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스미다
한승주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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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 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 / 잔잔물 / 다정남 / 절륜남 / 상처남녀

인물소개
여주_김윤
'브랜, B' 의류 매장 매니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외가로부터 버림받고, 가족과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사랑은 언젠가는 변질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으로 선을 그어버렸다.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무진의 마음을 알고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 내게 오빤, 가족이에요. 너무도 소중한.
우리 이대로도 행복하잖아요. 남자, 여자. 그런 거 안해도 행복하잖아요."
 
남주_윤무진
카페 '몬테 비앙코' 대표, 아버지의 배신으로 집을 나와 조부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자립했다. 어린 시절, 죽어가는 어머니를 앞에두고 아버지의 외도 사실에 배신감과 상처로 얼룩지던 날들. 비슷한 처지의 윤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전혀 다른 감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때문에, 그녀의 무심한 태도에 속이 타들어간다.

"행복? 매일같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건 행복이 아니야. 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너를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어.
.......... 난, 그 이상을 원해."



 2  줄거리

세상에 동화 같은 건 없다.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따윈.
그래서 동화를 꿈꾼다.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
당신 하나 품고 가겠다는 그 꿈을.

**

"......내게 오빤.
....... 가족이에요. 너무도 소중한."

힘겹게 내뱉은 윤의 말에 무진의 얼굴은 절망으로 얼룩졌다. 무진은 윤에게 그저 '가족'이고 싶지 않았다. 그 '가족'으로부터 배신감을 느껴야 했던 스무살의 시린 겨울 날. 어머니를 잃고 슬픔과 공허에 허덕이던 나날을 보내던 그 시기.

그때 문득 지독한 허기와 함께 윤이 주던 따뜻한 밥상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무진이 윤을 여자로 보기 시작했던 것은.

하지만 윤은 이 관계를 지속하고 싶었다. 아버지와 삼촌의 사랑을 보며 사랑은 언젠가는 변질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배워버린 윤이었다. 너무나도 소중한 인연인 무진을 그렇게 잃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 남자와 여자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지금도 함께일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애틋해하며 독려하는 동료로 말이다.

...... 고통스럽겠지만, 안타깝지만 그와 헤어져 남이 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p.71


그것이 윤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어긋나고 말았다. 무진이 그녀의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결정하는 거야, 윤. 달아날지, 부딪칠지."


 3  리뷰

'스미다.'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특히 '스며드는 마음, 사랑' 이런 표현은 더더욱.
스미다를 국어 사전에 쳐보면, '물, 기름따위가 배어들다.'와 '바람 따위의 기체가 흘러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 속 깊이 느껴지다.'의 뜻이 있다.

간혹 사랑 이야기. 특히 감정선을 중심으로 하는 잔잔물을 읽다보면 가랑비처럼 모르는 사이 찬찬히 스며드는 그런 사랑 이야기들을 간혹 보곤 한다. 그래서 배어드는 모양이나 조금씩 흘러드는 뜻의 1,2번의 뜻을 생각하며 그런 표현을 쓴 줄 알았는데. 이미 '스미다' 자체에 마음 속 깊이 느껴지는 뜻이 있었다니 우리 말이 참 예쁜 순간이었다.

그래서 먼저 책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 왔던 것 같다. 그리고 푸른 표지가 참 시원하니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개글에 실린 내용을 보면서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할 것 같아 마음이 시큰하니 동했다.

잡설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아래 스포/잡설이 싫으신 분들을 위한 요약)    
- 가족의 배신과 버림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은 남녀의 사랑과 극복
- 사랑에 트라우마(상처)를 지닌 여주를 안아주려는 남주가 멋진 작품
- 잔잔하고 애틋하 가운데 펼쳐지는 의외의 1919.
- 예상외의 전개로 스미다기보다는 흠뻑 적셔진 느낌이 살짝 아쉬웠음



**

가족의 배신과 버림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은 남녀의 사랑과 극복
작품 분위기가 일단 잔잔하고 애틋하다. 초반부터 대놓고 여주인 윤의 아픈 사연으로 시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버지를 '사랑했다'는 어머니라는 사람. 하지만 아버지에게 여자일 수 있으나 윤에게 어머니가 될 수 없다며 자신을 애물단지 취급했던 엄마라는 여자. 그녀는 남편이 죽자마자 윤을 버리고 홀연 외국으로 떠버렸다.

사랑했다더니 매일 싸움을 일삼던 부모님들. 쓸쓸해보였던 아버지의 뒷모습. 엄마라는 여자는 아버지가 죽자마자 실연의 아픔을 가진 '여인'처럼 떠났다. 그 뒤에는 자신의 딸에게 족쇄로밖에 보이지 않는 손녀 윤을 벌레보듯 차갑게 대하던 외조모가 있었다.

이런 부류의 사랑을 보고 자라왔던 윤이었기에 사랑이란 언젠가는 변질되고 깨어져버릴 감정이라는 생각이 자라왔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으며, 이게 자연스레 남녀간의 연애 감정에도 불편함을 가져온다.

무진은 어머니가 생사를 오가는 사이 아버지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버린 사실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말았다.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죽어가는 어머니를 두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만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무진은, 그 시기 자신에게 타박을 주면서도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던 윤이 너무나도 그립다.

그렇게 아버지의 배신으로부터 집을 나선지 얼마 뒤 다시 만났던 윤은 자신에게 여자가 되어 있었다. 윤은 전혀 느끼지 못했겠지만. 비슷한 사람들끼리 더 맞는 다는 것이 이런 걸까. 둘은 겉으로는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이었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그 이상의 감정이었음을 알게 모르게 인지하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가족'이라는 허울로 유지해오던 관계였다. 하지만 윤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되었음을 문득 알게되어버린 무진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지체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결심, 윤에게 도망치지 말라면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사랑에 대해 상처가 있어 쉽게 경계를 넘지 못하는 윤의 심정도 너무 이해되고, 그러자니 남녀 사이 친구가 어딨냐는 말과 함께 무진의 지난날의 수행이 눈에 선연해 참으로 안쓰러운 아이들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어찌보면 의외로 쉽게? 윤도 자신의 마음과 이후의 삶에 대해 자각해버리고 서로 마음을 통하기는 했지만. 초반부의 이야기를 보니 또 그 결정이 쉽지많은 않았겠거니 해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물론 고백하고부터는 두 사람의 달달한 연애담이 이어진다.
솔직히 꼭 찝어서 이런 상처들이 있으니까, 어떤 배려를 해서 멋있었고, 그렇게 극복한다!라고 말하기는 참 애매하지만, 그냥 '두 사람'이 함께라서, 그리고 다른 이유 없이 서로의 존재 자체만으로써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좋았다. 

물론, 여느 로설처럼 그래도 상대적으로 능력있고 좀 더 '가진' 남주의 본격 잡힌 물고기 어항에서 못 나가게 살찌우려는 듯, 먹이주기가 시작되고. 여주는 닥쳐오는 현실에 점차 부담을 느끼지만.
 
