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센스 - 뇌주름에 새겨진 감각의 우주
페이스 히크먼 브라이니 지음, 김지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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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뇌의 기능과 역할, 잠재력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학발전과 함께 뇌에 관한 수많은 미스터리가 베일을 벗고 있으나 여전히 밝혀진 것보다는 밝혀야 할 게 더 많아 보이는 게 현실이죠. 이 책은 사람의 촉각·후각·미각·시각·청각 등 감각기관과 뇌가 어떻게 정보를 인식하고 소통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랑스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 ‘뇌’에서 뇌의 신비를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면, 과학·건강분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각 분야 전문가와 체험자를 직접 만나 생생한 뇌의 현장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중 흥미로운 부분은 ‘내 왼손이 더 잘하는 일’이란 부분을 보면 저자가 말하려는 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빵에 버터를 바를 때 오른손잡이라면 대개 오른손으로 버터를 바르고 왼손은 빵을 쥐고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흔히 왼손은 거들 뿐이라고들 하죠. 즉 좌뇌는 오른손을 통해 버터나이프를 제어하며 동작을 감시하고 우뇌는 왼손을 이용해 촉각으로 빵의 힘과 위치를 파악하죠. 이를 보면 자주 쓰는 오른손이 분명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에 따르면 고유수용감각 정보만 줬을 때는 왼손이 일을 더 잘한다고 합니다. 고유수용감각이란 일종의 촉각으로 공간에서 몸의 위치와 움직임, 속도와 힘을 파악하는 감각이라고 합니다. 시각정보 없이 고유수용감각만을 이용해 빵을 쥐고 있던 왼손은 이와 비슷한 일을 할 때 오른손보다 정확하게 움직인다고 합니다.

 

결국 저자의 메시지는 명쾌합니다.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하고 끊임없이 재구성한다는 것이죠. 똑같은 환경에서도 사람들이 보고 만지는 것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정말 미지의 세계인 사람의 뇌에 대해서 흥미롭게 담아내고 다섯 가지 주된 감각인 촉각, 후각, 미각, 시각, 청각뿐 아니라 오감을 넘어서는 제6의 감각을 다루면서, 감각이 어떻게 뇌와 소통하며 작동하는지를 생생한 현장 이야기와 실존 인물들의 경험담과 함께 재미있게 풀어낸 이 책은 무척 재미있는 뇌과학 안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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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병자호란 1~2 세트 - 전2권 - 역사평설 병자호란
한명기 지음 / 푸른역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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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사건, 또는 인물에 대해서 상당히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서적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런 면에서 조선 왕조 중기 시대 양란(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중의 하나이면서도 임진왜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홀한 취급을 받았던 병자호란에 대한 서적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한명기 교수로서 그의 저작은 이미 2000년에 발간된 '광해군'을 통해서 들어 보았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도 않았죠.

 

"병자호란 무렵처럼 국제질서의 판이 바뀌던 시기, 우리 선조들이 보였던 대응의 실상을 찬찬히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 나아가 '선택의 기로로'로 내몰리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성찰하기 위해서 말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쓴 까닭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을 통해서 병자호란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의 파워게임이 극명해지는 1600년대 초중반의 역사가 바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과 많이 흡사하다는 것 입니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기에 대한 교훈을 찾는 것은 역사를 배우는 가장 주요한 이유중의 하나인데, 솔직히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역사평설 병자호란'은 책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재미있고 몰입감이 높아서 읽는 재미 그 자체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인조는 반정공신들을 불러 모았다...인조가 했던 첫 발언은 자부심이 한껏 넘치는 내용이었다. '오늘날 이 의거(인조반정)가 성공한 것은 경들의 힘 덕분이다. 금수의 땅에서 다시 사람의 세상이 되었으니 뭐라 형언할 수 없다' 주목되는 것은 광해군대의 조선을 '금수의 땅'이라고 규정한 점이다."

 

1623년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을 통해서 왕위에 오른 조선 16대 임금 인조가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명분이었습니다. 불효를 저지르고(광해군이 그의 계모 인목대비를 유폐하고 동생 영창대군, 형 임해군을 죽인 것), 사대와 예의 논리를 무시한(광해군이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친 것) 폐주를 무너뜨린 일은 인조와 그를 따르는 반정공신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금수의 땅에서 다시 사람의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을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국제 관계와 조선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었어도 말이죠.

