다.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왜 내가 이 짓을 하고 있지 싶고. 지금껏 제가 제일 듣고 싶었던 말 한마디가 어떻게 저 여자 입에나 나오나 싶고, 취향에 안맞는 넥타이가 너무 좋아 며칠 째 차고 나오고. 풋풋하다 풋풋해.

또, 어쩌다보니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데, 이게 연애가 아니고 뭔가... 싶어, 진짜 보는 이 흐뭇하게 만드는 썸 같은 계약 연애였다



잘난 남자 정한이 보여주는 허당 매력
이 작품, 여주가 너무 짠해서 여운이 남기도 했지만, 남주가 취향에 맞았던지, 하는 짓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들었다.

일에만 미쳐서 차도남일 것처럼 묘사됬던 이 남자가 은근 능글남에 자기도 모르는 배려심을 발휘하는 해당끼를 보여줘서, 피식 거리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고 넘겼다!!

진짜 연애처럼 해야 한다고 옷을 한 벌 사주더니, '유니폼'이라며 갑자기 옷을 더 보내주고, 조부가 감시한다며 '식사'를 종종 같이하더니, 절때로 못 먹던 돼지껍데기도 먹고, 반듯한 양복에 분식집 들어가서 매운 떡볶이를 같이 먹어주지를 않나.

거래차 들른 중요한 고객이 노골적으로 봄에게 호의를 보이니, 대놓고 으르렁 거리기까지하더니, 심지어 지금 살던 동네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고 집을 사주겠단다. '사택' 이라면서.

어느 새 바뀐 갑을의 관계. 사내 복지가 이다지도 훌륭할 리는 없는데. 계속되는 복지 혜택에 '을'인 봄은 그저 황당하기만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베푸는 선행에 깜짝 깜짝 놀라며 도리질 치는 이 남자 때문에, 너무 귀여워서 엄마미소 한가득 장착하고 읽었던 것 같다. 조부를 속이려고 완벽주의로 계략을 세우더니, 너무 철저해서 '진짜 연애'를 하고 있는 남자.

아..... 정말 약간은 예상이 됬지만, 이렇게 그려질 줄이야... 왠지 무심한 여자 앞에서 요 남자가 더 매달릴 것 같아서, 근데 어떻게 매달릴까.. .막 그게 너무 궁금해서 더 궁금하던 작품이었는데, 나에게는 딱 맞아서 너무 재밌게 읽어내려갔다.




삶의 허무함을 느끼던 여자와 사랑의 상처가 있는 남자가 서로의 빈곳을 채워가는 따뜻함
사실, 원래 대놓고 '신파'같은 느낌의 인물이 나오면 너무 서글퍼져서 읽기 힘들었는데. 요즘들어 내가 사랑을 받고 싶은 건지.

마냥 달달하고 행복하기만한, 때묻지 않은 주인공보다는. 삶의 고단함과 씁쓸함에서 오는 무심함과 공허감을 지닌 사람이 사랑을 통해 감정을 깨닫고, 성숙해지는 내용이 끌렸던 참이어서, 이 작품이 읽고 싶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 부합한, 원하던 시놉이었다.ㅠㅠ

여주인 한 봄은 사랑에 신경을 쓸 여유도 없는, 그야말로 소녀가장형 여주다. 어머니 병을 위해 마련한 사채 빚 때문에 아버지는 도망다니고, 대기업에 특근 수당까지 받아가며 갚아도 겨우 이자만 갚는 수준. 그래서 남동생과 반지하에 근근히 살고 있었다.

물론 이후 전개, 바로 사장과의 계약 연애를 통한 로맨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막막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초반의 힘든 모습이 있었기에
힘들게 살던 봄이 사랑을 듬뿍 받고, 행복으로 서서히 다가서는 모습이 서글프면서도, 안도감과 함께 밀려왔던 것 같다.

또, 점차 사랑을 깨달으며, 서로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라는 걸 깨닫고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차이를 좁혀나가려는 생각과 노력이 예뻤던 것 같다.

물질적인 면을 보지 않고 순수하게 '남자 윤정한'으로 그를 보는 봄의 마음도 예뻤다. 또, 봄이 자신과의 차이 때문에 받는 고민을 배려해주려고 애쓰는 정한의 마음 씀씀이도 너무 멋있어서, 두 사람의 케미가 정말 예쁘게 그려졌던 것 같다. 그래서 서로 빈 곳을 채워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덧)
오랜만에 읽은 신데렐라 스토리였지만, 그냥 일반 연애이야기처럼, 신파+잔잔+로코가 오묘하게 섞인 즐거운 로맨스 드라마? 혹은 순정만화 한 편을 읽고 난 기분이었다.

또, 남주가 능글 맞은 게 내 타입이어서 너무 즐겁게 읽었고. 둘이 계약 연애로 시작했지만, 나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상사-비서의 관계여서 일까. 마치 썸타는 친한 남사친 여사친 같은 느낌의 이야기도 느껴져서, 여주 사정이 나오지 않는 부분들은 '로코'같은 느낌도 들었다.

또 주변 인물로 나오는 동생네 이야기도 부잣집안인데 할아버지와 달리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쾌활하게 그려져서 그 부분 마저도 흐뭇하게 보았던 기억이난다.

악조일 것 같던 할아버지도 별 일 없어서, 큰 굴곡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 이야기였다. 다만, 예의 신분격차(?)로맨스에서 나오는 가진 것 없는 여주가 보여주는 '이건 욕심이야. 나는 어울리지 않아.' 자기 비하/자책형 부분이 있어서 먹먹하기는 하지만, 정한이 너무 열심히 들이대줘서 이마저도 결국 클리어.

사랑 따위 잊고 살겠어!! 라던 주인공들이 그리는 연애사여서인지. 첫 연애처럼 풋풋하고, 제 감정에 당황해 도리질치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 귀여운 작품이었다.

아, 끝으로, 읽은 후에 .... 떠오른 시가 있었는데.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략)


정한과 첫날밤을 보내고 난 뒤 봄이 꺼낸, 자신의 이름 이야기 때문이었다.

너무 예쁜 이름이라서,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던,
찬바람이 불어 꽁꽁 어는 겨울 같았던 자신의 삶 때문에. 
너무 이질적인 이름에 낯뜨거웠던 이름.

그 이름이 정한의 입에서 '우리 봄이'라고 불러졌을 때, 처음으로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누군가의 의미가 되고 싶다는 그 시 구절처럼, 정한이 봄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었을 때, 봄이 자신의 이름을 찾은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제목인 <그대에게, 봄을>이라는 제목이 더 어여쁘게 다가왔던 것도 이 부분 부터였던 것 같다. 

그대가 내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완성되는 이름 '봄'
만물이 움트는 것처럼 새로운 사랑이 불어드는 따스한 '봄'
메마른 겨울이 가고나면 언젠가 다가올 그 '봄'

이번 봄에 이어 내년,  이후로도
계속해서 맞이할 따뜻한 봄날을 기약하는 남자의 고백.
<그대에게, 봄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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