누가 더 많이 가져서, 없어서 주고 받아서, 누구는 미안하기만하고 누구는 아쉬울까 부담스러운 그런 생각 일절 없이. 사랑 앞에서는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랄까. 그랬었다.
그리고 꼭 위로가 되는 감동적인 대사, 행동 때문에 아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두 사람이 이렇게 알콩달콩하니 함께하는 그 시간들로 아픈 시간들을 지워나가는 거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예상외의 전개로 스미기보다는 흠뻑 적셔진 느낌이 살짝 아쉬웠음
기본적으로 잔잔물을 좋아라 한다. 특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큰 사건 없이도 두 사람의 일화 하나하나가 쌓이면서 점층되는 감정의 무게가 좋다. 그래서 '스며드는' 느낌의 작품을 참 좋아라고한다. 

그래서 대놓고 '스미다'라는 이 작품의 제목이 상당히 끌렸다. 음,,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살짝 실망도 있었다. 씁쓸했던 어린 시절 들었떤 정이 사랑으로 번져간 무진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으나, 이미 마음도 몸도 동하고 있던 윤의 마음도 이해는 됬다. 함께한 시간이 있으니까.

다만, 그건 왠지 독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 내용 정황을 보고 아, 이렇게 인연이 이어졌겠거니 유추는 할 수 없지만, 감정이 자라나는 그 내용들이 보이기보다는. 둘이 마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둘의 연애담으로 곧바로 이어져버리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과거가 살짝 나오고 어른이 된 두 사람이라면 <다정한 거리>나 <그여름, 나는>에서 보았던 회상씬 같은 부분들이 조금씩 그려질 줄 알았는데..... 이래서 선입견이 참 무섭다.

한편, ...... 물론 마음을 자각하고 만나면서 더 깊어질수도 있긴하겠지만. 이건 붉은 띠 떼면 순수해보이는(?) 표지와 달리 은근히 1919의 함정이 있었다! 내숭 제대로였던 책이었달까. 자꾸 두 사람이 몸으로 마음을 확인하려고 드니... 으아아. 1919가 되려 살짝 의아한 느낌도 들었다.


기타/마무리
그래도..... 이래저래 해도 전반적으로 아픔을 지닌 남녀가 사랑을 위해 큰 결심도 하고 서로 의지하고 이겨나가는 모습이 예뻤던 작품이었다.

주변인물도 살짝 인상적이었는데, 일단 윤을 아끼고, 윤의 감정을 자각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어찌보면 두 사람의 진전에 일등공신이었던 민환 삼촌이나, 후회없이 사랑하라고 말해주던 자은이라던가. 주변에 좋은 이들도 있어서 따뜻했다.

그리고! 끝까지 도도하게 나가는 윤의 엄마가 정말 싫었는데. 마지막까지 너무나도 태연하게 있기에 윽박지르며 비난과 힐난이었지만 절규...에 가까이 보였던 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진짜 너무너무 미웠다. 억지로 끌고갔던 외조모도.

다만, 되려 조연들이 힘이 없었다고나할까. 남조였던 이승요 팀장은 무진과도 얽혀있기에 엄청난 악연이라도 되나 싶었더니, 생각보다 조금 허무한 사연이었고. 윤에게 빠졌다던 이유도 그닥..... 남조는 조금 애잔하거나 남주의 자리를 위협하는 아찔함이 있어야 하는데. 글쎄.

여조도 뭔가 설마 무진의 아버지를 최종보스로 만드나 싶었더니 혼자 북치고 장구치던 거였고, 설마 여기서 무진의 아버지가 최종보스면 흐름이 억지로 가는데....! 싶었던 무진의 아버지는 다행히 잘 풀렸고. 그러면 여조의 불안감 조성은?! 싶었으나. 다행히 나쁘지 않은 전개였다.

무튼 이래저래 가-끔 어색하게 느껴진 부분도 적잖게 있었지만, 제목만 보고 너무 섣부르게 판단한 내 잘못이었던 듯 싶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맛을 좋아하고, 두 남녀가 서로가 아니면 못 살아 안달인 그런 느낌을 좋아하라 하면 괜찮을 듯 싶다.

결혼과 사랑에 상처와 편견을 지녔던 윤이 사랑을 지키려고 무진의 아버지 앞에서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는 부분은 찡했다. 또, 말이.... 자기 회사 지점 때문이라지만 여주 발령 때문에 타지에 값비싼 집도 사버리다니...... <다정한거리>의 도재희 이후로 훈훈한 현질이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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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하고 매혹적인 쩐의 세계사 - 로마 제국의 붕괴부터 리먼 쇼크까지!
오무라 오지로 지음, 하연수.정선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비정하고 매혹적인 쩐의 세계사_오무라 오지로
출판사_21세기북스



 1  작품 소개

시대에 따라 인류가 재물을 손에 넣는 방식은 바뀌어 왔지만
부를 쫓는다는 그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세계사는 곧 인간이 어떻게 부를 추구해왔는지. 그 흐름에 대한 역사이다.
- 책 소개글 中

역사를 뒤바꾼 사건들 '돈의 흐름'을 이해하면 세계사를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진다!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현대 시대까지, 세계사 흐름 속에서 부(富)의 이동과 그에 따른 자국 내 혹은 세계 속 헤게모니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사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던 곳들 중 한 곳인, 고대 문명 이집트와 로마 제국을 통해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조세 정책의 중요성을 시작으로 '쩐'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사가 시작된다.

탈세로 무너진 제국의 영광, 화폐로 천하를 통일한 중국의 시황제, 소비세 때문에 침몰한 스페인 무적함대, 약탈 경제로 부국강병을 이루었던 엘리자베스 여왕, 영국신사의 식민지 비즈니스,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던 독재자 히틀러 일화, 경제 문제가 일조했던 세계 1,2차 세계대전 등.....

즉,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과 같은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을 바탕으로 움직였던 세계사의 동태를 오로지 '경제'에 중심을 맞추어 조망하고 있다.



 2  리뷰

쩐의 전쟁,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원초적 욕망에 기인한.
세계사 흐름 속에서 패권이 이동하는 순간순간 경제적 문제가 개임되지 않는 적이 없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
중요한 순간에는 경제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이 항상 이루어져왔다. 그리고 경제력이 없는 전쟁은 실탄없는 총을 들고 전장에 나가는 것과 같은 것임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주는 내용들이었다.