 

역사평설 병자호란 1권은 1623년 왕위에 오른 인조정권이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약 13년 간에 이르는 시기 동안 어떠한 정책을 가지고 외교관계에 대처 했고, 어떠한 고난과 절망을 겪고 있는지를 상당히 상세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아마 인조반정부터 병자호란까지 이르는 시기동안의 그 짧다면 짧은 시간을 이렇게 상세하게(조선 국내 현실뿐만 아니라 명, 후금과의 상세한 관계까지) 다룬 서적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이 서적이 가지는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저자의 필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고, 책 속에 상당히 많은 양의 삽화와 인물화, 사진 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단지, 그 시기동안 워낙 많은 전투(조선과 후금, 그리고 명과 후금 사이의 전투들)에 대한 서술도 있는 편이라서 지도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은 남습니다.

 

명분에만 사로잡혀 현실 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시대. 그 시대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재미를 이 책을 통해서 알아갈 수 있습니다. 역사서 치곤 상당한 몰입감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치욕의 역사라서 심도있게 다루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병자호란에 대해서 굉장히 상세하고 심도깊게 다룬 역사서인 이 책 병자호란은 의미있고 좋은 책인 것은 틀림이 없어서 과거를 알고 미래로 나아간다면 꼭 읽어봐야 할 지침서임이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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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구역 소년 오늘의 청소년 문학 6
샐리 가드너 지음, 줄리안 크라우치 그림, 최현빈 옮김 / 다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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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편집자님의 세심한 손편지로 감동적으로 받은 의미있게 받아 본 책입니다.

책을 읽으면 배경은 무척 암담합니다.

주인공이 있는 마더랜드는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7구역은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습니다. 집구석에는 쥐가 돌아다니며, 몰래 텔레비전을 고쳐 쓰거나 뒷마당에서 암탉을 기르는 것은 모두 금지되어 있는 상황이죠. 감춰 둔 귀중품으로 암시장에서 끼니를 때울 음식을 구하고, 긴 바지나 설탕 따위를 얻으려고 이웃을 거짓으로 밀고하며, 아이를 여덟 이상 낳은 부부는 싸구려 크롬 시계를 받는 상황입니다. 어찌보면 영화 ‘이퀄리브리엄’이 떠오르기도 하고...

 

광포한 폭력과 일상적인 감시가 횡행하는 7구역에서 소년 스탠디시는 되도록 멍청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며 삽니다. 그는 따돌림의 대상이죠.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른 데다(이런 걸 오드아이(Odd Eye)라고 하죠?) 심각한 난독증이 있어 “머리가 없다”는 놀림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다리 기형 같은 ‘결점’이 있는 아이들은 더 멀리 있는 다른 학교로 보내지며, 아이들은 약한 친구들을 ‘재미삼아’ 놀리며 두들겨 패며 폭행을 삼습니다.

 

그곳에서는 하루아침에 누군가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아무도 이유는 모릅니다. 감히 묻는 사람도 없으며, 스탠디시의 엄마와 아빠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집니다. 친구 헥터의 가족도 없어졌습니다. 헥터는 숨 막힐 듯한 전체주의 사회에서 스탠디시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친구였는데 말이죠.

 

아무 생각 없는 듯 행동했던 스탠디시는 헥터가 사라진 뒤 변하기 시작합니다. ‘사라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으려고 하죠. 가진 힘이 미약하지만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용기를 냅니다. “어둠의 통제사회. 사람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빛나는 꿈을 꾼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이 부분에서 전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헉 핀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보다 가장 보잘 것 없고 볼품없던 그는 흑인노예 짐을 위해서 ‘괜찮아. 까짓 지옥에 가지 뭐.’라고 말하며 가장 용감하고 충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동시에 악의라곤 없는 선량한 시민들보다 더 도덕적인 행동을 하면서 모험속으로 뛰어듭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작가가 전하고 싶은 말 인 것 같고, 오늘날 이런 시대와 상황에 무척 맞는 말 인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는 아주 섬세한 식물이라, 한 사람 혹은 한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합니다.”

정말 우리나라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소설 속 현실은 어둡고 절망적입니다. 때로 우리 사회의 음지를 들춰 보는 듯도 하죠. 하지만 스탠디시와 헥터 두 소년이 보여 주는 우정, 거짓과 폭력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열정은 작은 희망의 꽃을 피워 냅니다.

‘문제를 만났는가? 거기에 진실되게 소리를 낼 수 있는가? 아니면 그저 멍청이로 살 것이가...’

엇비슷한 소재를 다룬 소설이 줄을 선 국내 어린이·청소년 책 시장에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전 이 책을 보면서 무척이나 ‘허클베리 핀’과 상황이나 여러면에서 다르지만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도망치는 노예를 도와주는 것이 죄 짓는 것이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짐의 좋은 천성과 그와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지옥에 가더라도 짐을 구할 것을 다짐하며 과감히 사회정의와 맞 붙습니다. 여기서 허크가 사회에 물들지 않고 순수함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죠. 순수함, 나는 과연 순수한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죠.

