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그곳에서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살인을 한다!

 

 

"기억을 찾으려고 돌아왔어."
"그래서...... 기억해 냈니?"


어둡고 고요한 숲속, 상처투성이의 여자가 맨발로 달리고 있다.

*

10년 전, 인연을 끊어버렸던 친구,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장이 노라의 마음을 뒤흔든다.
깊은 숲속, 유리로 만든 외딴 저택으로 모여든 파티 참석자들은 묘한 적대감과 두려움에 빠져들고, 노라는 잊고 싶었던 과거와 마주한다.

파티의 마지막 밤, 울려 퍼진 총성.

누구가, 누구를, 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가기로 한다.
숲으로, 검고 깊은 숲으로.
어쩌면 진실 한 조각이 남아 있을 바로 그 곳으로!
                 ― 표지 뒷면 책 소개글 中



 1  줄거리


클레어, 왜? 왜 지금이야.

범죄소설 작가인 리오노라(이하 노라) 쇼는 이메일 함을 정리하던 중, 플로렌스 클레이라는 의문의 여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랜 친구였던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장이었다.

옛 친구인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 메일. 오래 전 연락이 끊겼던, 낯설지만 익숙한 친구의 이름에 노라는 섣부른 반가움 보다는 다소 당황, 혹은 불편함, 아연함과 같은 부류의 감정을 느꼈다.

클레어.... 그녀는 완벽하게 과거 속의 사람이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

한 켠에 묻어두었던 어린시절,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았던 그 기억을 멋대로 들추는 것 같은 메일이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클레어가 자신이 꼭 참여하길 바란다는 플로의 메일에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결국 계속 연락하던 친구인 니나와 함께 클레어의 싱글파티에 응하기로 한다.

......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길,
스테인 브리지로드의 유리집. 질퍽이는 진흙 길과 나무가 우거져 어두운 숲 속의 유리집. 그곳을 가는 길 내내. 노라의 머릿속에 드는 한가지 의문.


클레어, 왜? 왜 지금이야.

계속되는 의문,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들. 계속되는 상념을 잊기위해 노라는 주인공인 클레어가 오기 전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숲 속, 질퍽한 흙길을 노라는 달리고 또, 달렸다.

모든 것을 잠식해 버릴 것 같은 으스스한 브리지로드의 검은 숲. 누군가 감시하는 것만 같은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유리집. 신경을 자극하는 그 공간에서 온갖 상념에 잡힌 노라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마주쳤다. 

자신의 옛 친구,
그리고 과거의 진실과.


"어머, 들켰네."

........이제야 이해한다. 모든 의문이 풀린다.



 2  리뷰

아, 대박. 이 소리 밖에 안나온다.
사실 앞부분은 약간 루즈해서 쉽게 몰입이 안됐는데, 중반부부터 몰입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장르 문학이라 개인의 취향을 탈 수 있지만 어쨌든 나는 초반의 장벽을 뚫고 나니 다 읽는데 거의 두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또, 확실히 늦은 저녁, 고요한 곳에서 혼자 읽을 걸 추천한다.


※ 일단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포인트
1. 사건과 촘촘히 얽혀드는 주인공의 과거
2.
배경이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  
3. 현재와 과거의 교차가 주는 긴장, 긴박감
4. 등장인물들의 행동 및 내면 묘사를 통한 불안감 조성


사건과 촘촘히 얽혀드는 주인공의 과거
역시 모든 사건에는 인간의 '감정'이 얽힐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으면서 또,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인간의 여러가지 감정들. 큰 사건들이 때론 인간의 시기와 질투, 사랑 이런 것들 때문에 일어나는 건 동서고금 막론하고 같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해주었던 것 같다.
(너무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제 중..... 어렵다ㅜㅜ)

어릴 시절을 함께했지만, 거의 10년을 연락이 끊겼던 친구로부터 온 싱글파티 초대의 저의를 밝히느라 머리 싸맸으나. 의외로 답은 명쾌했다. 하지만 그 답이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렸을 적 연인과의 기이한 재회, 새로 짜여진 인연에 주인공은 또다시 마주하게 되는 과거의 편린 속에서 노라는 계속 불안정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도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지? 도대채 무엇 때문에 주인공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계속 이 고민 때문에 일단 궁금해서라도 작품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나중에 한 편으로는 주인공인 노라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가, 또, 애잔해지기도 했던 부문이었다.