읽는 순간순간 어쩌면 역사는 자본주의라는 명칭이 나오기 전부터, '거래'가 등장하고 잉여생산과 함께 '약탈경제'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부터 이미 역사는 '쩐의 전쟁'의 전초전을 치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문명이 발전해 사회가 구성되고 명문화된 법과 제도가 생겨났지만, 원초적인 것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이 커지고, 자본과 물자가 확대되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경제 시스템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로 발전해왔다지만,
 공산주의의 '계획경제'가 겉모습은 그럴싸하게 평등사회를 표방하고 있었을지라도 뜯어보면 불평등한 부분들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보면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되려, 인간의 지식과 사고가 발전하고, 점차 사회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이 전쟁의 구도는 더욱 잔혹하고, 때로는 더러운 중상모략과 권모술수로 나타난 것 같다.


조세 정첵, 국가 흥망성쇠의 척도
1장부터 소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소재가 조세정책과 관련된 내용이라서였던 것 같다. 경제 정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박약한 지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허다하지만, 기사를 보면 조세 정책문제와 지하경제, 종종 거론되는 탈세와 페이퍼 컴퍼니 등등이 떠올라서 였던 것도 같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를 유지하려면 '세금징수 시스템의 정비'와 '국민생활의 안정'이 절대조건이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는 세금징수 시스템이 매우 뛰어났고, 일반 국민도 상당히 풍족하게 생할했다. - p.18

이미 몇 년전부터 1000조를 훌쩍 넘어선데다, 증가 속도가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다가 '좀비기업'으로 불리우는 한계기업들. 그리고 일부 방만 경영으로 부채 증가 속도가 가계부채 못지 않는 기관들로 인해, 한 때 재정건전성의 적신호 문제가 제기된 바 있었다.

때문에 지금, 국가 차원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재정건전성을 높이고자 주력한다는 모습을 자주 보게된다. 그 노력 덕일까. 최근에서는 세계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에서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견고하다는 평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입장에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예산처에서는 2060 1인당 국가 채무가 2.7억원이라고 밝힌 기사도 있다.  

하지만 지나 온 역사에서 볼 수 있었듯, 재정 정책의 건전성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달리할 수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이집트와 로마, 무적함대를 이끌던 스페인이 쇠락의 길을 걷고 몰락을 면치 못했던 것도 조세 정책의 문제점과 재정 악화가 뒤따라왔다.

스페인 무적함대를 몰락시킨 것은 다름아닌 소비세였고, 절대 왕정의 몰락과 프랑스 시민 혁명의 시발점에는 국왕과 귀족의 잘못된 재정운영으로 인한 국가 파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조세와 같은 재정 정책은 국가의 운영 체계를 뒷받침하는 만큼 그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였던 것이다. 이런 점들을 보면서 한시라도 빨리 재정 운영이 건전하게 이뤄지고, 그 소중한 재원이 백화점식, 미봉책 혹은 보여주기식 정책과 같은 정책에 들어가지 않고, 장기적인 국가 성장을 위한 정책으로 원활하게 투자가 이뤄지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싸움, 변화의 흐름을  빨리 잡아내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
읽다보면 유대인 일화와 로스 차일드가문, 쇠퇴하는 영국을 담은 부분들이 나온다. 이 부분들을 보면서는 이 전쟁에서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얼마나 발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지를  문득 깨닫게 된다.

유대인 특유의 부에 대한 감각, 이른바 유대인 상법은 방랑의 민족이라 불리는 그들의 상황적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방랑하는 생활을 하다보면 각 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가지게 된다. 또한 세계 곳곳에 동포가 있으므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쉽다. 또한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모국이 없다는 것은 여러 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점도 있었다.-p.42

 물론, 이런 특성 말고도 그들의 잠언과도 같았던 <탈무드>의 몇 구절에서도 보듯, 유대인들은 돈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에 대해 해박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땅이 없던 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곳곳에서 돈이 필요했고, 그렇게 형성된 네트워크가 그들의 정보망이 되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물론 필자의 말을 100% 다 받아 들이는게 맞는 지는 의문이 들지만, 그러한 상황적 요인들도 유대인의 탁월한 경제관념에 영향을 준 것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주변 지인을 통해서든, 기사나 뉴스 신문을 통해서든, 돈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엄청난 정보 싸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 로스 차일드 가문의 쇠퇴를 보면 주식회사가 등장하던 시기에 움직임이 늦었고. 예전의 융성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변화에 유연한 대응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 보이는 대목이었다.

 
역사, 현재를 돌아보는 거울
지금 세계 경제를 보면, 정말 3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무역에서 노골적인 근린궁핍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이 일본의 행태를 보면 그렇고, 또, 미국에서는 트럼프라는 대선 주의자가 대놓고 신고립주의 무역질서를 표방한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사라예보 사건으로 발발했다고 익히 알고 있는 세계 1차 대전의 뒷배경에는 독일의 급격한 성장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시기가 자리하고 있었고, 2차 대전에서 강건너 불구경하던 미국이 참여한 것은 '동아 신질서'였다.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그로 인한 세계경기 침체와 그로 인한 저성장 장기화.....라는 말이 나온지 벌써 몇 년째다. 이를 타계할 방침으로 국가들은 돈을 풀고 기업 개편도하고 노력을 했지만, 쉽사리 나아지지 않은 채 아직도 세계는 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침체 국면이라고 한다.

그것을 증명하듯, 무제한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일본과 얼마 전 미국 상품 불매 운동을 벌이며 이제 한류 스타들을 배척하는 중국의 적대감 등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상황은 총성없는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듯하다. 그 와중에 종교를 들이밀고 무자비한 행동일 일삼는 IS에 시도 때도 없이 도발하는 북한.

이 와중에 열심히 TPP, RECP, AIIB와 같은 무역 협정과 기구들이 등장하지만 이 역시 세계 경제 질서를 두고 중국과 미국 간 견제가 깔려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

단지 과거처럼 쉽사리 선포하지 못한 것은, 그때와 달리 첨단 무기로 인해 모두가 자멸하는 길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과연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그 사이 세계 속에서도 빈부 격차와 국수주의는 계속 될거고 그 양상도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그럴수록 피해를 보는 건 각 국의 무력한 국민들이지 않을까.

역사는 현재를 돌아보는 거울이라고 했다. 역사는 조금씩 그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어 온 것 같다. 역사를 통해 선현의 지혜를 답습하고 응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악습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텐데, 경제사를 보니 살짝 우려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타
역사의 중요한 순간순간에서 작가가 경제적 관점으로 내용을 정리해왔는데, 부분부분 자신의 주관에 따라 묘하게 평가를 하는 듯한 부분이 보였던 것도 같았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는데,.. 물론 해적을 이용해 자국 부를 축적한 엘리자베스 이야기를 보니 참, 더럽구나 싶기도 했는데. 이 작가가 일본 사람이라 그런지, 메이지유신 부분에서는 왠지 극찬한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예민해진 걸까, 그래도 요즘에는 왠지 마냥 '오, 그렇네,' 하고 읽지만은 않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는 좋지만. 무튼 나는 부분부분 작가의 다소 노골적인(?) 평가가 약간은 불편했던 부분들도 적잖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세계사 속 사건들을 '경제'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흥미롭게 보는 편이라 그런 부분들은 재밌었다. 이 다음에는 한국사와 한국사 '경제'파트도 따로 눈여겨서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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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안아줘
김선민(하니로) 지음 / 청어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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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잔잔달달/맞선/재회/선결혼후연애/재벌남녀/다정남/능글남/절륜남/도도녀/

인물소개
여주_유마리
E미디어 그룹 박회장 손녀이자 플랫폼 업체 TREE 외동딸.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기 위해 스스로 맞선 시장에 나섰다. 그러던 중 믿었던 약혼자에게 배신당하고 나갔던 다음 자리, 친구의 형인 승언을 만나게 되었다.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느낌에 설레지만서도 자신의 조건 때문에 쉬이 기대할 수 없는게 아쉽다,  

"상관없어요. 최소 3년 동안만 결혼을 유지해 준다면."  

