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잊어도 돼요. '사진'이 당신 대신 기억할 테니."


4년 전 치명적인 실수로 사진작가의 꿈을 접은 마유

남겨진 사진 속 비밀과 함께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


 

 1. 줄거리

 

도쿄 남쪽의 섬 에노시마.

주인공 마유는 할머니 유품 정리를 하기 위해, 할머니의 사진관이 있는 에노시마 섬에 들어섰다. 하지만, 과거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카메라에 손대지 않는 마유에게 그 섬과 사진관은 뼈아픈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공간이었다.

 

사진가의 꿈을 안게 된 아련한 추억의 공간이자, 카메라를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가진 장소였다.

그렇게 텁텁한, 혹은 씁쓸한 기분을 안고 할머니 유품을 정리하러 온 사진관에서 마유는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특이한 사진을 발견한다.


족히 100년은 되어 보이는 사진 속 배경에서 시작되는 사진.

 

사진을 넘길 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지나 점차 발전하는 에노시마 섬의 풍경이 그려진다.

하지만 사진 속 배경이 변하는 동안, 세월을 타지 않은 얼굴을 가진 사진 속 피사체 때문에 마유는 아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모두 한 사람 같아'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말도 안 되었다. 자세히 보니 남자들은 모두 오른쪽 눈꼬리 밑에 커다란 점이 있었다. 우연히 같은 곳에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네 명 모두 같은 점이 있다는 건 우연치고는 너무 기묘했다.

   

 

바로 그때, 그 사진을 찾으러 사진 속 주인공이 찾아왔다. 자신의 할아버지 사진을 찾으러 왔

다는 남자의 모습에 마유는 놀라고 말았다.

   

 

마유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은 남자.

짧은 머리에 단정한 생김새.

오른쪽 눈꼬리에 또렷한 점.

 

바로 사진 속 남자였다.

"지금 영업 중입니까?"

 

가슴의 고동이 빨라졌다.


 

 

2. 리뷰

 

오랜만에 또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특유의 일본 냄새(?)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이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향수 돋는 섬마을의 정취를 바닥에 깔고, 약간의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서 사연 있는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야기였다.

 

한 때 인생의 꿈이었던 사진가의 꿈을 놓은 마유의 아픈 과거가 계속해서 호기심을 자극해 왔고, 그 와중에 의문의 사진으로 자아내는 미스터리한 요소가 긴장감을 자아낸다. 또한, 마유의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력이 더듬어가는 사건들과 이야기도 흥미로워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과거의 현재의 매개이자 추억의 기록, 사진

사진은 여러모로 쓰인다. 주로 추억할만한 일이나 기념할 일 등을 남겨두기 위해 많이 남겨둔다. 혹은 수사용으로 증거 이미지 기록을 남기거나, 사건 정황을 포착해 두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는 등. 특정 대상에 대한 과거 기록을 남기기 위해 주로 쓰인다.

그러다보니 사진에는 이야기가 담기는 것 같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우리는 만남과 사랑, 이별, 슬픔 등 많은 추억들을 담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사진을 꺼내보면서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되새김질 하고는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사진을 통해 꿈이 가득했던 과거와 혹은 창피했던 젊은 시절의 향수, 그리고 과거의 아픔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인 겐지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있게 한 웃지 못할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아련한 향수에 젖기도 하고, 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진이 주는 의미가 작품 전반을 주도하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사연에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과거와의 대면, 그리고 트라우마의 극복


한편, 사진이 놓아주는 현재와 과거의 다리는 주인공에게 계속해서 작용한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마유는 계속해서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할머니의 ‘니시우라 사진관’은 그녀의 과거가 잔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를 또다시 ‘사진’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과거 사건의 전말을 풀어가는 마유의 모습은 참 안쓰럽다.

 

과거를 마주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 특히나 후회가 남는 일이라면 더더욱. 또, 자신이 잘못한 일을 바로 잡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때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내 마음 편하자고 다시 묻힌 사건을 들쑤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마유는 계속해서 드는 의문과 단죄에 대한 무거운 마음,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사진’을 보며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기로 한다.

비록 그 과정은 아팠지만, 전말을 알고 난 뒤의 마유의 모습을 읽으며 왠지 모를 후련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까지 느꼈다. 또, 한층 성숙해진 마유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자리하고 있었다.


 

향수와 긴장의 오묘한 조합이 좋았던 작품

이처럼 작중 사진을 통해 이야기가 하나하나 풀려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생각과는 달라서 약간 의아했다는 점이 사실이었다.

‘사진’이 사건의 실마리로 나온다는 것과 과거 사진 속 인물이 그대로 나타난다는 작품 소개를 보고는 솔직히 처음에는 약간 ‘기담’같은 느낌의 작품일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세피아 톤의 사진들, 곡성느낌 돋는 섬마을 배경, 그리고 수십년 전 사진과 똑같은 얼굴로 나타나는 사람.

딱 여기까지만 보면 약간 사진을 소재로 하는 호러 스타일의 미스터리 추리물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약간 온다 리쿠 작가의 <여섯 번째 사요코>나 <금지된 정원>이라던가 기시 유스케의 <13인의 인격>같은 작품을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약간 잔잔한, 담담하게 서술되는 문장으로 과거 사연이 오묘하게 교차되는 것이, 기담류의 추리물은 아니었다. 다만, 그럼에도 사진들이 함축하고 있는 사연 때문에 긴장감은 놓을 수 없었고, 또 예리한 관찰력으로 섬세하게 사건을 정리하는 마유의 추리력에 추리 소설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사건 해결 후 오는 후련함, 추억에의 향수, 상처에 대한 치유 등이 선물 같이 찾아와서 괜히 마음 한 켠이 뭉클해졌다. 추리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쉽지 않은데, 이상하게 읽는 동안 ‘오오’하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가보았던, 푸르고 드넓은 바다가 앞에 펼쳐진 곳에 갔던 추억이 살풋 떠올랐다. 짭쪼름한 바다냄새, 멀리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섬들, 옆에는 바다를 끼고 정갈하게 정리된 도보,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자리한 현대식 건물 사이로 언뜻 보이는 옛날 사진관들.

그런 것들이 떠올라서 기분이 오묘해지는 작품이었다.

......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와중에도 사진처럼 아직 남아있는 과거의 공간들은 가끔 의미 모를 감정과 추억에 휩싸이게 만들곤 하는 것 같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거의 추억 한 자락들, 때론 잊는 게 약이기도 하지만 그 사건들이 있기에 더욱 성숙해지고, 잘못을 바로잡을, 혹은 다시 일으키지 않을 용기를 얻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나도 소중한 사진들. 그리고 추억.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은 그런 사진 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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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그곳에서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살인을 한다!

