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스미다
한승주 지음 / 봄출판사(봄미디어)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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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 소개

키워드
현대로맨스 / 잔잔물 / 다정남 / 절륜남 / 상처남녀

인물소개
여주_김윤
'브랜, B' 의류 매장 매니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외가로부터 버림받고, 가족과 사랑에 대한 부정적인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사랑은 언젠가는 변질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으로 선을 그어버렸다.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무진의 마음을 알고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 내게 오빤, 가족이에요. 너무도 소중한.
우리 이대로도 행복하잖아요. 남자, 여자. 그런 거 안해도 행복하잖아요."
 
남주_윤무진
카페 '몬테 비앙코' 대표, 아버지의 배신으로 집을 나와 조부에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자립했다. 어린 시절, 죽어가는 어머니를 앞에두고 아버지의 외도 사실에 배신감과 상처로 얼룩지던 날들. 비슷한 처지의 윤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전혀 다른 감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때문에, 그녀의 무심한 태도에 속이 타들어간다.

"행복? 매일같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건 행복이 아니야. 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너를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어.
.......... 난, 그 이상을 원해."



 2  줄거리

세상에 동화 같은 건 없다.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따윈.
그래서 동화를 꿈꾼다.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
당신 하나 품고 가겠다는 그 꿈을.

**

"......내게 오빤.
....... 가족이에요. 너무도 소중한."

힘겹게 내뱉은 윤의 말에 무진의 얼굴은 절망으로 얼룩졌다. 무진은 윤에게 그저 '가족'이고 싶지 않았다. 그 '가족'으로부터 배신감을 느껴야 했던 스무살의 시린 겨울 날. 어머니를 잃고 슬픔과 공허에 허덕이던 나날을 보내던 그 시기.

그때 문득 지독한 허기와 함께 윤이 주던 따뜻한 밥상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무진이 윤을 여자로 보기 시작했던 것은.

하지만 윤은 이 관계를 지속하고 싶었다. 아버지와 삼촌의 사랑을 보며 사랑은 언젠가는 변질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배워버린 윤이었다. 너무나도 소중한 인연인 무진을 그렇게 잃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다. 남자와 여자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지금도 함께일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애틋해하며 독려하는 동료로 말이다.

...... 고통스럽겠지만, 안타깝지만 그와 헤어져 남이 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p.71


그것이 윤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어긋나고 말았다. 무진이 그녀의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결정하는 거야, 윤. 달아날지, 부딪칠지."


 3  리뷰

'스미다.'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특히 '스며드는 마음, 사랑' 이런 표현은 더더욱.
스미다를 국어 사전에 쳐보면, '물, 기름따위가 배어들다.'와 '바람 따위의 기체가 흘러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 속 깊이 느껴지다.'의 뜻이 있다.

간혹 사랑 이야기. 특히 감정선을 중심으로 하는 잔잔물을 읽다보면 가랑비처럼 모르는 사이 찬찬히 스며드는 그런 사랑 이야기들을 간혹 보곤 한다. 그래서 배어드는 모양이나 조금씩 흘러드는 뜻의 1,2번의 뜻을 생각하며 그런 표현을 쓴 줄 알았는데. 이미 '스미다' 자체에 마음 속 깊이 느껴지는 뜻이 있었다니 우리 말이 참 예쁜 순간이었다.

그래서 먼저 책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 왔던 것 같다. 그리고 푸른 표지가 참 시원하니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개글에 실린 내용을 보면서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할 것 같아 마음이 시큰하니 동했다.