남주_기승언
가구 디자이너, P건설 회장 아버지와 교수 어머니를 둔 집안의 삼남 중 장남. 자신의 결혼을 재촉하지는 않지만 무언의 압박을 보내는 가족들에게 '선전용'으로 맞선 자리에 나갔고, 그 자리에서 마리를 만났다. 첫 만남에서 마리에게 호기심이 생긴 승언은 곧이어 그게 호감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연애하자."   



 2  줄거리

C-8 구역이라고 했었나?
주차해둔 곳도 참 C-8 스럽구만.


마리는 골프백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들고 몸을 돌렸다. 그러곤 주차장 기둥 벽의 구역 표시를 확인하며 성큼성큼 걸었다. 직원들을 통해 들은 약혼자의 외도 소식.

자신의 구역에 벌이는 추잡스런 행위를 응징하기 위해 마리는 가볍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팟! 팟! 팟!
네 번째 스윙이 울려퍼지기 직전, 부랴부랴 나오는 두 남녀의 모습. 피곤한 현실에 마리는 이를 악다물었다.

"우리, 자존심은 챙기자. 좀.
......
그리고, 양심도 같이 챙기자. 어?" 
 
어머니의 시한부 판정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마리는 무엇보다 소중한 어머니에게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넉넉하게 3년쯤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바쁘게 결혼을 계획했던 건데. 이 사단이 나고 말았다.

그렇게 똥차 보내고 추진된 다음 맞선. 익숙한 이름에 마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기승언.
그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이 십 년 전인데, 그사이 완전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오랜만의 재회의 반가움. 그리고 다른 남자들과 다른 느낌에 마리는 그의 거절이 못내 아쉬웠다. 절박했지만 종용할 수 없는 부탁.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다른 사람을 찾아야 겠다며, 한순간의 설렘을 털어내며 마리는 자리를 먼저 일어섰다. 

한편, 마리를 만나고 나서부터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기 시작하던 승언은 동생에게 그녀에 대해 묻기 시작하고, 급기야 그녀가 다른 남자와 또 맞선을 본다는 생각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

"여기 왜 나왔어요?"
"너 만나려고."
"처음 만났던 그날, 거절하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순간을 마주한 탓인지 머릿속은 블랙아웃 상태.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 마음이 변한 거에요?"
"네가 궁금해서."


결혼을 결정하기만 한다면 상대방이 결혼에 응하는 이유따위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진심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 단지, 자신에 대해 궁금해서 생각이 바뀌었다는 그의 대답에도 마음이 심하게 요동쳤다.


"그럼, 우리 곧 결혼하게 되나?"



 3  리뷰
(로맨스소설은 취향이 반영되는 작품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우와. 진짜 책장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불금 달리려고 집은 책인데 졸려서 못 읽은걸 아침에 눈뜨자마자 읽어서 3시간만에 뚝딱 읽었다.

최근 결혼에 대해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들던 때라, 선결혼후연애물이 읽고 싶던 시기. 소설에서 답을 찾아서는 안되지만, 고민하던 생각을 곱씹으며 꿈꾸던 이야기를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그려지는 이야기에 내내 설레고 행복했다.

이런 남자와 맞선에서 만나서 이뤄지는 결혼이라면 정말 그 맞선 10번이고 100번이고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아래 잡설/스포 싫은 분들을 위한 요약)
-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결혼을 급히 진행하던 마리가 맞선에서 친구의 형과 만나 이뤄지는 선결혼후연애 작품
- 서로 다른 성격의 남녀 주인공이 결혼을 앞두고 짧은 연애로 시작하며, 소중한 부분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이 예뻤음.

- 전반적으로 잔잔달달한 느낌에 페이지마다 꿀이 뚝뚝.
- 가족 간의 정예쁘게 그려지는 작품
- 두 남녀 사이 갈등을 일으키는 악조가 있긴하지만 영향력은 미미한데 목에 걸린 가시처럼 짜증을 유발. 또, 한번씩 등장해 가족을 헤집어 놓는 마리의 할머니가 악조랑 비슷한 급으로 짜증유발.



※ 본격적인 리뷰 (스포가 싫은 분들은 뒤로 가주세요.)^^
 
연애와 결혼을 함께 진행하는 달달커플
우와. 이건 이거 대로 정말 좋았다. 맞선 자리에 나와서, 두 번째 만남만에 결혼하자고 서로 합의를 봤는데. 남자쪽에서 대뜸 연애나 하자고 한다. 근데 또 쇼윈도 부부처럼 보여주기식 연애가 아니라, 진짜 둘이 처음 만나 서로 눈 맞은 남녀가 설레면서 시작하는 연애이야기가 그려져서 두근두근했다.

 그러니, 선결혼후연애는 맞는데, 선결혼중연애후신혼이야기 이런 느낌ㅋㅋㅋㅋ
무슨 강약중간약이런것도 아니고, 강중간강이라고 해아하나 강약중간강강강인가. 보통 클리셰를 떠올려봤을 때. 초면에 어떤 사건들로 얽히거나 하면서 자꾸 마주치는 상황에서 눈에 밟히고 궁금하고 하다가 언제쯤 둘이 고백하지.... 쯔음 커지던 호감이 터지거나 하는데.

요기는 화끈하게 거두절미하고, 남자는 호기심, 여자는 이 남자라면 욕심이난다...부터 시작하더니. 기왕 결혼하기로 했으니, 우리 연애나하잔다. 무엇보다 둘 다 꽉 막힌 선비님들도 아니고, 어리바리 애기들도 아니다보니, 이미 한 반년 혹은 1년은 만난 것 같은 어른 커플 느낌에 초반부터 두근거리며 술술 읽혔던 것 같다.