 

 

"기억을 찾으려고 돌아왔어."
"그래서...... 기억해 냈니?"


어둡고 고요한 숲속, 상처투성이의 여자가 맨발로 달리고 있다.

*

10년 전, 인연을 끊어버렸던 친구,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장이 노라의 마음을 뒤흔든다.
깊은 숲속, 유리로 만든 외딴 저택으로 모여든 파티 참석자들은 묘한 적대감과 두려움에 빠져들고, 노라는 잊고 싶었던 과거와 마주한다.

파티의 마지막 밤, 울려 퍼진 총성.

누구가, 누구를, 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노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돌아가기로 한다.
숲으로, 검고 깊은 숲으로.
어쩌면 진실 한 조각이 남아 있을 바로 그 곳으로!
                 ― 표지 뒷면 책 소개글 中



 1  줄거리


클레어, 왜? 왜 지금이야.

범죄소설 작가인 리오노라(이하 노라) 쇼는 이메일 함을 정리하던 중, 플로렌스 클레이라는 의문의 여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랜 친구였던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장이었다.

옛 친구인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 메일. 오래 전 연락이 끊겼던, 낯설지만 익숙한 친구의 이름에 노라는 섣부른 반가움 보다는 다소 당황, 혹은 불편함, 아연함과 같은 부류의 감정을 느꼈다.

클레어.... 그녀는 완벽하게 과거 속의 사람이고,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

한 켠에 묻어두었던 어린시절,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았던 그 기억을 멋대로 들추는 것 같은 메일이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클레어가 자신이 꼭 참여하길 바란다는 플로의 메일에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지기 시작하고. 결국 계속 연락하던 친구인 니나와 함께 클레어의 싱글파티에 응하기로 한다.

......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길,
스테인 브리지로드의 유리집. 질퍽이는 진흙 길과 나무가 우거져 어두운 숲 속의 유리집. 그곳을 가는 길 내내. 노라의 머릿속에 드는 한가지 의문.


클레어, 왜? 왜 지금이야.

계속되는 의문, 그리고 불현듯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들. 계속되는 상념을 잊기위해 노라는 주인공인 클레어가 오기 전에 산책을 하러 나갔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숲 속, 질퍽한 흙길을 노라는 달리고 또, 달렸다.

모든 것을 잠식해 버릴 것 같은 으스스한 브리지로드의 검은 숲. 누군가 감시하는 것만 같은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유리집. 신경을 자극하는 그 공간에서 온갖 상념에 잡힌 노라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마주쳤다. 

자신의 옛 친구,
그리고 과거의 진실과.


"어머, 들켰네."

........이제야 이해한다. 모든 의문이 풀린다.



 2  리뷰

아, 대박. 이 소리 밖에 안나온다.
사실 앞부분은 약간 루즈해서 쉽게 몰입이 안됐는데, 중반부부터 몰입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장르 문학이라 개인의 취향을 탈 수 있지만 어쨌든 나는 초반의 장벽을 뚫고 나니 다 읽는데 거의 두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또, 확실히 늦은 저녁, 고요한 곳에서 혼자 읽을 걸 추천한다.


※ 일단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 포인트
1. 사건과 촘촘히 얽혀드는 주인공의 과거
2.
배경이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  
3. 현재와 과거의 교차가 주는 긴장, 긴박감
4. 등장인물들의 행동 및 내면 묘사를 통한 불안감 조성


사건과 촘촘히 얽혀드는 주인공의 과거
역시 모든 사건에는 인간의 '감정'이 얽힐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으면서 또,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인간의 여러가지 감정들. 큰 사건들이 때론 인간의 시기와 질투, 사랑 이런 것들 때문에 일어나는 건 동서고금 막론하고 같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해주었던 것 같다.
(너무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제 중..... 어렵다ㅜㅜ)

어릴 시절을 함께했지만, 거의 10년을 연락이 끊겼던 친구로부터 온 싱글파티 초대의 저의를 밝히느라 머리 싸맸으나. 의외로 답은 명쾌했다. 하지만 그 답이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렸을 적 연인과의 기이한 재회, 새로 짜여진 인연에 주인공은 또다시 마주하게 되는 과거의 편린 속에서 노라는 계속 불안정하다. 그래서 읽는 동안 도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지? 도대채 무엇 때문에 주인공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계속 이 고민 때문에 일단 궁금해서라도 작품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나중에 한 편으로는 주인공인 노라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가, 또, 애잔해지기도 했던 부문이었다.

그리고 사건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오랜 과거의 감정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졌구나라는 점이 의아해서 생각보다 신선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편견일 수 있는데, 왠지 외국 작품은 과거 인연에 대해서는 '쏘쿨'할 줄 알았는데. 약간은 여기서 동양 작품에서 볼법한 감정선이랄까.(단정지을 수 없지만) 거기서 볼 법한 과거 인연의 연장선과 사건의 동기 이런 느낌이 느껴져서 익숙함에 더 재밌게 읽은 것도 같다.   


배경이 주는 긴장감과 몰입감
장르 문학을 읽는 재미는 머릿 속에 한편의 영화처럼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한몫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특히 추리/미스터리물은 그런 점을 극대화해주는 배경묘사나 인물의 심리 묘사에서 몰입 정도가 달라지는 편이다.

그래서 일단, 처음 작품 소개를 보고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단연 '검은 숲 속의 유리집'이었던 것 같다. 처음 책 소개를 보았을 때, 저 장치가 주는 분위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쌓여가는 눈과 끊어진 전화선, 싱글파티 중에 일어나는 총성.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 싶었다. 사실 그 배경이 주는 긴장감 보다는 '플로'가 하는 행동 때문에 시종일관 같이 불안, 불편해서 긴장되기도 했고, 또 주인공이 계속해서 무언가 고민하고, 배경을 의식하고, 그런 부분들이 긴장감을 유지시켜주었던 것 같다.


그래도 주인공 내면 때문에, 유리집이나 검은 숲이 주는 스산함은 충분히 전달 되었던 것 같다. 조금 다르긴 한데, <큐브>에서 전면이 허연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것 같은 두려움이나, <쏘우>에서도
'자 그럼 게임을 시작하지(?)'와 함께 시작하는 피의 향연..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감시' 당하는 것 같은 불안감.

또, 어두운 감시 탑을 둘러싼, 밝은 파옵티콘에 갇힌 죄수들도 떠올랐다. 감시받는 기분에 스스로를 감시하게 되는 원형 감옥. 요건 그냥 나 혼자 막 떠올린 것일 수도 있는데. 범인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들이 서로를 주시하고 불안해하는 그 심리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떠올랐다.

