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는 `내 생의 알리바이`는 주인공들이 모두 불행하다. 물론 소설이 자기 행복에 겨워 죽겠다고 써 놓지는 않지만 (행복하다고 써 놓은 것들은 모두 이렇게 힘들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라고 쓴다.) 어떻게 11명 모두에게 그런 불행을 나누어 줄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내 생의 알리바이`는 사람이란 어떤 방법으로 불행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가지가지 방법들을 찾아 적어 놓은 듯 보입니다. 엄마가 동생들을 남겨둔 채 자신만 달아나버린 주인공. 어릴적 성폭행 당한 기억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 새로운 꿈을 꾸면서 살아보려 조카를 데리고 시골에 들어가지만 거기서도 이방인으로 밖에 남을 수 없는 주인공등 모두가 행복을 꿈꾸는 불행한 자들이죠. 그리고 주인공들은 거의 모두 `떠남`이라는 방법으로 현실을 피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떠남` 조차 새로운 곳의 `도착` 즉 새로운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꼭 이야기 해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소설집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의 행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것은 소설집에서 절대로 행복을 뱉어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꾸만 어디서든 행복을 끌어오고 싶어지는 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어지간한 한권의 장편소설보다 짤막한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모음집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생각과 울림을 주는지 작가의 최고중의 하나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사 편지 세트 - 전5권 - 개정판 12살부터 읽는 책과함께 역사편지
박은봉 지음, 류동필 외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사 편지.. 아마 거의 모든 학생들이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역사를 풍부한 그림, 에피소드 등을 통해 흥미롭게 다가설 수 있었다.

 

작가 박은봉씨가 그녀의 딸 세운이한테 한국사를 들려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는데, 친숙해서 좋았고 잘못 알려져 있는 많은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아주기도 해서 좋습니다.

엄마의 목소리처럼 편안하면서 부드럽지만 내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듯 세심하고 꼼꼼하게 서술됐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역사 에피소드는 외세의 침략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힘이 약해서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이 가슴아팠다. 일본의 협박에 조약에 서명할 수 밖에 없었고 한일 병합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염원하던 독립이 되었는데 강대국인 미국과 소련이 자기들 마음대로 땅을 나누어 가진것, 또 그 때문에 남북이 나누어지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 고통.. 너무 안타까웠다. 앞으로 남북이 통일되어 평화로운 한반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역사를 전문으로 공부한 사람이 어린이를 위해서 쓴 역사책이라는 점과 역사를 접하는 바른 시작을 알려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역사란 암기과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허나 역사란 아는만큼 와닿고 느끼는 것입니다. 무한의 반복이지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원인과 결과가 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그것을 잘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아이들을 위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엄마가 딸에게 전해주는 편지 글, 이야기 형식같이 말이죠.

엄마의 이야기를 듣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죠.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역사에 대해 재미있고 흥미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을 이렇게 부족한 글로 소개할 수 없는것이 아쉽지만 정말 마음에 꼭 든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도라의 씨앗 - 농업 문명의 불편한 진실
스펜서 웰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상당히 놀라운 책.


수렵 채집인들이 초기 농경민들보다 평균적으로 덜 일하고,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 그렇다면 왜 수렵 채집인들은 농경을 택했단 말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1만 년 전 온후한 기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인구는 소빙하기의 도래에 인구를 유지할 만한 식량을 구할 수가 없었고, 살기 위해 스스로 식량을 만들어내는 것밖엔 없었다는 것.


전염병은 가축들과의 공존으로 인해 발생한 것.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말라리아는 농경으로 인한 예상 외의 결과. 당뇨병은 이전에는 필요했던 절약 유전자가 예기치 못한 현 상황에서 해가 되는 것.


지구 인구 70억 모두가 현대 미국인처럼 생활할 수는 없다. 담수원은 고갈되고 있으며, 에너지 자원은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태양 에너지는 현 에너지 사용을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지 않다. 대체 에너지는? 초기 비용(에너지 측면에서)이 크다. 원자력 발전은 안전성의 문제.


선진국의 많은 이들을 고통주고 있는 정신질환은 뇌 과부하의 문제. 우리의 뇌는 150명 정도의 소규모 집단에 익숙해져 있고, 현재와 같은 상황은 DNA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레베이터에서, 길거리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생물이 되는 수밖에는 없다.


농업이 없었으면 내가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고 굶을 걱정 안 하면서 살 일도 없었겠지만... 현실은 극심하게 디스토피아 세상.