그래도 초반부 알아가는 과정에서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모습들과 간간히 긴장타는 모습들도 그려져서 적당히 두근두근 설레는 내용들도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승언이 능글능글하고 다정한데다 세심하게 마리를 챙겨주는게 느껴져서 읽는 내내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마치 신혼 새댁 새신랑 보는 듯한 알콩달콩함
전반적인 이야기는 큰 갈등없이 무난하게 진행된다. 앞에서 결혼 결심하고, 그 사이 연애를 하며, 결혼 사진도 찍고, 신혼집도 함께 꾸려나간다.

진짜 읽다보니 어느새 연애 3-4년은 거뜬하고, 벌써 정들어 친구같은 커플 같기도하고. 결혼 준비 중인 풋풋한 신혼부부같기도 했다. 함께 혼수 장만하러 마트를 가는데, 서로 의견이 안맞아서 살짝 핑퐁핑퐁하다가도, 이렇게 하나하나 맞추는 거겠지... 하며 의견조율을 해나가는 모습들이 하나하나 보기에 흐뭇하게 느껴졌다.
 
또, 결혼 과정이다보니, 새로 맞이할 가족들도 나오는데. 시댁이고 친정이고 사람들이 다 너무 좋아서. 이런 가족들이라면 당장 시집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같이 정겨운 분위기에 가족들과 만남 부분도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다정능글한 승언과 외강내유 마리가 매력적이었다.
일단 남자주인공부터 취향(능글다정남)이었기 때문에 더 즐겁게 읽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초반에 이거 '금사빠 아니야?'라고 생각할 법도 들긴 했다. 재회했는데, 그냥 친구 동생, 동생 친구 정도로 서로 아는 사이였고. 남주가 초반에 막 호감가지길래, 과거에 뭔가 있었나 했는데 절대 그런건 없었다.

모 로맨스 소설이었던가, 어딘가의 글에서 남자는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여자와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되고, 여자는 '좋아한다'는 마음이 들 때 연애한댔던가 아무튼. 연애의 시작이 남녀 조금 다르다고 들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하고. 
단지, 두 남녀 주인공이 계속 부딪히다가, 서서히 감정을 키워가던 중, 호감을 깨닫고 급 발전하는 그런 전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그치만 그럼에도 승언이 마리를 배려하고 맞춰가려는 모습들과 애정어린 시선이 너무 잘 묘사되서 읽는 내내 종이에 꿀이 발라진 건 아닌가, 종이를 살살 문대며 읽은 기억이....
진짜 책을 읽는 동안 마리에 빙의해서 '흐음~'하며 미소 장착하고 다정하게 나를 바라봐주는 승언의 모습이 자꾸 머릿속에 그려져서 헤벌쭉하고 읽었던
것 같다.
 


게다가 악조가 자꾸 치근덕 거려도 내 여자가 불편해한다고 확실히 선긋고 짐싸서 나가라며 내치니, 이보다 더 좋을수가.

또, 여주 성격도 매력적이었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수그러들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고,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가 너무 좋다. 또, 악조의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고, 승언을 믿고, 당당히 맞선다. 약간의 리스크야 받지만, 무너지지 않고 받아 쳐내는 모습이 시원시원하니 좋았던 것 같다.

또, 재벌가 손녀로 자랐지만, 할머니의 만행 앞에서 가족들의 행복을 지키고 싶어라 마냥 강하게 살아야 할 생각만 하던 마리가 승언을 만나 삶의 여유를 느끼고 어떤 삶을 원했던 건지 돌아보게는 모습들이 좋았다. 그런 부분들에서 위로를 받은 기억이 난다.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자신의 것처럼 소중하게 대해주는 남자
. 그런 남자와 함께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기쁨, 행복함과 위로.... 그런게 느껴지니 가슴 한켠이 따뜻해졌던 것 같다.  



 


이 외에도, 마리가 애정표현에 있어서도 확실히 마음에 있는 이야기 털고,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하는게 어찌 귀여운지. 겉으로 강하게 그려지는데 사랑 앞에서, 내 남자 앞에서는 또 수줍게 나오는 모습이 예뻐서 좋았다.

  
빨간 띠에 대한 걱정
씬이 난무하거나 너무 노골적인 표현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빨간 띠가 붙어있어서. 내심 걱정했다. 하지만, 씬도 스토리 흐름에 맞게 적당히 나왔던 것 같다. 초반에 연애하기로 한 뒤, 서로 세심하게 배려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예뻤는데. 되려 씬이 난무하면 어쩌지, 혹은 뜬금없이 씬이 나오면 어쩌지 싶었는데. 앞부분에는 거의 없고 딱 중반부터 조금씩 시작되더니 후반부부터 강강강이었던 것 같다.

가구 디자이너라고, 가구를 많이 만든다더니.. 나무를 그렇게 많이 든다고.. 생계형 잔근육이 많을꺼라고 동생 정언이 그러더니.... 그게 다 헛것이 아니었다.
(근데 요즘은 띠를 둘러도 안둘러도 비슷한거 같아서 기준을 모르겠다..;)


기타
/ 목에 걸린 가시같던 악조, 역시 재벌가 이야기, 그래도 훈훈하고 따스했던 이야기 

악조가 둘 나온다. 가족의 평화를 깨는 할머니와 두 사람의 사랑을 깨려는 승언의 후배.
다만 나오지만 짠하게도(?) 두 사람의 믿음이 철옹성처럼 굳건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전혀 흔들림이 없다. 다만 자꾸 나타나서 찔러보니 괜히 목에 걸린 가시같이, 발등의 물집처럼 짜증이 났다. 할머니 마찬가지로, 여주의 현 어머니인 새며느리가 마음에 안드다고, 아들을 내치더니 계속 나타나서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헤집는다. 진짜 억지 논리로.... 그래서 눈쌀 치푸려졌던 캐릭터였다.

그리고, 재벌가라는 부분이 피부에 와닿지 않아, 배경적인 면은 공감하기에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도 있긴 했다. 가령, 재벌가이고 도도하게 그려진 여주가 매운 족발이나 떡볶이를 좋아해서 남주를 의아하게 만들었다던가하는... 그런거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지하철을 처음 타봤다는 말에 살짝 경악했다.ㅋㅋ

그치만, 막연하게 생각하던 결혼에 대해서, 이런 결혼이라면 진짜 하고 싶다. 라는, 그런 결혼에 대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그리던 사람들이 대리만족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여담으로... 최근 고민하던 결혼과 관련된 고민에 대한 답도 얼추 찾은 것 같다.

절절한 사랑 없이도 결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요즘 시대야 맞선으로 많이도 시작하니까. .... 하며 이런저런 고민이 많이 들었는데.

......다른건 모르겠고, 크기를 떠나서. 사랑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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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야
서경 박신우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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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 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오피스로맨스/로맨틱코미디/잔잔달달물/재회물/순정남/다정남/상처남녀



등장인물
남주_윤태경(34)
라인코리아 관리부 총괄팀장으로 부임했다. 9년 전, 그의 형 대신 나간 멘토 프로그램에서 예서와 만났다. 그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는 기억하고 있는 추억을 떠올리며 오랜만의 재회가 반가웠다. 하지만 9년 전, 심적으로 복잡한 일을 겪으며 유학 결심에 한국을 떴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첫사랑 그녀를 만났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 그리고 예쁘게 잘컸네."