이렇게 안이 다 비치니, 역으로 안에 있는 인물들은 그렇게도 느낄 수 있겠구나 싶다는 생각도 들자, 오소소함과 동시에 그 불안감을 함께 즐겼던(?) 것 같다.


현재와 과거의 교차가 주는 긴장, 긴박감
읽는 동안, 영화화 된 CSI(?)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앞부분은 사건의 경위가 되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이후부터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긴박감, 서서히 나타나는 범인의 정체. 요런 부분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조금 달랐던 게 있다면, CSI는 초반에 그 사건의 배경이 되는 일화가 살짝 소개되었다가, 현재 진행형으로 수사 내용을 보여주면서, 사건의 단서가 밝혀지면 그때마다 과거 일부분이 오버랩되면서 재연되는 데.

요작품은 초반부 싱글파티 초대부터 파티가 전개되는 중간 중간, 사건 경과 후 노라가 병실에서 문득 문득 깨어나는 부분이 삽입되어 있어, 그 장면 전환이 또 긴장감을 높여준다. 전혀 이후 사건을 예측할 수 없어, (약간 불안정하지만)약간은 밝은 분위기의 싱글파티 사이, 사건 이후 병실에서 깨어나 떠오르지 않는 기억 때문에 불안하고 흔들리고, 머리 아파하는 노라의 내면 심리가 극적 대비를 이루면서 불안감을 높여 주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사건이 발생하고, 서로 다른 두 시차가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진짜 속독이 가능했던 것 같다. 뒷부분이 궁금해서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드디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데, 중간에 갑자기 이야기가 붕뜨더니 주인공이 병실에서 깨어나는 시점이랑 맞물려 진행되기 때문!! 때문에 도저히 뒤를 안읽고 못배겼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행동 및 내면 묘사를 통한 불안감 조성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건, 주인공 내면 심리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외적 묘사보다도 시종일관 과거에 얽매여서 불안정한 주인공의 모습과, 결국 친구의 장난에서 발현된 분노.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드러내고 말았던, 완전 묻어 두었다고 생각했던 연정.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잊은 기억의 편린 때문에 시종일관 불안해야 했던 장면들. 특히나 사건의 실마리가 그 기억 속에 있다보니, 더 답답하고, 궁금하고, 그래서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범인이 예측되는 가운데 주인공은 계속 부정하고, 근데 그게 또 멍청해 보이면서도 안쓰럽고. 진짜 복잡한 신경을 고스란히 전해 받아서, 읽는데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또, 주변 인물, 특히 '플로'는 외적으로 불안감을 잔뜩 조성해주는데. 약간 과대 망상? 과한 행동으로 파티를 이끌면서 묘한 긴장을 계속 조성해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읽어보면 알겠지만, 초반에는 좀 짜증나는 캐릭터였는데. 후반부는 좀 안쓰럽기까지 했다.


마무리_주저리
내가 너무 좋아하는 추리 소설!! 게다가 간만에 몰입하고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나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초반부는 약간 생각 외로 흘러가서 지루한 느낌도 적잖게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지금까지 본 작품들이 항상 사건이 터지고, 주인공들이 정신없이 수습하면서 내막이 밝혀지는 가운데, 위협도 당하고,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긴장감도 상승하고... 이런 레퍼토리로 흘러가서 였던 것 같다.

그래서 당연히, 이것도 다소 큰 규모의 파티에 갑자기 총성과 함께 살인 사건이 터지고, 피가 낭자하게 퍼지고...(?) 비명소리와 함께 아비규환 속에서 사람들이 집에 가겠다 아우성 치는데 눈 때문에 길은 막히고... 전화는 끊기는 ... 이 사이에 한두명씩 계속되는 범인의 살인... 좁혀지는 수사망,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위협!!!...... 을 떠올려 버려서 였던 것 같다.

이래서 편견이 무서운건데. 생각보다 친구들의 회포와 새로운 만남에서 오는 반가운 이야기가 조금 길어져서 살짝 루즈했지만, 그부분 지나고나서부터 주인공이 점점 과거를 떠올리고 불안함을 내비치고, 초대에 대한 의문을 곱씹고, 다시 미래 시점(싱글파티를 현재라고 할 때)과 교차하는 모습이 왔다갔다 하면서부터는 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그리고, 여담으로 처음으로 추리 소설에서 범인을 찾았다!! 작가님이 뭔가 누군가를 상당히 몰아가는 것 같았지만, 되려 너무 몰아가면 의심스러운 법. 내가 발견했으면 다른 사람들도 누군지 추리가 가능할 것 같지만. 심지어 범행 동기도 비슷했어. 혼자 이렇게 희열을 느끼며 더더더 빠져 읽었던 기억도 난다.
다만, 알면 알수록 범인의 성격에 화가나고 주인공이 조금 바보 같기도 하고 짠하기도하고, 아 혼란하다 혼란해.., 말하면 스포니까 입꾹, 지퍼 주욱.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또, 분명 자주까지는 아니어도 가끔 볼 수 있는 레퍼토리였는데. 과거, 문자 때문에 오해가 빚어져 끝났던 기구한 연인의 이야기. 이게 여기서 절묘하게 쓰일 줄이야. 깜짝 놀랐다. 앞에서 언급했던 듯이, 서양은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는 '쏘쿨'할 줄 알았기 때문에.
 
단, 이건 스릴러/추리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로맨스였다면, 오해가 풀리고 비극적 사랑 혹은 화해와 극적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었겠지만, 이 책은 추리물이란 걸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

그 소재가 주인공 노라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게 해주고, 그녀가 과거를 잊고 싶었다는 것을 공감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비극적인 요소와 함께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그려주었던 것 같고. 무튼 중반부 부터는 지루할틈 없이 흥미로운 전개였다.

여담으로.. 책 뒷 표지에 있는, 책을 읽고 평을 남긴 글들을 보면 '혼자 읽지마라.'라든가, '맥박을 빨리 뛰게 만들어... 잠을 잘 수 없게..'라던가의 평들이 있었지만. 글쎄. 기시유스케의 <크림슨의 미궁>, <검은 집>과 온다리쿠의 <금지된 낙원>이라던가를 읽고 난 후라 그런지, '극도의 공포'까지는 잘 와닿지 않았다.

다만, 이걸 다 읽었을때 9-10시 아무도 없는 저녁의 도서관에서 읽었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읽는 건 조금은 으스스 했던 것 같다. 공포감의 종류가 다른 건가. 무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딱 지금 후텁한 여름, 에어컨 최대치에 오소소한 상태에서 읽어도 좋고, 비오는 날 어둡고 퀘퀘한 느낌에서 읽어도 좋을 그런 작품. 혼자 있을 때 읽을 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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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봄을
황한영 지음 / 스칼렛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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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 / 계약 연애 / 사내연애 / 잔잔달달물 / 능력남 / 무심녀


주인공소개
윤정한_ 윤강 건설 사장. 어려서부터 엄격한 할아버지인 윤회장 밑에서 자라왔다.