잡설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아래 스포/잡설이 싫으신 분들을 위한 요약)    
- 가족의 배신과 버림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은 남녀의 사랑과 극복
- 사랑에 트라우마(상처)를 지닌 여주를 안아주려는 남주가 멋진 작품
- 잔잔하고 애틋하 가운데 펼쳐지는 의외의 1919.
- 예상외의 전개로 스미다기보다는 흠뻑 적셔진 느낌이 살짝 아쉬웠음



**

가족의 배신과 버림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은 남녀의 사랑과 극복
작품 분위기가 일단 잔잔하고 애틋하다. 초반부터 대놓고 여주인 윤의 아픈 사연으로 시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버지를 '사랑했다'는 어머니라는 사람. 하지만 아버지에게 여자일 수 있으나 윤에게 어머니가 될 수 없다며 자신을 애물단지 취급했던 엄마라는 여자. 그녀는 남편이 죽자마자 윤을 버리고 홀연 외국으로 떠버렸다.

사랑했다더니 매일 싸움을 일삼던 부모님들. 쓸쓸해보였던 아버지의 뒷모습. 엄마라는 여자는 아버지가 죽자마자 실연의 아픔을 가진 '여인'처럼 떠났다. 그 뒤에는 자신의 딸에게 족쇄로밖에 보이지 않는 손녀 윤을 벌레보듯 차갑게 대하던 외조모가 있었다.

이런 부류의 사랑을 보고 자라왔던 윤이었기에 사랑이란 언젠가는 변질되고 깨어져버릴 감정이라는 생각이 자라왔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으며, 이게 자연스레 남녀간의 연애 감정에도 불편함을 가져온다.

무진은 어머니가 생사를 오가는 사이 아버지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버린 사실에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말았다.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죽어가는 어머니를 두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만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무진은, 그 시기 자신에게 타박을 주면서도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던 윤이 너무나도 그립다.

그렇게 아버지의 배신으로부터 집을 나선지 얼마 뒤 다시 만났던 윤은 자신에게 여자가 되어 있었다. 윤은 전혀 느끼지 못했겠지만. 비슷한 사람들끼리 더 맞는 다는 것이 이런 걸까. 둘은 겉으로는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이었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그 이상의 감정이었음을 알게 모르게 인지하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가족'이라는 허울로 유지해오던 관계였다. 하지만 윤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되었음을 문득 알게되어버린 무진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지체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결심, 윤에게 도망치지 말라면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사랑에 대해 상처가 있어 쉽게 경계를 넘지 못하는 윤의 심정도 너무 이해되고, 그러자니 남녀 사이 친구가 어딨냐는 말과 함께 무진의 지난날의 수행이 눈에 선연해 참으로 안쓰러운 아이들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어찌보면 의외로 쉽게? 윤도 자신의 마음과 이후의 삶에 대해 자각해버리고 서로 마음을 통하기는 했지만. 초반부의 이야기를 보니 또 그 결정이 쉽지많은 않았겠거니 해서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물론 고백하고부터는 두 사람의 달달한 연애담이 이어진다.
솔직히 꼭 찝어서 이런 상처들이 있으니까, 어떤 배려를 해서 멋있었고, 그렇게 극복한다!라고 말하기는 참 애매하지만, 그냥 '두 사람'이 함께라서, 그리고 다른 이유 없이 서로의 존재 자체만으로써 사랑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좋았다. 

물론, 여느 로설처럼 그래도 상대적으로 능력있고 좀 더 '가진' 남주의 본격 잡힌 물고기 어항에서 못 나가게 살찌우려는 듯, 먹이주기가 시작되고. 여주는 닥쳐오는 현실에 점차 부담을 느끼지만.
 
누가 더 많이 가져서, 없어서 주고 받아서, 누구는 미안하기만하고 누구는 아쉬울까 부담스러운 그런 생각 일절 없이. 사랑 앞에서는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랄까. 그랬었다.
그리고 꼭 위로가 되는 감동적인 대사, 행동 때문에 아픔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두 사람이 이렇게 알콩달콩하니 함께하는 그 시간들로 아픈 시간들을 지워나가는 거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예상외의 전개로 스미기보다는 흠뻑 적셔진 느낌이 살짝 아쉬웠음
기본적으로 잔잔물을 좋아라 한다. 특히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큰 사건 없이도 두 사람의 일화 하나하나가 쌓이면서 점층되는 감정의 무게가 좋다. 그래서 '스며드는' 느낌의 작품을 참 좋아라고한다. 