멸종의 역사 보면서 대형 포유류 종들이 대부분 개체수 천도 남아있지 않다는 거 보면서 느꼈던 거지만 새삼 인간은 진짜 많다. 인간에게 개체수 2천의 멸종위기 병목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상상도 안 가.


더 놀란 건 100년 전까지만 해도 구석기 시대 평균 수명하고 별 차이도 없었다는 거. 구석기 시대를 유토피아라고 할 순 없지만 진보가 만능은 아니구나.


인간이 도착하자마자 오스트레일리아나 아메리카의 대형 동물군이 모두 멸종을 향해 달려갔다는 그래프가 너무 웃겼다. 살기 좋은 우리 집을 놔두고 멀고 먼 세상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건 인구가 하도 늘어나서..=ㅂ=(이때까지만 해도 구석기 생활 방식)


종분화의 원인에는 고립도 있지만 어떤 돌연변이가 매우 커서 이전에는 같았던 종들과 더이상 번식을 할 수 없게 되어 분화되는 것도 있다는 건 이 책 읽고서야 알았다. 난 그냥 문득 인간 사회에서도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것 같은 걸 생각했는데, 그거랑은 다른 거였네.


흥미롭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와의 만남은 신의 축복이다.

수십 억, 수백 년의 우주시간 속에 바로 지금,

그리고 무한한 우주 속에 같은 은하계, 같은 태양계,

같은 행성, 같은 나라, 그리고 같은 장소에서 당신을

만난 것은 1조에 1조배를 곱하고 다시 10억을 곱한

확률보다도 작은 우연이기 때문이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중에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많은 별들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가,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는데 그러면 우주 바깥에는 무엇이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별에 관심이 많았었다. 내가 중학생일 때 우리집은 2층짜리 단독주택이었는데, 그 때 나는 밤에 옥상으로 올라가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책에 나와 있는 별자리를 직접 찾아보곤 했었다.

하지만 이내 뒷목이 뻐근해져 와서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다는 걸 깨닫고, 나는 못쓰는 이불 하나를 들고 옥상에 아예 누워서 밤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천체망원경을 사고 싶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가격이 비싸서 엄두도 못냈고, 다만 집에 있는 쌍안경으로 별들을 관찰했는데, 그나마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뚜렷하게 볼 수가 있었다. 그 때에만 해도 서울 하늘이 비교적 맑았었나 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나처럼 별과 우주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주를 향한 인간의 탐구와 우주 안에서의 인간의 위치에 대해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우주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칼 세이건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우주에 대한 단순한 설명 그 이상이다. 이 책 저자인 칼 세이건은 우주를 중심으로 진화론, 생물학, 화학, 물리학, 고대 신화 등 우주를 생각할 때 연속적으로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해 나가면서 한편으로 이 거대한 우주 안에서 인간의 위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생각했던 우주부터 설명하기 시작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생각은 오늘날의 인류가 보아도 매우 놀라운 부분이 많다. 우리는 흔히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사람은 "코페르니쿠스"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를 일컬어 "코페르니쿠스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기원전 약 200년 사람인 "아리스타르코스"는 "지구도 하나의 행성으로서 여타의 행성처럼 태양주위를 공전한다고 주장했으며, 별들이 대단히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를 태양 중심 우주관을 "복귀시킨 사람이며 입증한 사람"이라고 기술했지 태양 중심 우주관의 창시자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과학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가 있다. 우리는 흔히 진화론이 다윈이 처음 제창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진화론 역시 이미 고대 그리스 시대에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사람이 주장했던 것이다. 그는 "최초의 동물들은 가시로 덮인 물고기라고 말했다. 이 물고기들의 후손 중 일부가 물을 버리고, 뭍으로 올라오고,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의 변이를 통해 다른 동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기원전 450년경 엠페도클레스라는 사람은 그 때 당시 이미 "빛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지만 그렇다고 무한히 빠른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그는 또 "예전에 지구상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의 생물들이 살았다고 가르쳤다.그리고 그중 많은 생물들이 자손을 보지 못해 멸종했음에 틀림이 없다"고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상과 연구는 그 이후 급격히 쇠퇴했는데, 이는 이오니아의 중상주의적 전통 때문이라고 한다. 중상주의적 전통은 과학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노예경제의 발전도 동반했다. 그런데 노예들은 육체노동에 종사했고, 과학실험도 일종의 육체노동이었기 때문에 이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고 한다. 게다가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노예의 노동력이 기술개발의 경제적 동기를 갉아 먹었다고 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천문학은 1280년 경에 절정에 이루렀으나 그 후 급속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는 엘리트 계층의 경직된 사고 때문이었는데, "점증하는 사고의 경직성은 지식인들의 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반감시켰으며, 사대부 계급으로 하여금 과학이 자기네들이 추구할 분야가 못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예수회 사람들에 의해 유클리드 기하학과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 우주관이 소개되자, 중국인들은 이들의 책을 검열한 후 태양 중심 우주관을 속이고 덮어 두는 데 온 신경을 썼다고 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현대 (정치적) 제3세계의 커다란 문제는 고등 교육의 기회가 주로 부유층의 자녀들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부유층 출신은 당연히 현상 유지에만 관심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을 하여 무엇을 만든다던가 또는 기존의 지식체계에 도전하던가 하는 일을 매우 어려워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런 나라들에서 과학이 뿌리내리기는 지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하면서 과학 교육보급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한편 저자는 이렇게 사상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그 한 예로 네덜란드를 든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 네덜란드는 서아프리카에서 태평양까지 전세계를 활동무대로 삼았었는데, 역사상 네덜란드가 이 때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기는 없었다. 이 때 네덜란드는 당시 유럽의 어떤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계몽주의 사조를 받아들여 합리적이고 질서정연하며 창의적인 사회를 이루었다.