항간엔 마크 트웨인은 ‘톰소여의 모험’은 ‘허클베리 핀’을 위한 배경지식에 불과하다고 했다죠. 미시시피 강의 진짜 모험은 ‘허클베리 핀’이라고.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연결되는 그림들을 책을 읽고 넘기면서 연결시켜서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라고 할까요? 무척 흥미롭고 밤새서 읽으며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권해주며 추천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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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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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여주세요.” 맑고 순수할 것 같은 여고생 방인영, 그가 교회에서 마주한 한 40대 계약직 공무원인 모래의 남자에게 건넨 말입니다. 그 화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순간 그 사람을 죽이고 싶다라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죽이고 싶다라는 대상이, 부모라는 것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죠.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존속살인. 뉴스나 신문, 시사 프로그램을 조금만 보아도 한달에 한번 꼴로 존속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빈번히 흘러나옵니다. 물론 그와는 반대되는 훈훈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도 나오기는 하죠.

 

소설 속의 주인공인 인영은, 부모를 모두 살해하고자 살인 계획을 치밀하게 세웁니다. 내신등급 5등급, 평범한 얼굴에, 육중한 몸매, 한때 외고에 진학하려고 했다 실패한 경력, 아버지인 방변호사에게 죽쓴 농사라 불리우는 자식, 절친한 친구에게 거짓말로 희롱당한 그녀, 부모덕에 5등급주제에 담임에게 1등급행세를 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이것이 인영의 프로필이라면 프로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인영이는 부모다운 부모, 학교다운 학교의 이미지를 바라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란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어찌보면 평범한 우리나라 수험생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돈을 주고 특별채용된 공무원 자리마저도 버거워하는 평범한 남자를 우연히 알게 되는데, 그가 몰래 고양이를 목 졸라 죽이던 그 폭력성을 보면서 누군가를 죽이고는 싶지만 죽이지 못하는 그 남자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다가가서 속삭입니다.

그 제안은 바로 살인청부자 부모를 살해해 달라는 존속살인이었죠.

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화의 일그러진 이들의 만남은 어찌보면 이 모순된 사회가 만들어낸 또다른 일그러진 괴물들이 아닐까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누군가를 무시하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무시하거나 무시당하거나, 둘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는 게 세상의 질서란다.”라는 엄마는 조롱이라도 하듯, 인영은 누구보다 현실을 즉시하고 있죠. 돈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아버지의 말에 환멸을 느끼며, 돈있는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그 죄값을 약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아버지를 보며 뼈져리게 느낀 인영입니다. 띠지의 글귀처럼 “니가 살인자라 부모를 죽인 걸까? 아니면, 부모가 널 살인자로 만든 걸까?”라는 물음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게 바로 이 책 <펀치>입니다.

 

인영의 부모는 과연 인영의 행복을 위해서 그녀를 그렇게 길렀던 것일까요? 단지 하나의 스펙을 더 만들기 위해 인영을 길렀던 것일까. 그녀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며, 자신의 맺힌 한을, 못 누리고, 못했던 것을 그녀를 통해서 이루고 싶었던 걸까요. 자식이 아닌 하나의 우상을, 아바타를 만들어 가려했던 게 아닐까요? 인영의 고민은 10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고민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조속살인이라는 범행의 범인이 10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도 오늘날 사회의 현주소이죠.

 

인영의 살인계획이 완성이든 미완성이든, 언제나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오늘날의 사회의 문제이자 우리가 해결해 가야할 문제들인 것은 사실입니다. 책은 낡아빠진 구세대에 대한, 숨막히는 교육에 대한, 알 수 없는 종교적 시스템에 대해 강력한 펀치를 날려줍니다. 어리석은 어른들의 자화상을 꼬집으며 그렇게 그녀 주변의 억압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를 얻은 인영에게서 깊은 울림을 받게 합니다. 반성도, 뉘우침도 없고, 그렇다고 죄를 판단하며 나무랄 사람도 돌을 던질 사람도 없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읽다보면 인영이가 날리는 펀치에 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의 작가상답게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아주 강렬한 인상과 충격을 가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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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계곡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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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늘 인간을 시험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가르쳐주는 엄청난 매개물인 동시에 스승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산을 토대로 산에서 벌어진 일과 인간의 욕망과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사악함이 안겨주는 소설이 한 편 출간되었습니다.