그리고 사건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오랜 과거의 감정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구나라는 점이 의아해서 생각보다 신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편견일 수 있는데, 왠지 외국 작품은 과거 인연에 대해서는 '쏘쿨'할 줄 알았는데. 약간은 여기서 동양 작품에서 볼법한 감정선이랄까.(단정지을 수 없지만) 거기서 볼 법한 과거 인연의 연장선과 사건의 동기 이런 느낌이 느껴져서 익숙함에 더 재밌게 읽은 것도 같다.   


배경이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
장르 문학을 읽는 재미는 머릿 속에 한편의 영화처럼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한몫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추리/미스터리물은 그런 점을 극대화해주는 배경묘사나 인물의 심리 묘사에서 몰입 정도가 달라지는 편이다.

그래서 일단, 처음 작품 소개를 보고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단연 '검은 숲 속의 유리집'이었던 것 같다. 처음 책 소개를 보았을 때, 저 장치가 주는 분위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쌓여가는 눈과 끊어진 전화선, 싱글파티 중에 일어나는 총성.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 싶었다. 사실 그 배경이 주는 긴장감 보다는 '플로'가 하는 행동 때문에 시종일관 같이 불안, 불편해서 긴장되기도 했고, 또 주인공이 계속해서 무언가 고민하고, 배경을 의식하고, 그런 부분들이 긴장감을 유지시켜주었던 것 같다.


그래도 주인공 내면 때문에, 유리집이나 검은 숲이 주는 스산함은 충분히 전달 되었던 것 같다. 조금 다르긴 한데, <큐브>에서 전면이 허연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것 같은 두려움이나, <쏘우>에서도
'자 그럼 게임을 시작하지(?)'와 함께 시작하는 피의 향연..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감시' 당하는 것 같은 불안감.

또, 어두운 감시 탑을 둘러싼, 밝은 파옵티콘에 갇힌 죄수들도 떠올랐다. 감시받는 기분에 스스로를 감시하게 되는 원형 감옥. 요건 그냥 나 혼자 막 떠올린 것일 수도 있는데. 범인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들이 서로를 주시하고 불안해하는 그 심리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떠올랐다.

이렇게 안이 다 비치니, 역으로 안에 있는 인물들은 그렇게도 느낄 수 있겠구나 싶다는 생각도 들자, 오소소함과 동시에 그 불안감을 함께 즐겼던(?) 것 같다.


현재와 과거의 교차가 주는 긴장, 긴박감
읽는 동안, 영화화 된 CSI(?)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앞부분은 사건의 경위가 되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후부터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긴박감, 서서히 나타나는 범인의 정체. 요런 부분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조금 달랐던 게 있다면, CSI는 초반에 그 사건의 배경이 되는 일화가 살짝 소개되었다가, 현재 진행형으로 수사 내용을 보여주면서, 사건의 단서가 밝혀지면 그때마다 과거 일부분이 오버랩되면서 재연되는 데.

요작품은 초반부 싱글파티 초대부터 파티가 전개되는 중간 중간, 사건 경과 후 노라가 병실에서 문득 문득 깨어나는 부분이 삽입되어 있어, 그 장면 전환이 또 긴장감을 높여준다. 전혀 이후 사건을 예측할 수 없어, (약간 불안정하지만)약간은 밝은 분위기의 싱글파티 사이, 사건 이후 병실에서 깨어나 떠오르지 않는 기억 때문에 불안하고 흔들리고, 머리 아파하는 노라의 내면 심리가 극적 대비를 이루면서 불안감을 높여 주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사건이 발생하고, 서로 다른 두 시차가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진짜 속독이 가능했던 것 같다. 뒷부분이 궁금해서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드디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데, 중간에 갑자기 이야기가 붕뜨더니 주인공이 병실에서 깨어나는 시점이랑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 때문에 도저히 뒤를 안읽고 못배겼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행동 및 내면 묘사를 통한 불안감 조성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건, 주인공 내면 심리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외적 묘사보다도 시종일관 과거에 얽매여서 불안정한 주인공의 모습과, 결국 친구의 장난에서 발현된 분노.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드러내고 말았던, 완전 묻어 두었다고 생각했던 연정.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잊은 기억의 편린 때문에 시종일관 불안해야 했던 장면들. 특히나 사건의 실마리가 그 기억 속에 있다보니, 더 답답하고, 궁금하고, 그래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범인이 예측되는 가운데 주인공은 계속 부정하고, 근데 그게 또 멍청해 보이면서도 안쓰럽고. 진짜 복잡한 신경을 고스란히 전해 받아서, 읽는데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또, 주변 인물, 특히 '플로'는 외적으로 불안감을 잔뜩 조성해주는데. 약간 과대 망상? 과한 행동으로 파티를 이끌면서 묘한 긴장을 계속 조성해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읽어보면 알겠지만, 초반에는 좀 짜증나는 캐릭터였는데. 후반부는 좀 안쓰럽기까지 했다.