온갖 검열로 사상의 자유를 억압받던 당시의 유럽 지성인들에게 네덜란드는 문자 그대로 이상향이었다. 스피노자, 데카르트, 존 로크, 렘브란트, 그로티우스 등 수많은 천재들이 네덜란드를 안식처로 삼았었다. 네덜란드의 라이덴 대학교는 지동설을 주장했기 때문에 로마 카톨릭으로부터 고문의 위협을 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버리라고 강요받던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에게 교수직을 제의하기까지 했다.(1992년 11월 요한 바오로 2세는 갈릴레오 재판의 오류를 인정하고 그를 공식복권시켰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다. 그 즈음 이탈리아에서는 갈릴레오가 또 다른 세상의 발견을 공표하고,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에 우리와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존재하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었으나 그들은 이러한 발표와 주장으로 철저하게 비판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크리스티안 하위헌스가 위 두 사람의 의견을 모두 지지하면서도 온갖 찬사를 다 받으며 살았다고 한다.

저자가 사상의 자유의 중요성의 예로서 든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에는 블랙홀에 관한 아이디어 역시 그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블랙홀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 이루어졌다. 그러면 최초로 블랙홀에 대한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저자인 칼 세이건에 의하면 영국의 천문학자 존 미셸이 1783년에 최초로 블랙홀에 대한 생각을 했으나 그의 아이디어는 워낙 기상천외한 것이라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2보 전진하고, 1보 후퇴하는 과학적 발전 과정을 통해 이룩한 성과를 금성에서부터 토성, 그리고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준다.