여주_송예서(28)
인사팀 주임, 9년만에 만난 첫사랑 오빠가 소속팀 팀장으로 발령받아 왔다. 상사로 모셔야 할 일 때문에 복잡한데, 그 와중에 9년 전 자신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는 갑자기 사라졌던 그가 생판 다른 이름으로 나타난 점까지, 머릿속에 복잡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9년 만에 나타나 또 다시 맘을 들쑤셔대서 여간 머리 아픈게 아니다!!

"누구세요?"
당신, 누구야. 윤기태? 윤태경?



 2  줄거리


9년 만에 재회한 첫사랑은
아련한 기억을 다시 붙잡고 싶을 만큼
더욱 남자답게 변해 있었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조만간 결혼을 한다는 소문과 함께.

**

"장난하지 말고,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 그리고 예쁘게 잘컸네."

새로 팀장님이 부임하러 오는 날, 예서는 '첫사랑 오빠'의 결혼 소식에 멍때리다가 그만 치마에 커피를 쏟아붓고 말았다. 그리고 급하게 들어간 옷가게에서 예상 외의 남자와 조우했다.

바로 예서의 첫사랑이자, 첫사랑과 결혼한다는, 그 오빠.
아직도 자신을 아이 취급하는 듯한 태도와, 9년 전 다소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내는 첫사랑의 얼굴에 예서는 일단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바로 곧이어 뜨억할 일이 이어지니, 바로 새로 온 팀장이라며, 그 오빠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윤태경입니다. 이건 아까 놓고 가신 재킷."
"감사합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송예서 입니다."
"처음 본 건 아닐 텐데요."

능글맞게 받아치며, 자신을 상사이자 '태경'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는 남자 때문에 또 다시 머리 속은 과부하가 걸린다. 같은 얼굴, 다른 이름. 분명 그녀가 9년 전 만났던 사람은 '태경'이 맞는데, 그때 그 사람의 이름은 '태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고민도 잠시 초등학교 남학생 마냥,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척한 예서를 향한 윤팀장의 소소한 갑질이 시작되니! 첫날부터 메밀 알레르기가 있던 예서를 위한 메밀 국수집 점심을, 고마움에 저녁 약속을 묻는 예서를 향해 '야근'하자고 채근하기.
결국 예서는 피하는게 답이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사내 약간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진 직후, 팀장 직권 카드로 예서는 태경의 방에서 개인 비서처럼 업무를 보게 되는데, 이 팀장님, 아니 이 오빠. 사람 헛갈리게 만드는 재주가 너무 탁월하다!!

  
"팀장님, 진짜 이상한 거 알아요?" 


"아뇨, 이상해요?"


"네, 팀장님께서 자꾸 그러니까....

 제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한데 혹시나 절 좋아하시는 거 아닐까 하는 그런 착각이 들어요.

 ...... 그러니까 팀장님께서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조심하라니, 이제야 네가 알아줬는데.

"착각 아니야."


볼 근처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그가 속삭였다.

"네가 좋다고, 송예서."



  리뷰

역시 첫사랑이 주는 힘은 위대하다.

'첫사랑'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괜히 설레고, 그 사람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과거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 사람이 좋았더라.
막상 큰 계기는 없는데 그냥 그 사람이라서 좋았다. 이상하게 내가 가는 길에 그 사람이 우연히 눈에 밟혔고, 내가 원하던 이상형대로 항상 멋진 모습이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인지. 항상 내게 '첫사랑 그분'은 다소 미화된 상태로 나의 이상형의 남자로 추억 속 사진첩처럼 남겨지게 되었다.

여기에도 9년 전, 첫사랑을 못 잊고, 가슴에 품었던 두 남녀가 있었다. 태경과, 예서.
9년 전,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났던 두 사람이, 약간의 엇갈림으로 서로 오해를 남긴채 헤어졌다가 다시 재회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오늘도 말이 막 길어지는 것 같아 축약하면)
9년 전 첫사랑 두 남녀가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재회해서 과거 오해를 풀고 사랑을 확인하고 키워나가는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잔잔달달하고 코믹요소가 가볍게 깔려있어서 즐거운 분위기 적당한 설렘을 즐길 수 있었다.
<그여름 나는>이나 <다정한 거리>처럼 중간 중간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로 이어져서 과거 이야기에 남주의 순정
이 설핏 설핏 보이는게 또 심쿵 포인트였다.
다만, 큰 갈등은 없어서, 그걸 주로 보는 사람들은 살짝 심심할 수도? 삼각 전개로 갈 듯 싶었으나 심심하게 풀리며 악조도 (있을듯 하다) 없었고
, 남주 태경의 새어머니가 조금 여기저기 상처를 많이 주어대서 화가 났지만, 태경이 크게 경고하고 깨갱하고, 결국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그런 이야기였다! 
 

**

첫사랑이 주는 아련함 때문에 살짝 감성에 젖었는데, 실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잔잔-로코-달달 느낌의 글이었다.


첫사랑과의 재회를 예쁘고 재밌게 그려준 이야기
나도, 첫사랑과 재회한 적이 있었다. 바로 작년, 시험치러 서울 올라갔던 날! 무려 쌩얼로. 그 넓디 넓은 서울 땅에서 또 만났다고만 하면, 엄청난 인연같고 감동인데, 나는 시험치러 왔던 상황. 더 이상 선크림으로 밝아지지 않는 피부에 그나마 희망이라면 아이브로우 한 획은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재회는 졸업식날, 거의 신부 화장처럼 풀메이크업으로 가서 만났으나. 되려 못 알아보았다. 아. 내 첫사랑과의 감동적인 재회여. 안녕.

생각보다 현실은 쥐구멍에 숨고 싶은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건축학 개론>을 보지는 않았지만, 첫사랑과의 재회가 주는 이상적인 그림이란 것이 있는데.

음, <늑대의 유혹>처럼 빗속에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재회도 심쿵하지만, 현실과 너무 머니 패쓰하고. 적어도 좀 '정상적인' 상태일 때, '어머?'하며 '오빠?'하고 마주칠 수 있는 거 아니야?.... 싶어왔는데.

역시 이 작품은 그런 첫사랑의 재회를 조금은 그래도 충족시켜 주어서 좋았다.

"예쁘게 잘컸네."
..... 잘컷대... 그것도 예쁘게...... !!!!


알아보기나하면 다행일텐데, 예쁘게 잘컸다고 한다. 립서비스로라도 듣고 싶은 말인데 순도 100% 진심을 담아 한 말이니, 뭇 처자 마음 얼마나 떨렸는지. 게다가 외꺼풀에 눈에 힘을 주면 생기는 쌍꺼풀. 옴마. 정말, 나도 첫사랑 오빠가 떠올라서 그 페이지를 읽는데 괜히 가슴이 쿵쿵 떨려왔다.