마무리_주저리
내가 너무 좋아하는 추리 소설!! 게다가 간만에 몰입하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초반부는 약간 생각 외로 흘러가서 지루한 느낌도 적잖게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지금까지 본 작품들이 항상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들이 정신없이 수습하면서 내막이 밝혀지는 가운데, 위협도 당하고,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긴장감도 상승하고... 이런 레퍼토리로 흘러가서 였던 것 같다.

그래서 당연히, 이것도 다소 큰 규모의 파티에 갑자기 총성과 함께 살인 사건이 터지고, 피가 낭자하게 퍼지고...(?) 비명소리와 함께 아비규환 속에서 사람들이 집에 가겠다 아우성 치는데 눈 때문에 길은 막히고... 전화는 끊기는 ... 이 사이에 한두명씩 계속되는 범인의 살인... 좁혀지는 수사망,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위협!!!...... 을 떠올려 버려서 였던 것 같다.

이래서 편견이 무서운건데. 생각보다 친구들의 회포와 새로운 만남에서 오는 반가운 이야기가 조금 길어져서 살짝 루즈했지만, 그부분 지나고나서부터 주인공이 점점 과거를 떠올리고 불안함을 내비치고, 초대에 대한 의문을 곱씹고, 다시 미래 시점(싱글파티를 현재라고 할 때)과 교차하는 모습이 왔다갔다 하면서부터는 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그리고, 여담으로 처음으로 추리 소설에서 범인을 찾았다!! 작가님이 뭔가 누군가를 상당히 몰아가는 것 같았지만, 되려 너무 몰아가면 의심스러운 법. 내가 발견했으면 다른 사람들도 누군지 추리가 가능할 것 같지만. 심지어 범행 동기도 비슷했어. 혼자 이렇게 희열을 느끼며 더더더 빠져 읽었던 기억도 난다.
다만, 알면 알수록 범인의 성격에 화가나고 주인공이 조금 바보 같기도 하고 짠하기도하고, 아 혼란하다 혼란해.., 말하면 스포니까 입꾹, 지퍼 주욱.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또, 분명 자주까지는 아니어도 가끔 볼 수 있는 레퍼토리였는데. 과거, 문자 때문에 오해가 빚어져 끝났던 기구한 연인의 이야기. 이게 여기서 절묘하게 쓰일 줄이야. 깜짝 놀랐다. 앞에서 언급했던 듯이, 서양은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는 '쏘쿨'할 줄 알았기 때문에.
 
단, 이건 스릴러/추리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로맨스였다면, 오해가 풀리고 비극적 사랑 혹은 화해와 극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었겠지만, 이 책은 추리물이란 걸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

그 소재가 주인공 노라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게 해주고, 그녀가 과거를 잊고 싶었다는 것을 공감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비극적인 요소와 함께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그려주었던 것 같고. 무튼 중반부 부터는 지루할틈 없이 흥미로운 전개였다.

여담으로.. 책 뒷 표지에 있는, 책을 읽고 평을 남긴 글들을 보면 '혼자 읽지마라.'라든가, '맥박을 빨리 뛰게 만들어... 잠을 잘 수 없게..'라던가의 평들이 있었지만. 글쎄. 기시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 <검은 집>과 온다리쿠의 <금지된 낙원>이라던가를 읽고 난 후라 그런지, '극도의 공포'까지는 잘 와닿지 않았다.

다만, 이걸 다 읽었을때 9-10시 아무도 없는 저녁의 도서관에서 읽었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읽는 건 조금은 으스스 했던 것 같다. 공포감의 종류가 다른 건가. 무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딱 지금 후텁한 여름, 에어컨 최대치에 오소소한 상태에서 읽어도 좋고, 비오는 날 어둡고 퀘퀘한 느낌에서 읽어도 좋을 그런 작품. 혼자 있을 때 읽을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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