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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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는 마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따뜻한 심리학 이야기 365편이 수록되어 있었다.


차가운 이론이 아니라 뜨거운 실천으로 삶을 바꾸는 심리학.

내가 꿈꾸는 심리학의 이상은 바로 그것이다.

내게 심리학은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내 삶을 바꾸는 치유의 액션'이다.

p.4 프롤로그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일곱가지 주제로 계속해서 이어진 365가지 힐링 액션은 더이상 심리학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며, 또 늘 일상 곳곳 스며들어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학문으로서 심리학뿐만 아니라 책 속에, 영화 한편에, 명화에, 인간관계에. 우리 인생 곳곳에 깃들어진 심리학들. 정여울 작가님의 365일을 함께하다보면 , 나의 삶 곳곳에 늘 상주하며 나의 아픔을 돌보아 주었던 심리학의 존재와 강렬하게 마주할 수 있다.


뇌는 생존을 위해 '지금의 행복'보다는 '미래의 위험'을 감지하는 데 더 큰 에너지를 쏟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생존을 더 중요시하여 기쁨이나 설렘 같은 소중한 감정에 둔감해진다.

p. 22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뮤즈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간 일어나지도 않을 잠재적 위험에 잠식당해 수많은 행복을 놓쳤던 지난날을 후회한다.

거세당한 나의 청춘, 나의 앳띠고 순수했던 마음.

영화 감상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저 문장에 왜 이다지도 마음이 아팠을까.


이게 정여울 작가님을 애정하는 이유다.

작가님의 글에는 잊고 지내던 지난 날의 감상, 감수성 어린 말간 생각,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그립고 소중하지만 각박한 현실감에 바래져버린 중요한 무언가를 슬그머니 끄집어 내어주는 힘이 있다.


내 상처는 반드시 나와 닮은 타인의 상처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당신의 아픔을 내가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내 글을 통해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똑같은 상처를 앓고 극복하고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깨닫는 독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내 글쓰기의 희망이다.

p. 26 상처야말로 아름다운 소통의 시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비난, 혹은 가해자 스스로의 어처구니 없는 변명과 적반하장식의 대처가 두 번째 화살의 주요 발생지다.

'뭐 그런 걸 갖고 상처받고 그러니'라는 말, '남들도 다 그래. 네가 참아'라는 말. '네가 예민해서 그래, 남들은 다 참고 살아'라는 말이 모두 2차 트라우마를 유발시킨다.

(중략)

내 상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말들, 내 상처를 어떻게든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상처 입은 나의 존재를 무력화시키는 모든 말들이 2차 트라우마를 강화한다.

p.46 1차 트라우마와 2차 트라우마


마음 속 상처, 트라우마.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박혀있던 그 마음이 책을 읽는 동안 톡톡 자극을 받는다. 어쩌면 나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었을 그 생각과 감상들이 타인의 언행으로 무기력하게 심연으로 가라 앉아 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이 계속 든다.

'뭐 그런 걸 갖고 상처 받니'. '그거 보다 더 힘든 일도 훨씬 많은데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왜 이렇게 예민해졌어.', '그날이야?', '임신했어?'

반발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꽤나 있었다. 하지만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버릴 때는 대꾸할 생각에 더 가슴이 조여왔다.

그게 반복되고, 아차 싶었을 땐 최면에 걸린 사람마냥 자신을 상처의 구렁에 빠뜨리고 있었다. '바쁜 삶 속에서, 경쟁사회에서 이런 마음에 빠져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이미 머리에 박혀버렸다.


하지만 온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다시 재발하는 법.

늘 다시금 피어나오는 고름을 가득 안고, 사고의 나락에 빠져들 때면.

그 지옥에서 겨우 빠져나왔을 때, 이미 자존감이 늘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작가님의 작품이 자그마한 위안이 되어주었다. 사람에게 얻은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할 수 없는 그 상황에서 따뜻한 길을 제시해주었다.


책과 영화와 미술 작품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흘려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유없이 우울하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날이 오면, 그 마음에 병명을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 병에 어떤 치료약이 필요한지 생각할 수 있는 일종의 '처방'을 해주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저 페이지의 일부 내용처럼, 우리의 아픔이 연결되어 있다는 그 믿음. 그리고 나와 같은 아픔을 지닌 또 다른 누군가가 이 고통을 극복하고 있다는 그 희망. 그런 따스한 바람이 늘 글을 쓰는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장면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왜 이러는 걸까, 생각해보니 나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줄 사람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오늘은 그냥 놀아버릴까. 아무 걱정 없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그냥 놀아버리자.

나는 남몰래 기다려 왔던 것이다. 저렇게 따스한 눈빛을 지닌 할머니나 어머니, 또는 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다정하게 '아무 걱정하지 말고, 모든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그냥 놀아버리자'라고 손을 내미는 순간을.

p. 29 내 상처를 건드리는 뜻밖의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취업 준비 기간에, 그리고 제작년 이맘쯤.

이 영화의 이 대사를 들었다면 나도 펑펑 울었을 것 같다.


정말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

하지만 놓을 수 없어 질질 끌려가듯이 무언가에 이끌려 쉴새 없이 달려가야 하던 순간.


그 순간, 너무나도 바라던 말이었다.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버티자, 곧 끝나.'가 아니라.

'오늘 쉬어버리자.'


늘 기약 없는 미래의 휴식과 안식을 이야기하며 오늘은 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쉴 시간이 안 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한다.


나는 저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할머니처럼,

'오늘 쉬어버리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휴식에 다다를즈음 나의 안식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허무함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이제야 알겠다.

그토록 오랫동안 노을을 바라보는 삶을 예찬한 이유를.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을 비춰주는 위대한 거울이라는 것을.

노을 지는 풍경에 내 마음 비춰보는 그 몇 분의 시간만으로, 삶은 더욱 찬란해진다는 것을.

p.20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볼 권리


퇴근길 노을을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낀 적이 있다.

그저 단순히 해가지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그 현상을 보고 그런 것 보다도. '노을을 본다'라는 행위에서 '일상에 쫓기지 않고 평온한 상태'를 느꼈기 때문이었을지도.

노을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는데, 그걸 감상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날 하루가 너무 근사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상하게 잘 살고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만으로도 나의 고단한 마음에 큰 위로가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책은 책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금세 읽어내려가졌다. 처음에는 깨알같은 글씨가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한 페이지에 한 일화가 끝이나고, 명화, 일상, 독서, 영화, 인간관계로 이야기가 돌아가니 지루하지 않았고, 여러가지를 골고루 읽는 느낌까지 들어서 더 흥미로웠다.


심리학을 쉽게 접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학문적으로보다 자연스럽게 심리학을 읽고 싶은 사람, 오늘 하루가 너무 지쳐 마음의 위로가 받고 싶은 사람, 일하느라 하늘 한번 보지 못하고 하루가 끝나버린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위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진행한 이벤트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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