한편, 9년 전 아픈 기억 때문에, 풋풋하던 첫사랑이 한켠이 어둡게 바래졌던 예서는 첫사랑과의 재회가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오해는 풀고 싶어서 9년 전 전말에 대해 들으려고 타이밍만 재고, 둘이 서로 타이밍만 재서 어떻게 일이 풀리지 풀리지 싶었는데.

그래도 예서가 아주 눈치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너무 다정하게 바라보는데 그 눈빛을 어찌 감당하리오. 확실히 말하는데, 이 남자 이때다 싶어. 본심을 고백한다.
그리고 드디어 두 사람의 '진짜 재회'가 이뤄진다.


재력있고 능력있고, 인간미도 있는 귀여운 순정남 태경
(역시 나는 남주 편애자다. 껄껄. 남주 소개에는 수식어 연발)


사실 태경이 예서를 처음 본 것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 첫 만남 이야기가 소소하게 그려지는데, 무튼 나는 요런 오랜 인연이라는 소재를 참으로 좋아해서, 더 꺄꺄 거리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읽으면서 도대체 왜 내 주변에는, 우리 동네에는 이런 오빠들이 없었던 걸까. 현실과의 괴리에서 눈에 땀이 찰뿐.
근데 또 내 직장 상사로 온단다. 사귀고나서는 지갑을 던지고 카도 한도 시험해보라는 남자라니. 직권으로 사심채우는 남자라니. 이런 갑질이라면 땡큐다.

근데 이 사람 주사가 너무 웃겨서ㅋㅋㅋㅋㅋ꼭 안 취하고 강할 것 같은데, 주사가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ㅋㅋ




되게 사내 완벽한 인기남인데 여주 앞에서만 이렇게 조금씩 모자란 모습 보이면 난 또 이게 좋아서, 되게 혼자 깔깔 거리면서 읽은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 남자, 에너자이저다..../////


 

 


(통의 정체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것으로...)


과거와 현재의 교차가 주는 향수, 두근거림
책을 읽다보면 가끔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때마다 이 남자의 사랑이 그때부터 시작되었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와 마음이 담겨있었다고 생각하니 그게 또 설레였다.

특히나 오빠에 대한 환상이 컸던 나였던지라, 고등학생 때, 괜히 졸업한 대학생 오빠들이 가끔 학교를 찾아오면 뭐가 그렇게 두근 거렸던지. 무튼 그 설렘까지 떠올라서 즐거웠다. 회상 속 태경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랑 갑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소름...이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잔잔달달 전개, 사이사이 로코, 큰 갈등은 no
기본적으로 잔잔달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편하게 읽을 것 같고, 중간중간 가미된 로코같은 느낌의 이야기에 더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전반적으로 큰 갈등이 없어서, 갈등이 없는 이야기를 심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살짝 루즈한 감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하다.

확실히 요 이야기는 첫사랑의 재회가 어떻게 풀려나가는지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포인트를 두고, 잡은 물고기인 예서에게 계속 밥먹이는 태경의 모습을 보는 재미로 봐야할 듯 싶다.

 
기타/마무리
이거이거 가독성이 높아서 거의 두 시간만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라서였을까. 첫사랑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말 때문인지, 첫사랑에 대한 이상한 환상과 아련함이 있어서, 괜히 '첫사랑'이 소재면 일단 기본 점수를 주고 나는 읽는 편이긴하다.

아, 진짜 이 소설 속에 들어가보고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런 오빠 내 추억 속에 없나 괜히 푸념만 늘어놓게 생겼다. 음, 근데 약간 사내 연애라기보다 오피스 배경에 캠퍼스 커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더 두근거렸다는. 살짝 단편 로코 드라마 느낌도 나고.

태경이 얼굴에 자꾸 <닥터스> 홍쌤이 떠오르고!!!............
거기 둘도 좀 한소리 듣는 연애고자였는데, 요기도 예서가 이성 친구 준성이 흑심 품는 거 알아채도 못하고, 그래도 눈치는 좀 있어서 대들긴 했다만, 왜들 애들 연애하는 듯이 귀엽던지. 

물론, 태경이는 약간 계략남이긴 했는데, 아아 막 예상치 못한 전개에 질투도하고, 예서가 벌이려던 일 이용이나 해먹으려하곸ㅋㅋㅋ 뭔가 은근 유치한데 귀여우니 그냥 봐준다.(?)


무튼 오랜만에 첫사랑이 주는 애틋함, 아련, 설렘 등에 대해서 떠오르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읽는 내내 나는 개그코드가 특이한가 싶을 정도로 엄청 낄낄 깔깔 껄껄거리면서 읽었는데, 조만간 다시 읽어봐야겠다.

음, 그리고 다 읽고나서 문득 든 생각은,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까. 하는 그런 생각.
하얀 얼굴에 긴 생머리 흩날리는 그런 소녀소녀한 이미지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지만.
나도 누군가의 그런 추억 한켠에 남아 있을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박신우,첫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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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심연_배철연
출판사_21세기북스


 1  작품 소개


"당신의 마음 속 깊은 곳을 본 적이 있는가!
-후회없는 오늘을 살기위한 28개의 아포리즘-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배철현 교수가 정리한 자기 성찰의 4단계인 '고독, 관조, 자각, 용기'라는 큰 주제를 중심으로 한번 묶이고, 그 아래로 총 28가지 그와 관련된 28개의 아포리즘이 나열되어 있다.


1부 고독, 혼자만의 시간 갖기
순간, 생각, 현관, 인내, 침묵, 실패, 동굴로 구성되어 있는 1부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 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하는 고독은 정말 사회에서 동떨어져서 외톨이로 남아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잠시 속세, 자신이 살고 있던 삶과 시간에서 나를 분리해 자신의 깊숙한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인 것이다. 이 고독의 시간 동안 자신만의 의미있는 순간을 포착해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심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곳에서 우러나오는 나의 유일한 임무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우리는 개개인 주체별로 가지고 있는 본연의 임무를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을 준비하게된다. 


2부 관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기
묵상, 단절, 숭고, 사유, 관찰, 오만, 심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2부는,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고 있었는지를 반추할 수 있는 메시지던져준다.
 
이 장에서 우리는 이 넓디 넓은 광할한 우주에서 우리가 맡은 배역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는지, 주체적인 삶이 아닌 그저 습관적으로 해오던 삶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현재 상황에 안주하며, 현재 누리는 것들을 스스로의 성취라고 생각하고 오만에 빠져 멈춰있는 것은 아닌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그래서, 관찰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고 자신만의 '심연'을 보고 있는지를 마지막으로 묻고 있다.