특히 블랙홀에 대해 저자는 매우 재미있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즉,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크기는 1920년 대에 상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커서 빛이 우주를 한바퀴 돌아오려면 우주의 현재 나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명됐다...우주가 닫혀있기 때문에 빛이 우주를 빠져나갈 수 없다면 그것이 바로 블랙홀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블랙홀 안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면 된다. 앞에서 우리는...웜홀의 존재 가능성을 언급했다...그러니까 웜홀은 4차원을 관통하는 통로인 셈이다...그렇지만 웜홀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들은 우리 우주의 어떤 곳과 반드시 연결돼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한 우주가 다른 우주를 감싸고 있을 수도 있다.나는 여기서 인간이 이제껏 이룩해 놓은 과학과 종교를 통틀어서 가장 멋진 아이디어를 하나 이야기 하고 싶다...그것은 우주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이 아이디어에 따르면 전자같은 소립자도 그 나름의 닫힌 우주이다...우리에게 익숙한 은하, 별, 행성, 사람으로 구성된 이 우주도 바로 한 단계 위의 우주에서 보면 하나의 소립자에 불과할 수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예전에 했던 생각들과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화학 시간에 나는 전자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배운 뒤에 전자와 원자핵의 모습이 마치 태양과 그 주위의 행성들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우리 우주 역시 어떤 거대한 다른 물질의 전자나 원자 핵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때에는 나 스스로도 좀 엉뚱하다고 생각했지만 칼 세이건 같은 뛰어난 과학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니 내 생각을 지지해 줄 강력한 후원자를 만난 것 같아서 몹시 기뻤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렇게 자유로운 탐구를 중요시하면서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가 이룩해 낸 성과물을 자세히 설명해 나간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끊임없이 연구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태양계 밖에 있는 별들의 탐사도 가능할 것이며, 인간처럼 고도의 지능과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우주여행과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에 대한 강한 소망을 밝히고 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책이 양서로 평가받는 이유는 저자가 단순히 과학 지식만을 나열하지 않고, 아래에서와 같이 그 지식을 인간에 대한 애정, 그리고 우주에서의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한 성찰로까지 승화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각기 다른 문명들이 보여주는 문화와 유적의 다양성은 '인간으로 되어감'의 다른 방식들을 우리에게 시사할 뿐이다. 외계 문명인에게는 인류 사회의 차이가 유사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일 것이다. 어쩌면 코스모스에는 지능을 갖춘 존재의 밀도가 예상 외로 높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윈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인간은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 지구에만 있다. 인간은 지구라고 불리는 이 자그마한 행성에서만 사는 존재이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나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된다. 왜냐하면 수천억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위에 생명체가 생긴 시점, 단단한 지각의 탄생직후 1억년 정도부터 생명체들은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 과정을 진화라고 부르는데 지구에 생명이 태어난지 38에서 39억년 정도 될 무렵인 현재에 사는 인간들(그리고 한 200년 전의 인간들에게도)진화라는, 인간이 원숭이 비슷하게 생긴 침팬지, 오랑우탄, 그리고 모든 원숭이의 공통 조상의 후손이라는 것을 인정 하는 것은 괴로운 일인 듯 하다. 현대에 와서도 아직도 인간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보통 진화론의 반대인 창조론자라고 부르는데 리처드 도킨스는 그런 사람들에게 무신론, 진화론, 또는 우주 자체가우연으로 생겨났다는 이론(이것을 대놓고 알리지는 않았다)를 알리고 바로잡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이 책은 신이라는 존재가 제도판 위에 단백질을 재료로 해서 만든 기계를 설계하지 않았다는 (내구성 좋은 금방 부서지지 않는 완벽한 기계를 만들고 싶었다는 크롬이나 티타늄을 틀로 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연료로 한 생물을 만들었을 것이다) 것은 실수 몇개만 봐도 알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진화는 정밀한 기계를 만드는 시계공이 아니라 눈먼 시계공, 실수도 하고 되는대로 조립하는 그런 눈먼 시계공이라는 것이다.

누가 봐도 생명은 기적적이다. 보잉747비행기 부품을 되는대로 쌓아 만든 것이 날아 오르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다 마치 인간을 이루는 단백질 조각과 인지질, 물과 수많은 무기분자, 유기산, 당, 기타등등을 잔뜩 주고 그것이 모여서 살아 움직이는, 아니 세포조직들을 모아서 움직이게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건 잘못된 비유라할까. 사실 생명은 갑자기 창고에서 불어닥친 소용돌이에 보잉747비행기가 만들어 지는 것 보다 조금씩 조금씩 부품이 붙어 먼저 굴러다니거나 기어다니는 기계부터 만드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여객기 조종기와 객석 의 자, 그리고 바퀴를 이어 붙인 것 같이 무작위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이것들은 선택이라는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움직였다. 최소한 거기에 떠다니던 부유물이 우연한 기회에 모인 주머니가 다른 주머니를 잡아 먹는 것 보다 빛을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는 주머니나 당을 가지고 쓰기 좋은 에너지로 바꾸는 다른 주머니를 흡수하고 같이 살면 이득이라는 것을 또는 자기 복제로 거의 영원한, 그리고 약간 더 복잡한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바이오모프들은 그의 심미성을 기준으로 진화한다. 즉, 현실에서는 안정적인 생존, 그리고 바이오모프, 9개의 가상 유전자의 형태로 진화하는 것들은 모양을 기준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진화한 생물들 가운데에서는 레이더 정도의 정밀성이 있는 시스템을 갖춘 박쥐도 있으며 카메라나 고속항해 등을 최소한 인간의 발명품 이전의 최고속도로 하는 생물체도 있다. 그리고 아직 현존하는 기계들은 하기 힘든 자기 자신을 복제하고 크게 만드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명은 전략을 쓴다. 사라진 생명들은 변화하는 환경, 잘못된 방법으로 살아가다 사라졌으며 수억년간 한켠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며 주변 생명과 살아가는 생명도 있다. 또한 서로 경쟁하여 계속 한 방향으로 증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갑자기 변화화는 경우도 있다. 척추가 늘어나거나 골반의 구조가 약간 다르다던가 손가락이 한 개 줄어드는 것과 같이 급격하고 서서히, 그리고 서로 달라지게 살아간다.

사실 생각해 보면 과연 나 자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래서 사실 자신있게 이렇다하게 뭐라할 수도 주장하기도 힘들지만, 확실한건 그래도 생물은 진화한다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