그렇게 성공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남자. 제 능력과 스펙 다 알고 잘난 맛에 사는, 시간을 금처럼 여기는 남자.

그런 정한 앞으로 윤회장의 때 아닌 청천병력같은 소식이 떨어졌으니..... 바로 '결혼'!!

맞선을 퇴짜맞기 위한 철저한 몸부림을 펼쳤지만, 그에게 던져진 건 빼곡히 짜여진 맞선 스케줄. 고민하던 찰나, 가짜 연애를 계획하고, 그 대상으로 그의 비서인 봄에게 제안을 하는데.

한봄_윤강 건설 비서실 대리. 입사한지 5년차. 정한과 일을 한지는 약 3년 정도 되었다.

어머니와는 사별하고 사채 빚어 도망다니는 아버지 대신 남동생과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소녀 가장 같은 여자. 가진 것은 없고, 갖고 싶은 것 포기하고 살아야 했던 삶이지만. 누구보다 성실함과 능력으로 꾸준히 버텨왔다.
계속되는 빚의 압박과 삶의 허무함 속에, 사귀던 남자도 보내고 특근 수당을 벌겠다며 일에만 매달리던 그녀 앞으로 갑작스러운 거래 제안이 제시되었다. 집요하게 가짜 애인 행세를 해달라는 자신의 상사. 어이없는 갑질에 봄은 매몰차게 거절했는데.....




  줄거리





성공을 위해 밤낮없이 달려온 윤정한 사장에게 걸린 급브레이크.
'자 골라 봐라.'
일에만 미쳐있는 손자를 향한 조부의 결혼타령이 시작됐다.

수당을 위해 쉬는 날 없이 달려온 비서 한봄에게 걸린 급브레이크.
'한 비서, 나랑 연애 안 할래?'
돈에만 미쳐있는 그녀를 향한 보스의 연애타령이 시작됐다.


"굳이 대답해야 하나요?
거절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꼭 한비서여야만 했다.
사랑 따위 관심 없다던 그녀는
이 관계가 끝나고 나서도 절대 질척거리지 않을테니까.



............




"그냥 ..... 삘이 안왔습니다."
"뭐, 삘? 삐이일?"

'삘'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윤 회장은 맞선을 나갔다하면 번번히 퇴짜맞는 손자 때문에 기가 막혀 이를 갈았다. 그도 그럴 것이 능력이면 능력에 집안, 외모까지 두루두루 갖춘 자신의 손자가 적령기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도통 결혼은 커녕 연애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

그야말로 속이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래서 이전과 다르게 조신하고 참한 현모양처 같은 느낌의 여자를 이어줬더니, 이놈이 이제 '삘'이 안온다고 한다.

한편, 이런 회장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머릿속엔 온통 '일' 생각 뿐. 제 일이 더 중요한 남자. 또, 사랑의 상처가 있어 결혼은 커녕 사랑을 시작하기 아직 버거운 정한인지라. 매번 퇴짜 맞을 궁리만 한다.

하지만 하다하다 한달 맞선 스케줄을 내미는 조부의 플랜에 기함하고, 안되겠다 싶어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바로 조부의 눈을 속이기 위한 '계약 연애'

자신의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에, 딱 맞는 적임자로 자신의 비서인 '한 봄'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사랑에 대한 무심한 태도., 그리고 이 관계가 끝나고 나서도 질척이지 않을 성격. 그에 딱 맞는 사람으로 한 봄 밖에 없다고 여긴 정한은, 곧이어 열렬한 구애 아닌 구애를 하기 시작한다. 


"나랑 연애해, 한 비서."

한편, 봄은 어이없는 상사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맞선이, 결혼이 싫다고 한들 마음도 없는 이 남자의 저의때문에 불편하다. 그저 특근 수당까지 받아가며 살기에도 벅찬 삶, 그녀에게는 사랑이고 연애가 사치였던 그 벼랑 끝에 걸려있던 삶.
때문에 상사의 어이없는 갑질이 불편하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새 고백이 부탁으로, 부탁이 삶의 동아줄 같은 제안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결국 봄은 그의 제안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는데.....


알고 있다. 이게 얼마나 억지인지는.
하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정정할게. 고백이 아니라 부탁이야, 이건."

한봄. 이 여자뿐이었다.



 3  리뷰






지극히 주관적인 추천곡
케이윌_말해! 뭐해? / 유주,로꼬_우연히 봄 / 윤하_기다리다 / 태연_들리나요


 역시 '봄'이 담긴 작품은 정말 좋은 것 같다. 작품을 읽는 동안 살랑살랑 봄기운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처음 시놉을 보았을 때, 여주인공 설정과 표지의 아련함 때문에 약간 신파스러우면 어쩌지하는 우려도 살짝 있었지만, 정한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한데 어우러져 잔잔하면서도 달달한 여운을 가득 안고 읽을 수 있었다.

마냥 달지는 않지만. 어느 샌가 먹다보면 단맛이 느껴지기도하고, 묘한 매력에 계속 먹게 되는.... 쌉싸래한 다크 초콜릿 같기도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근데 또 먹다보면 속에 숨겨졌던 과자때문에 즐거운, 봉봉초콜릿 같기도 한 작품이기도 했다.



※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포인트
1) 사랑에 무심한 철벽녀와 포기를 모르는 츤츤남이 보여주는 썸 같은 계약 연애
2) 삶의 허무함을 느끼던 여자와 사랑에 상처받은 남자가 서로 빈 곳을 채워나가는 따뜻함
3) 자기 매력을 너무 잘 아는, 잘난 남자 정한이 보여주는 허당 매력
4) 큰 굴곡 없이 흐르는 두 남녀의 감정에 포인트가 맞춰진 잔잔물 
 


철벽녀와 포기를 모르는 남자의 썸 같은 계약연애
사채 빚에 생활고로 연애조차 사치인 봄에게 제대로 갑질이 시전됬다. 밑도 끝도 없이 '연애하자.'는 상사인 정한의 고백. 처음에는 조부의 중매에 스트레스가 심했나 보다해서 거절하다가, 회사까지 찾아온 사채업자를 본 정한 때문에. 고백이 부탁이 되고 부탁이 제안이 되었다. 빚을 청산하는 대가로 하게된 '계약 연애'

어떻게 보면, 돈 때문에 가짜 연애하다가, 가짜로 입 맞추다가(?) 진짜로 입을 맞추게 되고, '한비서'가 '우리 봄이'가 되고 자기 여보가 되는..... 그런 다소 뻔한 클리셰를 따르는 시놉일수도 있다.