3부 자각, 비로소 찾아오는 깨달음의 순간
괴물, 임시 치아, 가면, 갈림길, 멘토, 진부, 자립으로 구성되어있는 3부는 이제 자신의 내면을 직면하고, 내 길을 나아가기 직전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장에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해 마주해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지금까지 주어진 환경이 전부라고 믿어왔던 지난 날의 편협한, 진부한 사고의 틀을 깨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오롯이 자신의 고유한 삶을 그리면서.


4부 용기, 자기다운 삶을 향한 첫걸음
몫, 열정, 믿음, 아우라, 착함, 옳음, 빛의 축제로 구성된 마지막 장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깨닫고 이를 개시하기 위한 첫걸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는 타인이 만들어 놓은 우주 창주 신화나 종교의 교리보다 훨씬 숭고하다고 이야기한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과 강요 속에서 살던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숱한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도 매순간 자기 확신과 그 확신을 지켜내는 인내를 겪으며 사는 삶.
이러한 가치들을 일러주며, 주체적인 삶의 숭고함을 일깨워준다.

아울러,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자신의 노력과 함께 부가적인 것들에 대한 조언(교육, 멘토)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이 장은 마무리 된다.



 2  리뷰

사실 책은 수령하자 마자 그 주에 다 읽어버리기는 했다. 초반에 몇 장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틈나는 대로 마구마구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일단 앞서 소개한 것처럼 '자기 성찰'을 위한 배철현 교수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나를 바라보고, 나를 발견하고, 나를 깨닫고, 나다운 삶을 만들자는 28장의 메시지들.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이라는 소제목을 따라, 책을 읽는 동안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자연스레 반추해보았다짧으면 짧고 길면 나름 길다고 느꼈던 스물 다섯해. 그 시간을 되새겨보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간 어떻게 사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일까를 한창 고민하던 시기였던지라, 이 책이 주는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인상적이어서 책을 놓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면 그때마다 공감되고 감동적인 말들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특히 좋았던 점은, '이렇게 살아라, 살아야한다.'식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이런 삶은 어떻겠니?'하며 내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라 더욱 잘 읽히고 좋았던 것 같다.

게다가, 28가지 메시지 속에 구성된 단어의 어원들과 역사 속 이야기들 모두 공감되고 그 속에 함의된 내용들을 함께 의미하는 것도 신선하고 흥미로워서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좋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되려 다 머릿속에 넣으려니 과부하가 걸렸달까.


물론, 그 와중에도 인상적이었던 몇 이야기들이 있었다.
먼저, 1부에서 '생각'이라는 파트였다. '천재'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긴 장이었는데,

'천재란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믿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찾는 사람이다. 그리고 찾아낸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일생 동안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이다.'-p.28

나는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는 말도 있고. 또, 어느 정도 노력으로 뇌를 훈련하고 발달시킬 수는 있으나, 천재는 일정부분 타고난다는 말이 많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저 문장이 공감되고, 믿고 싶어졌다. 주변에서 탁월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중에 막상 '타고난 천재'는 얼마 없었던 것 같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그마저도 본인이 어느 정도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꾸준히 몰입하고, 연구하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바로 몇 장 뒤에 이어지던 문장.

"내가 축하해야 할 대상은 나와 무관한 신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나만의 유일한 임무를 찾아내는 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 p.33

요즘 많이 생각하던 내용이라 인상적이었고,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이 책 내내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함축된 문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자신을 존중하며,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왔는지를 성찰하게 만들어 준 문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는 반은 행복하고 반은 불행하다 여기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간 중간에, 분명 이 일이 하고 싶은데,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겠어? 현실을 직시해, 너가 어린애야?'하면서, '가야할 길' 혹은 '정도'라고 속단해버린 틀에서 벗어난 생각들을 무던히도 죽여왔던 것 같다.

그렇게 살아오니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문제집을 풀며, 똑같은 생각을 지닌 김 아무개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중간 중간 나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저 심연 깊숙한 곳에 더 밀어 넣어버렸던 거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일이 잘 안풀리기도하고, 예상 외의 곳에서 풀리기도 하며, 또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경험하고 관찰하면서, 인생의 답은 없으며, 결국 이 험난한 길을 걸어가는 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면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나침반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시기였던지라, 이 책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그렇게 살아도 된다, 정말 너가 생각한대로 살아봐라. 하고 응원해주는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혼돈에서 질서로, 없음에서 있음으로서의 질적인 변화는 '처음'이라는 특별한 순간을 통해 가능하다. 처음이란 이전과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상태로 진입하기 위한 경계의 찰나다. 습관처럼 흘러가던 이전의 양적인 시간과 달리 충격적이고도 압도적이어서 전율하게 하는 문지방이다."-p.108

'시작이 반이다, 처음이 어렵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처음'이라는 순간은 특별하다. 내가 처음 연필을 쥐었을 때,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 처음 누군가의 앞에 섰을 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던 때. 등등.
 
새로운 경험을 겪게되는 매순간, 미지와의 경계를 넘어가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그 경계의 직전에서 미지와의 조우에 대한 설렘과 걱정과 충격은 가히 설명하기 힘들다. 내 경우는 자신에 대한 불확신과 지금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던 기존의 자신을 허무는 느낌을 수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겪고 나면 저 심연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게 되는 것 같다. 혹은 기존의 벽을 허물고 내 세계, 심연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하는 듯 하다. 이처럼, 처음이란 정말 중요한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나 자신을 마주하고 내 길을 찾아나서는 길은 힘들다.
뒷 장에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일화에서 들려주는 '진정 극복해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혹은 계속되는 실패에 인내가 필요할 때, 나를 방해하는 적은 의외로 내 속에 있음을 깨달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정되면 됬지, 이 길은 내 길이 아니야. 할 만큼 했어. 나한테 원했던 게 이 정도 아니겠어?
등등... 다양한 핑계와 자기 합리화 속에서 틀을 규정짓고, 그 속에 나를 한정짓고 가두는 것은 언제나 또 다른 '기존의 나'였다. 
 
그렇기에 나를 직면하고 잘못된 길을 바로 잡기란 쉽지 않다. 몇 년, 몇 십년을 옳다고 치부하던 것들이 무너지는 그 순간만큼 허무한 것은 또 없기 때문에. 아니, 허무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존의 나와 무수히 얽현 타인과 사회 속에서 자신을 속박하던 사슬을 풀어 내고, 심연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자신의 진짜 '가면(persona)'을 발견하는 삶의 행적을 '숭고'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도 들었다.

이 우주, 지구 속 다양한 세상, 그리고 내 삶에서 나의 본연한 임무를 찾아나가는 행위. 그것은 하나 하나 같은 것이 없어 고유한 것이기에 숭고한 것이다. 그러므로 소중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하며 오늘 하루도, 매순간 순간도, 찰나의 시간까지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겠다. 나의 길을 조금씩 걸어 나가면서.
 


배철현,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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