그래서 대놓고 '스미다'라는 이 작품의 제목이 상당히 끌렸다. 음,, 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살짝 실망도 있었다. 씁쓸했던 어린 시절 들었떤 정이 사랑으로 번져간 무진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고,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으나, 이미 마음도 몸도 동하고 있던 윤의 마음도 이해는 됬다. 함께한 시간이 있으니까.

다만, 그건 왠지 독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 내용 정황을 보고 아, 이렇게 인연이 이어졌겠거니 유추는 할 수 없지만, 감정이 자라나는 그 내용들이 보이기보다는. 둘이 마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둘의 연애담으로 곧바로 이어져버리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과거가 살짝 나오고 어른이 된 두 사람이라면 <다정한 거리>나 <그여름, 나는>에서 보았던 회상씬 같은 부분들이 조금씩 그려질 줄 알았는데..... 이래서 선입견이 참 무섭다.

한편, ...... 물론 마음을 자각하고 만나면서 더 깊어질수도 있긴하겠지만. 이건 붉은 띠 떼면 순수해보이는(?) 표지와 달리 은근히 1919의 함정이 있었다! 내숭 제대로였던 책이었달까. 자꾸 두 사람이 몸으로 마음을 확인하려고 드니... 으아아. 1919가 되려 살짝 의아한 느낌도 들었다.


기타/마무리
그래도..... 이래저래 해도 전반적으로 아픔을 지닌 남녀가 사랑을 위해 큰 결심도 하고 서로 의지하고 이겨나가는 모습이 예뻤던 작품이었다.

주변인물도 살짝 인상적이었는데, 일단 윤을 아끼고, 윤의 감정을 자각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어찌보면 두 사람의 진전에 일등공신이었던 민환 삼촌이나, 후회없이 사랑하라고 말해주던 자은이라던가. 주변에 좋은 이들도 있어서 따뜻했다.

그리고! 끝까지 도도하게 나가는 윤의 엄마가 정말 싫었는데. 마지막까지 너무나도 태연하게 있기에 윽박지르며 비난과 힐난이었지만 절규...에 가까이 보였던 윤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진짜 너무너무 미웠다. 억지로 끌고갔던 외조모도.

다만, 되려 조연들이 힘이 없었다고나할까. 남조였던 이승요 팀장은 무진과도 얽혀있기에 엄청난 악연이라도 되나 싶었더니, 생각보다 조금 허무한 사연이었고. 윤에게 빠졌다던 이유도 그닥..... 남조는 조금 애잔하거나 남주의 자리를 위협하는 아찔함이 있어야 하는데. 글쎄.

여조도 뭔가 설마 무진의 아버지를 최종보스로 만드나 싶었더니 혼자 북치고 장구치던 거였고, 설마 여기서 무진의 아버지가 최종보스면 흐름이 억지로 가는데....! 싶었던 무진의 아버지는 다행히 잘 풀렸고. 그러면 여조의 불안감 조성은?! 싶었으나. 다행히 나쁘지 않은 전개였다.

무튼 이래저래 가-끔 어색하게 느껴진 부분도 적잖게 있었지만, 제목만 보고 너무 섣부르게 판단한 내 잘못이었던 듯 싶다.

전반적으로 잔잔한 맛을 좋아하고, 두 남녀가 서로가 아니면 못 살아 안달인 그런 느낌을 좋아하라 하면 괜찮을 듯 싶다.

결혼과 사랑에 상처와 편견을 지녔던 윤이 사랑을 지키려고 무진의 아버지 앞에서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는 부분은 찡했다. 또, 말이.... 자기 회사 지점 때문이라지만 여주 발령 때문에 타지에 값비싼 집도 사버리다니...... <다정한거리>의 도재희 이후로 훈훈한 현질이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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