심지어 인생의 온갖 쓴 맛을 다 겪은 듯 허망하고, 숨쉬는 것 빼고 사치일 것 같은 가련한 상황인지라. 너무 슬프면 어쩌지, 물론 뒤는 해피이겠지만, 아아 ....했던 조바심이 살짝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두 남녀 거의 20대 후반, 30대 초반인데 여느 연애소설이 그러하듯, 풋풋한 귀여운 연애를 보여준다. 어설픈 발연기로 윤회장과의 만찬을 벗어나고 나니, 감시할게 뻔하다면서 식사하고, 더블데이트도 하고 그러는데. 묘하게 쿵쿵 거리는 심장을 의식하게 된다.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왜 내가 이 짓을 하고 있지 싶고. 지금껏 제가 제일 듣고 싶었던 말 한마디가 어떻게 저 여자 입에나 나오나 싶고, 취향에 안맞는 넥타이가 너무 좋아 며칠 째 차고 나오고. 풋풋하다 풋풋해.

또, 어쩌다보니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데, 이게 연애가 아니고 뭔가... 싶어, 진짜 보는 이 흐뭇하게 만드는 썸 같은 계약 연애였다



잘난 남자 정한이 보여주는 허당 매력
이 작품, 여주가 너무 짠해서 여운이 남기도 했지만, 남주가 취향에 맞았던지, 하는 짓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들었다.

일에만 미쳐서 차도남일 것처럼 묘사됬던 이 남자가 은근 능글남에 자기도 모르는 배려심을 발휘하는 해당끼를 보여줘서, 피식 거리면서 계속 페이지를 넘기고 넘겼다!!

진짜 연애처럼 해야 한다고 옷을 한 벌 사주더니, '유니폼'이라며 갑자기 옷을 더 보내주고, 조부가 감시한다며 '식사'를 종종 같이하더니, 절때로 못 먹던 돼지껍데기도 먹고, 반듯한 양복에 분식집 들어가서 매운 떡볶이를 같이 먹어주지를 않나.

거래차 들른 중요한 고객이 노골적으로 봄에게 호의를 보이니, 대놓고 으르렁 거리기까지하더니, 심지어 지금 살던 동네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고 집을 사주겠단다. '사택' 이라면서.

어느 새 바뀐 갑을의 관계. 사내 복지가 이다지도 훌륭할 리는 없는데. 계속되는 복지 혜택에 '을'인 봄은 그저 황당하기만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베푸는 선행에 깜짝 깜짝 놀라며 도리질 치는 이 남자 때문에, 너무 귀여워서 엄마미소 한가득 장착하고 읽었던 것 같다. 조부를 속이려고 완벽주의로 계략을 세우더니, 너무 철저해서 '진짜 연애'를 하고 있는 남자.

아..... 정말 약간은 예상이 됬지만, 이렇게 그려질 줄이야... 왠지 무심한 여자 앞에서 요 남자가 더 매달릴 것 같아서, 근데 어떻게 매달릴까.. .막 그게 너무 궁금해서 더 궁금하던 작품이었는데, 나에게는 딱 맞아서 너무 재밌게 읽어내려갔다.




삶의 허무함을 느끼던 여자와 사랑의 상처가 있는 남자가 서로의 빈곳을 채워가는 따뜻함
사실, 원래 대놓고 '신파'같은 느낌의 인물이 나오면 너무 서글퍼져서 읽기 힘들었는데. 요즘들어 내가 사랑을 받고 싶은 건지.

마냥 달달하고 행복하기만한, 때묻지 않은 주인공보다는. 삶의 고단함과 씁쓸함에서 오는 무심함과 공허감을 지닌 사람이 사랑을 통해 감정을 깨닫고, 성숙해지는 내용이 끌렸던 참이어서, 이 작품이 읽고 싶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 부합한, 원하던 시놉이었다.ㅠㅠ

여주인 한 봄은 사랑에 신경을 쓸 여유도 없는, 그야말로 소녀가장형 여주다. 어머니 병을 위해 마련한 사채 빚 때문에 아버지는 도망다니고, 대기업에 특근 수당까지 받아가며 갚아도 겨우 이자만 갚는 수준. 그래서 남동생과 반지하에 근근히 살고 있었다.

물론 이후 전개, 바로 사장과의 계약 연애를 통한 로맨스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막막 공감하기는 힘들지만, 초반의 힘든 모습이 있었기에
힘들게 살던 봄이 사랑을 듬뿍 받고, 행복으로 서서히 다가서는 모습이 서글프면서도, 안도감과 함께 밀려왔던 것 같다.

또, 점차 사랑을 깨달으며, 서로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두 사람뿐이라는 걸 깨닫고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차이를 좁혀나가려는 생각과 노력이 예뻤던 것 같다.

물질적인 면을 보지 않고 순수하게 '남자 윤정한'으로 그를 보는 봄의 마음도 예뻤다. 또, 봄이 자신과의 차이 때문에 받는 고민을 배려해주려고 애쓰는 정한의 마음 씀씀이도 너무 멋있어서, 두 사람의 케미가 정말 예쁘게 그려졌던 것 같다. 그래서 서로 빈 곳을 채워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것 같다.


+덧)
오랜만에 읽은 신데렐라 스토리였지만, 그냥 일반 연애이야기처럼, 신파+잔잔+로코가 오묘하게 섞인 즐거운 로맨스 드라마? 혹은 순정만화 한 편을 읽고 난 기분이었다.

또, 남주가 능글 맞은 게 내 타입이어서 너무 즐겁게 읽었고. 둘이 계약 연애로 시작했지만, 나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상사-비서의 관계여서 일까. 마치 썸타는 친한 남사친 여사친 같은 느낌의 이야기도 느껴져서, 여주 사정이 나오지 않는 부분들은 '로코'같은 느낌도 들었다.

또 주변 인물로 나오는 동생네 이야기도 부잣집안인데 할아버지와 달리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쾌활하게 그려져서 그 부분 마저도 흐뭇하게 보았던 기억이난다.

악조일 것 같던 할아버지도 별 일 없어서, 큰 굴곡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 이야기였다. 다만, 예의 신분격차(?)로맨스에서 나오는 가진 것 없는 여주가 보여주는 '이건 욕심이야. 나는 어울리지 않아.' 자기 비하/자책형 부분이 있어서 먹먹하기는 하지만, 정한이 너무 열심히 들이대줘서 이마저도 결국 클리어.

사랑 따위 잊고 살겠어!! 라던 주인공들이 그리는 연애사여서인지. 첫 연애처럼 풋풋하고, 제 감정에 당황해 도리질치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 귀여운 작품이었다.

