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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씨앗 - 농업 문명의 불편한 진실
스펜서 웰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상당히 놀라운 책.
수렵 채집인들이 초기 농경민들보다 평균적으로 덜 일하고,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 그렇다면 왜 수렵 채집인들은 농경을 택했단 말인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1만 년 전 온후한 기후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인구는 소빙하기의 도래에 인구를 유지할 만한 식량을 구할 수가 없었고, 살기 위해 스스로 식량을 만들어내는 것밖엔 없었다는 것.
전염병은 가축들과의 공존으로 인해 발생한 것.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말라리아는 농경으로 인한 예상 외의 결과. 당뇨병은 이전에는 필요했던 절약 유전자가 예기치 못한 현 상황에서 해가 되는 것.
지구 인구 70억 모두가 현대 미국인처럼 생활할 수는 없다. 담수원은 고갈되고 있으며, 에너지 자원은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태양 에너지는 현 에너지 사용을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하지 않다. 대체 에너지는? 초기 비용(에너지 측면에서)이 크다. 원자력 발전은 안전성의 문제.
선진국의 많은 이들을 고통주고 있는 정신질환은 뇌 과부하의 문제. 우리의 뇌는 150명 정도의 소규모 집단에 익숙해져 있고, 현재와 같은 상황은 DNA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레베이터에서, 길거리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생물이 되는 수밖에는 없다.
농업이 없었으면 내가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고 굶을 걱정 안 하면서 살 일도 없었겠지만... 현실은 극심하게 디스토피아 세상.
멸종의 역사 보면서 대형 포유류 종들이 대부분 개체수 천도 남아있지 않다는 거 보면서 느꼈던 거지만 새삼 인간은 진짜 많다. 인간에게 개체수 2천의 멸종위기 병목점이 있었다는 사실이 상상도 안 가.
더 놀란 건 100년 전까지만 해도 구석기 시대 평균 수명하고 별 차이도 없었다는 거. 구석기 시대를 유토피아라고 할 순 없지만 진보가 만능은 아니구나.
인간이 도착하자마자 오스트레일리아나 아메리카의 대형 동물군이 모두 멸종을 향해 달려갔다는 그래프가 너무 웃겼다. 살기 좋은 우리 집을 놔두고 멀고 먼 세상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건 인구가 하도 늘어나서..=ㅂ=(이때까지만 해도 구석기 생활 방식)
종분화의 원인에는 고립도 있지만 어떤 돌연변이가 매우 커서 이전에는 같았던 종들과 더이상 번식을 할 수 없게 되어 분화되는 것도 있다는 건 이 책 읽고서야 알았다. 난 그냥 문득 인간 사회에서도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것 같은 걸 생각했는데, 그거랑은 다른 거였네.
흥미롭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