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는 `내 생의 알리바이`는 주인공들이 모두 불행하다. 물론 소설이 자기 행복에 겨워 죽겠다고 써 놓지는 않지만 (행복하다고 써 놓은 것들은 모두 이렇게 힘들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라고 쓴다.) 어떻게 11명 모두에게 그런 불행을 나누어 줄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내 생의 알리바이`는 사람이란 어떤 방법으로 불행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가지가지 방법들을 찾아 적어 놓은 듯 보입니다. 엄마가 동생들을 남겨둔 채 자신만 달아나버린 주인공. 어릴적 성폭행 당한 기억을 잊지 못하는 주인공. 새로운 꿈을 꾸면서 살아보려 조카를 데리고 시골에 들어가지만 거기서도 이방인으로 밖에 남을 수 없는 주인공등 모두가 행복을 꿈꾸는 불행한 자들이죠. 그리고 주인공들은 거의 모두 `떠남`이라는 방법으로 현실을 피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떠남` 조차 새로운 곳의 `도착` 즉 새로운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꼭 이야기 해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소설집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나는 나 자신의 행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것은 소설집에서 절대로 행복을 뱉어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자꾸만 어디서든 행복을 끌어오고 싶어지는 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어지간한 한권의 장편소설보다 짤막한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모음집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생각과 울림을 주는지 작가의 최고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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