아, 끝으로, 읽은 후에 .... 떠오른 시가 있었는데.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략)


정한과 첫날밤을 보내고 난 뒤 봄이 꺼낸, 자신의 이름 이야기 때문이었다.

너무 예쁜 이름이라서, 자신과 어울리지 않았던,
찬바람이 불어 꽁꽁 어는 겨울 같았던 자신의 삶 때문에. 
너무 이질적인 이름에 낯뜨거웠던 이름.

그 이름이 정한의 입에서 '우리 봄이'라고 불러졌을 때, 처음으로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고,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누군가의 의미가 되고 싶다는 그 시 구절처럼, 정한이 봄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었을 때, 봄이 자신의 이름을 찾은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제목인 <그대에게, 봄을>이라는 제목이 더 어여쁘게 다가왔던 것도 이 부분 부터였던 것 같다. 

그대가 내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완성되는 이름 '봄'
만물이 움트는 것처럼 새로운 사랑이 불어드는 따스한 '봄'
메마른 겨울이 가고나면 언젠가 다가올 그 '봄'

이번 봄에 이어 내년,  이후로도
계속해서 맞이할 따뜻한 봄날을 기약하는 남자의 고백.
<그대에게, 봄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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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연애는 처음이지? - 연애 좀 해본 언니가 알려주는 단기간에 연애고수로 거듭나는 법
장해정 지음 / 예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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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연애는 처음이지_장해정
출판사 _ 위즈덤하우스


연애 좀 해본 언니가 알려주는 단기간에 연애고수로 거듭나는 법

 

 

연애에 도전하고, 사랑을 하라.
쌉싸름한 행복을 맛봐라!
그리고
나 스스로가 더 좋아지는 기분을 느껴라!


저는 타고난 연애위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죠.
...... 그런데 말입니다.
연애도 공부처럼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얻어지는 것들이 있더군요.

.......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만나서,
내가 원하는 연애스타일대로 하는 것이
진짜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태어나서 연애를 주제로 다룬 자기개발서는 또 처음 읽어본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막 연애가 하고 싶고.
연애의 긍정적인 부분들이 정말 그럴싸하게 들린다.

근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생각은,
연애가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 것.
그 이상의 것이 내포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 연애를 못하고 있어서 외롭기는 하지만,

처음 이벤트에 응모했을 때,
이 책을 읽고 남친을 만들거야!!라기보다는,
남녀 간의 소통법이나 이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하는
그런 기대감에 신청한 것도 있었다.  

그런 생각에 비추어 볼 때, 흡족한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나서 딱 떠오른 생각이 한가지 있었다.

연애는
사랑과 전쟁이다!!!



큰 목차명 하나 하나만 보더라도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한 문장 한 문장 내게는 주옥 같은 문장들.


문장만 보고나도 어느 정도 팁은 얻을 수 있을 정도랄까.

.......

그렇다. 연애는 전쟁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지는 게임이 연애다.
권력싸움에 도덕적 윤리나 사회적 통념은 불필요하다.
 
이상하게 점점 비장하게 써지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책을 읽는 동안, 이 작가님이 너무 분석적으로, 전략적으로 구성을 잘 해놓으셔서 인지, 나는 무슨 전쟁치르기 전에, 군사 훈련부터 전쟁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그런 느낌을 맛봐서 그런 것도 같다. 

..

좋은 멘트가 많았는데.

'세상의 잣대에 맞추지 말고.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하라.'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그간 내가 연애를 못하고 피했던 건.
연애를 하든 안하든, 나 하던대로 그대로 행동하면 되는 건데.
내가 무리하게 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상대에게 무리해서라도 맞춰야 할 것 같은
그 '세상의 잣대'에 너무 연연해서 어렵게만 생각했던 점도 있었던 것 같다.

이거야 말로 진짜 '약자'의 자세일텐데 말이다.

또, 내가 행복해지자고 하는데, 나를 부정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던 걸까.

 


무튼, 확실한 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편견도 깨지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점이었다.

먼저, 지나치게 핑계를 대왔던 점을 반성한다. 

'바쁘다.', '시간, 비용 낭비다'
이 말들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도대체 세상 모든 일은 나 혼자 하나. 왜 나는 항상 바빴지. 그리고 나만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가.

식사 한 끼 영화 한 번은  충분히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냥 타인을 내 세계에 끌어들일 준비가 안됬었던 모양이다. 무서웠던 것도 같다. 아무래도 낯선 사람이랑 쭉 만나고, 나중에 잘 안되면 ?
아..그러고보니 나는 항상 시작도 전에 깨질 걸 생각해서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매번.
겉으로는 쿨한척, 연애 그까지것, 기회 있었는데.
내가 안했던 거라고 자부심있게 말했는데. 그냥 허세였던 거다.

그게 나에게 어떤 계기가 되서 좋게 작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너무 따지고 재며, 도망칠 핑계만 잔뜩 세웠던 것 같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겠다. 
앞에서 이야기 한 거랑 비슷한데.
연애하면 시간 뺏기고 돈도 많이 들어서.
공부나 그밖의 내 할 일 잘 못할 줄 알았다.
실제로 연애로 자기 할 일 소원해지는 친구를 본 것도 있었고.

하지만, 진짜 서로 시너지를 내는 커플들도 동시에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집순이이던 친구가 요즘 주말마다 밖으로 나가는 효과라던가, 평범한 학점의 친구가 과탑이 됬다거나 하는 그런 기적.

또, 남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거야. 하는 섣부른 판단도 금물! 
남녀 화법과 논리 회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감정을 강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내가 행복하는 방향을 찾아야겠다.  

결국, 이 전쟁(이라고 말하기 조금 슬프지만)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건, '나의 행복' 아닌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석해서, 전략을 세우고.
어떤 사람과 맞을지. 그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분석해서
쟁취하려는거니까!

연애를 하면 어떤 점이 좋네, 자기 개발이 되네 뭐네뭐네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 내가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는 게 아닌가.

굳이 사랑의 약자가 되려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사람 내가 찾는 거다.

 

*


이래저래 잡설이 많아졌는데. 책 구성 마치 친한 언니가 연애 상담 해주는 느낌으로 즐겁게 읽고. 또, 연애에 국한되지 않고 자기 개발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음... 아쉬운 건. 실전 삼아 해볼 대상에 없다는 점?

 

올해 안으로는 꼭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 ..... :)
물..물론 연애는 혼자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ㅜㅜ



<이 도서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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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이울다
이영희 지음 / 청어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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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 소개



 

키워드

시대물(일제 강점기 1930년대) / 엇갈린 만남 / 순정 남녀

    


작가님 작품들

북에서 온 지니, 화가야에 피어나다, 화가야의 백일홍(연재완결), 화가야의 홍매화(연재중)


 

주인공 소개


김지안

십 수 년 농촌계몽에 바쳐온 김씨 집안 외동딸.