빙켈만 작가는 국내에 시리즈로 작품이 소개된 적은 없는데 전작들인 "사라진 소녀들"과 "창백한 죽음'도 단행본으로 그런 인간의 악한 감정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었죠.. 근데 이번에는 조금 색다르게 산이라는 매개를 중심으로 작품을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이거 마치 요코야마 히데오의 <클라이머스 하이>와 같지않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죠. 아무래도 이런 방향으로는 제법 필력이 대단하신 작가님이신 듯 합니다. 대충 줄거리는 시작부터 집중도있게 갑니다. 한 여인이 겨울의 알프스의 산을 오르고,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지옥계곡이라 불리우는 곳에 다다르죠. 그리고 구조대원으로 자원봉사중인 로만 예거는 이제 겨울로 접어 드는 산에 한참동안 발걸음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하산을 하려 하지만 우연히 발자국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그 발자국을 따라 올라갑니다. 발자국의 크기로 보아 여성이거나 아이임을 직감한 로만은 현재 급변하는 날씨에 산을 오른 사람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지옥계곡의 다리 난간에 도착하자 중간에 서있는 여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로만이 다가섰을때 로만을 보고 공포와 경악에 가득찬 눈길로 낭떠러지로 뛰어내려 버립니다. 가까스로 그녀의 손을 잡은 로만은 그녀가 그를 바라보는 공포의 눈빛과 더불어 그에게서 떨어지고자 하는 그녀를 더이상 끌어올리지 못하고 결국 그녀는 추락하여 죽음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자살한 그녀의 이름은 라우라 바이더입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왜 하필 알프스까지 와서 그것도 지옥계곡에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요, 로만 예거는 그녀의 죽음에 대해 자책과 함께 그녀가 죽음 직전에 자신에게 던진 공포와 경악의 눈빛에 대해 그 이유를 찾고자 합니다. 그렇게 라우라와 로만은 엮이고 엮이게 됩니다. 그 시점에 라우라의 친구인 마라 란다우는 라우라를 걱정하며 그녀가 요즘 고통받는 일에 대해 죄책감과 그녀의 삶에 비집고 들어가보려고 노력중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사라져버린체로 그녀에게 의미를 모르는 문자 메세지를 하나 보냅니다. "위로"라는 단어였죠. 그리고 마라는 라우라의 죽음을 알게됩니다. 그녀의 자살로 인해 그동안 라우라가 당했던 고통에 대한 주변 친구들의 진실들이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죠. 물론 지옥계곡에 숨겨진 진실까지 말입니다. 한 겨울의 산은 무척 춥게 묘사됩니다. 글로 읽어도 느껴질 정도로 춥습니다.

책에선 극한 상황일때 인간의 본성과 추악하고 잔인한 면모가 확연히 드러나게 묘사됩니다.

그래서 힘든 고난을 겪거나 어려운 상황일때 그 사람 곁을 지키는건 일부 소수의 사람일뿐 이런 상황을 연출해서 인간의 깊숙히 숨겨진 본성을 보여주는 책이 제법 있는데 대부분 재난으로 고립되거나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어쩌면 그곳에 영영 묶일수도 있음을 깨닫는 순간에 인간들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하고 서늘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 <지옥계곡>도 이미 제목에서부터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험난하고 거친 산속의 깊은 계곡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두려운 상황들의 그려놓고 있습니다.

도대체 자살 할 이유라곤 없던 라우라가 왜 그렇게 죽기를 고집했는지... 죽음 이면에 도사린 진실찾기가 주된 내용인데 그녀의 죽음은 누가봐도 명백히 자살임에도 그녀의 절친했던 친구들이 연이어 잔혹한 죽임을 당하면서 그녀의 자살이 단숙한 죽음이 아님을 보여줄려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다면... 솔직히 그녀의 자살이유는 그녀의 가족이나 친구뿐 아니라 저 역시도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게다가 중간이 되기전부터 이미 드러난 범인의 윤곽도 스릴러로서의 장점을 대부분 잃어버린 결과를 가져온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줍니다.

그럼에도 확실히 가독성과 소재의 차별화만은 탁월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빙켈만 작가의 작품은 소재나 인물들의 입체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이야기의 흥미도 제법 뛰어나고 말이죠. 이 작품 <지옥계곡>도 초반 도입부부터 독자들의 집중을 끌어들이는데 아주 뛰어납니다. 중후반부까지 궁금증을 중심으로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구성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는 크게 두갈래로 나뉘어지죠. 기본적인 줄거리인 라우라 바이더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게임 하나와 어떤 미지의 한 남자의 과거의 행적을 1인칭 시점으로 따라가는 이야기의 구성입니다. 물론 이 갈래들은 가장 중요한 소설의 중심 매듭임에는 두말할 필요는 없죠. 뒤로 가면 하나로 묶어지는 진행도 나쁘지 않습니다. 특히나 배경적 조건으로 매개물이 되는 겨울의 알프스의 산은 스릴러의 감을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잘 수행합니다. 물론 무엇보다 전혀 어렵지 않은 구성이고 독자들에게는 꽤 즐거운 작품이 되며, 빙켈만 작가의 전작들을 재미지게 읽어보신 분들에게는 분명 괜찮은 선택이고 좋은 작품인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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