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_민경주

출판사_홍익출판사


내가 회사를 아무리 사랑해도,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p.32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는 회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퇴사당한 작가의 퇴사 후 200일간의 기록이다. 3년간 헌신한 직장에서 버림받고서야 저자는 회사가 우리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퇴사 후 하루하루 지난 3년간, 또 그 이전 직장들을 곱씹으며 떠올리는 회사와의 추억(?)은 몹시 씁쓸하다.


우리는 일을 맡을 때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또, 실제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려한다. 하지만 정작 회사가 우리를 책임져주는 건 어디까지인가. 이런 작가의 자조어린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회사 생활 적응하느라 엉엉 울던 눈물이 살짝 아깝기도 하고. 그런 생각들이 살풋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쓰디쓴 기억들이 나열을 이룬다. 무지 암울하다.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퇴사 후 여행은 무지 낭만적일 것 같지만. 그 계획마저도 부질없게 느껴지는 것 같다. 여행이 현실의 상처를 치유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되게 현실적이다.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계속해서 지난날의 뼈아픈 사회생활을 곱씹게 된다. 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았던 거래처 직원과의 관계도 모두 허상이었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은 노동착취 현장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근데 이런 내용들이 홀로 취업 준비할 때 느꼈던 기분을 떠오르게 한다. 아무래도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미래를 그리기 어려우니 자꾸 과거만 반추하게 되는 모양이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는 꼭 그간의 모든 노력이 부질없게 느껴지는가 하면, 이정도면 참자했던 순간들이 상처로 돌아온다는 거다.


이 시간을 겪는 건 무지 뼈아픈 경험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배우는 게 있었고, 그 다음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버팀목이 되었던 것 같다.


저자의 이야기 자체는 다소 무기력하고, 암울하다. 퇴사 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희망찬 스토리, 성공기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러니 다수가 획일적인 곳만 바라보고, 특정 회사 입사에 목숨 걸고, 회사에 충성하다 쉽게 지치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랄까.


하지만 그런 이야기라서 오히려 지금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이라면 공감과 함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지금 이 시간을 보내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구나. 누군가 또 이 암담한 시간을 보냈구나. 죽으리란 법은 없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튼,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한 돈은 생명줄이 맞지만, 내가 충성하는 만큼 회사는 나를 예뻐해주지(?) 않으니, 받는 만큼만 열심히 일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늘 그래왔듯이 어디까지나 나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로만 열심히, 성실하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