10년 전 어머니를 여의던 날, 자신을 위로해 준 남자를 마음에 품었다.

 그의 옷에 있던 명찰 ‘윤두현’. 그 이름만 가슴에 새기고 10년을 보냈다.

두 집안의 조부 간 이루어졌던 정략결혼으로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현과 결혼을 했다.

그런데,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계속 밀어내는 두현 때문에 가슴이 미어진다.


허단

바깥으로는 경성의 경신중학교 음악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계몽운동과 함께 독립 운동 단체에서 운동 중이다.

10년 전, 차마 울지 못하는 한 소녀를 다독이며, 그녀를 마음에 품었다.

그렇게, 그리운 마음에 10년 만에 돌아온 이곡리.

하지만 그녀는 이미 친구의 아내가 되었다.

 


윤두현

친일의 길로 변절한 윤 참판 집 둘째 아들. 단과 십년지기이다.

아버지의 실종과 할아버지가 변절을 이후, 할아버지와 틀어지며

다소 안하무인이 되었다.

어느 순간 지안에게 흔들리는 걸 발견하지만,

자신의 복합적인 속마음, 아픈 과거로 애써 밀어내고 또 밀어낸다.




 

 

 

 2  줄거리



 

 

십 수 년 농촌 계몽에 바쳐 온

아버지의 신념을 버리고 서방님에게 왔습니다.


10년 전의 작은 기억 하나가

무에 그리 소중하더냐고 모두 말리셨지만

...... 그 세월이 무색하게 당신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


 

1936년 4월, 진주군 문산면 이곡리의 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배꽃이 이울어 흩날렸다.

별당에서 첫날밤을 맞은 지안은 혼자 앉아 있었다.



 

 

‘나로 하여 당신의 꿈이 어지러울 것을 아는데.

모질 수밖에 없는 나의 번민을 꿈에라도 모를 테지?

앞으로 더 많은 날을 홀로 잠들며 아파 할 당신.‘

.......


어리석은 놈! 치졸한 놈! .......

하지만... 난 이런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첫날밤,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배꽃이 수를 놓던 밤.

그 풍경을 뒤로하고 술에 잔뜩 취한 남자가 지안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이제 그녀의 남편인 윤두현이었다. 친일로 변절한 윤 참판네 아들이자, 자신이 처음으로 연모의 감정을 품은 사내였다.

 

농촌계몽을 하는 아버지를 둔 여인이라는 자신의 처지와 친일파 집안이라는 손가락질에도 버티고 그의 앞으로 왔다.


그 예전, 오랜 기억의 자락을 부여잡고.



 

 

‘눈물을 참는 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했잖니.’


 

 

10년. 꽃잎이 바래 바스라질 정도의 시간이 흘렀건만, 지안의 연정은 더욱 선명해지기만 했다. 그렇게 따스한 위로와 상처를 여며준 손수건을 고이 간직하며, 그렇게 그의 앞에 섰다.


 

하지만, 두현, 그는 도통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러던 차에, 경성에서 음악 선생을 하고 있던 두현의 친구 단이 이곡리를 방문한다.


단은 한동안 두현의 집에서 머물게 되고, 자연스레 지안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자꾸 자신의 서방님에게 느끼고 싶었던 익숙한 정취를 단에게서 느끼기 시작하며, 지안은 혼란스럽기 시작한다.

 


한편, 두현을 보려 내려왔다던 단의 본래 목표는 10년 전, 마음에 품었던 소녀를 보기 위함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내려온 이곡리.

 

배꽃과 자운영꽃이 한데 어우러져 피던 그 곳. 풀내음 가득 꽃잎이 흩날리던 그 길.



하지만 그 아름다운 추억이 무색하게,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너무 가혹하다.

 

 


이미 친구의 여자가 된 소녀, 가여운 사람.


 


‘왜 자꾸 아픈 모습만 보이시는 겁니까?

왜 아직도 10년 전 그때처럼 눈물을 참기만 하면서 사시는 겁니까?


이제는 작은 손수건 하나도 나서서 묶어줄 수도 없는 나는

어떡하라고 이리 상처투성이의 모습입니까.

 

 




배꽃이 어지러이 흩날리는 이곡리.


풀벌레가 찌르르 울고,

개구리가 뜀박질하는 향토적 풍경이 정겨운 마을.

배가 잘 자라도록 열심히 꽃을 솎아내는 농촌 마을의 정다운 일상.


일제 강점기, 변절자로 변해버린 이웃의 배신과 술수라는 암울함 속에서도

계몽 운동으로 민족정신을 잊지 않은 농민들이 고고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그곳.

 

그곳에 세 남녀의 10년 전, 그대로 얼어붙었던 강물이 다시 유유히 흐르기 시작했다.

 

 



 3  리뷰

* 주의 : 약간의 스포가 담겨있습니다. 쪼끔이라도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넘겨주셔요. *

 


먼저 읽자마자, 이수영 <꽃들은 지고>, 준서 <허락(태왕사신기 OST)>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양풍 뉴에이지인 두 번째 달의 <얼음 연못>이나 <비익련리>라는 음악도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꽃들은 지고>는 잠시 떠났던 그 님을 기다리는 지안의 마음이 이입 되서 좋았고, <허락>은 항상, 마음 속 그녀가 무엇을 할지 하염없이 그리던 단의 마음이 너무 느껴져서 좋았다. 또, 가사 내용이 초장 어긋난 인연으로 가슴앓이 했던 단의 마음이 투영되서 애절하게 들렸던 것 같다.

    

 

※ 주관적인 감상 포인트


1) 장면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문장

-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이곡리, 향토적 색채


2) 장소, 시대적 배경이 잘 느껴지는 인물묘사와 진행

- 느리지만 괜찮아, 시대적 상황이 주는 분위기와 잔잔함.

다소 먹먹한 애잔한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는 느낌을 좋아하면 맞을 듯


3) 단, 취향을 탈 수 있는 점 포함

- 다소 느린 전개로 루즈함을 느낄 가능성

- 작중 인물들이 외치는 혼잣말 몇 개에서 느껴진 (연)극작품 vs 오글오글 종이 한 장 차이


(적절한 비유가 맞을까요.)마치 시그널 초반부 이제훈의 ‘연극톤’을 두고 분분했던 기억

하지만, 마치 1920-30년대 문학작품을 읽던 느낌이 나기도 했음.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이곡리

처음 작품 발췌 문장들, 작가님 소개 등을 통해 작품 소개를 읽었을 때, 머릿속에 꽃이 막 흩날리는 서정적인 느낌과 애절한 두 남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었다.


 

시대물은 요즘 빠르게 읽기 힘들고, 왠지 읽고나서 감정의 여운이 클 것 같아서. 현대물을 주로 읽고는 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시대물이라 그런지 쑥 읽혀 들어갔던 것 같다.


 

매번 현대를 배경으로 하다가, 농촌 마을을 만나니, 예전에 할아버지가 가꾸시던 논도 떠오르고, 이모가 가꾸던 버섯 재배 현장도 마구마구 떠오르고, 그때마다 느꼈던 풀빛과 흙냄새, 그리고 찌르르르 울던 귀뚜라미 소리도 떠올랐던 것 같다.


 

또, 씩씩하게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의 이야기도 즐거웠고, 서로 가족처럼 인심좋은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져서 정겨웠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단연 뇌리에 잊히지 않는 건, 배꽃과 자운영꽃. 작중 정말 꽃의 작가님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원래 꽃을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했지만. 꽃으로 그리는 묘사가 정말 많다.


 

여하튼, 김영랑 시인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라던가, 김유정 작가님의 <봄봄>이나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같은, 그런 향토적인 느낌을 가져다 준 작품이었다.

    

 

느리지만 괜찮아, 장소‧시대적 배경이 잘 느껴지던 인물 묘사와 진행

사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조금 갈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그도 그럴게, 인물들 실타래가 정말 천천히 풀려 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시대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말미가 배경이고, 계몽 운동과 함께 이제 막 신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하던 그 과도기다.

 

특히나 문물과 멀리 떨어진 농촌의 삶을 묘사하는 만큼, 전통적인 그 시대 여인들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사무친 그리움과 애절함, <임의 침묵>의 가사처럼 ... 님은 떠났지만 나는 보내지 아니했다는. <아리랑>에 나오는 날 두고 떠나면 병 날거라던. <가시리>에 나오는 날 두고 가시면 어쩌냐는. 그런 사랑과 약간의 ‘한’의 느낌. 전통적인 문학에서 보던 애증과 한의 정서.

 


거기에 하필 모진 자신에게 시집와서는 시들어가는 아내를 보며, 마음 줄 수 없어 속으로 한탄하는 남자와 10년 만에 왔더니 친구의 여자가 된 소녀.


가여운 모습에 뒤에서 가슴만 치는 남자. 겨우 만났더니, 민족을 위해 한 몸 불사하러 만주 벌판에 가야하는 남자. 이런 사람들이 그려진다.

 

그래선지 읽는 내내 따뜻하다가도 먹먹해지고 욱신거리기도 몇 번을 왔다갔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주요 인물들 외에도, 주변 인물들도 인상적이었는데, 변절자 조부를 두었지만, 애국 계몽에 눈뜬 손녀라던가. 또 한/일 반쪽자리 핏줄과 시대적 상황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인물들 등,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와 일반 농민들과 같은 소시민적 삶의 모습이 재현된 것 같아 잘 읽힌 것 같다.

 


여기서는 윤동주의 시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같은 시가 막 떠오르고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시대 상황을 극적으로 다루면서,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에 너무 치중하지 않고, 주변 인물들까지 공감 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또, 인연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독자들만 아는 그 안타까운 상황에서, 둘이 아슬아슬한 감정과 의식하는 태도가 묘하게 떨리게 하는 게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얘들 좀 알아보게 해주세요, 돌고 돌아온 엇갈린 인연.

(여운과 아쉬움 한끝 차이)

 


방금 앞에서 느림의 미학을 잔뜩 찬양했다.

그런데 사실은 두 사람이 좀 더 일찍 알아봤으면, 두 사람 사랑하는 모습이 더 나왔으면 했던,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작가님이 감질맛나게 딱 적당히 쓰셔서 더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마구마구 들어 갈등을 일으켰던 것 같다.

 

진짜 나쁘지 않았는데. 좋았는데!


요즘 LTE 급으로 진행되는 진도와 의아하게 만드는 ‘금사빠’ 주인공들을 너무 봤을까. 하지만 혹시 그런 주인공들과 전개가 취향이라면 약간 조심스럽게 대여먼저 추천을 권하고 싶다.

 

 



문학 작품 같아vs연극하는 남주들?

유모라던가, 농촌 마을 어르신들의 사투리가 좀 나오기는 하지만, 주인공들은 거의 표준 말투고. 가끔 ‘~했소’가 나와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다만, 음. 설명하기 어려운데. 싫다기보다는 당혹스러웠던 표현들이 있었다면.

 


남자 주인공들이 혼자 막 한탄하는 대사들이 많이 나오는데.

‘아아!! 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가여운 사람!’, ‘어리석다! 나는! 어리석다!’라던가. 막 갑자기 여주 이름을 외치는 남자 주인공들이 나온다.

 

마치 셰익스피어 비극을 읽는듯한 문장이 조금 나오긴 하는데, 가끔 가다가 말투 때문에도 취향이 갈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떠올라서 남겨본다.

 

 



+덧) 그 외

사실 초반부에는 책을 몇 번 들었다 놨다 했다. 상당히 슬픈 비밀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두현이긴 했으나, 아내를 너무 박하게 굴려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보면서 ‘나쁜 남자/후회남’ 작품인가 싶어 약간 걱정까지 들었다.

 


근데 단이 나오고, 이 세 사람의 꼬인 인연을 보고나서는, 도대체 이 세 사람의 기구한 인연이 어떻게 풀리는 걸까. 그런 생각에 책을 넘기고, 넘기고, 넘겼던 것 같다.

 


그러다가 새벽 2시. 3시간 만에 완독을 했다.

초반의 조금 어리둥절한 부분을 지나고 나면, 어느 순간 몰입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연달아 현대물을 읽던 중에 거의 몇 개월 만에 만난 시대물이라 그런지 더욱 여운이 남는다.

 


특히나, 향토적 배경에 순박한 시골 남녀의 10년 순애보.

물론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이 있긴 했으나, 그게 감정에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가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해주던가, 시대적 정서를 자아내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얼마 전, 판타지 듀오에서 장윤정이 노래가 그 시대로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타임머신 같다는 말을 남겼는데.

그 말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문학 작품도 그 시대로 데려가 주는 일종의 타임머신이니까하고.


그 시대 정서를 고스란히 간접 체험한 느낌. 또,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다 흥미로웠다.

 

시대물을 정말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럴 수도 있는데.


너무 변해 버린 도시와 현대 문명, 그리고 거기에 맞춰 변해버린 감정 속에서 오랜만에 느껴진 향토적 내음이라 좋았던 모양이다.

 

 



<본 서평은 ‘청어람’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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